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이는 자신도 고등학생 시합을 보러 갈 수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 표정이었다.그러자 선배가 싱긋 웃으며 설명했다.“시합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을 수도 있어. 네가 오면 내가 제일 좋은 자리를 맡아줄게.”그의 말에 민서율은 강유이의 반응을 관찰했다.강유이는 리사의 손을 꽉 잡고 물었다.“리사와 같이 가도 돼요?”선배가 시합에 초대한 사람은 강유이 한 사람이다. 선배가 누구를 대신해 강유이를 초대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 강유이가 친구와 함께 참석하겠다는 말에 선배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조금 망설였다.리사는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잡고 있었던 강유이의 손을 놓고 웃으며 말했다.“유이야, 너 혼자 가. 나 그날 시간이 될지 모르겠어.”“그럼 나도…”“유이야! 너 그러면 꼭 와야 돼. 알았지?”선배의 반복되는 초대에 강유이는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도서관을 나선 후, 민서율과 그의 친구들은 강유이의 곁에서 웃고 떠들었고, 리사는 그들과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걸었다. 리사는 아무리 노력해도 민서율과 그의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자신과 강유이는 하늘과 땅 차이의 수준에 있는 것 같다. 강유이는 어디에 있어도 항상 빛이 나는 존재였다. 집안 환경도 좋고, 아역 배우도 했었으며 예쁘고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였다.초등학교 때부터, 강유이의 주위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사람들은 강유이의 잘못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고, 예뻐해 줬으며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들을 준비가 되었다. 강유이는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모두 갖고 태어났다.리사는 마치 강유이라는 꽃을 더 돋보이게하는 잎사귀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강유이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강유이와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 복도에 우두커니 서있는 강해신을 발견하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 만나러 왔어?”어렸을 때, 그녀와 강해신도 사이가 꽤나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리사는 자신이 강유이의 친구였기에 강해신이 그녀와 놀아주었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진땀을 빼고 있을 때, 한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발견했다.검은색 정장에 하얀색 셔츠를 입은 남자는 손에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그 모습이 꽤나 멋져 보여 곽의정은 천천히 창문을 내리고 남자를 불렀다.“저기요.”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강현은 자리에 멈춰 서고 곽의정을 쳐다보았다.“저요?”곽의정은 차 문을 열고 내리며 미안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제가 주차를 잘 못해서 그러는데, 혹시 도와주실 수 있나요?”강현은 여자의 차가 거의 벽에 부딪칠 뻔한 것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일단 해볼게요.”“너무 고마워요!”운전석에 앉아 사이드미러를 바로 하고 천천히 차를 움직였다. 2분도 안 되는 사이에 강현은 완벽하게 주차를 마치고 운전석에서 내려 곽의정에게 열쇠를 건넸다.“됐어요.”“정말 너무 감사합니다.”강현은 싱긋 웃어 보이고 대답했다.“아니에요.”남자가 자신과 같은 엘리베이터에 향하는 것을 본 곽의정은 깜짝 놀라며 그의 뒤를 따라가 말을 건넸다.“여기에 사시는 분이세요?”“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그렇구나…”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강현이 버튼을 누르자 곽의정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강현은 그녀를 돌아보고 물었다.“몇 층에 사세요?”곽의정은 화들짝 놀라더니 바로 미소를 지었다.“같은 층에 살아요.”강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20층에 도착한 후, 엘리베이터에서 곽의정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강현의 옆집에 멈춰 섰다.강현이 열쇠를 열쇠구멍에 맞춰 넣자 곽의정의 조금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이런 우연이! 어떻게 마침 우리 옆집으로 이사 왔어요?”강현은 곽의정을 돌아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그러니까요.”“오늘 저 대신 주차를 도와줘서 고마워요. 저녁엔 저희 집에 와서 드세요.”그녀의 말에 강현은 깜짝 놀랐다.“실례인 것 같아서 거절할게요.”곽의정은 그의 말을 듣고 연신 손사래를 치며 설명했다.“아, 오해하지
