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의 얼굴에서 핏기가 점점 사라졌다. 마치 피가 거꾸로 솟는 것처럼 손발이 차가워졌다.정말로 자신이 유이를 불러내야 하나?하지만 그건 유이를 배신하는 일인데.유이는 자신의 친구지 않는가.리사가 고민하는 것을 눈치챈 수연이 아이를 놓아주었다. 몸을 일으킨 그녀가 싸늘한 눈빛으로 리사를 바라보았다.“싫어? 그럼 그 애 대신 네가 죽으려고?”그 말에 놀란 리사가 두려움에 울먹였다.“하지만… 하지만 전…”“하지만 뭐? 원래 우정이 가장 깨지기 쉬운 거야. 그 애는 귀하디 귀한 반 씨 가문의 아가씨라서 너보다 훨씬 목숨 값이 비싸. 그 애 대신 네가 죽는 게 수지가 맞는다고 생각해?”수연이 웅크려 앉아 부드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꼬마 아가씨, 사람들은 말이야. 가끔 살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밑천을 끌어내 희생시키기도 해. 친구까지도 말이야.”“친구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다면 그럼 네 목숨을 내놓을 수밖에. 넌 살고 싶어 아니면 죽고 싶어?”수연이 돌연 리사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말해!”두피에서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리사는 감히 큰 소리로 울지 못했다.“저… 전 살고 싶어요.”수연이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아이를 자신의 눈앞에까지 끌어당겼다.“당연히 그래야지. 내일 내가 널 학교에 데려다줄 거야. 그럼 넌 무조건 반지훈의 딸을 불러내와야 돼. 만약 도망치면.”수연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바로 죽여버릴 거야.”리사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수연이 돌아서서 두 남자를 바라봤다.“잘 감시해. 도망치려 들면 다리를 분질러버려.”두 남자가 씩 웃었다.“걱정 마세요. 절대 우리 손에서 도망가지 못할 테니까요.”수연이 떠난 후 리사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낮은 소리로 울먹였다. 리사는 너무나 두려웠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갈등되었다. 왜 자신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리사는 강유이를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무서웠다.창
강유이의 말에 리사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응…”리사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수연이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가 리사의 휴대폰을 조수석에 앉아있는 남자한테 건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울고 있는 리사를 보더니 웃으며 아이의 어깨를 다독였다.“무서워하지 마. 너희들 친구잖아. 그러니까 네가 그 애를 배신해도 그 애는 너를 이해해 줄 거야.”곧이어 강유이는 리사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리사는 교문 앞 주차장에 있다고 말했다.교문 앞에까지 달려 나온 유이는 갑자기 보디가드들한테 제지당했다.“아가씨 어디 가시려고요?”“저 친구 데리러 갔다 올게요.”강유이가 보디가드를 밀어냈다.하지만 보디가드는 꿈쩍하지 않고 서서 유이의 앞길을 막았다.“나가실 수 없습니다. 대표님한테서 하교하기 전까지 절대 아가씨와 도련님더러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강유이는 화가 났다.“나 잠깐 내 친구 마중 나가는 것뿐이에요. 친구가 지각했는데 욕먹을까 봐 두렵다고 마중 나와 달랬거든요. 친구가 부탁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보디가드들이 여전히 비켜줄 의향 없이 자신을 막고 있자 강유이가 씩씩거리며 두 팔로 허리를 짚었다.“아저씨들 비키지 못해요?”고개를 숙이고 있는 보디가드들은 전혀 물러설 의도가 없었다.“아가씨, 저희들을 난처하게 만들지 말아 주세요.”“아니…”강유이가 뭐라 말하려고 하던 그때 강해신이 나타났다.“유이야.”유이가 해신이한테 쪼르르 달려가 그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오빠, 나 나가서 리사 데리고 와야 되는데 이 사람들이 못 가게 하잖아. 오빠가 설득 좀 해줘!”강해신이 미간을 찌푸렸다.“리사가 너한테 마중 나와 달라고 했으면 넌 여기서 그 애를 기다리면 되잖아. 왜 굳이 나가려고 해.”유이가 당황했다. 유이는 리사가 너무 걱정된 나머지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강유이는 얼른 리사한테 전화를 걸었다.그쪽에서 전화를 받자 유이가 말했다.“리사야, 나 지금 학교 문
