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세성은 강현을 힘껏 밀쳤고, 강현은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귀를 찌르는 브레이크 소리와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세성이 방금 전까지 서 있던 곳에는 신발 한 쪽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지나가던 행인은 비명을 질렀고 사고 차량은 빠르게 도망갔다. 강현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피바다에 쓰러진 사람을 바라봤다....경찰서.강성연은 반지훈의 전화를 받고 재빨리 달려왔다. 강현은 힘이 빠진 채로 한쪽의 의자에 앉아있었다.경찰은 물잔을 내려놓다 말고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반 대표님!"반지훈은 경찰 앞으로 가서 상황을 물었다. 경찰은 그에게 사건의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했다.강성연은 강현의 곁으로 걸어가서 물었다."너 괜찮아?"강현은 덤덤한 듯 가만히 앉아있었지만 감정을 참고 있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강성연은 강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현아...""그 자식들이 죽이려던 사람은 나야."강현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근데 왜 억울한 사람을..."강현은 방세성이 왜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구해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강성연은 강현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을 눈앞에서 잃은 아픔을 위로할 만한 말은 없었으니까.반지훈은 설명을 듣고 나서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이제는 그 사람을 위해 복수해야지."강현은 멈칫하다가 머리를 들어 반지훈을 바라봤다. 반지훈은 강현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뭐든 해도 돼."강현은 늦은 시간에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베란다로 나갔다.강현은 기분이 아주 복잡했다. 비록 그는 방세성과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이었기에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맞는 일을 했을 뿐인 방세성이 이런 최후를 맞은 것은 자신의 탓인 것 같았다.'기억해, 우리는 앞으로 용감하고 당당한 사람으로 살아가자고.''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뭐
이율의 미소는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었다."이율 씨."이율은 강현을 바라보며 물었다."왜요?"강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이율 씨는 진짜 이상한 여자예요.""제가요?"강현은 소리내서 웃었다.자신은 분명 진지하게 말했는데 갑자기 웃기 시작한 강현을 보고 이율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우연히 머리를 돌려서 하늘을 봤다가 유성을 발견하고는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유성! 유성이 있어요!"강현은 이율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밤하늘 아래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베란다에 서 있었지만 마음의 거리만큼은 아주 가까웠다.며칠 후, 유성 엔터.방세성의 자리에는 하얀 국화꽃이 잔뜩 놓여있었다. 요즘 대부분 직원이 검은 옷을 입고 진지한 표정으로 출근했다.임원들의 패악과 방세성의 사고는 직원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줬다. 유성이 조사를 받는 와중에도 임원들은 오만한 태도를 일관했고, 성의 없는 사과를 입에 달고 책임 미룰 생각만 할 뿐이었다. 이유 없이 매장당한 남자 연예인과 사고로 죽은 방세성에게도 한 마디의 사과도 안 했다. 덕분에 직원들의 불만은 전례 없이 높아졌다.팍!한 직원이 사원증을 바닥에 내치며 말했다."저 못 해요! 저 사직할 거예요!"잠깐의 정적이 맴돌다가 다른 직원들도 연이어 사원증을 내쳤다."우리도 안 할래요! 유성은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직원들이 떠나려고 할 때, 부서 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이 길을 막아섰다. 부사장은 경직된 표정으로 걸어왔다."다들 뭐 하는 거지?""왜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거예요?""그러니까요!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이건 불법이라고요."부사장을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정 가겠다면 막지는 않을게. 하지만 계약대로 사직하려면 회사에 15%의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 걸 잊지 않았겠지?"직원들은 수군수군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는 겁을 먹은 직원도 있었다. 이때 한 직원이 나서서 언성을 높였다."이건 사기예요! 저는 계약서에 사인할 때 위약금에 관한 조항을 못
