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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9화

이율은 곽의정을 흘겨보며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말만 많아.”

그러자 곽의정은 귀에 이어폰을 꼽고 방으로 들어갔다.

-

하늘이 어둑해지고 폭우가 내린 도시의 거리에는 밝은 네온사인이 흐릿하게 비쳤다.

어렴풋이 보이는 달빛을 조명 삼아 윤티파니는 겹겹이 쌓인 안개를 바라보았다.

한지욱이 그녀의 뒤에서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왜 창문 앞에 서있어요?”

윤티파니는 창문에 비치는 한지욱의 그림자를 보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저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해요.”

한지욱은 윤티파니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말했다.

“그래요?”

윤피타니는 그의 뜨거운 숨결에 눈을 파르르 떨었다.

“빗물에 더러운 것들이 모두 씻겨내려가는 느낌이거든요.”

한지욱은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고 볼을 어루만졌다.

“이끼가 뭔지 알아요?”

그의 물음에 윤티파니는 그저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이끼는 어둡고 습한 곳에서 기생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급 식물이에요. 꽃만큼 눈부시게 아름답지 않지만 결코 용기를 잃지 않고, 따사로운 햇살이 그늘에 비치지 않더라도 이끼는 여전히 번식하며 잘 자라죠. 쌀알처럼 작은 식물이지만, 모란처럼 뜨겁게 피어날 수 있어요.”

윤티파니는 입술을 꼭 깨물고 그를 쳐다보았다.

한지욱은 윤티파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티파니 씨가 언제 제일 빛나는지 알아요?”

그의 물음에 윤티파니는 깜짝 놀라 반문했다.

“모르겠어요. 언제 제일 빛나요?”

“티파니 씨는 자신을 잃지 않는 모습이 제일 아름답고 빛나요.”

한지욱이 윤티파니를 자신의 품에 가두고 꼭 끌어안자 윤티파니는 그의 따뜻한 온기에 마음이 조금씩 녹아 내렸다.

“엄마…”

그때, 시우가 베개를 안고 나타나 졸린 눈을 비볐다.

윤티파니는 한지욱을 밀치고 시우에게 다가가 시선을 맞추었다.

“시우야, 왜 벌써 깼어?”

“번개 소리가 너무 무서워요.”

아이의 말에 윤티파니가 한지욱을 돌아보자 한지욱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 시우 오늘 엄마 아빠랑 같이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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