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이는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숙이고 고맙다는 말만 한 후 사무실에서 나왔다.일반 주택.리사 아버지는 방에서 아내의 유물을 정리하다가 가족사진을 본 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문 앞에서 이 장면을 한참 동안 지켜본 리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방으로 돌아가 강유이가 선물한 비싼 선물들을 모두 꺼내 가방에 넣었다.그녀는 가방을 메고 골목길에 있는 PC방으로 향했다.그곳은 리사의 오빠 리염이 자주 다니는 곳이었다. 그리고 리사는 리염이 밖에 “백이령 누님”이라는 사람을 모시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오빠 곁에 있는 양아치들은 항상 “백이령 누님”을 입에 담고 살았다.백이령 누님은 PC방 사장님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지만 돈이 많은 것 같았다. PC방 앞에 늘 주차되어 있는 레드색 스포츠카가 바로 백이령 누님 거였다.리사가 PC방으로 들어가 카운터로 걸어가 보니 관리자는 컵라면을 먹으면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리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백이령 언니 여기 계시나요?”“사장님 안에......”고개를 든 관리자는 어린아이의 얼굴을 보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우리 사장님 알아? 너 누구야?”“저 리염 여동생이에요. 일 있어서 백이령 언니 찾아온 거예요.”리염과 양아치들은 PC방 단골이고 백이령 똘마니기 때문에 관리자는 당연히 리염을 알고 있었다. 리사가 리염 여동생이라고 말하자 관리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잠깐 기다려.”그는 카운터에서 뒤쪽 커튼으로 가려져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자가 나와 말했다.“들어와, 사장님이 기다리고 계셔.”리사는 관리자와 함께 뒤쪽 방으로 들어갔다. 이쪽은 PC방 외부와 달리 긴 복도가 있었으며 불빛이 어두웠다. 양쪽 방은 합치면 열 개도 넘었으며 문 앞에는 방 번호가 적혀있었다. 굳게 닫힌 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자 리사는 깜짝 놀랐다.관리자는 그녀를 마지막 방으로 안내했고 그 방에는 번호가 없었다.문을 여니 사무실처럼 인터
“오빠 맞아요, 이웃들이 다 봤다고요!”리사는 울면서 고함을 질렀다.“오빠가 엄마에게 돈을 요구했는데 엄마가 안 줘서 죽인 거라고요!”리사 아버지는 그녀를 보면서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결국 문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 리사는 아버지가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테이블에 놓았던 유리잔을 깨뜨렸다.-다음날, 강유이와 강해신이 리사를 찾아왔다. 강유이가 문을 두드렸지만 문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강해신을 바라보았다.“둘째 오빠, 리사는 집에 없는 걸까?”“몰라, 그렇겠지.”강해신은 몸을 돌렸다.“돌아가자.”강유이는 머리를 끄덕였다. 원래 오늘 그녀는 리사를 보러 온 거지만 리사가 없으니 학교에 가서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다.아파트 문까지 걸어간 강유이와 강해신은 마침 리사 아버지와 마주쳤다. 그녀는 리사 아버지 쪽으로 달려갔다.“리사 아버지, 저 강유이에요. 리사 집에 없어요?”리사 아버지는 좀 당황한 듯 보였다.“아마 나갔을 거다.”리사 아버지가 아파트로 들어가자 강유이가 눈을 내리떴다.“둘째 오빠, 리사가 너무 걱정돼.”강해신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걱정할 필요 없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며칠 후면 학교에 나올 거야.”강유이는 강해신과 함께 아파트를 떠났다.집에 돌아온 리사 아버지는 리사의 방문을 열었다. 나간 줄 알았던 리사는 옆으로 돌아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고 있었다. 리사 아버지는 다시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갔다.계속 깨어있었던 리사는 어두운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강유이의 노크 소리를 들었지만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아 없는 척 한 거였다.이틀 뒤 리사는 드디어 학교로 돌아왔다.강유이는 그녀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그녀를 찾으러 갔다.복도에서 리사를 기다리던 유이는 리사가 교실에서 나오자 웃으면서 다가갔다.“리사야, 괜찮아? 엄청 많이 걱정했어.”리사는 고개를 저었다.“며칠 전 오빠와 네 집에 찾아갔었는데 넌 없더라.”강유이는 이렇게 말한 후 환하게 웃었
