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은 곽의정을 흘겨보며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말만 많아.”그러자 곽의정은 귀에 이어폰을 꼽고 방으로 들어갔다.-하늘이 어둑해지고 폭우가 내린 도시의 거리에는 밝은 네온사인이 흐릿하게 비쳤다.어렴풋이 보이는 달빛을 조명 삼아 윤티파니는 겹겹이 쌓인 안개를 바라보았다.한지욱이 그녀의 뒤에서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왜 창문 앞에 서있어요?”윤티파니는 창문에 비치는 한지욱의 그림자를 보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저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해요.”한지욱은 윤티파니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말했다.“그래요?”윤피타니는 그의 뜨거운 숨결에 눈을 파르르 떨었다.“빗물에 더러운 것들이 모두 씻겨내려가는 느낌이거든요.”한지욱은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고 볼을 어루만졌다.“이끼가 뭔지 알아요?”그의 물음에 윤티파니는 그저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이끼는 어둡고 습한 곳에서 기생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급 식물이에요. 꽃만큼 눈부시게 아름답지 않지만 결코 용기를 잃지 않고, 따사로운 햇살이 그늘에 비치지 않더라도 이끼는 여전히 번식하며 잘 자라죠. 쌀알처럼 작은 식물이지만, 모란처럼 뜨겁게 피어날 수 있어요.”윤티파니는 입술을 꼭 깨물고 그를 쳐다보았다.한지욱은 윤티파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티파니 씨가 언제 제일 빛나는지 알아요?”그의 물음에 윤티파니는 깜짝 놀라 반문했다.“모르겠어요. 언제 제일 빛나요?”“티파니 씨는 자신을 잃지 않는 모습이 제일 아름답고 빛나요.”한지욱이 윤티파니를 자신의 품에 가두고 꼭 끌어안자 윤티파니는 그의 따뜻한 온기에 마음이 조금씩 녹아 내렸다.“엄마…”그때, 시우가 베개를 안고 나타나 졸린 눈을 비볐다.윤티파니는 한지욱을 밀치고 시우에게 다가가 시선을 맞추었다.“시우야, 왜 벌써 깼어?”“번개 소리가 너무 무서워요.”아이의 말에 윤티파니가 한지욱을 돌아보자 한지욱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면 시우 오늘 엄마 아빠랑 같이 자자
연예인들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다. 톱스타 개인 스타일리스트의 월급은 일반 사무직 직원의 몇 배나 되는 금액이다. 스타일리스트의 능력이 출중하면, 개인 숍을 운영해 원하는 만큼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그녀의 말에 강현이 피식 웃으며 그녀를 돌아보았다.“이율 씨,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네, 그럼요. 돈이 최고예요!”이율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고 말했다.“저희 같은 일반 월급쟁이들은 아픈 몸도 돌보지 못하고 출근을 해도 돈을 모으지 못하잖아요.”“그런 것 같네요.”자신의 차 앞에 도착한 강현이 이율을 돌아보며 물었다.“제가 태워다 드릴까요?”“아니요, 제가 직접 운전해서 갈게요.”핸드백에 손을 넣어 차 키를 찾는 이율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녀가 중얼거렸다.“차 키가 어디 갔지?”어제저녁, 분명히 차 키를 가방에 넣어두었는데 아무리 가방을 뒤져도 보이지 않았다.“이율!”이율 집 베란다에서 곽의정의 목소리가 아파트를 떠들썩하게 울려 퍼졌다. 곽의정은 손을 흔들며 이율이 있는 곳을 내려다보고 소리를 질렀다.“차를 하루만 더 빌릴게! 차 키는 나한테 있어! 출근은 알아서 잘 하도록 해!”말을 마친 곽의정은 바로 베란다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갔다.이율은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심호흡을 하고 어색하게 강현을 바라보았다.“회사까지만 부탁할게요.”강현의 차가 soul 주얼리 계열사 입구에 멈춰섰다. 이율이 먼저 차에서 내리고 운전석에 있는 강현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안전 운전하세요.”강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이율이 사라질 때까지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율이 완전히 그의 시선에서 사라지자 천천히 엑셀을 밟고 soul 주얼리 본사로 향했다.그 시각, 지윤이 강성연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서류를 확인하고 있는 강성연을 보고 말했다.“아가씨.” 지윤의 목소리에 강성연이 고개를 들고 지윤의 뒤에 서있는 강현을 발견했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강성연은 바로 서류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
