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소란에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그쪽으로 향했다. 당황한 이율이 곽 회장한테 들킬까 봐 허둥지둥 댔다.“괜찮아요. 괜찮아요.”그녀가 서둘러 밖으로 달려나갔다.바텐더가 뒤에서 그녀를 불렀으나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이율의 목소리에 강현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익숙한 누군가가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남은 현장에는 깨진 술잔을 정리하는 바텐더의 모습뿐이었다.화장실로 들어온 이율은 물로 치마에 생긴 술 얼룩을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씻으면 씻을수록 더욱 더러워지기만 할 뿐이었다.순간 왈칵 서러움이 밀려와 당장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그때, 가방 안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휴대폰을 꺼내니 강현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몇 초간 망설이던 그녀가 전화를 받아 귓가에 가져다 댔다.강현이 그녀에게 어디냐고 물었다.쇼핑백을 들고 화장실에서 나온 그녀는 복도에서 그녀를 찾으러 나온 강현과 마주쳤다.강현이 그녀를 발견하고 천천히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의 시선이 술로 얼룩진 이율의 치마에 멈췄다.이율이 무의식적으로 쇼핑백을 뒤로 감췄다. 그녀는 서럽고 괴로웠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죄송해요. 제가 덤벙거리다가 옷을 더럽혔지 뭐예요. 그래서 전 안 들어가려고요.”강현이 그녀의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는 한눈에 그녀의 눈 주위가 빨개진 것을 알아보았다. 꼭 깨문 그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괜찮아요. 저랑 갈아입으러 가요.”그러더니 덥석 그녀의 팔목을 잡고 앞으로 가려고 했다. 그녀가 그런 그의 손을 슬쩍 잡더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역시 안 갈래요.”강현이 그녀를 돌아보았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저 이런 장소는 익숙하지 않아서요. 그리고 저 안에 제 의붓아버지도 계시는데, 그분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요.”강현이 되물었다.“그 사람이 무서워요?”무서운 건 아니었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현이 그녀의 팔을 잡았던 손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다짜고짜 그녀를 끌고 걸음을 옮겼다.이
이율은 강현을 따라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가 문을 여는 순간 사람들의 주목을 피하고 싶었던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있었다. 마치 정지된 화면의 한 장면 같았다.강성연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그녀는 두 사람을 힐끗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어디 갔다 왔어?”잔뜩 긴장한 이율이 연신 손톱만 뜯고 있었다.“대표님 저… 저 다른 사람들한테 폐를 끼친 것 같아요.”“폐는 무슨. 폐라고 할 것까지도 아니야.”술을 마시려던 강성연의 시선이 이율의 치마 위에 얹어진 꽃 장식으로 향했다.“그 꽃 예쁘네.”“강현 씨가 바느질로 제 치마에 새겨진 술 얼룩을 가려줬어요.”말을 하면 할수록 이율은 자신의 얼굴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눈부신 조명 아래 그녀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무르익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만들었다.강성연이 풋 하고 소리 내어 웃더니 고개를 돌려 강현을 바라보았다.“우리 현이는 어쩜 이렇게 대담하고도 섬세할까.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분명 엄청 잘해줄 거야 그치?”이율은 순간 심정이 덜컹했다.그녀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언제 왔는지 모를 김아린이 강성연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뭐야. 벌써부터 올케를 고르고 있는 거야?”그녀가 태연하게 답했다.“마음만 같았으면 내 아들 며느리도 골라주고 싶어. 아직 어려서 그렇지.”김아린이 그녀의 어깨에 올렸던 손을 내렸다.“경고하는데 우리 희나는 안 된다. 우리 희나가 결혼할 나이가 될 때면 네 아들은 너무 늙었어.”강성연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왜 그런 말도 있잖아. 남자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매력 있다고.”“제발 우리 희나는 봐줘. 우리 애는 아직 유치원도 못 갔다고.”“어떻게 내 며느리 자리 하나 예약해 줄까?”“너 도대체 몇 명이나 들이려고 이러는 거야. 이런 나쁜 시어머니 같으니라고!”두 사람의 농담 덕분에 이율과 강현 사이의 어색함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때