한지욱은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지.”차는 한 씨 저택에 멈춰 섰다. 한수찬과 한 부인은 일찍부터 소식을 들었는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가 아이를 안고 한지욱과 함께 들어온 걸 확인한 한수찬과 한 부인은 서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한지욱은 시우와 윤티파니의 손을 잡고 그들 쪽으로 걸어갔다.“아버지, 티파니 씨와 손자 데리고 왔어요.”시우는 부끄러워하며 한지욱 뒤에 숨더니 고개를 반쯤 내밀었다.귀여운 아이의 모습을 본 한 부인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얘야, 이리 와 보렴.”윤티파니가 쪼그리고 앉아 시우에게 뭐라고 말하자, 그제야 시우는 머뭇거리면서 걸어갔다. 한 부인은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웃으며 말했다.“정말 착한 애구나.”그녀는 고개를 들어 윤티파니를 바라보았다.“티파니야, 네가 정말 고생했다.”윤티파니는 멈칫하다가 그저 고개만 저었다.한수찬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돌아왔으니 내가 아줌마더러 저녁을 준비하라고 하마.”“여보, 앉아요.”한 부인은 그를 부축하며 자리에 앉혔다.“제가 갈 테니 여보는 손자랑 놀아요.”“하지만......”한수찬은 사실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몰라 핑계를 대고 자리를 뜨려고 했던 거다. 하지만 그 이유를 모르는 한 부인이 저지했다.시우는 별처럼 맑고 깨끗한 눈으로 한수찬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가 정말 마음에 든 한수찬은 아이와 어떻게 말을 건넬까 생각하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과일을 발견했다.한수찬은 사과를 시우에게 건네주었다.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가가 사과를 건네받은 후 이렇게 말했다.“할아버지, 감사합니다.”사과를 받은 그는 윤티파니에게 다시 달려갔다.한수찬은 시우가 할아버지라고 부르자 기분이 좋아졌다.저녁을 먹은 후 윤티파니는 시우를 데리고 정원에서 산책했으며, 한지욱은 2층 베란다에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이때 한 부인이 그의 곁으로 걸어왔다.“지욱아.”그녀도 정원 쪽을 바라보았다.“티파니가 결혼하겠다고 했어?”한지욱은 눈을 내리깔면
곽 회장은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응접실에서 나온 곽 회장은 마침 복도에서 이율과 마주치고 깜짝 놀랐다.“네가 어떻게 이 회사에 있어?”이율 역시 이곳에서 의붓아버지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이때 함께 응접실에서 나온 강성연은 곽 회장과 이율의 대화를 듣고 조금 의아했다.“곽 회장님, 이율을 알아요?”곽 회장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율이 해명했다.“아저씨, 전...... 전 soul 주얼리에서 출근하고 있어요.”곽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강성연은 곽 회장 곁에 서서 이율을 바라보았다.“곽 회장님, 이율이와 친척 관계이신가요?”그러고 보니 이율의 성도 곽 씨였다.이율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곽 회장은 숨을 조금 들이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율은 제 아내 딸입니다.”곽 회장이 처음 다른 사람 앞에서 그녀를 소개하는 것인지 이율은 좀 놀란 눈빛이었다. 다들 곽 회장이 재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재혼한 아내의 딸도 곽 회장의 딸이 아닌가?곽 회장이 떠난 후 이율은 강성연과 함께 사무실로 돌아갔다.강성연은 소파에 앉아 턱을 괴고 이율을 바라보았다.“곽 사모님이 너의 어머님이었구나.”이율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삐죽거렸다.“엄마는 절 데리고 곽 회장님과 재혼했어요. 하지만 의붓아버지가 제 신분을 공개하지 않았죠.”그렇기 때문에 여태껏 이율의 진짜 가정 상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가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다들 그녀가 일반 가정의 출신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이율은 확실히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어머니는 선생님, 아버지는 노동자였다. 하지만 어렸을 적에 그녀의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셨고 그녀는 아버지를 여의게 되었다.그 후 이율의 어머니는 곽 회장을 만나게 되었다.곽 회장은 이율 어머니의 현모양처 모습에 반해 아이가 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결혼했다. 이율도 의붓아버지를 따라 성을 곽 씨로 바꿨지만, 자신이 곽 씨 가문 딸이라는 걸 밝힐 수 없었다. 곽 씨 저택은 그녀의 집
