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망할 남자가 또 아이를 낳게 하려고?꿈도 꾸지 말라지!“망할 반지훈, 진짜 염치도 없어. 매일 날 덮칠 생각만 하고. 꿈도 꾸지 말라 그래!”강성연은 중얼거리면서 옷을 갰다. 그녀는 물건을 챙겨 유이의 방에 가서 잘 생각이었다.강성연의 뒤에는 반지훈이 팔짱을 두른 채로 문 옆에 서 있었다. 그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그녀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는데 강성연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성질을 부리면서 자신을 욕하는 소리에도 반지훈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매일 그녀를 덮칠 생각만 한다는 것도 사실이었다.갈아입을 옷을 안고 몸을 돌렸을 때, 강성연은 잠깐 흠칫했고 표정도 경직됐다.망할!내가 너무 경솔했어!“더 욕 안 해?”반지훈의 두 눈동자는 그녀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솔직히 얘기하면 강성연은 그를 욕할 때 굉장히 생기 넘쳐 보였고 조금 귀엽기도 했다.“...”강성연은 태연자약한 얼굴로 옷을 안고 방을 나서려 했다.“오늘 밤에는 유이랑 같이 잘 거예요.”반지훈은 그녀를 잡지 않았다.그저 그녀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 보일 뿐이었다.강성연은 반지훈이 거머리처럼 들러붙을 줄 알았는데 반지훈은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유이랑 편안히 잘 잘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유이의 심한 잠버릇 탓에 강성연은 밤중에 잠에서 깼다.그녀는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채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강유이는 그녀의 몸에 두 발을 걸치고 있었고 잠버릇이 얼마나 심한지 혼자 침대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어휴, 이 잠버릇은 누굴 닮은 거야?강유이를 정상적인 자세로 돌려놓은 뒤 다시 누웠는데 눈을 감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유이가 또 발을 턱 올려놓았다.“@#$%&...”강성연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반지훈의 방으로 돌아갔다. 다행히도 반지훈은 깨지 않았고 그녀는 침대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편히 잘 수만 있다면 만족할 수 있었다.다음 날 아침, 강성연이 옷을 갈아입고 위층에서 내려왔는데 반지훈과 세 아이는 이미 아침을 먹
예전에는 그녀가 조금만 투정을 부려도 모든 걸 다 들어줬었는데 지금은 자기 딸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그러고 보면 이 모든 게 강성연의 탓이었다!초란은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지 아무 말 하지 않았다.강미현이 아침을 먹은 뒤 초란은 강진의 서재로 향했다.그녀는 이 늙은이가 무슨 짓을 꾸미려는 건지 알아낼 생각이었다.그리고 그의 물건을 뒤졌을 때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 오래된 물건은 한눈에 봐도 공은희가 남긴 유품이었다.초란은 눈이 벌겋게 되었다. 그가 요 며칠 사이 서재에 숨어있던 건 공은희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제기랄, 저 늙은이가 아직도 죽은 여자를 못 잊었네!초란은 유품을 뒤져봤다. 놀라운 점은 안에 공은희의 사진은 하나도 없고 전부 필요 없는 잡동사니뿐이라는 것이었다.이런 것들을 남겨서 무얼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별안간 그녀는 상자 맨 밑에 있던 붉은색 목함을 발견했다.초란은 목함을 손에 들고 열어봤는데 그 안에는 굉장히 정교한 레트로풍의 팔찌가 들어있었다. 남색의 마노가 베이스였고 꽃무늬 금테가 둘려 있었다.그 팔찌는 제이드처럼 값비싼 건 아닌 낡은 팔찌인 듯했다.“엄마, 뭐 보고 있어요?”강미현의 출현에 초란은 깜짝 놀라 팔찌를 아무 데나 내려놓고 대답했다.“뭘 보긴, 너희 아빠가 정리하던 물건이 공은희 그 망할 것이 남긴 유품이었어!”강미현의 시선이 팔찌에 떨어졌다.“이 팔찌 예쁘네요.”강미현은 그 팔찌를 끼려 했고 초란이 그녀를 말렸다.“이렇게 재수 없는 물건을 왜 끼려고 해?”“엄마, 유품일 뿐이에요. 뭐가 무섭다고 그래요. 이 팔찌 예쁘네요.”강미현은 진짜로 그 팔찌를 꼈다.초란은 강미현이 그 팔찌를 마음에 들어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공은희 그 망할 것의 물건이었으니 가져도 상관없었다.TG그룹 16층.“위너는 현재 그 주얼리들을 저가에 판매하고 있어. 아마 윤씨 집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아.”반크의 말에 강성연은 미간을 구겼다.위너 주얼리의 현재 추세로
