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어떤 여자요?""그건 저도 잘 몰라요. 집 안에서 애를 보고 있느라 목소리만 들었거든요. 그 여자 말로는 강예림 씨의 친구인데 집 정리를 도와주러 왔다고 했어요."며느리가 기억을 되짚으며 말했다."그리고 어머님께 40만 원을 팁으로 줬더라고요. 어머님이 신이 나서 말씀하셨던 게 기억나요."...차 안.강성연은 팔짱을 끼고 등받이에 기대 생각에 잠겼다.'혹시 그 여자가 수연은 아닐까? 그리고 강예림의 집을 찾아온 건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가 아닐까?'강예림이 사고를 당한 시점에서 집주인이 죽었다니, 이 모든 게 이상하리만큼 동시에 일어났다. 마치 수연이라는 여자가 뒤에서 증거를 하나둘씩 지워가는 것처럼 말이다.만약 강성연의 추측이 맞다면 수연은 아주 치밀하고 무서운 여자인 게 분명했다. 이때 연희승에게서 전화가 왔고, 강성연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사모님, 수연에 관한 단서가 나타났어요."TG그룹.강성연은 반지훈의 사무실로 왔다. 그녀는 연희승이 말하기도 전에 테이블 앞으로 와서 반지훈에게 말했다."수연이 서울에 있는 것 같아요."반지훈은 작게 머리를 끄덕이며 컴퓨터 화면을 그녀에게 돌렸다. 화면에는 한 사람의 개인정보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컴퓨터 화면에 뜬 사진을 보고 강성연은 넋을 잃었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강성연은 제자리에 얼어버렸다. 왜냐하면 수연의 얼굴은 서영유가 태워 죽인 수지와 똑같았기 때문이다.반지훈은 수지의 사망 증명서를 본 적 있었다. 그녀의 사망 증명서는 공개된 적도, 삭제된 적도 없었다. 왜냐하면 서영유가 수지를 태워 죽이고 시체를 받아서는 사망신고를 하기는커녕 수지의 이름으로 살아갔기 때문이다.하지만 서영유는 이미 바다에 빠져 죽었고 수지의 인적 사항 또한 삭제되어야 정상이었다. 그게 서영유의 자료이든, 수지의 자료이든... 수연이라는 여자는 과연 어떻게 수지의 자료에 나타난 것일까?강성연은 막연한 표정으로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연희승은 머리를 숙
반지훈은 계속해서 자료를 바라보며 말했다."어쩌면 불에 타 죽은 아리의 학생이 수지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강성연은 이제 알겠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 수지는 그녀보다도 키가 작았기에 아리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예전에는 서영유가 거짓말을 잘하나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제야 완전히 설명이 되었다. 자료 속에는 수연의 키가 167cm라고 나왔는데 서영유와 비슷했다. 아마 서영유 본인도 이 우연의 일치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수지가 쌍둥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런 일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다.연희승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참 이상하네요. 서영유가 수지인 척하는 걸 보고서도 왜 말하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수지의 이름으로 아리 곁에 있게 하고요."강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지훈은 컴퓨터를 닫으며 말했다."진정한 이유는 아마 본인만 알겠지.""여기 서서 뭐 해요?"이때 지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희승은 훔쳐 듣는 사람이 있는 줄 알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가봤다. 문밖에는 심유연과 지윤이 대치하고 있었다.심유연은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서류를 내보이며 말했다."죄송해요. 저는 서류 배달 온 거예요. 하지만 얘기를 나누고 계시는 것 같길래 들어가지 않았어요."지윤이 정색하며 말했다."그게 훔쳐 듣는 거잖아요."심유연은 잠깐 멈칫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문밖에 서 있었을 뿐이에요. 그게 어떻게 훔쳐 듣는 거예요?"강성연과 반지훈도 걸어 나왔다. 반지훈은 심유연이 들고 있는 서류를 힐끗 보고 연희승에게 받아 들라는 눈치를 줬다.연희승이 서류를 받아 든 후, 반지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이런 일은 앞으로 책임자한테 맡겨요."심유연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심유연이 몸을 돌렸다.연희승은 걱정되는지 물었다."저희 말을 다 들은 모양인데 이대로 보내줘도 될까요?"반지훈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들었으면 뭐 어때. 우리가 엄청난 비밀 얘기를 나