이율이 저녁 준비를 모두 마치자 곽의정은 바로 옆집으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한참 후, 방금 샤워를 마친 듯한 강현이 어깨에 수건을 두르고 문을 열어 주었다.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아니요, 괜찮아요. 혼자 사시는 거예요?”곽의정은 문틈 사이로 강현 집 내부를 둘러보았다.거실은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고, 신발장에도 여자 구두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혼자 지내고 있는 게 맞아!’“음…”강현은 머뭇거리며 말했다.“저녁은 제가 혼자서…”하지만 곽의정은 그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그의 손을 끌고 나왔다. “오늘 제 동생이 맛있는 반찬을 많이 준비했어요. 오늘 다 먹지 않으면 버려야 할지도 몰라요.”강현은 곽의정 손에 이끌려 억지로 그녀의 집에 들어왔다. 현관문에서 나는 소리에 이율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강현과 눈이 마주치자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곽의정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강현에게 말했다.“여기, 제 동생 이율이에요.”강현도 이율을 발견하고 조금 놀란 것 같은 표정이었다.“여기 사세요?”“네…”그의 말에 이율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리자 곽의정도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두 사람, 아는 사이야?”잠시 후, 세 사람은 겨우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곽의정은 그제야 강현과 이율이 3년 전에 서로 같은 직장에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 이웃집에 사는 옛날 직장동료. 어쩌면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몸을 배배 꼬았다.어색한 분위기에 이율이 먼저 침묵을 깼다.“언제 돌아왔어요?”곽의정도 고개를 들어 강현을 쳐다보았다.강현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3일 전에요.”“강 대표님은 아직 모르시는 거 맞죠?”“네, 아직 말하지 않았어요.”이율이 작게 고개를 끄덕거리자 곽의정은 식탁 밑으로 그녀의 종아리를 툭 치고는 눈빛으로 물었다.‘끝이야?’그녀의 매서운 눈빛에도 이율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밥만 입에
이율은 곽의정을 흘겨보며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말만 많아.”그러자 곽의정은 귀에 이어폰을 꼽고 방으로 들어갔다.-하늘이 어둑해지고 폭우가 내린 도시의 거리에는 밝은 네온사인이 흐릿하게 비쳤다.어렴풋이 보이는 달빛을 조명 삼아 윤티파니는 겹겹이 쌓인 안개를 바라보았다.한지욱이 그녀의 뒤에서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왜 창문 앞에 서있어요?”윤티파니는 창문에 비치는 한지욱의 그림자를 보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저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해요.”한지욱은 윤티파니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말했다.“그래요?”윤피타니는 그의 뜨거운 숨결에 눈을 파르르 떨었다.“빗물에 더러운 것들이 모두 씻겨내려가는 느낌이거든요.”한지욱은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고 볼을 어루만졌다.“이끼가 뭔지 알아요?”그의 물음에 윤티파니는 그저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이끼는 어둡고 습한 곳에서 기생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급 식물이에요. 꽃만큼 눈부시게 아름답지 않지만 결코 용기를 잃지 않고, 따사로운 햇살이 그늘에 비치지 않더라도 이끼는 여전히 번식하며 잘 자라죠. 쌀알처럼 작은 식물이지만, 모란처럼 뜨겁게 피어날 수 있어요.”윤티파니는 입술을 꼭 깨물고 그를 쳐다보았다.한지욱은 윤티파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티파니 씨가 언제 제일 빛나는지 알아요?”그의 물음에 윤티파니는 깜짝 놀라 반문했다.“모르겠어요. 언제 제일 빛나요?”“티파니 씨는 자신을 잃지 않는 모습이 제일 아름답고 빛나요.”한지욱이 윤티파니를 자신의 품에 가두고 꼭 끌어안자 윤티파니는 그의 따뜻한 온기에 마음이 조금씩 녹아 내렸다.“엄마…”그때, 시우가 베개를 안고 나타나 졸린 눈을 비볐다.윤티파니는 한지욱을 밀치고 시우에게 다가가 시선을 맞추었다.“시우야, 왜 벌써 깼어?”“번개 소리가 너무 무서워요.”아이의 말에 윤티파니가 한지욱을 돌아보자 한지욱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면 시우 오늘 엄마 아빠랑 같이 자자
