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은 의아한 표정으로 곽의정을 바라봤다.“언니가 시킨 거예요?”곽의정은 그녀를 힐끗 바라봤다.“내가 시킨 거 아닌데.”음식을 보니 꽤 많이 시킨 듯했다. 이율은 상자 밑에 쪽지가 있는 걸 보았다. 그 위에는 반듯한 글씨체로 적힌 글이 있었다.“나으려면 많이 먹어요. 뭘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어서 이것저것 시켰어요. 이 집 음식은 꽤 입맛에 맞을 거예요.”곽의정은 이율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가 쥔 쪽지를 보았다.“좋네.”이율은 그녀를 밀어낸 뒤 쪽지를 움켜쥐었다.“뭐가 좋다는 거예요. 아픈 동료 챙기는 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죠.”강현은 입사한 후로 여자 동료들에게 꽤 상냥히 굴었고 신사적이었다. 그래서 이율은 강현이 이렇게 잘해주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다른 사람이었더라도 강현은 살뜰히 챙겨줬을 것이다.-하루가 지난 뒤 이율은 회사에 출근했다. 강성연은 그녀가 아파서 쉬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때마침 그녀를 마주쳤다.“몸은 좀 나았어? 조금 더 쉬지 그랬어.”이율은 고개를 긁적였다.“괜찮아요. 많이 좋아졌어요.”강성연은 이율의 어깨를 토닥였다.“일하는 것 외에도 더 많은 휴식을 취해야 해. 젊음은 밑천이지만 너무 열심히 일하면 안 돼. 아직 결혼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되지.”이율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다.“참, 그... 저 강현 씨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요. 어제 절 병원까지 데려다줬거든요.”“강현이 그랬다고?”강성연은 뜸을 들이다가 이내 웃었다.“강현이 돌아온 뒤에 만났었나 보네?”“네...”이율은 쑥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제 옆집에 살더라고요. 뜻밖이었어요.”“그래.”강성연은 웃었다.“난 너희가 사적으로 연락하는 줄 알았는데.”이율은 다급히 손을 저었다.“아뇨, 아뇨. 연락처도 없는데 어떻게 연락해요? 강현 씨가 귀국한 뒤에 저희 아파트에서 지내는 걸 보고 저도 깜짝 놀랐지 뭐예요.”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로 들어
이율은 시선을 떨군 채로 입술을 깨물었다."어이, 강현! 요즘 잘살고 있나 봐? 살 만하니 친구들을 잊는 건 너무 하지 않나?"금목걸이를 한 남자는 강현을 툭툭 치며 말했다. 그의 말에는 다른 뜻이 있었다.강현은 남자의 손을 떼어내며 미소를 지었다."너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남자는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그래도 너와는 비할 바가 못 되지. 감옥 동기 중에서 너만 승승장구하고 있잖아."남자는 강현을 향해 담배를 내밀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나 담배 끊었어."남자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그래, 최고급 담배가 아니면 눈에 차지도 않겠지."강현은 시선을 떨구며 시계를 확인했다."그런 게 아니라 나 진짜 담배 끊었어. 데려다줘서 고마워, 시간이 늦었으니 나는 이만..."금목걸이를 한 남자는 강현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급할 것 뭐 있어? 내가 부탁할 일이 있는데, 친구 사이에 설마 거절하는 건 아니겠지?"강현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무슨 일인데?"이율은 벽 뒤에 숨어 그들의 대화를 훔쳐 들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강현 씨가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알고 지내지? 그리고 감옥 동기는 또 무슨 뜻이야?'금목걸이를 한 남자가 무언가 말하고 강현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은데.""뭐 어때? 예전에는 더 큰 일도 했잖아. 이번에는 범죄도 아니고 그냥 영상만 좀 찍으면 돼. 그러니 여배우를 좀 찾아줘. 너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하니까 무명 배우를 잘 알 거 아니야. 너한테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일이야. 어차피 움직이는 건 내 쪽 사람이니까, 문제가 생겨도 내 쪽에서 책임질게. 일이 제대로 끝나면 너한테 30%의 수익도 줄 거야."강현은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동의했다. 그들은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고 나서야 멀어져갔다.그들은 강현이 예전과 마찬가지로 물렁한 사람인 줄 알았다. 예전의 강현은 돈만 벌 수 있다면 거절한 적이 없으니까. 멀쩡한 직업을 얻은 지금도 돈을 주겠다는 말에 흔쾌히 머