강성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수고 많으셨어요.”경찰이 답했다.“별말씀을요. 이게 다 사모님 덕분입니다. 사모님께서 범인을 잘 설득해 주신 덕분에 자백을 받아냈으니까요.”강성연이 싱긋 미소 지었다. 설득보다는 협박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남자는 수연에 대한 충성심이 아주 강했다. 그는 수연에게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기꺼이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려고 했다.경찰서에서 나온 강성연이 강역에게 문자를 보냈다. 자신의 큰아버지한테도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약속을 했으니까.그녀가 막 차에 올라탔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강성연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녀는 전화를 받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화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강성연 씨, 당신 애들이 무사하니까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죠?”강성연이 이성을 유지한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수연 씨, 당신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당신들이 날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고 해서 내가 이대로 가만있을 거라 생각하지 말아요. 강성연 당신이 자기 아이들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다른 집 부모들도 자기 아이의 목숨이 소중하겠죠. 안 그래요?”수연의 말에 강성연이 멈칫거렸다. 강성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또 무슨 수작이에요.”수연이 웃음을 터뜨렸다.“당신 딸의 친구가 지금 내 손에 있거든요. 이름이 뭐 더라. 리사 맞죠?”리사, 강성연도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유이의 친구!’강성연이 입술을 깨물었다.“당신 지금 무고한 아이를 잡아두고 나한테 협박하는 거예요?”“그래요. 당신은 무고한 사람들한테 피해 주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하지만 어쩌죠? 당신 딸은 이미 피해를 준 것 같은데. 당신 딸이 자기 옷을 다른 애한테 빌려주지만 않았다면 이 애가 당신 딸로 오해를 받아서 나한테까지 올 일도 없었겠죠.”“이 아이가 죽게 되면 그건 당신들 때문이에요. 무고한 아이가 당신 딸 때문에 죽으면 앞으로 평생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살겠죠? 하하하.”강성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
리사의 참담한 모습을 본 순간 강성연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저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예요?”리사가 입은 치마에 피가 얼룩덜룩 묻어있었고, 파랗게 멍이 든 얼굴은 너무 부어서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심지어 입가에도 핏자국이 있었다.리사는 고문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눈빛이 색채를 잃어 공허하고 암담했다.남자는 리사를 밀었고 리사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해 중심을 잃고 비참하게 바닥에 쓰러졌다.그 광경을 본 강성연은 이를 악물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부모라면 자기 자식이 소중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자기 아이가 저렇게 학대를 당했다면, 엄마라면 당연히 미쳐 버릴 것이다.비록 리사가 그녀의 아이는 아니었지만 강성연은 부모로서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었다.강성연의 눈빛에서 한기를 읽은 수연은 그녀를 당장이라도 찢어발기고 싶은 사람처럼 더욱더 즐겁게 웃었다.“왜, 다른 집 아이인데도 마음이 아파요? 당신은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수연은 강성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이 아이가 당신 딸 대신 고통받은 거잖아요. 이 아이가 아니었으면 지금 이 꼴이 된 건 당신 딸이었을 걸요.”강성연은 두 팔이 단단히 묶였는데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힘껏 주먹을 움켜쥐었다.“수연 씨, 수연 씨는 정말 미쳤네요.”“만약 서영유 언니가 살아있었다면 아마 서영유 언니도 이랬을걸요?”수연은 들고 있던 담뱃불을 껐고 담배꽁초와 그 재가 강성연의 발치에 떨어졌다.“제가 서영유 언니를 너무 대단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남자를 얻으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 사람이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죠. 서영유 언니는 결국 죽을 운명이었던 거예요.”강성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수연을 바라봤다.“그건 당신의 결말이기도 해요.”수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강성연이 다리를 확 들어 올려 그녀에게 발길질을 했다. 강성연에게 걷어차인 수연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 남자가 제때 그녀를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넘어졌을 것이다.다른 남자가 강성연을 붙잡았는데 강성연은 박치기로