연예인들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다. 톱스타 개인 스타일리스트의 월급은 일반 사무직 직원의 몇 배나 되는 금액이다. 스타일리스트의 능력이 출중하면, 개인 숍을 운영해 원하는 만큼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그녀의 말에 강현이 피식 웃으며 그녀를 돌아보았다.“이율 씨,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네, 그럼요. 돈이 최고예요!”이율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고 말했다.“저희 같은 일반 월급쟁이들은 아픈 몸도 돌보지 못하고 출근을 해도 돈을 모으지 못하잖아요.”“그런 것 같네요.”자신의 차 앞에 도착한 강현이 이율을 돌아보며 물었다.“제가 태워다 드릴까요?”“아니요, 제가 직접 운전해서 갈게요.”핸드백에 손을 넣어 차 키를 찾는 이율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녀가 중얼거렸다.“차 키가 어디 갔지?”어제저녁, 분명히 차 키를 가방에 넣어두었는데 아무리 가방을 뒤져도 보이지 않았다.“이율!”이율 집 베란다에서 곽의정의 목소리가 아파트를 떠들썩하게 울려 퍼졌다. 곽의정은 손을 흔들며 이율이 있는 곳을 내려다보고 소리를 질렀다.“차를 하루만 더 빌릴게! 차 키는 나한테 있어! 출근은 알아서 잘 하도록 해!”말을 마친 곽의정은 바로 베란다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갔다.이율은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심호흡을 하고 어색하게 강현을 바라보았다.“회사까지만 부탁할게요.”강현의 차가 soul 주얼리 계열사 입구에 멈춰섰다. 이율이 먼저 차에서 내리고 운전석에 있는 강현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안전 운전하세요.”강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이율이 사라질 때까지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율이 완전히 그의 시선에서 사라지자 천천히 엑셀을 밟고 soul 주얼리 본사로 향했다.그 시각, 지윤이 강성연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서류를 확인하고 있는 강성연을 보고 말했다.“아가씨.” 지윤의 목소리에 강성연이 고개를 들고 지윤의 뒤에 서있는 강현을 발견했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강성연은 바로 서류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
강현은 어깨를 으쓱였다.“괜찮아. 처음에 언어로 소통하는 것 때문에 좀 어렵기는 했지만 시간이 좀 흐르니까 친구들도 사귀었고 잘 지냈어.”강성연은 웃었다.“좋네. 그런데 네 친구 이름이 뭐야? 네 친구가 국내에 온다면 내가 너 대신 밥이라도 사줘야지.”“에릭이라고 해. 참, 걔 아버지는 예전에 사셀의 주주였어. 누나가 알지 모르겠네.”강성연은 당황했다.“사셀의 어느 주주 말이야?”“올라프.”강성연은 흠칫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울라프 씨 아들이었구나. 너 운이 좋네.”울라프는 친화력 있는 사람이고 S국에서 인맥이 넓었다. 그가 가르친 아들이라면 당연히 아버지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강현은 확실히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훌륭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성공으로 향하는 길의 큰 재부이고 불량배 같은 친구들은 걸림돌이었다.그 말은 아주 현실적이었고 현실 또한 그러했다.두 사람은 아침을 먹고 나서 카운터로 향해 계산을 마친 뒤 떠나려 했는데 한지욱과 한 여자를 마주쳤다. 한지욱은 한 손으로는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여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아주 따뜻하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강성연은 그 여자가 윤티파니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다만 그 장면에 조금 놀랐을 뿐이다. 윤티파니는 강성연을 보더니 걸음을 살짝 멈췄고 한지욱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강성연의 시선은 그들의 맞잡은 손으로 향했다. 한지욱은 윤티파니의 일 때문에 3년간 다른 여자와 스캔들이 전혀 없었고 저렇게 큰아이가 있을 리도 없었다.그러니 그가 이렇게 살뜰히 아끼고 챙기는 사람은 오직 윤티파니일 것이다.강성연은 예의 바르게 그들을 향해 웃어 보였고 강현을 데리고 그들의 옆을 지나쳤다.윤티파니는 고개를 돌렸다.“강성연 씨.”강성연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몸을 돌려 윤티파니를 바라봤다. 윤티파니는 한지욱의 손을 놓고 강성연에게 다가갔다.“당신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강성연은 한지욱을 힐끔 보았고 한지욱은