강성연은 잠시 얼빠진 얼굴을 하더니 시선을 내리뜨렸다.“왜 갑자기 저한테 얘기해주려고 하는 거예요?”예전에 그는 절대 어머니에 관한 일을 얘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강진이 이미 오래전에 그의 아내였던 공은희를 완전히 잊었다고 여겼다.심지어 그가 강미현과 초란 두 모녀를 감싸고 들 때마다 그녀는 비통했다.그녀의 눈에서 실망을 읽은 강진 역시 마음이 무거웠다.“내가 얘기하지 않았던 건 괜히 들춰내기 싫어서였다.“전 계속 궁금했어요. 진짜 어머니가 그렇게 싫으신 거예요?”그를 위해 아이를 낳은 그녀가 결국엔 초란보다 못하다는 말인가?강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넌 나와 네 어머니의 일을 모른다. 넌 내가 진짜 그녀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니?”강성연은 무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성연아, 넌 모르겠지. 나랑 네 어머니가 결혼하게 된 건 네 어머니가 날 찾아와서였다. 사실 우리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었어.”사랑 때문에 결혼한 게 아니라니?강성연은 다소 의아한 얼굴로 멈칫했다.강진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당시 젊고 혈기가 왕성했던 난 진성에서 서울로 와 사업을 하려 했어. 하지만 벽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가 너희 엄마를 알게 된 거야. 당시 너희 엄마가 했던 말에 난 경악했었다. 너희 엄마는 나한테 결혼하자고 하면서 내가 서울시에서 창업에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리고 난 그냥 그녀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면 된다고 했지.”그는 당시 공은희가 장난을 치는 건 줄로 알았다. 그때 그들은 안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였으니 말이다. 자신의 앞에 앉은 여자의 지적이고 우아하며 도도한 모습을 보았을 때, 남자라면 누구나 마음이 설렜을 것이다.그리고 그때 당시 그는 서울시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그녀의 요구에 응했다. 조건은 결혼한 뒤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계약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강진에게 만약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난다면 언제든
그는 2년이란 시간 동안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이를 제외하고 그녀는 단 한 번도 그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강성연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공은희의 건강은 악화했고 강진은 그제야 깨달았다. 공은희는 자기가 곧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의 아이를 낳으려 한 것이다.그것은 그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었다. 그것도 우스운 보상이었다. 그녀는 분명 그를 속였고 강진이 그녀를 사랑하게 만들었음에도 그녀를 얻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그녀가 죽어서도 그는 줄곧 그녀를 원망했다.죽을 때까지 그녀는 한 마디도 남기지 않았다.그리고 강성연이 커가면서 공은희의 그림자가 보일 때마다 그는 마음이 아팠다.그는 초란과 강미현을 집으로 데려왔고 강미현에게로 주의를 옮겼다. 그는 사실 자기 딸인 강성연을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었다. 그저 공은희를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뿐이었다.강진은 소파에 앉은 채로 얼굴을 손바닥에 파묻었다.강성연의 얼굴에는 이미 핏기라고는 없었다. 그녀는 줄곧 아버지가 혼인에 충실하지 못하고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잘 대해줬고 그녀는 어머니가 왜 슬퍼하는지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그녀는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서 어머니가 병에 걸렸고 그로 인해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버지는 어머니가 오래전부터 병을 앓고 있었다고 했고 그에게 보상하기 위해 강성연을 낳았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아버지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한다.그런데 왜...사랑하지 않는 데 같이 있으려고 한 걸까?그녀는 원래 행복한 가정에서 살고 있었다. 초란과 강미현이 없었다면,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그녀는 부모님의 비호 아래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그런데 그 삶이 왜 파괴된 것일까?‘성연아, 앞으로 어떤 일들을 알게 된다고 해도 절대 네 엄마를 원망하지는 마라. 너희 엄마는 사실 널 아주 사랑해...’리비어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지만 그녀는 한없이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행복했던
