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티파니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현숙은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티파니야, 네 마음이 내키지 않다는 걸 알아. 하지만 모두 지나간 일이고 사람은 앞을 보면서 살아야지. 아이도 생각해야 하잖아.”윤티파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요.”한지욱은 아들을 데리고 나가 놀다가 점심에야 돌아왔다. 시우는 즐거운 얼굴로 장난감을 들고 강현숙에게 뛰어갔다.“할머니, 아빠가 장난감 사줬어요!”강현숙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웃었다.“기분 좋아?”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장난감 비행기를 만졌다.“좋아요!”손자가 즐거워하니 강현숙도 별 말 하지 않았다.한지욱이 걸어왔다.“어머님, 티파니는요?”강현숙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대답했다.“방에 있다.”한지욱이 윤티파니 방으로 걸어가 문을 열어보니 윤티파니가 창문 앞에 서있는 게 보였다. 핑크색 커튼이 그녀의 가녀린 몸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눈 한 번만 깜빡하면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 사라질 것 같았다.한지욱은 순간 가슴이 쿵쿵 세차게 뛰었다. 그가 미친 듯이 달려가 그녀를 안았다.윤티파니는 깜짝 놀랐다.“뭐 하는 거예요?”“난...... 난 당신이......”한지욱은 정신을 차린 후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더 꽉 껴안았다.“미안해요, 그저 순간 당신이 3년 전처럼 그럴까 봐 겁이 났어요.”윤티파니는 멍하니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 그녀는 한지욱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찌나 뜨거운지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 그건 그녀의 눈물이 아니었다!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고 그의 얼굴을 만졌다.한지욱은 멍하니 있다가 몸을 돌려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창문에 서서 뭐 한 거예요?”그녀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한지욱 씨, 아까...... 제가 뛰어내리는 줄 알았어요?”그는 대답하지 않았다.윤티파니는 입술을 깨물고 얼굴에 남은 축축한 눈물자국을 느꼈다. 한지욱도 눈물을 흘리는 건가?그녀는 창문 앞으로
한지욱은 빙긋 웃었다.“어머님, 저흰 괜찮아요.”강현숙은 별말 없이 몸이 돌려 떠났다.윤티파니는 한지욱과 눈을 마주친 후 눈을 내리깔았다.“당신...... 정말 괜찮아요?”한지욱은 침을 꿀꺽 삼킨 후 시선을 돌렸다.“괜찮아요, 둥지를 다시 돌려놓을게요.”그는 둥지를 잘 놓은 후 몸을 돌려 윤티파니를 바라보았다. 윤티파니는 제자리에 서있었고 그는 천천히 걸어와 윤티파니 앞에 섰다.“티파니 씨, 걱정하지 마요. 전 다치지 않았어요.”그녀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자 한지욱은 당황했다.한지욱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왜 울어요?”윤티파니도 자신이 왜 슬픈지 몰랐다. 아마 과거가 생각나서, 아니면 아픈 무언가를 건드려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한지욱은 고개를 떨구고 그녀의 눈물에 입을 맞췄다.윤티파니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볼에 닿았을 때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한지욱은 눈을 내리뜨고 그녀를 한참 동안 보다가 입술에 입술을 포갰다. 윤티파니는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간간이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진한 키스를 하다가 윤티파니가 그를 안는 순간 그는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하지만 한지욱은 예전처럼 강압적으로 하지 않고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그녀가 그를 바라보면서 묵인하는 듯하자 한지욱은 그녀의 얼굴을 만지면서 옅게 미소를 지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이마, 코끝, 입술에 입을 맞췄다.......창밖의 노을은 유난히 붉었다. 빨간 물감이 물든 단풍이 흔들리며 커튼에 부드러운 아우라를 그렸다.한지욱은 뒤에서 윤티파니를 그러안았으며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창밖을 바라보았다.“티파니 씨, 전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그는 너무나 많은 것을 바라지도, 욕심낼 용기도 없었다.