희승은 고개를 긁적이며 의아한 듯 말했다.“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면서 레이문 호텔의 개발권을 저희에게 양도하겠다고 했습니다. 대표님, 한지욱 씨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요? 설마 윤티파니 씨와 아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게 기뻐하는 걸까요?”반지훈은 커피를 사무실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나한테 고마워하는 게 아니야.”희승은 당황했다.“대표님이 아니라고요?”반지훈은 웃었다.“성연이야.”말을 마친 뒤 그는 시선을 들었다.“성연이가 윤티파니 씨를 과거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했거든. 그리고 윤티파니 씨가 연말에 한지욱 씨랑 결혼한다고 했어.”희승은 당황했다.“결혼하겠다는 말에 그렇게 기뻐한다고요?”반지훈은 가죽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사실 윤티파니 씨는 그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승낙했으니 당연히 기쁘지 않겠어?”희승은 깨달았다. 한지욱은 윤티파니와 이어진 것을 강성연 덕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AM그룹에 준 것이다. 강성연은 꽤 능력이 좋았다. 앞으로 강성연이 AM그룹 세일즈팀에서 일한다면 실적이 대단할 것이다.강성연은 어느샌가 문밖에 서 있었고 참지 못하고 문을 두드렸다.“나 문밖에서 당신들이 내 뒷담화 하는 거 들었어요.”희승은 고개를 돌리더니 다급히 해명했다.“뒷담화는 아니에요. 저희는 사모님을 칭찬하고 있었어요.”반지훈은 소리 없이 웃었다.강성연은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희승 씨, 차 좀 내주세요.”희승은 비위를 맞추려는 듯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금 당장 가져올게요!”그는 사무실을 떠났다.반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성연에게로 향했다. 그는 강성연의 앞에 서서 허리를 숙이고 그녀가 앉은 의자 등받이를 짚었다.“큰비가 내리는데도 날 보러 왔네.”강성연은 가볍게 웃으며 그의 넥타이를 살짝 잡아당겼다.“그 노래 못 들어왔어요?”반지훈은 강성연의 가까이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무슨 노래?”강성연은 그의 목에 팔을 감으며 말했다.“비가 오는 날은 어떡해, 네가 보고
두 시간짜리 경기가 끝나고 강유이는 민서율과 함께 농구장을 빠져나왔다. 강유이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민서율을 바라봤다.“서율 오빠, 오빠도 농구 하고 싶은 거예요?”민서율은 웃었다.“그렇긴 해.”“오빠 병은 이미 다 나았잖아요. 하고 싶으면 그냥 해요.”강유이는 뒷짐을 지고 어른처럼 굴었다.경기에 나갔던 두 선배는 옷을 갈아입은 뒤 그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그들은 민서율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너희 서율 오빠는 모범생이라 학업에만 열중하면 돼. 농구 같은 건 서율이한테 어울리지 않아.”민서율은 조용히 웃었다.강유이는 팔짱을 두르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뭐가 어울리지 않다는 거예요?”두 선배는 시선을 주고받더니 웃었다.“너희 서율 오빠가 뭐든 다 잘하면 우리는 어떡해.”얼굴도 잘생기고, 돈도 많고, 성적도 좋은 민서율은 고등학교에서 탑 클래스였다. 만약 민서율이 다른 것에도 능통하다면 그들에게는 살길이 없었다.민서율은 그들을 바라봤다.“너희 오후에 과외 해야 하잖아. 얼른 가.”“쯧, 알겠어. 우리 먼저 갈게.”두 선배는 키득거리면서 강유이를 향해 인사했다.“천사 후배, 우리는 가볼게. 안녕.”강유이도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민서율은 강유이를 학교 정문까지 바래다주었고 강유이는 몸을 돌렸다.“서율 오빠, 가는 길에 데려다줄까요?”민서율은 손을 들어서 강유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아. 아버지가 데리러 올 거니까 넌 먼저 돌아가.”강유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럼 난 먼저 가볼게요.”강유이는 몇 걸음 가지 않고 고개를 돌려 민서율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민서율은 강유이가 차 앞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강유이가 차에 타고 보니 강해신이 이미 차 안에 타고 있었다. 강유이는 당황했다.“오빠, 집에 안갔어?”강해신은 시선을 백미러에서 거두어들이며 이어폰을 뺐다.“너 걱정돼서 그러지, 바보야.”강유이는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나랑 서율 오빠는 경기 보러 온 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