“전 그냥 아이가 학업을 마치기 전까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불쌍한 아이에요. 저는 그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까지의 삶을 책임질 의무가 있어요. 부탁드릴게요. 아이가 성인이 되고 독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절대 곽 씨 가문의 그 어떤 것도 탐내지 않도록 교육할게요.”그녀의 말을 들은 그는 무척 의외라고 생각했었다.보통의 여자라면 당연히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을 때, 상대방이 자신의 아이를 받아들일 것을 희망한다. 그런데 그녀가 말한 조건은 순전히 그의 입장에서 고려한 것 밖에 없었다.그리고 그녀의 예상대로 확실히 그는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자신한테 시집오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사업가였고 아이를 데리고 자신과 결혼하려는 여자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을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에게도 딸이 있었다.그녀의 말을 듣고 그가 그녀에게 물었었다. 만약 자신이 그녀한테 그 애와 곽 씨 가문 간의 관계를 비밀로 하자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그녀는 괜찮다고 답했다.과거 회상에서 돌아온 곽 회장이 천천히 이율을 돌아보았다.“뭐해 어서 부르지 않고.”이율이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본 곽의정이 자신의 팔로 그녀를 툭 밀쳤다.“뭘 멍하니 서있어. 빨리 아빠라고 불러야지.”이율은 목 끝까지 차오른 ‘곽’이라는 단어를 애써 삼키고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아버지.”곽 회장이 머리를 끄덕였다.“앞으로 집에 돌아오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돌아오거라. 곽 씨 가문은 네 집이기도 하니까.”‘곽 씨 가문은 네 집이기도 하니까.’그 말에 이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가 곽 씨 가문에 들어간 지는 이미 오래전이지만 항상 스스로에게 그곳은 자신의 집이 아니라고, 그저 잠시 머무는 곳일 뿐이라고 되뇌었었다.곽의정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앞으로는 당당하게 날 언니라고 불러. 알았지?”이율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었다.그
강현이 그녀를 바라보며 걸음을 늦추었다.순간 멈춰 선 이율이 몸을 돌리고 그와 마주 섰다. 그녀는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래도 오늘은 강현 씨한테 너무 고마워요. 뭔가 강현 씨는 제 행운의 별 같아요.”그가 당황하며 되물었다.“행운의 별이요?”“네. 사람한테 좋은 기운을 불러다 주는 행운의 별이요.”이율이 눈웃음을 지었다.강현이 피식 소리 내어 웃었다.“그래요?”그가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만약 제가 정말로 다른 사람들한테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어요.”어쨌든 방세성 선배한테는 행운을 가져다주지 못했으니까.그의 기분이 순식간에 다운되는 것을 눈치챈 이율이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대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만약 강현 씨가 모든 사람한테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면 강현 씨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었겠죠.”그가 웃었다.그때 웬 향기가 이율의 코를 간지럽혔다. 그녀가 냄새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저 꼬치구이 향을 맡은 것 같아요.”강현이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그녀의 몸을 똑바로 돌렸다.“바로 앞에 야시장이 있잖아요.”“그러네요!”이율은 침이 꼴깍 넘어갔다. 그러다 문뜩 뭔가를 떠올리고 강현을 훑어보았다.강현이 물었다.“왜요?”그녀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렇게 정식으로 차려입고 저랑 야시장에 가서 꼬치구이를 먹으려고요?”강현히 정장 외투를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다.“이러면 되죠?”이율이 갑자기 그의 팔짱을 끼면서 그를 잡아끌었다.“그럼 빨리 가죠!”순간 강현이 얼어붙었다.하지만 이율은 현재 꼬치구이 생각만으로 가득 차 그의 기분 같은 건 고려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도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이끄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깊은 밤 수민 아파트.강현이 여유롭게 차를 세우며 안전벨트를 풀었다.“집에 다 왔어요.”고개를 돌리니 이율이 이미 잠들어 있었다.강현이 손을 뻗어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이율 씨