강성연은 수연을 향해 걸어갔다.수연은 웃음을 터뜨렸고 미친 사람처럼 들고 있던 리모컨을 높이 쳐들었다.“어디 더 다가와 봐요. 온몸이 산산이 조각나길 바란다면 말이죠.”강성연은 걸음을 멈추고 수연이 들고 있는 리모컨을 바라봤다. 강성연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제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제가 왜 당신에게 오라고 했겠어요? 전 사실 당신이 사람을 데리고 오든 데리고 오지 않든 걱정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반지훈 씨나 경찰을 불렀다고 해도 전 당신들 중 누구도 무사히 빠져나가게 두지 않았을 거예요.”수연은 의기양양하게 큰 소리로 웃었다.강성연은 심호흡하며 침착을 유지했다.“처음부터 같이 죽을 생각이었어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자신의 등 뒤 다친 두 남자를 가리켰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위해 목숨을 바쳤어요. 심지어 그중 한 명은 당신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죠. 저 사람들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건가요?”수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저 사람들이 죽든 말든 저랑 무슨 상관이죠? 저 사람들이 절 위해 일하는 건 돈 때문이에요. 전 돈을 주고 저 사람들은 저 대신 죽는 거죠. 당연한 일 아니에요?”강성연은 차갑게 웃었다.“수연 씨, 당신은 서영유 씨가 당신보다 수단이 더 악랄하다고 했죠. 하지만 전 오히려 서영유 씨가 당신보다 마음이 약했던 것 같네요.적어도 서영유 씨는 반씨 집안 사람들에게는 양심 있는 사람이었어요. 무고한 사람을 해치기는 했지만 반지훈 씨와 자신을 길러준 반씨 집안 사람들에게 모질게 군 적은 없죠. 하지만 당신은 자신의 친언니인 수지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당신 어머니도 당신의 약 때문에 죽었죠. 제 말이 맞나요?”수연은 점차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눈빛이 매서워졌다.“그것까지 조사해 냈네요.”“맞아요. 당신에 관한 일들은 다 알고 있어요.”강성연은 앞으로 걸었고 수연은 소리를 질렀다.“감히 오려고요?”하지만 강성연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수연은 뒷걸음질 쳤고 리모컨을
반지훈은 경찰과 얘기를 나눈 뒤 강성연에게 다가가 그녀를 확 끌어안으며 팔에 힘을 꽉 주었다.강성연은 그의 몸에서 나는 기분 좋은 냄새를 맡으며 조용히 웃었다.“당신이 제때 올 줄 알았어요.”반지훈은 강성연의 정수리에 힘껏 입을 맞췄고 소리 없이 웃으며 탓하는 어조로 말했다.“넌 언제나 제멋대로 행동하지. 내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으면 넌 지금쯤 죽었을 거야.”강성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난 당신이랑 해신이를 믿었어요.”수연을 찾아가는 길에 강성연은 반지훈의 전화를 받았고 강해신도 반지훈의 곁에 있었다.그들은 수연이 있는 곳의 범위를 확인했다. 네트워크만 있으면 그녀의 위치와 그들이 도망칠 수 있는 경로를 찾을 수 있었다.수연이 선택한 곳에 마땅한 도주 경로가 없다는 건 처음부터 도망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걸 의미했고, 그렇다면 아마 더욱 극단적인 방법을 취할 거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그것은 바로 동귀어진이었다.그래서 그들은 수연이 묵고 있는 호텔로 사람을 보냈고 수연이 해외에서 원격 조종이 가능한 폭탄을 구매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설치된 폭탄은 물리적 제어 시스템이 아니었고 리모컨으로 폭탄을 조종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필요했기에 그 구역의 네트워크를 차단하면 리모컨으로 폭탄을 터뜨릴 수 없었다.강성연은 반지훈과 강해신을 믿었기에 수연이 리모컨을 누르는 순간 폭탄이 터지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반지훈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화를 내야 할지, 아니면 웃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정말 못 말린다니까.”집으로 돌아오니 강해신과 강유이가 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해신과 강유이는 다급히 다가갔다.“엄마.”강유이는 강성연의 품에 안겼다.“미안해요, 엄마. 전부 제 잘못이에요. 제가 리사를 해쳤어요. 리사에게 제 옷을 입혀서는 안 됐어요.”사실 납치당했어야 할 아이가 자신이란 걸 알게 된 강유이는 무척이나 미안해했다. 강유이가 리사에게 옷을 빌려줘서 리사가 납치된 것이니 말이다.강성연은 손을 들어