강현은 어깨를 으쓱였다.“괜찮아. 처음에 언어로 소통하는 것 때문에 좀 어렵기는 했지만 시간이 좀 흐르니까 친구들도 사귀었고 잘 지냈어.”강성연은 웃었다.“좋네. 그런데 네 친구 이름이 뭐야? 네 친구가 국내에 온다면 내가 너 대신 밥이라도 사줘야지.”“에릭이라고 해. 참, 걔 아버지는 예전에 사셀의 주주였어. 누나가 알지 모르겠네.”강성연은 당황했다.“사셀의 어느 주주 말이야?”“올라프.”강성연은 흠칫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울라프 씨 아들이었구나. 너 운이 좋네.”울라프는 친화력 있는 사람이고 S국에서 인맥이 넓었다. 그가 가르친 아들이라면 당연히 아버지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강현은 확실히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훌륭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성공으로 향하는 길의 큰 재부이고 불량배 같은 친구들은 걸림돌이었다.그 말은 아주 현실적이었고 현실 또한 그러했다.두 사람은 아침을 먹고 나서 카운터로 향해 계산을 마친 뒤 떠나려 했는데 한지욱과 한 여자를 마주쳤다. 한지욱은 한 손으로는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여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아주 따뜻하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강성연은 그 여자가 윤티파니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다만 그 장면에 조금 놀랐을 뿐이다. 윤티파니는 강성연을 보더니 걸음을 살짝 멈췄고 한지욱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강성연의 시선은 그들의 맞잡은 손으로 향했다. 한지욱은 윤티파니의 일 때문에 3년간 다른 여자와 스캔들이 전혀 없었고 저렇게 큰아이가 있을 리도 없었다.그러니 그가 이렇게 살뜰히 아끼고 챙기는 사람은 오직 윤티파니일 것이다.강성연은 예의 바르게 그들을 향해 웃어 보였고 강현을 데리고 그들의 옆을 지나쳤다.윤티파니는 고개를 돌렸다.“강성연 씨.”강성연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몸을 돌려 윤티파니를 바라봤다. 윤티파니는 한지욱의 손을 놓고 강성연에게 다가갔다.“당신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강성연은 한지욱을 힐끔 보았고 한지욱은
희승은 고개를 긁적이며 의아한 듯 말했다.“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면서 레이문 호텔의 개발권을 저희에게 양도하겠다고 했습니다. 대표님, 한지욱 씨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요? 설마 윤티파니 씨와 아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게 기뻐하는 걸까요?”반지훈은 커피를 사무실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나한테 고마워하는 게 아니야.”희승은 당황했다.“대표님이 아니라고요?”반지훈은 웃었다.“성연이야.”말을 마친 뒤 그는 시선을 들었다.“성연이가 윤티파니 씨를 과거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했거든. 그리고 윤티파니 씨가 연말에 한지욱 씨랑 결혼한다고 했어.”희승은 당황했다.“결혼하겠다는 말에 그렇게 기뻐한다고요?”반지훈은 가죽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사실 윤티파니 씨는 그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승낙했으니 당연히 기쁘지 않겠어?”희승은 깨달았다. 한지욱은 윤티파니와 이어진 것을 강성연 덕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AM그룹에 준 것이다. 강성연은 꽤 능력이 좋았다. 앞으로 강성연이 AM그룹 세일즈팀에서 일한다면 실적이 대단할 것이다.강성연은 어느샌가 문밖에 서 있었고 참지 못하고 문을 두드렸다.“나 문밖에서 당신들이 내 뒷담화 하는 거 들었어요.”희승은 고개를 돌리더니 다급히 해명했다.“뒷담화는 아니에요. 저희는 사모님을 칭찬하고 있었어요.”반지훈은 소리 없이 웃었다.강성연은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희승 씨, 차 좀 내주세요.”희승은 비위를 맞추려는 듯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금 당장 가져올게요!”그는 사무실을 떠났다.반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성연에게로 향했다. 그는 강성연의 앞에 서서 허리를 숙이고 그녀가 앉은 의자 등받이를 짚었다.“큰비가 내리는데도 날 보러 왔네.”강성연은 가볍게 웃으며 그의 넥타이를 살짝 잡아당겼다.“그 노래 못 들어왔어요?”반지훈은 강성연의 가까이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무슨 노래?”강성연은 그의 목에 팔을 감으며 말했다.“비가 오는 날은 어떡해, 네가 보고