부서의 한 여직원은 작은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다른 직원도 희망을 잃은 듯 참담한 눈빛으로 가만히 있었다.같은 시각, 차 몇 대가 유성 엔터 아래로 와서 멈춰 섰고 수십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내려와서 두 줄로 섰다.연희승이 뒷좌석 문을 열고 강현이 내려왔다. 그는 머리를 들어 유성 엔터를 바라봤다.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방세성의 마지막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들어가요, 강현 씨. 반 대표님이 말씀하신 대로 무엇이든 다 해도 괜찮아요."연희승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강현은 심호흡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연희승은 법무팀과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과 함께 뒤따라갔다.그들은 바로 행정팀에 있는 사장실로 향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는 순식간에 제압당했고 강현은 주저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임원들은 마침 회의하느라 한데 모여있었다. 사장의 곁에 앉아있던 부사장은 강현을 보자마자 안색이 어두워졌다."너 이 자식이 어디서 감히..."부사장이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연희승이 법무팀을 데리고 나타났다.유성 엔터의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미소 지었다."아이고, AM그룹의 연 비서님 아니십니까!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세요?"연희승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반 대표님께서 유성 엔터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하셔서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사장은 안색이 약간 변하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죠? 우리 유성은 AM그룹과 아무런 접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시죠.""지금 반 대표님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한다는 뜻인가요?"연희승은 강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강현 씨는 반 대표님의 처남입니다. 강현 씨의 일이 즉 반 대표님의 일이라는 뜻이죠."사장과 부사장의 안색은 확 어두워졌다. 누가 새로 온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반지훈의 처남일 줄 알았겠는가?연희승은 소파로 가서 앉더니 법무팀에서 준비한 자료를 꺼내 놓았다."여러분의 만행은 이미 조사를 끝냈습니다. 이 자료를 법원으로 가져간다면 아주 재미있는
임원들은 전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강현은 외투까지 벗어 던지더니 한쪽에 있는 꽃병을 들고 부사장을 향해 걸어갔다. 부사장은 안색이 창백해서 뒷걸음질 쳤다."뭐... 뭐 하는 거야? 너 이거 명백한 폭행이라고!"강현이 꽃병을 쳐들 때, 사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그만!"쨍그랑.유리로 만든 꽃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꽃병은 부사장이 아닌 그의 뒤에 있는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부사장은 명중이라도 당한 것처럼 소리를 질렀고 바닥은 금세 흥건해졌다.부사장의 바지가 젖어가는 것을 보고 강현은 피식 웃었다."부사장님도 보이는 것처럼 배짱 있는 사람은 아니었네요."연희승은 어두운 안색의 사장에게 말했다."여러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그는 양도서를 사장의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유성 엔터를 AM그룹에 양도한다는 양도서입니다. 물론 여러분의 만행은 법원에서 처벌할 겁니다. 만약 양도를 거절한다면 법원에서 다른 방식으로 강제집행 하겠죠."사장은 부사장을 죽어라 노려봤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그는 타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유성 엔터를 양도하면 후에라도 다시 회사를 차릴 수 있었지만, 법원에서 강제집행 당하면 다시는 회사를 차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었으니, 기록이라도 덜 남기는 게 상책이었다.사장은 펜을 들어 양도서에 사인하고 도장까지 찍었다. 그러고는 임원들을 데리고 회사를 떠났다, 물론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부사장도 함께 데리고 말이다.고요한 사무실에서 난잡한 흔적만이 조금 전 일어난 일이 꿈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연희승은 강현의 곁으로 와서 양도서를 건넸다."유성 엔터는 앞으로 강현 씨 회사예요."강현은 양도서를 힐끗 바라보기만 할 뿐 받지는 않았다."이게 끝이에요? 한 짓에 비해 처벌이 너무 작지 않나요?"연희승이 웃으며 말했다."욱한 감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어요. 반 대표님이 일 처리를 이렇게 한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말이죠. 이런 일에서 용기는