강현은 약간 멈칫했다. 솔직히 그는 이율의 반응이 놀라웠다. 그런 얘기를 듣고서도 무슨 사이인지 묻는 게 아닌, 되레 사기 당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니 말이다.강현은 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바라보며 물었다."뭐라도 좀 마실까요?"이율이 머뭇거리며 답했다."음... 좋아요."강현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주스 두 캔을 사서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편의점 간판의 불빛이 그의 얼굴에 닿았다. 길에는 차가 분주히 지나다니고 있었고 길가의 식당에는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끌벅적한 밤이다.강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율은 지금의 분위기가 어색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 고민하다가 물었다."많이 친한 사람들이에요?"이율은 말을 하자마자 후회했다. 혹시라도 강현이 화를 내지는 않을까 하며 말이다.강현은 주스를 마시고는 답했다."아니요. 그냥 철부지 시절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에요.""그럼 거절하지 그랬어요."강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율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설마 약점 잡힌 건 아니죠?""약점이라고 할 만한 건 없어요. 어차피 다 같이 한 일이라서요."강현은 머리를 들며 말했다."들었죠? 제가 감옥 간 적 있는 건."이율은 그가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기는 했지만 강성연이 했던 말이 떠올라 다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살면서 실수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강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이율 씨는 전과자가 무섭지 않아요?""살인 방화도 아니고 뭐가 무서워요? 설사 살인 방화라고 해도 잘못을 충분히 뉘우친다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사람의 편견 때문에 속으로 불편해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을 혐오하거나 멀리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전과자가 나쁜 사람으로 여겨지는 건 오직 편견만 탓할 수는 없었다. 출소해서도 나쁜 짓을 계속하는 전과자가 파다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
"다 큰 성인들 일에 간섭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율이 연애를 해본 적 없어서 걱정되네요. 혹시라도 충동적으로 행동할까 봐 어떤 사람인지 알아만 놓자고 이렇게 찾아왔어요."곽의정이 빙빙 돌려 말하기는 했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냥 강현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것이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함께 밤을 보낸 걸 보면 진도가 너무 빠른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강성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제 동생은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제가 책임질게요.""그럼 다행... 잠깐, 사모님 동생이라고요?"'그럼 반 대표님의 처남이라는 소리네?'...이율은 제때 출근하러 왔다. 그녀는 어제 입었던 옷을 입고 있었고, 코를 찌르는 술 냄새까지 풍겼다."이율 씨, 술을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예요?"이율은 냄새를 맡아보며 물었다."냄새가 많이 나요?""그럼요. 복도에 이율 씨 술 냄새밖에 안 나요."동료가 손을 휘휘 젓는 것을 보고 이율은 약간 머쓱하게 웃었다."사실... 저 어제 친구랑 야식 먹으러 갔다가 밤새 술 마셨거든요."이율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나머지 필름이 끊기고 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강현의 차 안에 있었다. 강현도 술을 많이 마셨고 시간이 늦었기에 그냥 차에서 잠을 잤다.이율은 자신의 첫 외박이 이렇게 기억을 잃은 채로 지나갈 줄은 몰랐다. 게다가 강현과 함께 차박이라니... 너무 최악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술주정을 부리지는 않았는지, 또 코를 골지는 않았는지 아주 걱정되었다. 만약 낯부끄러운 짓을 했다면 강현을 두 번 다시 만날 용기가 안 날 것 같았다.유성 엔터.강현은 부사장의 부름을 받고 사무실로 왔다. 그는 노크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에는 부사장뿐만 아니라, 최근 3년 동안 회사에서 가장 밀고 있는 연예인 남예솜도 있었다."부사장님, 부르셨어요?"부사장은 강현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자신도 와서 앉으며 시가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강현