"그림자?""네."심유연은 턱을 괴며 말했다."사모님도 그림자의 뜻을 알고 있죠? 평생 남의 그림자에서 조연 역할로 살아야 하는 그런 그림자 말이에요. 사람들은 오직 수지만 알지, 수연이라는 동생이 있다는 건 잘 몰라요."수연과 수지는 쌍둥이로 태어났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언니 수지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오직 수지만이 우수한 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수연과 달리 수지는 항상 성적이 좋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역시 동생보다는 언니가 유능하다고 생각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수지를 내세웠다. 친척이 찾아와 인사를 할 때마저 수지만 내보내고 수연은 방에 가둬버렸다. 어머니는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지 못하는 수연을 불필요한 사람으로 여겼다.고등학교 졸업 후, 수연은 토론토 예술 아카데미에서 떨어졌지만 수지는 단번에 붙어서 아리의 학생이 되었다. 수지는 동생이 토론토 예술 아카데미에 가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흔쾌히 기회를 양보했다. 그렇게 수연은 수지의 이름으로 입학해 아리의 학생이 되었다.하지만 수지는 교수나 어머니한테 들키게 될까 봐 논문부터 시험까지 전부 직접 했다. 그녀는 수연에게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았다. 훌륭한 논문 덕분에 수지는 아리가 유망주라고 평가하는 학생이 되었다. 하지만 수연은 그저 수지의 빛을 빌려 사는 것뿐이었다.사람들이 칭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수지의 재능이었지 수연의 것이 아니었다. 교수와 학생도 수지만 알았지 수연은 알지 못했다.강성연은 시선을 떨궜다. 그녀와 반지훈의 추측이 정확했다. 역시 아리의 학생은 수지의 이름으로 위장한 수연이었다. 하지만 심유연은 이를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강성연은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두 사람이 잘 아는 사이라면 수연이 서울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죠?"심유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수연이 서울에 있어요? 그건 몰랐네요."강성연은 말없이 심유연을 바라봤다. 그녀는 시종일관 태연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잠시 후 강성연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강성연이 물었다."차량은 어디에서 발견했나요?"경찰은 현장 사진을 건네며 말했다."교외에서 발견했어요. 차량은 불에 타서 틀만 남았고 사람의 시신은 없었어요. 저희는 이번 뺑소니 사건이 고의적 살인이라고 생각해요. 차를 불태운 건 아무래도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겠죠."강성연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차량 블랙박스는요?"경찰이 답했다."물론 없었어요."강성연도 이는 고의적 살인이라고 생각했다. 안 그러면 이토록 깔끔하게 증거를 인멸할 필요가 없었다."성 사장도 모르는 일이래요?""몇 번 취조를 해보니 고인을 때린 적은 있지만 죽이지는 않았대요."강성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로 나왔다. 만약 고의적 살인이라면 수연의 혐의가 가장 컸다. 하지만 그녀는 왜 강예림을 죽여야만 했을까? 도대체 무엇을 숨기려고?강성연은 문득 강예림이 자신의 차에 독을 탄 일이 생각났다."설마..."강성연은 다시 경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저기... 혹시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경찰이 멈칫하더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무슨 부탁이요?"강성연이 천천히 말했다."강예림의 휴대전화를 수리할 수 있을까요?"경찰이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될 거예요. 하지만 수리해도 SIM 카드가 없는데요."강성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메시지 기록만 있으면 돼요."...HS그룹.회의를 끝낸 한지욱은 비서와 함께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한 여자가 그의 사무실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고, 비서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다가갔다."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어?"심유연은 차를 내려놓으며 미소를 지었다."한지욱 씨, 저 엄청 오래 기다렸어요."한지욱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비서를 내보냈다. 그는 소파 앞으로 가서 여자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봤다."당신 누구야?"심유연은 가방 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그건 알 필요 없고... 한지욱 씨가 사랑하는 여자분은 외국에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한지욱은 소파에 앉아 사진을 바라봤다. 그는 사진 속의 여자를 영원히