꽃다발을 쥐고 흔드는 직원, 휘파람을 부는 직원, 그들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강현의 취임을 소리 높게 축하하고 있었다.잠시 당황하던 강현도 결국 마지못해 미소를 지었다. 그가 고개를 푹 숙였다. 어느새 그의 눈가가 빨개져 있었다.“여러분들이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방세성 선배님이십니다.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아마 전…”방세성의 이름에 순간 모든 사람들이 숙연해졌다.그들 역시 방세성의 죽음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한 남자 직원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강현 씨, 세성 선배님의 일은 저희도 너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아무도 강현 씨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강현 씨 잘못이 아닙니다. 죄는 그 사람들이 지었죠.”“맞아요. 그 썩을 놈들이 다 잘못 한 거죠!”강현이 피식 웃었다. 결국 그 역시 점점 그 분위기에 녹아들어 갔다.-복도를 지나던 이율은 우연히 여직원들이 유성 엔터에 관해 토론하는 걸 듣게 되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지나치려던 그녀의 귓가에 강현이라는 이름이 들려왔다.“정말이에요? 그럼 현재 유성 엔터의 사장이 반지훈 대표님의 처남이라는 거예요?”“확실해요. 제 친구가 유성 엔터에서 출근하거든요. 걔 말로는 지금 유성 엔터의 사장 이름이 강현이래요. 강현은 저희 대표님 남동생 이름이잖아요. 그러니까 반지훈 대표님의 처남 맞죠.”“그분 너무 멋지지 않아요? 듣기로 혈혈단신으로 유성 엔터의 고위층 인사들과 맞서 싸웠다던데요. 얼마 전에는 뉴스에도 났었잖아요. 만약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유성 엔터의 뒷이야기를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이율이 발걸음을 늦추며 싱긋 미소 지었다. 그녀는 강현의 일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뻤다.사무실로 들어온 이율은 자신보다 먼저 사무실에 와서 소파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곽 부인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엄마?”이율이 가방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그녀한테 다가갔다.“저 보러 오실 거면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그러셨어요.”곽 부인이
대화가 통하지 않자 곽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복도를 지나던 곽 부인이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강성연과 마주쳤다.“대표님.”강성연이 미소 띤 얼굴로 다가갔다.“사모님 이율이 보러 오셨어요?”“네. 딸아이랑 얘기 좀 하려고 왔는데 애가 이제 커서 그런지 쉽지가 않네요.”곽 부인이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그녀도 괴롭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과 이율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이율도 이제 성인이니까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부모로서 걱정되는 건 당연하지만 어쨌든 자식은 크면서 자기만의 삶을 갖게 되니까요. 사모님께서 걱정이 지나치신 것 같아요.”강성연의 말에 곽 부인이 순간 멍해졌다. 곧이어 그녀가 멋쩍은 듯이 말을 건넸다.“대표님한테는 애가 셋이라고 들었는데 맞나요?”“네. 아직 어리긴 하지만 전 아이들의 생각을 우선으로 들어주고 있어요. 무슨 일을 하든 그게 정확한 일이라면 전 뭐든지 지지해 줄 거예요.”곽 부인이 놀라 물었다.“아직 나이도 어린 아이들인데 무슨 생각이 있겠어요.”강성연이 눈을 내리뜨며 미소 지었다.“사람이라면 다들 생각을 가지고 있죠. 아이들이긴 하지만 그들도 똑같이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니깐요.”“부모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모두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하는 건 똑같잖아요. 어떻게 부모로서 아이가 부모의 마음을 먼저 고려하게 하겠어요. 적어도 저희가 먼저 자식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어야죠. 안 그래요?”“사실 부모는 아이의 가장 가까운 청자예요. 만약 부모조차 아이의 속마음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아예 저희와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겠죠.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희망을 아이한테 의탁하는 것 같아요.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를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려고 하는데 그러면서 정작 아이가 정말로 뭘 원하는지는 놓지 게 되죠. 특히 아이들이 가장 혼란스러울 때에는 연장자라는 신분을 내려두고 동일한 시선과 태도로 아이와 소통하는 게 좋아요. 그러면 아이도