두 시간짜리 경기가 끝나고 강유이는 민서율과 함께 농구장을 빠져나왔다. 강유이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민서율을 바라봤다.“서율 오빠, 오빠도 농구 하고 싶은 거예요?”민서율은 웃었다.“그렇긴 해.”“오빠 병은 이미 다 나았잖아요. 하고 싶으면 그냥 해요.”강유이는 뒷짐을 지고 어른처럼 굴었다.경기에 나갔던 두 선배는 옷을 갈아입은 뒤 그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그들은 민서율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너희 서율 오빠는 모범생이라 학업에만 열중하면 돼. 농구 같은 건 서율이한테 어울리지 않아.”민서율은 조용히 웃었다.강유이는 팔짱을 두르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뭐가 어울리지 않다는 거예요?”두 선배는 시선을 주고받더니 웃었다.“너희 서율 오빠가 뭐든 다 잘하면 우리는 어떡해.”얼굴도 잘생기고, 돈도 많고, 성적도 좋은 민서율은 고등학교에서 탑 클래스였다. 만약 민서율이 다른 것에도 능통하다면 그들에게는 살길이 없었다.민서율은 그들을 바라봤다.“너희 오후에 과외 해야 하잖아. 얼른 가.”“쯧, 알겠어. 우리 먼저 갈게.”두 선배는 키득거리면서 강유이를 향해 인사했다.“천사 후배, 우리는 가볼게. 안녕.”강유이도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민서율은 강유이를 학교 정문까지 바래다주었고 강유이는 몸을 돌렸다.“서율 오빠, 가는 길에 데려다줄까요?”민서율은 손을 들어서 강유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아. 아버지가 데리러 올 거니까 넌 먼저 돌아가.”강유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럼 난 먼저 가볼게요.”강유이는 몇 걸음 가지 않고 고개를 돌려 민서율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민서율은 강유이가 차 앞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강유이가 차에 타고 보니 강해신이 이미 차 안에 타고 있었다. 강유이는 당황했다.“오빠, 집에 안갔어?”강해신은 시선을 백미러에서 거두어들이며 이어폰을 뺐다.“너 걱정돼서 그러지, 바보야.”강유이는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나랑 서율 오빠는 경기 보러 온 건
리사의 아버지는 당황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닥에 앉아 있는 리사를 바라봤다.“리사야, 정말 네가 한 짓이니?”리사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리염은 분통이 터졌지만 화를 풀 곳이 없어서 옆에 있던 찬장을 걷어찼다. 찬장에 진열되어 있던 물건들이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떨어졌다.“아버지가 가르친 착한 딸이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네요.”“리염, 그만해.”“또 편애하시네요.”리염은 웃었다. 그는 화가 난 나머지 아버지를 향해 화를 냈다.“아버지는 사랑하는 딸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돈을 많이 써서 귀족 학교에 보내셨는데 배운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네요. 아니죠, 뇌물을 주는 걸 배웠네요. 저보다도 더 대단하네요.”리사 아버지는 안색이 흐려지며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리사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뛰쳐나갔다.“리사야!”노을이 지고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리사는 거리를 거닐었고 길가의 네온사인이 하나둘 켜지면서 가게까지 환하게 불이 켜졌다.리사는 휴대폰을 꺼내 SNS에 들어갔다. 열 명 넘는 팔로워들이 그녀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업데이트해달라고 재촉했다.리사는 그것을 힐끔 보더니 짜증 난 표정으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작은 차 한 대가 레스토랑 입구에 주차되어 있었다. 차에서 내린 여자는 두 살 된 여자아이를 안고 있었고, 두 모녀의 곁에 있는 남자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리사는 단번에 그것이 3년간 잠적한 구천광임을 알아봤다.구천광은 3년간 조용히 지내며 티비에도, 대중 앞에도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외출하더라도 아주 조용히 외출했다.은퇴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가 나타나면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대부분 그의 홈페이지 운영자나 팬들이었다. 하지만 은퇴하고 난 후 그의 스케줄은 개인 스케줄로 공개되지 않았다.리사는 거리에서 구천광을 마주칠 줄은 몰랐다. 리사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녹화하기 시작했고 영상을 저장한 뒤 글을 적어 SNS에 영상을 업로드할 생각이었다.하지만 리