저녁.강성연은 침대에 엎드려 일하고 있었다. 샤워를 끝낸 반지훈은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닦으며 그녀의 뒤로 왔다.침대의 흔들림과 함께 따뜻한 피부가 강성연의 몸에 닿았다. 향긋한 샴푸 냄새도 함께 몰려왔다."아직도 일해?"강성연은 몸을 돌리더니 그의 가슴에 손을 댔다."네. 요즘은 회사 일을 할 시간이 저녁 밖에 없어서요."반지훈은 그녀의 이마에 짧게 뽀뽀하더니 곧 입술을 향해 덮쳤다. 강성연은 손을 뻗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지훈 씨.""응."반지훈은 집요하게 키스하며 대답했다. 강성연은 어렵게 피하며 말했다."심유연과 수연 사이의 관계를 도무지 모르겠어요. 근데 약간 걱정되는 게... 수연이 아무래도 저를 목표로 찾아온 것 같아요."반지훈은 동작을 멈추더니 강성연을 바라봤다. 강성연의 눈초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예림이의 죽음도 저한테 독을 탄 것과 연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예림이 죽게 된 건 아닐까요?"반지훈은 그녀의 입술을 만지며 말했다."네 머릿속의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은 한 적 없어?"강성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같은 사람이요?"반지훈은 몸을 일으키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연 비서가 요즘 심유연을 계속 지켜보고 있거든. 심유연이 TG그룹 안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을 내가 다 알고 있어. 그 여자 강예림이 사고당한 날에 출근하지 않았더라고."강성연도 몸을 일으켰다. 심유연이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알리바이였다. 그녀는 돌연 이렇게 물었다."그럼 그저께는요?""그저께도 출근하지 않았어."강성연은 머리를 숙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저께 누군가가 강예림의 집으로 찾아갔는데 집주인의 며느리는 여자라고 했다. 그럼 틀림없을 것이다. 사고 당일과 그저께 출근하지 않은 심유연은 수연인 게 틀림없었다.'그럼 수연이 얼굴에 이름까지 바꾸고 나를 찾아온 건가? 도대체 왜? 나는 수연과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반지훈은 강성연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그 여자가
그녀는 분명 당사자이면서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태연자약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강성연에게 털어놓았었다. 때문에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백미러를 확인한 강성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뒤따라 오고 있는 차는 분명 경찰서 앞에 주차되어 있던 차였다.뒤따라오던 차가 갑자기 속력을 내더니 그녀의 차를 앞질렀다. 그런데 하필 그 순간, 강성연의 차량 바퀴에 이상이 생겼는지 그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부딪힐 것 같자 강성연은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 차체가 급속도로 옆으로 미끄러지며 길에 세워진 표지판과 충돌했다.갑작스러운 충격에 머리가 윙윙거렸다. 그녀는 흐릿한 시선으로 몇 분 동안 정차되어 있다 사라진 차량을 바라보았다.같은 시각 TG 그룹.반지훈과 희승이 이제 막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때 전화를 받은 희승이 급히 그에게 다가왔다.“대표님, 사모님한테 사고가 생긴 것 같습니다.”반지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 넥타이를 풀어헤친 그가 굳은 표정으로 서둘러 희승이와 회사를 나섰다.비슷한 시기, 뒤에서 걷고 있던 심유연한테도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두꺼운 회의실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날 조사하려고? 절대 이렇게 빨리 끝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병원 처치실, 간호사가 강성연의 상처 부위에 거즈를 대주었다. 그러면서 상처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러주고 밖으로 나갔다.강성연이 거즈를 댄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마침 눈썹 뼈 주위에 상처가 난 거라 살짝만 미간을 찌푸려도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가 작게 신음했다. 바로 그때, 반지훈이 문 앞에 나타났다.당황한 그녀가 반지훈의 얼어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바로 그가 화가 났음을 알아차렸다.그녀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이번엔 제가 방심했어요. 다음부터 조심할게요.”그의 미간이 확 구겨졌다.“다음도 있어?”“없어요. 약속할게요.”강성연이 그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반지훈이 천천히 그
