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그녀가 조금만 투정을 부려도 모든 걸 다 들어줬었는데 지금은 자기 딸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그러고 보면 이 모든 게 강성연의 탓이었다!초란은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지 아무 말 하지 않았다.강미현이 아침을 먹은 뒤 초란은 강진의 서재로 향했다.그녀는 이 늙은이가 무슨 짓을 꾸미려는 건지 알아낼 생각이었다.그리고 그의 물건을 뒤졌을 때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 오래된 물건은 한눈에 봐도 공은희가 남긴 유품이었다.초란은 눈이 벌겋게 되었다. 그가 요 며칠 사이 서재에 숨어있던 건 공은희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제기랄, 저 늙은이가 아직도 죽은 여자를 못 잊었네!초란은 유품을 뒤져봤다. 놀라운 점은 안에 공은희의 사진은 하나도 없고 전부 필요 없는 잡동사니뿐이라는 것이었다.이런 것들을 남겨서 무얼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별안간 그녀는 상자 맨 밑에 있던 붉은색 목함을 발견했다.초란은 목함을 손에 들고 열어봤는데 그 안에는 굉장히 정교한 레트로풍의 팔찌가 들어있었다. 남색의 마노가 베이스였고 꽃무늬 금테가 둘려 있었다.그 팔찌는 제이드처럼 값비싼 건 아닌 낡은 팔찌인 듯했다.“엄마, 뭐 보고 있어요?”강미현의 출현에 초란은 깜짝 놀라 팔찌를 아무 데나 내려놓고 대답했다.“뭘 보긴, 너희 아빠가 정리하던 물건이 공은희 그 망할 것이 남긴 유품이었어!”강미현의 시선이 팔찌에 떨어졌다.“이 팔찌 예쁘네요.”강미현은 그 팔찌를 끼려 했고 초란이 그녀를 말렸다.“이렇게 재수 없는 물건을 왜 끼려고 해?”“엄마, 유품일 뿐이에요. 뭐가 무섭다고 그래요. 이 팔찌 예쁘네요.”강미현은 진짜로 그 팔찌를 꼈다.초란은 강미현이 그 팔찌를 마음에 들어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공은희 그 망할 것의 물건이었으니 가져도 상관없었다.TG그룹 16층.“위너는 현재 그 주얼리들을 저가에 판매하고 있어. 아마 윤씨 집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아.”반크의 말에 강성연은 미간을 구겼다.위너 주얼리의 현재 추세로
강성연은 잠시 얼빠진 얼굴을 하더니 시선을 내리뜨렸다.“왜 갑자기 저한테 얘기해주려고 하는 거예요?”예전에 그는 절대 어머니에 관한 일을 얘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강진이 이미 오래전에 그의 아내였던 공은희를 완전히 잊었다고 여겼다.심지어 그가 강미현과 초란 두 모녀를 감싸고 들 때마다 그녀는 비통했다.그녀의 눈에서 실망을 읽은 강진 역시 마음이 무거웠다.“내가 얘기하지 않았던 건 괜히 들춰내기 싫어서였다.“전 계속 궁금했어요. 진짜 어머니가 그렇게 싫으신 거예요?”그를 위해 아이를 낳은 그녀가 결국엔 초란보다 못하다는 말인가?강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넌 나와 네 어머니의 일을 모른다. 넌 내가 진짜 그녀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니?”강성연은 무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성연아, 넌 모르겠지. 나랑 네 어머니가 결혼하게 된 건 네 어머니가 날 찾아와서였다. 사실 우리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었어.”사랑 때문에 결혼한 게 아니라니?강성연은 다소 의아한 얼굴로 멈칫했다.강진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당시 젊고 혈기가 왕성했던 난 진성에서 서울로 와 사업을 하려 했어. 하지만 벽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가 너희 엄마를 알게 된 거야. 당시 너희 엄마가 했던 말에 난 경악했었다. 너희 엄마는 나한테 결혼하자고 하면서 내가 서울시에서 창업에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리고 난 그냥 그녀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면 된다고 했지.”그는 당시 공은희가 장난을 치는 건 줄로 알았다. 그때 그들은 안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였으니 말이다. 자신의 앞에 앉은 여자의 지적이고 우아하며 도도한 모습을 보았을 때, 남자라면 누구나 마음이 설렜을 것이다.그리고 그때 당시 그는 서울시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그녀의 요구에 응했다. 조건은 결혼한 뒤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계약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강진에게 만약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난다면 언제든