“저와 결혼하지 않아도 평생 다른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이 자리는 영원히 당신 거고 아들 한 명으로 충분해요.”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강유이는 리사 곁에 다가가 앉았다.“리사, 요즘 무슨 일 있어?”리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유이는 그녀가 걱정되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나 리사가 곧 그녀의 손을 밀쳐냈다.“유이야, 우리 학교에서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자.”강유이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왜?”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바로 되물었다.“설마 조민이가 또 뭐라고 한 거야?”리사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았다.“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거 알아. 보조금과 부모님 저금으로 이 학교에 다니는 것 외에, 부모님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하지만 난 그저 친구 사귀고 싶었을 뿐이야, 왜...... 왜 다른 애들은 날 그렇게 말하는 걸까?”강유이는 그녀의 앞에 웅크려 앉았다.“리사, 다른 사람들의 말과 생각에 너무 신경 쓰지 마. 조민이가 이간질하기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잖아. 이번 생에 내 친구는 너 하나뿐이야.”리사가 눈물을 멈추지 않자 강유이는 화를 내며 일어섰다.“조민이 찾으러 갈게!”“가지 마.”리사는 그녀를 잡았다.“제발, 유이야, 네가 찾아가도 소용없어. 이건 나와 조민 사이의 일이야. 네가 아무리 찾아가도 소용없다고.”강유이는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멈춰 섰다.그녀는 조민에게 더 이상 리사를 괴롭히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조민은 듣지 않았다.“유이야, 네가 날 친구로 생각하는 거 알아. 하지만 학교에서는 좀 떨어져서 지내. 날 위해서라도.”리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강유이는 이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었다.저녁, 반 씨 저택.강유이는 저녁도 먹지 않고 돌아오자마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조용히 울었다. 저녁을 들고 들어온 강성연은 음식을 테이블 위에 놓은 후 이불을 젖혔다.“유이야, 배불리 먹지 않으면 울 힘도 없어. 먼저 밥 먹고 울어.”강유이는 침대 끝에 앉아 입을 삐죽거렸다.“엄마, 리사는 저와 친해지려는 것뿐인데 왜 다른 애들은 모두 리사를 그렇게 말하는 걸까요?”
강유이는 너무 예쁘게 자라 세상 물정에 대해 잘 몰랐다. 그녀는 리사가 그녀처럼 자신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좋은 물건들을 선물해 준 거였다. 하지만 자신이라는 건 물질로 보완할 수 없는 거다.인간의 탐욕이란 태어날 때부터 생기는 게 아니라, 쉽게 한 번도 가지지 못한 물건을 소유하게 되고 그것에 익숙해지면 탐욕이 점점 드러나게 된다.그러니 강유이가 바보라고 말하는 거다.“그렇다면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강유이는 자신 때문에 리사가 큰 부담을 느끼는 거라 생각했다.강성연은 웃으면서 일어섰다.“당연히 고쳐야지, 지금도 아직 늦지 않았어.”다른 쪽, 일반 주택.리사는 밖에서 한참 동안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던 그녀는 문이 열린 걸 발견했다.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엄마, 아빠, 저 왔어요.”현관에서 신발을 바꿔 신으며 부모를 불렀지만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그녀는 소파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주방 쪽에서 소리가 들려 들어간 리사는 어머니가 피를 줄줄 흘리며 쓰러진 모습을 발견했다.리사는 제자리에 굳어졌다.“엄마......”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이웃들은 길옆에 서서 리사 어머니가 들것에 실려가는 걸 지켜보았다. 리사 아버지도 급히 달려왔다.“저 집도 정말 재수가 없다니까, 저런 쓰레기 같은 아들을 낳아서...”“누가 아니래? 다른 집 아들은 부모한테 돈을 보내는데, 저 집 아들은 부모 목숨까지 빼앗잖아.”“다투는 소리 좀 들었어, 그 뒤로 청년 몇 명이 허둥지둥 도망치더라고. 정말 가문의 수치야.”리사는 이튿날 학교로 가야 하기 때문에 리사 아버지는 그녀더러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리사는 제자리에 서서 이웃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들으며 어두워진 표정으로 점차 멀어지는 구급차를 바라보았다.리사는 홀로 휑한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티비 위에 놓인 가족사진에는 그녀 오빠의 모습도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로부터 오빠는 더 이상 그녀를 예뻐하지 않았고 성격도 난폭해졌다.왜