리사는 부랴부랴 교실에서 나와 화장실로 숨어들었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댓글을 보니 그녀에게 부도덕하고 양심 없는 사람이라고 욕하는 게 태반이었다.그녀에게 친구 추가를 보낸 건 전부 구천광의 팬들이었는데 좋지 않은 얘기들을 했다. 리사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변기 위에 앉았다.리사는 연예 뉴스와 정보를 클릭했는데 전부 어젯밤 그녀가 찍은 영상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리사는 그 영상들이 팬들인 네티즌들에 의해 퍼질 줄은 몰랐다.이번에 정말 일이 크게 번졌다.같은 시각, 구씨 집안은 즉시 사람을 찾아 언론을 내리게 했지만 모자이크가 되지 않은 아이의 모습은 이미 대부분 사람에게 공개되었고 사적으로 계속해 퍼질 수 있었다.구희나는 할머니 송민희의 품에 안겨 있었다. 구희나는 작은 빗을 들고 인형의 머리카락을 빗겨줬는데 아직 어린 나이라 무슨 일이 발생한 건지 알지 못했다.김아린은 창가 앞에 서서 통화하고 있는 구천광을 바라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천광은 전화를 끊고 돌아섰다.“실검은 없앴고 모자이크 안 된 게시물도 전부 삭제했어. 시간이 조금 흐르면 사람들은 차차 잊을 거야.”송민희는 화가 났다.“대체 어떤 부도덕한 놈이 그랬는지 모르겠어. 우리 손녀는 아직 어린데 찍은 건 그렇다 쳐도 어떻게 모자이크를 안 할 수 있지?”구천광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이번에는 제가 소홀했어요.”김아린은 구천광의 손을 잡았다.“당신은 충분히 조심했어. 우리는 그 근처에 누군가 몰래 찍고 있을 거라는 걸 몰랐잖아.”구천광이 예전에 타고 다니던 차들은 전부 몇억짜리였는데 지금 외출할 때 쓰는 차들은 몇천만 원짜리 벤츠였다.그는 김아린의 곁에 앉아 그녀의 손등을 잡았다.“당분간 희나랑 같이 외출할 때 경호원들 데리고 다녀.”김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때, 구천광의 비서가 거실로 들어왔다.“대표님, 영상을 찍은 사람과 영상이 최초로 게시된 플랫폼을 찾았습니다. 하지만...”비서는 망설였다.송민희는 손녀를 안고 입을 열
강유이는 뭐든 갖고 있었기에 당연히 알 수 없었다. 갖지 못한 자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뭔가를 얻게 된다면, 손만 뻗으면 귀중한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게 된다는 걸 말이다.강성연이 걱정했던 것과 같았다. 강성연은 이마를 짚었다.“이 일은 내 쪽에서 알아서 처리할게.”김아린은 한숨을 쉬더니 몸을 기울이고 그녀를 바라봤다.“넌 나서지 않는 게 좋겠어. 선생님이나 걔 아버지가 가르치게 해. 유이가 걔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던데 네가 나서면 안 좋을 것 같아.”강성연은 책상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사립학교.리사는 다급히 강유이를 옥상으로 끌고 와서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강유이도 리사를 따라 두리번거리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리사를 바라봤다.“리사, 너 누굴 피하는 거야?”강유이는 기사를 보지 않았기에 무슨 일이 발생한 건지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실검에서 일찌감치 사라졌기에 지금 봐도 찾을 수 없었다.리사는 이를 악물었다. 사실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였다. 지금 네티즌들은 다들 그녀를 욕하고 있고 심지어 그녀의 신상정보를 캐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 리사는 무척이나 두려웠다. 그녀는 이 일 때문에 사이버 불링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갑자기 손을 뻗어 강유이의 손을 잡았다.“나...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강유이는 흔쾌히 도와주겠다는 얼굴이었다.“응, 얘기해.”리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강유이에게 얘기했지만 강유이가 혹시나 도와주지 않을까 걱정됐는지 자신이 몰래 영상을 찍은 사실을 숨기고, 자신이 사진을 찍다가 구천광 가족이 실수로 카메라에 담겨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 상황에서 영상을 SNS에 업로드했다고 말했다.강유이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리사를 바라봤다.리사는 억울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지금 구천광 씨 팬들이 다 날 욕하고 있어. 하지만 난 정말 고의가 아니었어. 난... 난 진짜 그 사람이 구천광 씨인 줄 몰랐어.”말을 마친 뒤 리사는 간절한 눈빛으로 강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