장기적으로…이율은 순간 심장이 너무나 벌렁거려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강현이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자 이율이 스르르 눈을 감았다. 몸속에 강한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가슴이 저릿저릿해났다.-며칠 뒤 곽 씨 저택.이율이 벨을 누르자 가정부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가 물었다.“엄마 집에 계세요?”가정부가 집에 있다고 답하자 이율이 거실로 들어갔다. 인기척을 듣고 내려온 곽 부인이 이율을 보고 놀라 얼어붙었다.“이율아?”이율이 입술을 살짝 깨물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엄마.”곽 부인이 이율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엄마도 네가 이제 다 컸다는 걸 아는데 차마 내버려 둘 수가 없었어. 엄마가 성가시다고 생각해도 괜찮아. 엄마는 그저 네가 행복해지기만을 바랄 뿐이야.”“엄마를 탓하지 않아요.”곽 부인이 멈칫거렸다.그녀가 고개를 들고 이율을 바라보았다.이율이 미소 지었다.“아버지가 말씀해 주셨어요. 엄마는 항상 저를 생각하고 계시다고.”곽 부인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너… 너 방금 뭐라고 부른 거니?”“아버지요.”이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저 이제… 아버지라고 불러도 된대요.”곽 부인이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녀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그게 정말이니?”이율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곽 부인이 입을 틀어막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슬퍼서가 아니라 너무나 기뻐서 눈물이 났다.이율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안아주었다. 어머니의 우는 모습에 그녀의 마음 역시 고통스러웠다.“울지 마요 엄마. 엄마가 그러니까 저까지 눈물 나려 하잖아요.”“엄마는… 엄마는 너무 기뻐서 그래.”곽 부인이 눈물을 닦고 웃으며 이율의 손등을 토닥였다. 모녀가 서로를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이율은 조금 더 있다가 어머니와 인사하고 집에서 나왔다. 그녀가 차에 앉자 강현한테서 문자가 왔다.‘저녁에 뭐 먹고 싶어요? 갈 때 사 갈게요.
저녁 무렵. 주차장으로 내려온 이율은 동료 두 명이 여태 돌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아직 안 갔어요?”한 여직원이 이율한테 다가오더니 그녀의 팔짱을 꼈다.“이율 씨 제 친구가 새로 개업했거든요. 제가 살 테니까 우리랑 함께 밥 먹으러 가지 않을래요?”“그래요. 같이 가요. 모처럼 이율 씨가 요 며칠간 저희한테 밥을 샀는데, 당연히 저희도 대접해야죠.”열정적인 그녀들의 태도에 이율은 순간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는 바로 거절할 수 없어서 애써 완곡하게 말했다.“죄송해요. 오늘은 제가 약속이 있어서 함께 가지 못할 것 같아요.”“혹시 연애해요?”“이율 언니 저희한테 알려주세요. 상대가 누구예요?”“남자친구와 함께 와도 괜찮아요.”이율이 뭐라 답을 하려던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클랙슨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그녀가 몸을 돌리더니 차에 앉은 사람의 정체를 그녀들에게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는 사람처럼 서둘러 인사했다.“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 죄송해요. 다음에 같이 먹어요!”두 여직원이 운전석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지만 주차장 등이 너무 어두운 관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차가 주차장을 벗어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여자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무슨 연애를 저렇게까지 비밀스럽게 하는 거야. 설마 남자친구가 너무 못생겨서 보여주기 싫어서 그러나?”다른 한 여자가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닐 거라 생각해요. 아마도… 비밀 연애 이런 거 아닐까요?”“…”차 안, 이율은 심장이 너무나 벌렁거려 함부로 주위를 살피지도 못하고 전방만 주시하고 있었다.“오늘 퇴근이 빠르네요.”설마 오늘 그녀가 보낸 문자 때문에…이율은 너무나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돌려버렸다. 창문 유리에 그의 모습이 비쳤다. 핸들을 잡고 있던 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그가 웃었다.“빠른 것도 아니죠. 저녁 뭐 먹고 싶어요?”이율이 웃으며 답했다.“전 다 좋아요.”신호등에 걸려