강유이는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숙이고 고맙다는 말만 한 후 사무실에서 나왔다.일반 주택.리사 아버지는 방에서 아내의 유물을 정리하다가 가족사진을 본 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문 앞에서 이 장면을 한참 동안 지켜본 리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방으로 돌아가 강유이가 선물한 비싼 선물들을 모두 꺼내 가방에 넣었다.그녀는 가방을 메고 골목길에 있는 PC방으로 향했다.그곳은 리사의 오빠 리염이 자주 다니는 곳이었다. 그리고 리사는 리염이 밖에 “백이령 누님”이라는 사람을 모시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오빠 곁에 있는 양아치들은 항상 “백이령 누님”을 입에 담고 살았다.백이령 누님은 PC방 사장님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지만 돈이 많은 것 같았다. PC방 앞에 늘 주차되어 있는 레드색 스포츠카가 바로 백이령 누님 거였다.리사가 PC방으로 들어가 카운터로 걸어가 보니 관리자는 컵라면을 먹으면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리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백이령 언니 여기 계시나요?”“사장님 안에......”고개를 든 관리자는 어린아이의 얼굴을 보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우리 사장님 알아? 너 누구야?”“저 리염 여동생이에요. 일 있어서 백이령 언니 찾아온 거예요.”리염과 양아치들은 PC방 단골이고 백이령 똘마니기 때문에 관리자는 당연히 리염을 알고 있었다. 리사가 리염 여동생이라고 말하자 관리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잠깐 기다려.”그는 카운터에서 뒤쪽 커튼으로 가려져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자가 나와 말했다.“들어와, 사장님이 기다리고 계셔.”리사는 관리자와 함께 뒤쪽 방으로 들어갔다. 이쪽은 PC방 외부와 달리 긴 복도가 있었으며 불빛이 어두웠다. 양쪽 방은 합치면 열 개도 넘었으며 문 앞에는 방 번호가 적혀있었다. 굳게 닫힌 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자 리사는 깜짝 놀랐다.관리자는 그녀를 마지막 방으로 안내했고 그 방에는 번호가 없었다.문을 여니 사무실처럼 인터
“오빠 맞아요, 이웃들이 다 봤다고요!”리사는 울면서 고함을 질렀다.“오빠가 엄마에게 돈을 요구했는데 엄마가 안 줘서 죽인 거라고요!”리사 아버지는 그녀를 보면서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결국 문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 리사는 아버지가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테이블에 놓았던 유리잔을 깨뜨렸다.-다음날, 강유이와 강해신이 리사를 찾아왔다. 강유이가 문을 두드렸지만 문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강해신을 바라보았다.“둘째 오빠, 리사는 집에 없는 걸까?”“몰라, 그렇겠지.”강해신은 몸을 돌렸다.“돌아가자.”강유이는 머리를 끄덕였다. 원래 오늘 그녀는 리사를 보러 온 거지만 리사가 없으니 학교에 가서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다.아파트 문까지 걸어간 강유이와 강해신은 마침 리사 아버지와 마주쳤다. 그녀는 리사 아버지 쪽으로 달려갔다.“리사 아버지, 저 강유이에요. 리사 집에 없어요?”리사 아버지는 좀 당황한 듯 보였다.“아마 나갔을 거다.”리사 아버지가 아파트로 들어가자 강유이가 눈을 내리떴다.“둘째 오빠, 리사가 너무 걱정돼.”강해신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걱정할 필요 없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며칠 후면 학교에 나올 거야.”강유이는 강해신과 함께 아파트를 떠났다.집에 돌아온 리사 아버지는 리사의 방문을 열었다. 나간 줄 알았던 리사는 옆으로 돌아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고 있었다. 리사 아버지는 다시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갔다.계속 깨어있었던 리사는 어두운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강유이의 노크 소리를 들었지만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아 없는 척 한 거였다.이틀 뒤 리사는 드디어 학교로 돌아왔다.강유이는 그녀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그녀를 찾으러 갔다.복도에서 리사를 기다리던 유이는 리사가 교실에서 나오자 웃으면서 다가갔다.“리사야, 괜찮아? 엄청 많이 걱정했어.”리사는 고개를 저었다.“며칠 전 오빠와 네 집에 찾아갔었는데 넌 없더라.”강유이는 이렇게 말한 후 환하게 웃었