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넌 의붓아버지 미래 반응까지 예측하고 있네, 정말 의정 씨가 걱정되나 봐.”강성연은 이율이 피가 조금도 섞이지 않은 언니를 이렇듯 생각하는 모습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강미현이 떠올랐다.강미현도 태어날 때부터 나빴던 게 아니다. 그녀들도 피가 섞이지 않은 사이였다. 강성연은 지금까지도 초란, 강미현과 처음 만났던 정경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그녀보다 머리 하나 정도 큰 강미현은 예쁘게 머리를 땋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강성연 앞에 섰었다. 아버지는 강성연에게 “앞으로 네 언니가 될 강미현이야.”라고 소개해 주었다.그때 강성연은 조금 불쾌한 기분으로 강미현을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돌아간지 1년도 안되었을 때 계모와 “언니”를 데려왔기 때문이었다. 강성연은 화를 내면서 위층으로 뛰어올라갔었다.그 뒤로 강미현은 감히 그녀와 말을 걸지 못했고, 집에서 조심스럽게 지냈다. 그러나 강성연은 강미현이 자신과 놀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린아이에게 무슨 못된 생각이 있을 수 있겠는가? 강미현이 익숙해진 뒤로 강성연은 천천히 그녀를 받아들였고 가끔 강미현과 함께 놀러 가기도 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건 어느 날 그녀와 강미현이 집에 늦게 돌아왔을 때, 초란은 강미현만 혼내던 그날이다.아마 그때부터 강미현이 그녀를 피했던 것 같다.시간이 흐른 후 강미현은 다른 사람으로 변했고 아버지 사랑을 받으려고 애를 썼으며 허영심만 가득 찼다. 그때 강성연은 알지 못했지만, 지금의 강성연은 부모의 교육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강성연 대표님?”이율이 그녀를 부르자 강성연은 정신을 차렸다.“왜?”이율은 볼을 긁적였다.“대표님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돌아가서 의정 언니한테 말할게요. 이력서 좀 쓰게요.”강성연은 웃으면서 서류를 펼쳤다.“의정 씨가 어느 회사에 갈지 달렸어.”점심, 수민 아파트.곽의정은 베란다에서 이율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이율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곽의정은 멍하니 서있었다.“AM 그룹의 산
강유이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강해신은 생각하다가 차라리 입을 다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리염은 퇴원했고 리사 아버지가 데리러 갔다.집으로 돌아온 리사 아버지는 그에게 이제는 사고 치지 말라고 타일렀지만 리염은 여전했다. 이유 없이 몰매를 맞았으니 그는 당연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방과 후 집으로 돌아온 리사는 리염이 소파에서 게임하는 모습을 보고 표정이 좀 미묘해졌다. 그녀는 인사조차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주방에서 밥하던 리사 아버지는 쾅 하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리사 어머니가 죽은 일이 리사에게 큰 충격을 줬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리사 아버지는 이미 경찰에게 상황을 물어봤고 이 일은 리염과 관련이 없었다. 리염이 밖에서 빚을 진 탓에 사채업자들이 집으로 찾아와 리사 어머니와 다투다가 사고가 발생한 거였다. 사채업자들은 겁을 먹고 도망쳤고 리사 어머니는 제때에 발견한 사람이 없어 과도 출혈로 죽은 거다.리사 아버지도 아내의 죽음에 매우 고통스러웠다. 더 고통스러운 건 그의 잘못된 교육 때문에 아들이 나쁜 길로 들어선 거였다.아내는 죽었지만 그들은 계속 살아가야 했다.그는 이 사건으로 아들이 잘못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와 착실하게 살길 바랐다.-다음날, 강유이와 리사는 책 빌리러 도서관으로 갔다. 학교 도서관은 농구장 3, 4개만큼 컸는데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졌다.중학교 구역과 고등학교 구역은 각기 달랐다.리사는 책장 앞에 서서 책을 찾았다. 그녀의 팔목에 아무것도 없는걸 발견한 강유이가 물었다.“리사, 내가 선물한 팔찌는?”리사는 멈칫했고 미묘하던 표정이 곧 미소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잃어버릴까 봐 집에 뒀어.”강유이는 의심하지 않았다.“잃어버려도 괜찮아. 내가 하나 더 해주면 되지.”리사는 웃으며 말했다.“널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우리는 친구잖아, 어떻게 네가 귀찮겠어?”강유이는 발끝을 세우고 책장 위에 있는 책을 꺼내려고 했다.하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곧 누