강현이 말했다."남예솜 씨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많이 바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잘 해낼 자신이 없습니다."남예솜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마음에 안 들어서 바꾼 거고 강현 씨 메이크업은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요."부사장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렇다잖아. 강현 씨, 다시 한번 생각해 봐."강현은 어두운 안색으로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남예솜은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따라왔다."강현 씨 몸에서 술 냄새나요. 혹시 술 좋아해요?"강현은 의식적으로 거리를 넓히며 말했다."아니요. 그냥 가끔 마실 뿐이에요."남예솜의 메이크업은 아주 진했고, 옷도 이상할 정도로 화려했다. 그녀는 섹시미를 추구하고 싶었지만 선을 넘은 섹시는 눈살만 찌푸려지게 할 뿐이었다.남예솜은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도 아주 대담했다. 그녀는 강현의 옷깃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시간 나면 나랑 한잔하자. 누나가 너같이 깨끗한 남자를 아주 좋아하거든. 네가 뭘 원하든 다 해줄 수 있어.""강현 씨, 여기 있었네!"갑자기 나타난 직원이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강현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약간 경직된 표정으로 남예솜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예솜 씨. 강현 씨가 급히 해줘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데려갈게요."남자는 남예솜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현을 끌고 갔다. 남예솜은 그도 조만간 자신에게 굴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남자는 강현을 데리고 급히 자리를 벗어나 엘리베이터를 탔다. 강현은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오며 물었다."선배님, 무슨 일 있어요?""아니."남자는 발걸음을 멈추며 몸을 돌렸다."나는 방금 강현 씨를 구한 거야. 우리 회사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남예솜 씨에 대해 잘 모르지?"강현은 머리를 끄덕였다."네."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강현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갔다."그 여자 조심해. 최대한 멀리하는 게 강현 씨한테도 좋을거야. 근데 이미 찍힌 것 같아서 불안하네." "찍혀요?""몰랐어?"남자는 정수기 앞에서 물을 받아 마
남자는 할 말을 끝내고 멀어져 갔다. 강현은 제자리에 멈춰서서 생각에 잠겼다.저녁, 강현은 운전해서 수민 아파트로 돌아왔다. 도착해서 휴대폰을 확인하자 영상을 찍을 만한 '여배우'를 재촉하는 문자가 와있었다. 그는 읽기만 하고 답장하지는 않았다.집으로 돌아온 강현은 샤워부터 했다. 그는 샤워 가운을 입고 나와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냈고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이때 초인종이 울렸고 그는 콜라를 내려놓고 문을 열러 갔다.이율은 취한 자신 때문에 강현의 시간을 낭비한 게 아주 미안했다. 그녀가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강현이 나왔다. 그녀는 순간 목이 메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강현은 비단으로 만든 얇은 샤워 가운을 입고 있어서 허리띠를 살짝 당기기만 해도 벗겨질 것 같았다. 이율은 얼굴을 긁적이며 시선을 피했다."아... 샤워했어요?"강현은 머리를 끄덕이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그게, 어제는 진짜 죄송했어요. 같이 술 마시자고 하는 게 아니었는데... 오늘 지각하지는 않았죠? 제가 또 귀찮게 굴었네요.""아니에요."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비켰다."들어올래요?"이율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강현이 먼저 말을 꺼냈으니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강현은 이율을 소파까지 안내하고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이율은 거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집은 전체적으로 하얀색과 파란색을 위주로 인테리어 했는데 아주 넓고 깔끔했다. 테이블 위에는 뷰티 잡지가 잔뜩 놓여 있었고 열려 있는 노트북 배경 화면은 로봇이었다.'역시 남자는 다 로봇에 관심 있구나...'강현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뭐 마실래요?""아무거나요."이율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현은 냉장고에서 과일 주스 한 캔을 꺼냈다. 이율은 주스를 홀짝거리다가 물었다."저 어제... 실수하지는 않았죠?"강현은 콜라를 들어 올리며 피식 웃었다."네. 근데 이율 씨 주량 꽤 좋던데요."이율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놀리지