그 말을 다시 되짚어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다음 날, 희승은 반씨 저택으로 와서 반지훈에게 보고를 올렸다. 수연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아 잠시 수감되었다고 말이다.강성연은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정신질환이요?”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간헐적 인격인지 장애라고 하는데 정신 분열 증상 중 하나라고 해요.”강성연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반지훈은 강성연의 손등을 감싸며 희승을 바라봤다.“간헐적 정신질환자라고 해도 정신이 멀쩡할 때 범죄를 저질렀으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형사 책임을 져야 해. 그건 피할 수 없는 거야. 만약 수연 씨가 정신질환을 핑계로 이 소송을 진행할 생각이라면 끝까지 상대해 주겠어.”희승이 말했다.“이미 변호사에게 그녀의 유죄 증거와 판결문을 제출하라고 공지했습니다.”희승이 떠난 뒤 강성연은 소파에 앉아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반지훈은 그녀를 안았다.“왜 그래?”“수연 씨가 한 수 남겨둘 줄은 몰랐어요.”수연은 정신질환을 핑계로 형사책임을 피하려는 걸까? 혹시라도 정말 그녀의 뜻대로 된다면 사회의 가장 큰 해악이 될 것이다.반지훈은 웃었다.“그 사람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 난 소송에서 져본 적이 없거든. 수연 씨가 정말 그런 질환이 있다고 해도 형사책임을 피하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강성연은 반지훈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뭔가 준비한 거예요?”반지훈은 강성연의 머리카락을 만지작댔다.“재판이 시작되면 알게 될 거야.”일주일 뒤, 재판 당일 좌석은 만원이었다. 강성연과 반지훈은 원고석에 앉고 맞은편에는 피고 측 변호인이 있었다.구의범도 현장에 있었는데 범죄 사건에 관한 결정을 책임졌다.수연은 네 명의 여경에 의해 법정으로 끌려왔다. 그녀는 수갑을 차고 있었고 머리는 엉망에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원고석에 앉아있는 강성연을 바라보더니 도발하듯 입꼬리를 차갑게 끌어올렸다.강성연은 허벅지에 올려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고 표정도 굳어졌다.판사는 손에 든 자료
원고 측 변호인은 웃었다.“뺑소니로 사람을 죽인 용의자가 죄를 인정한 건 피고인의 죄를 대신하기 위해서입니다. 용의자가 대신 죄를 뒤집어쓸 정도라면 진술 또한 거짓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원고 측 변호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들고 있던 서류를 건넸다.서류는 판사의 손에 들어갔고 판사는 서류를 뒤적거리며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피고가 저지른 모든 죄의 증거입니다. 정신질환자가 어떻게 의식이 불분명하고 자신의 행위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목표를 겨냥하고 사건을 계획하겠습니까? 정신질환자가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상대가 누구든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의도적인 행동은 통제 불능이라고 할 수 없죠.”판사는 피고 측을 바라봤다.“다른 증거가 있습니까?”피고 측 변호인이 증거를 두 개 건넸다.“피고인의 모든 의도적인 행위는 인격분열 장애 때문입니다. 피고인은 어릴 때 침범당하여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았고 심지어 인격 대체 행위도 있었습니다. 인격분열 환자는 자신의 다른 인격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설령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살인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수연 씨의 두 번째 인격이 한 일로 수연 씨 본인이 한 행위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강성연은 그 말을 듣고 입을 앙다물었다. 반지훈은 그녀의 숨겨진 기분을 알아채고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감쌌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보았고 반지훈의 미소는 그녀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인격분열 장애, 그리고 두 번째 인격이 살인을 저지른 안건은 아주 보기 드물었고 청중들은 모두 의아해했다.자신의 행위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다른 인격의 행위를 완전히 구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이것은 이중인격 범죄 안건이고, 병원에서 살인을 저지를 때 두 번째 인격 상태라는 걸 확실히 증명한다면,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면 형사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수연은 강성연을 바라봤고 강성연도 수연을 바라봤다.수연이 승리한 듯한 자태는 강성연을 자극했다.판사는 사람을 시켜 병원 진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