강유이는 키득키득 소리 내 웃었다.“망할 꼬맹이 녀석이 뭘 웃어!”강미현은 아이의 웃음소리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녀는 아직 아이들에게 복수하지 못했다.송아영은 강미현의 앞을 막아섰다.“강미현, 뭐 하려는 거야? 여기 레스토랑이야. 경우 없는 미친 여자가 되고 싶으면 길거리에 나가. 다른 손님들 식사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이어폰을 낀 채로 카운터가 위치한 쪽에 앉아있던 남자는 원래 점심을 포장해 갈 생각이었는데 싸우는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져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하지만 그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는 괜히 오지랖 부릴 생각이 없었다.다른 손님들도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들을 향해 시선을 던졌고 종업원이 그들을 말렸다.그러나 강미현은 다짜고짜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심지어 강미현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커피를 송아영에게 뿌렸고 주위 사람들은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아줌마!”강시언은 벌떡 일어서서 선글라스를 벗어 던지더니 똑같이 강미현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물 때문에 강미현의 화장이 번졌다.“빌어먹을 애새끼가 감히...”강미현은 씩씩거리면서 강시언의 뺨을 때리려 했고 송아영은 그녀를 말리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강미현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남자는 이어폰을 벗었고 그의 도도한 얼굴 위로 혐오가 엿보였다.“어디 문제 있어요? 그 나이 먹고 아이들이랑 싸워요?”강미현은 살짝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의논하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조금 전 아주 충동적으로 굴었던 그녀는 이곳이 공공장소라는 걸 잠시 깜빡했다.강시언은 남자를 보았고 남자도 강시언을 보았다. 그는 티슈로 옷을 닦고 있는 송아영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엄마면서 아이가 학교를 빼먹게 한 거예요?”강시언은 잠깐 당황하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학교를 빼먹다니?설마 강해신을 가리키는 걸까?남자는 강시언을 강해신이라고 생각한 걸까?송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육예찬을 바라보았다. 육예찬은 만화 주인공 같이 잘생긴
더구나 Z국의 어떤 이가 그의 어머니가 S국의 귀족 신분 아가씨라는 것을 몰랐을까? 육예찬은 이 여자에게 감정이 사라져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강미현이 그를 붙잡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미안해요. 방금은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어요. 그래도 당신에겐 고마워요. 당신이 제때에 나를 잡아줬으니…." “당신 나한테….” 육예찬의 시선이 갑자기 그녀의 오른손에 있는 팔찌로 떨어지자, 그는 놀란 기색이 되어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 팔찌 어디서 났어요?" 강미현은 의아했다. 그가 어떻게 이 팔찌에 대해 물을 수 있지? "대답해요!” "이건…이건…." 강미현은 늘 이 팔찌에 대해 매우 신경을 쓰고 있었다. 강성연 그 천한 어머니가 남긴 팔찌가 그와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녀는…. 그는 입술을 깨물며 답했다. "어머니가 주셨어요" 육예찬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물었다. “당신 어머니가, 연은희라고?” 강미현은 마음이 좀 약해졌다. 그녀의 어머니가 어떻게 연은희일 수 있겠나, 하지만 연은희와 육가네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왜그래요?” “하하” 육예찬은 오히려 비웃음을 지었다. “이모가 낳은 딸이, 당신이라고?” 이모? 연은희가 육예찬의 이모?! 그렇다면 강성연 그 천한 것이 그의 사촌 여동생이라는 말인가! 이모, 항렬로 따지면 그 사람 어머니의 자매이다. 그의 어머니는 연가의 큰 아가씨인 연희정이다. 그렇다면 강성연의 어머니 연은희도 연가의 가족인가! 그녀의 안색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그 천한 것의 어머니가 귀족이라니! “이름이 뭐예요?” “강미현이예요…” “번호 남겨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육예찬은 그녀의 휴대전화 번호를 가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났다. 만약 그가 어머니의 손목에 있던 것과 똑같은 팔찌를 보지 않았다면, 이 여자가 어머니가 찾던 그의 이모의 아이였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을 것