그는 2년이란 시간 동안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이를 제외하고 그녀는 단 한 번도 그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강성연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공은희의 건강은 악화했고 강진은 그제야 깨달았다. 공은희는 자기가 곧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의 아이를 낳으려 한 것이다.그것은 그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었다. 그것도 우스운 보상이었다. 그녀는 분명 그를 속였고 강진이 그녀를 사랑하게 만들었음에도 그녀를 얻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그녀가 죽어서도 그는 줄곧 그녀를 원망했다.죽을 때까지 그녀는 한 마디도 남기지 않았다.그리고 강성연이 커가면서 공은희의 그림자가 보일 때마다 그는 마음이 아팠다.그는 초란과 강미현을 집으로 데려왔고 강미현에게로 주의를 옮겼다. 그는 사실 자기 딸인 강성연을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었다. 그저 공은희를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뿐이었다.강진은 소파에 앉은 채로 얼굴을 손바닥에 파묻었다.강성연의 얼굴에는 이미 핏기라고는 없었다. 그녀는 줄곧 아버지가 혼인에 충실하지 못하고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잘 대해줬고 그녀는 어머니가 왜 슬퍼하는지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그녀는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서 어머니가 병에 걸렸고 그로 인해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버지는 어머니가 오래전부터 병을 앓고 있었다고 했고 그에게 보상하기 위해 강성연을 낳았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아버지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한다.그런데 왜...사랑하지 않는 데 같이 있으려고 한 걸까?그녀는 원래 행복한 가정에서 살고 있었다. 초란과 강미현이 없었다면,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그녀는 부모님의 비호 아래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그런데 그 삶이 왜 파괴된 것일까?‘성연아, 앞으로 어떤 일들을 알게 된다고 해도 절대 네 엄마를 원망하지는 마라. 너희 엄마는 사실 널 아주 사랑해...’리비어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지만 그녀는 한없이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행복했던
강유이는 키득키득 소리 내 웃었다.“망할 꼬맹이 녀석이 뭘 웃어!”강미현은 아이의 웃음소리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녀는 아직 아이들에게 복수하지 못했다.송아영은 강미현의 앞을 막아섰다.“강미현, 뭐 하려는 거야? 여기 레스토랑이야. 경우 없는 미친 여자가 되고 싶으면 길거리에 나가. 다른 손님들 식사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이어폰을 낀 채로 카운터가 위치한 쪽에 앉아있던 남자는 원래 점심을 포장해 갈 생각이었는데 싸우는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져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하지만 그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는 괜히 오지랖 부릴 생각이 없었다.다른 손님들도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들을 향해 시선을 던졌고 종업원이 그들을 말렸다.그러나 강미현은 다짜고짜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심지어 강미현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커피를 송아영에게 뿌렸고 주위 사람들은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아줌마!”강시언은 벌떡 일어서서 선글라스를 벗어 던지더니 똑같이 강미현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물 때문에 강미현의 화장이 번졌다.“빌어먹을 애새끼가 감히...”강미현은 씩씩거리면서 강시언의 뺨을 때리려 했고 송아영은 그녀를 말리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강미현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남자는 이어폰을 벗었고 그의 도도한 얼굴 위로 혐오가 엿보였다.“어디 문제 있어요? 그 나이 먹고 아이들이랑 싸워요?”강미현은 살짝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의논하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조금 전 아주 충동적으로 굴었던 그녀는 이곳이 공공장소라는 걸 잠시 깜빡했다.강시언은 남자를 보았고 남자도 강시언을 보았다. 그는 티슈로 옷을 닦고 있는 송아영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엄마면서 아이가 학교를 빼먹게 한 거예요?”강시언은 잠깐 당황하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학교를 빼먹다니?설마 강해신을 가리키는 걸까?남자는 강시언을 강해신이라고 생각한 걸까?송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육예찬을 바라보았다. 육예찬은 만화 주인공 같이 잘생긴