“아니에요.”이율이 바로 부정했다.그가 반찬을 집는 것을 본 이율이 바짝 다가가 물었다.“어때요?”그가 고개를 끄덕였다.“솜씨 좋은데요.”이율이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해맑게 웃었다.그가 갈비 한쪽을 집어서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주었다. 잠깐 당황하던 그녀가 곧바로 입을 벌리고 그가 주는 갈비를 받아먹었다.날이 어둑어둑해지자 네온사인이 하나 둘 빛을 밝히기 시작했다.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함게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시청했다. 이율은 쿠션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때 마침 격정적인 키스 장면이 방송되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강현의 눈치를 살폈다.강현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왜요?”그녀가 바로 시선을 피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아… 아무 생각도 안 해요.”이율은 저도 모르게 찔렸다. 연애는 난생처음 해보는 그녀라 보통의 커플들이 단둘이 있을 때 뭘 하고 지내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강현이 소파 등받이에 팔을 걸치며 몸을 그녀가 있는 쪽으로 기울였다.“진짜 안 해요?”그가 갑작스럽게 다가오자 이율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천천히 그를 마주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그의 입술에 먼저 쪽하고 뽀뽀를 했다.목적을 달성한 그녀가 쿠션에 얼굴을 파묻었다.강현은 귀까지 새빨개진 그녀를 보고 낮게 웃었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잡고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게 했다.“연습해 볼래요?”그녀는 눈만 깜빡이며 답을 하지 않았다.강현이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그의 키스는 지난번보다 훨씬 능숙해져있었다. 이율이 쿠션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고 그가 이끄는 대로 그의 키스에 빠져들었다.그때 그가 교묘하게 그녀의 이빨 사이를 파고들었다. 이율이 깜짝 놀랐다. 그러나 곧바로 그가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탓에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이율은 정신이 몽롱해지고 어쩔 바를 모를 것 같은 키스가 어떤 건지 그제야 깨달았다. 그가 그녀의 입술을 놓아주자 그
이율이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안예지가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왜 그래요?”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티스푼으로 커피를 휘적거렸다.“공개하기에는 좀 그래서요.”안예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왜 안 밝히는데요?”사실 이율도 강현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밝히겠냐고 물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공개되면 회사 사람들의 험담이 걱정되기도 했다. 어쨌든 상대는 강성연 대표의 동생이니까.그녀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그게 좀 불편해서요.”“상대가 공개하지 말자고 하는 거예요?”“그건 아니에요.”“그러면 이율 씨가 그 사람의 신분을 공개하고 싶지 않아요?”이율이 움직임을 멈췄다. 안예지가 핵심을 찌른 것이다.안예지가 미소 지었다.“제가 한번 맞춰볼까요? 강 대표님의 남동생 맞죠?”이율이 경악했다. 한껏 긴장한 그녀가 허둥대며 물었다.“왜 대표님의 동생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강 대표님이 이율 씨를 데리고 동생분 취임 축하 연회에 갔던 날, 형님한테서 두 분의 상황을 들었었거든요. 그때는 저도 믿기지 않았죠.”안예지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이율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안예지의 시댁 형님이 구천광의 아내라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 그날 김아린도 그 장소에 있었다.맙소사!그렇다면 강 대표도 의심하고 있을 것 아닌가!-유성 엔터.사장인 강현이 자신의 직책과 상관없이 여자 연예인들의 스타일을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회사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회사 직원들 중 그 누구도 강현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강현은 사장이라고 절대 우쭐거리지 않았다.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친절하게 대했고 어떤 일은 자신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지난 몇 년간 회사의 압박에 눌려 활약을 못했던 핵심 인사들도 강현이 취임하고 바로 이튿날 전부 승진하고 월급까지 올랐다.우성빈은 파우더룸에서 강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옆에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메이크업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아티스트는 열심히 그의 말을 경청하며 가끔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