왜냐하면 이 팔찌는 강성연 어머니의 것인데, 그녀가 어찌 강성연 어머니가 귀족이라는 것을 알겠는가. 만약 팔찌를 돌려준다면, 그들에게 강성연을 돌려 달라고 하지 않겠는가? 어떻게 강성연에게 이 신분을 되찾게 하고, 훗날 그들 모녀 머리 위로 올라가게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아빠 쪽은…." 그녀는 걱정이 들었다. 초란은 잠시 냉정하게 생각했다. “네 아버지는 이 일을 모르실 거야. 그러니 네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절대 알리지 마렴” “미현아,팔찌를 들고 육 부인을 찾아가면, 그때 가서 과거를 숨길 방법을 생각해 봐. 연가에 가서 그 천한 년 역할을 하고나면 뭐 원하는 게 있니?” 초란은 어려서부터 가난한 생활에 익숙했다. 강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지금 그 좁은 단층집에 틀어박혀 가난하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당연히 자신의 딸이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비록 강씨 가문의 재산이 그들 모녀를 부유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 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안정적으로 생활하게는 만들어 주었다. 만약 딸이 출세한다면, 어머니인 그녀도 당연히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강진과 강 노인에 대해선, 그녀가 설마 그들을 속일 방법 하나 없겠는가? 강 노인은 몇 해나 더 살 수 있겠는가? 강 노인이 늙어서 관에 발을 들여놓고, 그녀가 아들을 낳으면, 강진의 모든 재산은 그 아들이 가져가야 하지 않겠는가? 딸이 귀족 집안의 아가씨가 돼서 동생을 좀 보필해줘야 일이 쉬워지지. 강미현은 이를 갈았다. 확실히, 그녀는 모든 면에서 성연보다 못하다. 사생아라는 신분 때문에 사사건건 따돌림을 당했다. 강성연 그 천한 것이 그녀의 원흉을 가지고 귀국하지 않았다면, 몇 년 안에 그녀는 반가네 안주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강성연이 그녀의 남자를 빼앗아갔으니, 그녀가 그녀의 신분을 빼앗았다고 탓할 수는 없다! 한편 육예찬은 음악 학원으로 돌아와 그 아이를 보러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교실 입구에서 그 아이
강해신: “오” 그는 다시 엉덩이를 씰룩이며 뛰어나갔다. 육예찬은 책상 위의 자료를 집어들어 보았다. 강해신… 이 녀석도 성이 강씨? ** 지훈은 강진이 성연을 찾아왔다는 말을 들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성연은 기분이 가라앉아 계속 사무실에 있었다. 설마 강진이 또 그녀를 괴롭히러 왔단 말인가? 이 생각이 들자 그는 바로 16층으로 갔다. 지훈은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소파에 다리를 웅크리고 앉아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연을 보았다. 지훈을 보고서도 그녀는 평소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엔 길고양이처럼 이를 악물고 있던 여인이 이제는 버려진 불쌍한 고양이처럼 가만히 앉아 있으니, 지훈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그녀 앞으로 가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한참 동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그녀는 눈을 돌려 지훈에게 시선을 둔 뒤 얼굴을 살짝 기울여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 눈빛으로 절 보지 마세요, 전 위로 필요 없어요…” 자신을 보는 그의 눈빛이 마치 무슨 가엾은 것을 보는 것 같았다. 지훈은 몸을 돌려 그녀의 옆에 앉았다. “또 욕먹었어?” “아뇨…” "그럼 왜 널 찾은건데?" “…” 성연이 대답하지 않자 지훈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자신의 다리에 눕혔다. 성연은 어리둥절 했다."뭐 하는 거예요?" "한숨 자, 한숨 자면 다 괜찮아져" 그의 목소리는 낮고 듣기 좋아서 마치 무슨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의 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은 채 별다른 움직임도 없이 다리를 베개로 삼아 잠을 자게 했다. 성연은 굳어 있던 몸을 조금씩 풀며 눈을 가늘게 떴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야 성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훈 씨, 지훈 씨는 아이들 때문에 저랑 있는건가요?” 지훈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왜 그렇게 물어보지?” “아이들 때문에 같이 있는 거면 아이들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아이들 때문에 하는 사랑 없는 결혼…. 그들도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