더구나 Z국의 어떤 이가 그의 어머니가 S국의 귀족 신분 아가씨라는 것을 몰랐을까? 육예찬은 이 여자에게 감정이 사라져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강미현이 그를 붙잡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미안해요. 방금은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어요. 그래도 당신에겐 고마워요. 당신이 제때에 나를 잡아줬으니…." “당신 나한테….” 육예찬의 시선이 갑자기 그녀의 오른손에 있는 팔찌로 떨어지자, 그는 놀란 기색이 되어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 팔찌 어디서 났어요?" 강미현은 의아했다. 그가 어떻게 이 팔찌에 대해 물을 수 있지? "대답해요!” "이건…이건…." 강미현은 늘 이 팔찌에 대해 매우 신경을 쓰고 있었다. 강성연 그 천한 어머니가 남긴 팔찌가 그와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녀는…. 그는 입술을 깨물며 답했다. "어머니가 주셨어요" 육예찬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물었다. “당신 어머니가, 연은희라고?” 강미현은 마음이 좀 약해졌다. 그녀의 어머니가 어떻게 연은희일 수 있겠나, 하지만 연은희와 육가네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왜그래요?” “하하” 육예찬은 오히려 비웃음을 지었다. “이모가 낳은 딸이, 당신이라고?” 이모? 연은희가 육예찬의 이모?! 그렇다면 강성연 그 천한 것이 그의 사촌 여동생이라는 말인가! 이모, 항렬로 따지면 그 사람 어머니의 자매이다. 그의 어머니는 연가의 큰 아가씨인 연희정이다. 그렇다면 강성연의 어머니 연은희도 연가의 가족인가! 그녀의 안색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그 천한 것의 어머니가 귀족이라니! “이름이 뭐예요?” “강미현이예요…” “번호 남겨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육예찬은 그녀의 휴대전화 번호를 가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났다. 만약 그가 어머니의 손목에 있던 것과 똑같은 팔찌를 보지 않았다면, 이 여자가 어머니가 찾던 그의 이모의 아이였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을 것
왜냐하면 이 팔찌는 강성연 어머니의 것인데, 그녀가 어찌 강성연 어머니가 귀족이라는 것을 알겠는가. 만약 팔찌를 돌려준다면, 그들에게 강성연을 돌려 달라고 하지 않겠는가? 어떻게 강성연에게 이 신분을 되찾게 하고, 훗날 그들 모녀 머리 위로 올라가게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아빠 쪽은…." 그녀는 걱정이 들었다. 초란은 잠시 냉정하게 생각했다. “네 아버지는 이 일을 모르실 거야. 그러니 네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절대 알리지 마렴” “미현아,팔찌를 들고 육 부인을 찾아가면, 그때 가서 과거를 숨길 방법을 생각해 봐. 연가에 가서 그 천한 년 역할을 하고나면 뭐 원하는 게 있니?” 초란은 어려서부터 가난한 생활에 익숙했다. 강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지금 그 좁은 단층집에 틀어박혀 가난하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당연히 자신의 딸이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비록 강씨 가문의 재산이 그들 모녀를 부유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 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안정적으로 생활하게는 만들어 주었다. 만약 딸이 출세한다면, 어머니인 그녀도 당연히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강진과 강 노인에 대해선, 그녀가 설마 그들을 속일 방법 하나 없겠는가? 강 노인은 몇 해나 더 살 수 있겠는가? 강 노인이 늙어서 관에 발을 들여놓고, 그녀가 아들을 낳으면, 강진의 모든 재산은 그 아들이 가져가야 하지 않겠는가? 딸이 귀족 집안의 아가씨가 돼서 동생을 좀 보필해줘야 일이 쉬워지지. 강미현은 이를 갈았다. 확실히, 그녀는 모든 면에서 성연보다 못하다. 사생아라는 신분 때문에 사사건건 따돌림을 당했다. 강성연 그 천한 것이 그녀의 원흉을 가지고 귀국하지 않았다면, 몇 년 안에 그녀는 반가네 안주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강성연이 그녀의 남자를 빼앗아갔으니, 그녀가 그녀의 신분을 빼앗았다고 탓할 수는 없다! 한편 육예찬은 음악 학원으로 돌아와 그 아이를 보러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교실 입구에서 그 아이