"그래서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강현이 끝까지 물으려는 모습을 보고 이율은 얼굴을 가렸다."제발 잊어주세요. 저... 저는 이만 돌아갈게요!"이율은 황급히 일어나다 테이블에 무릎을 찍고 말았다. 쾅 소리와 함께 테이블이 흔들렸다."이율 씨!"강현은 손을 뻗어 이율을 부축하려고 했고, 그녀는 휘청거리다가 그의 품으로 넘어졌다. 이율은 멈칫하다가 머리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가까운 거리에 분위기는 아주 미묘했다.뒤늦게 정신 차린 이율은 귀가 빨개져서 벌떡 일어났다."죄, 죄송해요!"무릎이 여전히 아팠던 이율은 절뚝거리며 멀어져갔다. 그녀는 머리를 돌려 강현의 표정을 볼 용기도 안 났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현관문에 기대 심호흡을 하며 애써 진정했다. 하지만 미친듯이 뛰는 심장은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이틀 후, 남예솜은 또다시 강현을 찾아왔다.강현은 다른 연예인의 메이크업을 끝내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 남예솜은 문틀에 기대 립스틱을 바르더니 또각또각 안으로 들어왔다."강현 씨."남예솜은 테이블을 짚고 서더니 일부러 한쪽 어깨끈을 흘러내리게 했다."고민은 끝났어?"강현은 거울을 통해 그녀를 힐끗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예전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이렇게 구했어요?""아니."남예솜은 옷을 더욱 내리며 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이런 모습은 강현 씨한테만 보이는거야.""영광이네요."강현은 물건을 전부 정리하고 나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늘 밤 같이 술 한 잔 할래요?"강현의 적극적인 대시를 남예솜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껏 그녀의 유혹을 거절할 수 있는 남자는 없었으니까.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려서 그녀는 약간 지루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좋아. 그럼... 내 연락 기다려."남예솜이 나가고, 한 남자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는지 한숨을 쉬며 들어왔다."뒷일은 생각해 봤어?"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네,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요.""그래, 맞는 말이야."이는
남자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 회사에도 한 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었다. 남예솜 같은 연예인이 멋대로 행동하니 어찌 불만이 없겠는가. 하지만 받아들여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임원들은 서로 친척이었기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도 자기들끼리 숨겨버리곤 한다. 자본의 힘은 아무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강현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저녁, 강현은 약속대로 호텔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해 있던 남예솜은 검은색 치마를 입고 와인잔을 흔들며 말했다."들어와."강현이 방 안에 들어오고 남예솜은 소파로 가서 앉으며 말했다."호텔까지 찾아온 걸 보면 너도 같은 뜻이겠지?"강현은 가만히 서서 차분하게 말했다."무슨 뜻이요?"남예솜은 와인잔을 내려놓고 그를 향해 걸어가더니 목을 감싸 안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강현은 머리를 돌리며 그녀의 입술을 피했다."뭐가 이렇게 급해요?"남예솜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왜? 후회돼?"강현은 예고 없이 남예솜을 소파 위로 밀쳤다. 그녀는 항상 주동적인 입장이어서 지금의 상황이 약간 놀라웠다. 하지만 박력 넘치는 남자를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강현은 넥타이를 풀어 헤쳐 바닥에 내던졌다. 그러고는 그녀의 귀가에 다가가서 말했다."일단 샤워부터 해요. 저는 향수 냄새보다는 바디 워시 냄새가 훨씬 좋거든요."남예솜은 잠깐 얼어붙어 있더니,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태연한 표정의 강현에게 말했다."장난해?"남예솜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남자는 강현이 처음이었다. 그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그녀의 턱을 잡으며 말했다."향수 냄새를 씻어내면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요."남예솜은 흥미가 생긴 듯 피식 웃었다."너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 뭐, 나는 마음에 들어."남예솜은 몸을 일으키더니 강현의 앞에서 치마를 벗었다. 하지면 강현의 시선은 시종일관 그녀의 얼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남예솜이 욕실 안으로 들어간 순간, 불이 꺼지고 누군가가 그녀를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그리고 그녀가 미처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