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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1화

“결혼 한 여자라면 응당 너희 어머니처럼 절개를 지켜야 해. 가정을 보살피고 자식을 돌보며 남편을 섬겨야 하는 거 맞아. 하지만 남편이란 작자는 그게 당연히 해야 하는 건 줄 알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어. 너도 알지? 너희 어머니는 한 번도 우리 아버지의 뜻을 어긴 적이 없다는 걸.”

차가 아파트 아래에 도착했다. 안전벨트를 푼 이율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곽의정을 돌아보았다.

“그래서 지금 그게 언니가 우리 엄마를 싫어하는 원인이라는 거예요?”

조용한 정막 속에서 이율은 그녀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곽의정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난 그냥 너희 어머니가 고개만 푹 수그린 채 남의 비위나 맞추며 사는 태도가 눈에 거슬릴 뿐이야.”

이율은 시선을 내려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라고 자신의 어머니의 서러움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재혼 후,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좋아했던 일을 하지 못했다. 곽 회장은 그녀가 가정주부로만 있을 것을 원했고, 심지어 그녀의 인간관계마저 깨끗이 정리하도록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재혼하는 입장으로서 자신한테 곽 회장은 과분한 사람이라고, 심지어 이렇게 큰 딸까지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곽 회장은 성공한 사업가였다. 남자라면 응당 밖에서 보이는 체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곽 회장이 그녀한테 자신의 인간관계를 정리하게 한 원인은 단지 그녀가 곽 씨 가문의 체면을 깎을까 봐 걱정되어서였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시집오고 난 후 줄곧 보모에 불과하지 않았다.

모든 일은 남편이 위주였고 가장 기본적인 자기만의 생각조차 함부로 갖지 못했다.

이율은 어머니한테 후회하냐고 물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본인도 후회를 했을 것이다. 단지 본인 스스로가 택한 선택이었기에 후회해 봤자 또 무슨 쓸모가 있었을까.

이율은 곽의정이 탄 차가 사라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몸을 돌려 아파트로 들어갔다.

그 시각, soul 주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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