강해신: “오” 그는 다시 엉덩이를 씰룩이며 뛰어나갔다. 육예찬은 책상 위의 자료를 집어들어 보았다. 강해신… 이 녀석도 성이 강씨? ** 지훈은 강진이 성연을 찾아왔다는 말을 들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성연은 기분이 가라앉아 계속 사무실에 있었다. 설마 강진이 또 그녀를 괴롭히러 왔단 말인가? 이 생각이 들자 그는 바로 16층으로 갔다. 지훈은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소파에 다리를 웅크리고 앉아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연을 보았다. 지훈을 보고서도 그녀는 평소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엔 길고양이처럼 이를 악물고 있던 여인이 이제는 버려진 불쌍한 고양이처럼 가만히 앉아 있으니, 지훈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그녀 앞으로 가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한참 동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그녀는 눈을 돌려 지훈에게 시선을 둔 뒤 얼굴을 살짝 기울여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 눈빛으로 절 보지 마세요, 전 위로 필요 없어요…” 자신을 보는 그의 눈빛이 마치 무슨 가엾은 것을 보는 것 같았다. 지훈은 몸을 돌려 그녀의 옆에 앉았다. “또 욕먹었어?” “아뇨…” "그럼 왜 널 찾은건데?" “…” 성연이 대답하지 않자 지훈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자신의 다리에 눕혔다. 성연은 어리둥절 했다."뭐 하는 거예요?" "한숨 자, 한숨 자면 다 괜찮아져" 그의 목소리는 낮고 듣기 좋아서 마치 무슨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의 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은 채 별다른 움직임도 없이 다리를 베개로 삼아 잠을 자게 했다. 성연은 굳어 있던 몸을 조금씩 풀며 눈을 가늘게 떴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야 성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훈 씨, 지훈 씨는 아이들 때문에 저랑 있는건가요?” 지훈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왜 그렇게 물어보지?” “아이들 때문에 같이 있는 거면 아이들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아이들 때문에 하는 사랑 없는 결혼…. 그들도 그렇게
이 멍청한 놈이, 분위기 깨는 것 밖에 모른다! 희승은 그가 자신을 죽이려 하건 말건 말했다. “대표님, 어르신께서 영상통화를 걸어오셨는데,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하십니다!” 지훈이 사무실로 돌아왔고, 스크린에 나타난 어르신은 벌써 그를 기다리고 있는듯 보였다. 그를 보고 자리에 돌아와 앉으며 말했다. “성연이의 생모가 연가네 사람이냐?” 지훈은 담담한 눈빛을 보였다. “희호가 알려준 거예요?” 이 일은 희호에게 알아보라 한거지, 희승조차 모르는 일이었다. 어르신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니 할아버지 6월 중순에 귀국하신다" “할아버지 귀국하세요?” “흥, 네가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냐, 네가 이 일을 숨길 수 있을 것 같았느냐?”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증조부와 S국 황실 사이에 약간의 인연이 있기 때문에 연가와도 분쟁이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괜찮았지만, 할아버지는 증조부의 영향을 받아 연가의 가족에 대한 인상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성연의 어머니에 대한 신원을 확인한 후 아버지께도 알리려 않았다. 어르신은 그가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는 듯 큼큼 거리며 말했다. “그녀와 연가의 관계는 네 할아버지에게 내가 대신해서 먼저 숨겨 줄 테니, 할아버지가 다음 달에 귀국하시면 어떻게 할 것인지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비록 아들이 약간 뻔뻔하긴 하지만, 그에게는 오직 아들밖에 없다. 서른이 넘은 아들이 겨우 아이를 낳았는데, 며느리가 도망가면 정말 평생 홀아비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지훈은 눈을 떨구고 웃었다. “알았어요” 옆에 있던 희승은 긴장했다. "대표님, 6월에 정말 할아버님이 귀국하시는 겁니까?" “아마도” 그는 손으로 이마를 비볐다. 그의 할아버지 반영운은 그의 아버지보다, 전체 사가에서 가장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증조할아버지의 영향으로 할아버지는 S국 황실과 귀족들에게 호감이 없었고, 그의 성격은 아버지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