퇴근 후 이율은 선물을 고르러 백화점으로 갔지만 어떤 선물을 골라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졌다. 결국 휴대폰을 꺼내 곽의정한테 문자를 보냈다.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전부 값비싼 명품뿐이었다. 그녀의 지갑 사정으로는 감당하기 벅찬 것이었다.역시 곽의정한테 묻는 게 아니었다.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이율의 시선이 한 피규어 가게에 멈췄다.그녀는 순간 강현의 집에서 보았던 로봇 피규어가 떠올랐다. ‘수집까지 하는 걸 보면 이런 걸 좋아한다는 거겠지?’이율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물건을 둘러보았다. 점원이 열정적으로 그녀한테 피규어를 소개해 주었다. 그녀가 선물할 거라고 하자 점원이 바로 알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남자친구한테 선물하시는 거죠?”순간 당황한 이율이 급히 횡설수설하며 변명했다.“당연히 아니죠. 그저 평범한 친구 사이예요.”점원은 당황한 이율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고 그녀를 다른 쪽 진열대로 안내했다.“남자는 말이죠. 나이가 몇이든 다 가슴 한편에 어린아이의 마음을 갖고 있어요. 여기 있는 것들 모두 우리 가게에서 가장 잘나가는 것들이에요.”이율은 진열대에 진열된 각양각색의 피규어 모형들을 바라보았다. 그중에는 애니메이션 속 인물도 있었고 액션 피규어도 있었다.가격을 본 그녀가 깜짝 놀라 물었다.“이 장난감들이… 이렇게 비싸요?”점원이 난감한 표정으로 웃었다.“장난감과 피규어는 당연히 다르죠. 다른 곳 한번 가보세요. 이런 피규어 하나 당 몇 십만 원, 아니 몇 백만 원씩 하는 것도 많아요.”“어떤 것들은 한정판이라서 비싼 것도 있고요. 또 피규어가 엄청 취약해 일정하게 점검 비용이 들어서 비싸기도 해요. 대부분의 피규어가 자외선에 민감해서 자외선 빛을 받기만 하면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발생하죠. 예를 들어 분해되거나 누렇게 변색될 수 있어요. 또 너무 뜨거워도 안 돼요. 뜨거우면 변형될 수 있어서 수명이 짧아지거든요.”휴대폰으로 카드에 남은 잔액을 확인한 이율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그럼 지금 여기에는 한정판이 있나요
김아린과 윤티파니가 강성연을 향해 다가왔다.“오늘 밤 주인공은 네 사촌동생이잖아. 그런데 주인공은 왜 아직도 안 나타나고 있어?”강성연이 싱긋 미소 지었다.“아마 아직 준비 중이겠지.”그 말과 동시에 강현이 등장했다. 그의 곁에는 유성의 전 매니저인 우성빈이 서있었다.유성에 있었을 때 방세성은 우성빈의 파트너였다. 방세성의 죽음과, 유성 고위층의 만행에 관해서 우성빈도 알고 있었다. 그를 유성에 다시 초청해 온 건 강현이었다.오늘 강현은 정식으로 옷을 갖추어 입고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3피스 슈트를 입은 그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성숙되고 점잖은 느낌을 주었다.하지만 이런 옷차림은 아직 강현한테 구속당하는 느낌을 주기만 했다.강성연이 그에게 다가가 그를 대신해 넥타이를 바로 해 주었다.“이런 옷은 처음이라 아직 익숙하지 않지?”“응 진짜 어색해.”강현 스스로도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곁에 있던 우성빈이 쯧 하고 혀를 찼다.“거참 어색한 것도 많네요. 이제 어엿한 사장인데 이런 상류층의 교제에 관해서 많이 배우셔야죠.”그러더니 강현의 곁에 바짝 다가갔다.“그 성질도 좀 죽여야 돼요. 우리 이 업계는 말하는 걸 특히 조심해야 해요. 절에 가면 중인 체, 촌에 가면 속인인 체하라고, 눈치를 기르셔야 해요. 이 바닥은 눈치가 있어야 살아남아요. 사람이 가면을 오래 쓰다 보면 정말로 자신이 그런 사람인 줄 알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정신 바짝 차리고 절대 다른 사람한테 끌려가서는 안 돼요.”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명심하겠습니다.”강성연이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연예계에서 오래 활동하신 분 다워요. 모든 일을 꿰뚫어 보고 계시네요.”우성빈이 입꼬리를 씩 올리며 웃었다.“유성에서 그 몇몇 사람들의 얼굴을 하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었네요.”“그럼 수고스럽겠지만 앞으로 우리 강현이 잘 부탁드립니다. 우 매니저님.”우성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당연하죠. 방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