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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3화

“할머니는 저한테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가르쳐준 적이 없어요. 제가 원하는 건 옳든 그르든 항상 절 도와주셨죠. 그래서 전 제가 큰 사고를 쳐도 할머니가 절 도와줄 거라고 굳게 믿었어요.”

“그런데 제가 틀렸더라고요. 전 타락하고 나쁘게 변했어요. 심지어 밖의 세상이 얼마나 험악한지도 몰랐죠. 만약 성연 누나가 아니었더라면 전 아마 천천히 심연으로 추락했을 거예요.”

“저희 친누나 강예림 알아요? 누나는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할머니에게 무시당했어요. 심지어 할머니의 고리타분한 교육 때문에 인생을 망쳤어요. 제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누나가 사고로 세상을 떴을 때도 할머니는 눈물 한 방울 떨구지 않았어요. 할머니는 다른 친척들이 가족보다 훨씬 더 중요했거든요.”

이율은 순간 심장이 저려와 두 손으로 강현의 뺨을 감싸 쥐었다.

“당신 마음 이해해요.”

강현은 그녀를 끌어안고 그녀의 목 언저리에 얼굴을 파묻더니 웃으며 말했다.

“성연 누나가 말한 것처럼 이제 전 제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요. 더는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꼭두각시가 될 필요가 없죠. 가족이라고 해도 제 인생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할 수 없어요.”

점심이 되자 하정화는 아들과 손자에게 전화를 몇 통이나 걸었지만 그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당황한 하정화는 부랴부랴 병실을 나섰다.

계단을 지날 때 그녀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쳐다봤다. 두 친척이 복도에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다.

“저 늙은이 우리 앞에서만 체면을 차린다니까. 며칠 동안 늙은이 옆에서 분주히 뛰어다녔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했잖아. 이 문제는 자기가 해결할 수 있다면서, 강현이 자기 말을 들을 거라고 하더니, 역시 그 말을 믿어서는 안 됐어.”

두 친척은 의논한 뒤 짐을 정리하고 진성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막 몸을 돌린 그들은 하정화가 문가에 서 있는 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

하정화는 두 친척이 자신의 뒷담화를 하자 기분이 씁쓸했지만 그와중에도 체면을 생각했다.

특히 친정 쪽 친척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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