강유이는 자신도 고등학생 시합을 보러 갈 수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 표정이었다.그러자 선배가 싱긋 웃으며 설명했다.“시합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을 수도 있어. 네가 오면 내가 제일 좋은 자리를 맡아줄게.”그의 말에 민서율은 강유이의 반응을 관찰했다.강유이는 리사의 손을 꽉 잡고 물었다.“리사와 같이 가도 돼요?”선배가 시합에 초대한 사람은 강유이 한 사람이다. 선배가 누구를 대신해 강유이를 초대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 강유이가 친구와 함께 참석하겠다는 말에 선배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조금 망설였다.리사는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잡고 있었던 강유이의 손을 놓고 웃으며 말했다.“유이야, 너 혼자 가. 나 그날 시간이 될지 모르겠어.”“그럼 나도…”“유이야! 너 그러면 꼭 와야 돼. 알았지?”선배의 반복되는 초대에 강유이는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도서관을 나선 후, 민서율과 그의 친구들은 강유이의 곁에서 웃고 떠들었고, 리사는 그들과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걸었다. 리사는 아무리 노력해도 민서율과 그의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자신과 강유이는 하늘과 땅 차이의 수준에 있는 것 같다. 강유이는 어디에 있어도 항상 빛이 나는 존재였다. 집안 환경도 좋고, 아역 배우도 했었으며 예쁘고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였다.초등학교 때부터, 강유이의 주위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사람들은 강유이의 잘못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고, 예뻐해 줬으며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들을 준비가 되었다. 강유이는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모두 갖고 태어났다.리사는 마치 강유이라는 꽃을 더 돋보이게하는 잎사귀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강유이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강유이와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 복도에 우두커니 서있는 강해신을 발견하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 만나러 왔어?”어렸을 때, 그녀와 강해신도 사이가 꽤나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리사는 자신이 강유이의 친구였기에 강해신이 그녀와 놀아주었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진땀을 빼고 있을 때, 한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발견했다.검은색 정장에 하얀색 셔츠를 입은 남자는 손에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그 모습이 꽤나 멋져 보여 곽의정은 천천히 창문을 내리고 남자를 불렀다.“저기요.”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강현은 자리에 멈춰 서고 곽의정을 쳐다보았다.“저요?”곽의정은 차 문을 열고 내리며 미안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제가 주차를 잘 못해서 그러는데, 혹시 도와주실 수 있나요?”강현은 여자의 차가 거의 벽에 부딪칠 뻔한 것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일단 해볼게요.”“너무 고마워요!”운전석에 앉아 사이드미러를 바로 하고 천천히 차를 움직였다. 2분도 안 되는 사이에 강현은 완벽하게 주차를 마치고 운전석에서 내려 곽의정에게 열쇠를 건넸다.“됐어요.”“정말 너무 감사합니다.”강현은 싱긋 웃어 보이고 대답했다.“아니에요.”남자가 자신과 같은 엘리베이터에 향하는 것을 본 곽의정은 깜짝 놀라며 그의 뒤를 따라가 말을 건넸다.“여기에 사시는 분이세요?”“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그렇구나…”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강현이 버튼을 누르자 곽의정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강현은 그녀를 돌아보고 물었다.“몇 층에 사세요?”곽의정은 화들짝 놀라더니 바로 미소를 지었다.“같은 층에 살아요.”강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20층에 도착한 후, 엘리베이터에서 곽의정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강현의 옆집에 멈춰 섰다.강현이 열쇠를 열쇠구멍에 맞춰 넣자 곽의정의 조금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이런 우연이! 어떻게 마침 우리 옆집으로 이사 왔어요?”강현은 곽의정을 돌아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그러니까요.”“오늘 저 대신 주차를 도와줘서 고마워요. 저녁엔 저희 집에 와서 드세요.”그녀의 말에 강현은 깜짝 놀랐다.“실례인 것 같아서 거절할게요.”곽의정은 그의 말을 듣고 연신 손사래를 치며 설명했다.“아, 오해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