한지욱은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지.”차는 한 씨 저택에 멈춰 섰다. 한수찬과 한 부인은 일찍부터 소식을 들었는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가 아이를 안고 한지욱과 함께 들어온 걸 확인한 한수찬과 한 부인은 서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한지욱은 시우와 윤티파니의 손을 잡고 그들 쪽으로 걸어갔다.“아버지, 티파니 씨와 손자 데리고 왔어요.”시우는 부끄러워하며 한지욱 뒤에 숨더니 고개를 반쯤 내밀었다.귀여운 아이의 모습을 본 한 부인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얘야, 이리 와 보렴.”윤티파니가 쪼그리고 앉아 시우에게 뭐라고 말하자, 그제야 시우는 머뭇거리면서 걸어갔다. 한 부인은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웃으며 말했다.“정말 착한 애구나.”그녀는 고개를 들어 윤티파니를 바라보았다.“티파니야, 네가 정말 고생했다.”윤티파니는 멈칫하다가 그저 고개만 저었다.한수찬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돌아왔으니 내가 아줌마더러 저녁을 준비하라고 하마.”“여보, 앉아요.”한 부인은 그를 부축하며 자리에 앉혔다.“제가 갈 테니 여보는 손자랑 놀아요.”“하지만......”한수찬은 사실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몰라 핑계를 대고 자리를 뜨려고 했던 거다. 하지만 그 이유를 모르는 한 부인이 저지했다.시우는 별처럼 맑고 깨끗한 눈으로 한수찬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가 정말 마음에 든 한수찬은 아이와 어떻게 말을 건넬까 생각하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과일을 발견했다.한수찬은 사과를 시우에게 건네주었다.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가가 사과를 건네받은 후 이렇게 말했다.“할아버지, 감사합니다.”사과를 받은 그는 윤티파니에게 다시 달려갔다.한수찬은 시우가 할아버지라고 부르자 기분이 좋아졌다.저녁을 먹은 후 윤티파니는 시우를 데리고 정원에서 산책했으며, 한지욱은 2층 베란다에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이때 한 부인이 그의 곁으로 걸어왔다.“지욱아.”그녀도 정원 쪽을 바라보았다.“티파니가 결혼하겠다고 했어?”한지욱은 눈을 내리깔면
곽 회장은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응접실에서 나온 곽 회장은 마침 복도에서 이율과 마주치고 깜짝 놀랐다.“네가 어떻게 이 회사에 있어?”이율 역시 이곳에서 의붓아버지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이때 함께 응접실에서 나온 강성연은 곽 회장과 이율의 대화를 듣고 조금 의아했다.“곽 회장님, 이율을 알아요?”곽 회장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율이 해명했다.“아저씨, 전...... 전 soul 주얼리에서 출근하고 있어요.”곽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강성연은 곽 회장 곁에 서서 이율을 바라보았다.“곽 회장님, 이율이와 친척 관계이신가요?”그러고 보니 이율의 성도 곽 씨였다.이율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곽 회장은 숨을 조금 들이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율은 제 아내 딸입니다.”곽 회장이 처음 다른 사람 앞에서 그녀를 소개하는 것인지 이율은 좀 놀란 눈빛이었다. 다들 곽 회장이 재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재혼한 아내의 딸도 곽 회장의 딸이 아닌가?곽 회장이 떠난 후 이율은 강성연과 함께 사무실로 돌아갔다.강성연은 소파에 앉아 턱을 괴고 이율을 바라보았다.“곽 사모님이 너의 어머님이었구나.”이율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삐죽거렸다.“엄마는 절 데리고 곽 회장님과 재혼했어요. 하지만 의붓아버지가 제 신분을 공개하지 않았죠.”그렇기 때문에 여태껏 이율의 진짜 가정 상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가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다들 그녀가 일반 가정의 출신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이율은 확실히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어머니는 선생님, 아버지는 노동자였다. 하지만 어렸을 적에 그녀의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셨고 그녀는 아버지를 여의게 되었다.그 후 이율의 어머니는 곽 회장을 만나게 되었다.곽 회장은 이율 어머니의 현모양처 모습에 반해 아이가 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결혼했다. 이율도 의붓아버지를 따라 성을 곽 씨로 바꿨지만, 자신이 곽 씨 가문 딸이라는 걸 밝힐 수 없었다. 곽 씨 저택은 그녀의 집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