반지훈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그가 전화를 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얌전히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그가 밖으로 나갔다.강성연은 침대 헤드에 가만히 기대앉아있었다. 방문이 닫친 후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한지욱이 아무 이유도 없이 그녀를 해치려 할 리가 없었다. 이번 일은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반지훈과 희승은 곧바로 HS 그룹으로 찾아갔다. 그들은 프런트 직원의 확인을 거치지도 않고 곧장 안으로 쳐들어갔다.그들의 기세에 놀란 프런트 직원이 정신을 차린 후 얼른 한지욱의 비서한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소식을 들은 비서가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욱에게 알리려 사무실로 막 들어가려던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반지훈이 나타났다.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비서를 바라보았다.“한 대표 안에 있죠?”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가 태연한 표정으로 옷소매 단추를 풀고 희승과 함께 사무실 쪽으로 걸어갔다. 희승이 노크를 한 후 바로 문을 열었다.한지욱이 고개를 들고 그들을 확인했다. 그가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대표님께서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반지훈이 거리낌 없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물어볼 게 있어서 말입니다.”한지욱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지훈이 앉아있는 맞은편에 앉았다.“어떤 거죠?”반지훈이 희승이한테 눈짓하자 그가 다가와 녹음된 파일을 한지욱한테 건넸다. 한지욱이 그들을 한번 바라본 후 음성을 확인했다.다 듣고 난 한지욱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그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찌푸려졌다. 잠시 후 그가 고개를 들었다.“저는 모르는 일입니다.”한지욱은 갑자기 뭔가 기억난 듯이 보충하며 말했다.“어제 웬 여자가 저를 찾아왔었습니다.”희승이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어떤 여자였습니까?”“처음 보는 여자였습니다. 그녀가 티파니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저한테 강성연 씨가 사라져야 티파니가 저한테 돌아올 거라고 하더군요.”한지욱
아무리 사전에 강성연에 관한 조사를 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할 수는 없었다. 강성연에 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는.그리고 만약 수연이 수지를 대신해 복수하는 거라면 응당 서영유를 미워해야 하는 게 아닌가. 수지를 죽인 건 서영유였다. 그런데 왜 ‘복수’의 대상이 강성연이 되어버린 건가?반지훈은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서서 단추를 잠갔다. 그리고 희승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복수가 아니야.”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희승이 그의 뒤를 따라 올라탔다. 엘리베이터에 올라 버튼을 누르던 희승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복수가 아니면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단순히 재미를 위해?”반지훈이 소리 내어 웃었다.“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면 바로 상대방을 죽여버릴 거야?”희승이 잠깐 머뭇거렸다.“물론이죠. 당연히 법률이 허락하는 법위 내에서 해야겠지만.”“바로 그거야.”반지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여자가 복수를 원했다면 바로 성연이를 죽이려 했을 거야. 하지만 지금까지 그 여자는 제3자를 통해서 손을 쓰거나, 성연이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기만 했어. 복수라기보다는 장난에 더 가까워.”“뱀이 사냥을 할 때 보통 한 입에 삼키는 법이 없지. 일단 목표를 갖고 놀면서 사냥감이 서서히 저항력을 잃어갈 때쯤 되면 그제야 잡아먹어.”희승이 경악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확실히 수상했다. 그녀가 만약 강성연을 죽이는 게 목적이었다면 TG 그룹보다 soul 주얼리에 들어가는 게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TG를 선택했다.강예림을 죽인 게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였다면, 한지욱이 윤티파니에 대한 마음을 이용한 원인은 또 뭐란 말인가. 만약 정말로 강성연을 죽이려 했다면 강성연의 차바퀴를 펑크 내는 걸로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복수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독해질 수 있다. 그러면 심유연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러는 걸까?차 안으로 돌아온 반지훈이 희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