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연은 차창을 올린 뒤 떠났다. 강예림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명함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짓씹었다.*저녁, 블루 오션.강성연은 샤워를 마친 뒤 타올을 두르고 나왔다. 그녀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감싼 뒤 화장대 앞에 앉아 로션을 발랐다.문을 열고 침실로 들어온 반지훈은 팔에 걸치고 있던 겉옷을 침대 위로 던지며 강성연을 뒤에서 끌어안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매혹적인 모습을 보네.”강성연은 거울을 통해 반지훈을 바라봤다.“그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반지훈은 소리 없이 웃었다.“네 생각.”강성연은 얼굴을 마사지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손가락에 남은 로션을 반지훈의 얼굴에 바를 생각이었는데 반지훈이 고개를 돌리며 피하더니 그녀의 손목을 잡고 나지막하게 웃었다.“또 장난치려고 하네.”강성연은 실패하자 손목을 빼냈다.“교활하네요.”반지훈은 강성연을 안고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입술이 닿은 듯했다.“교활한 사람이 누군데, 응?”강성연은 간지러워서 피했다.“반지훈 씨, 계속 이러면 나...”반지훈은 억울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강성연은 그를 침대 위에 눕혀 간지럼을 태웠지만 반지훈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사람처럼 피하지도, 간지러워하지도 않았다. 그는 팔을 뻗어 강성연의 뒤통수를 붙잡고 예고 없이 입을 맞췄다.바로 그때, 강성연의 휴대폰이 울렸다.강성연이 자신을 밀어내려고 하자 반지훈은 그녀의 두 손을 잡고 몸을 뒤집어 그녀를 가두더니 이를 가르고 들어가 깊게 키스했다.점차 거칠어지는 반지훈의 숨은 이성을 마비시키는 독 같았다. 강성연은 마치 중독된 사람처럼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다른 한편, 강성연의 번호를 알게 된 강예림은 강성연이 전화를 받지 않자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강예림은 이를 바득다득 갈았다.“강성연, 참 매정하네. 그러면 이번에는 날 탓하지 마.”명함을 꺼내 그 위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다음
안내 데스크 직원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래요?"직원은 또 다른 직원과 몇 마디 주고받더니 의심을 거두고 걸어와서 말했다."신입사원이라고 했죠? 이곳의 차는 행정팀 전용이에요. 강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건 캐모마일이라는 차인데 너무 뜨거운 물을 쓰면 안 돼요."강예림은 머리를 끄덕이며 자신이 가루을 넣은 찻주전자를 바라봤다.직원은 주전자에 물을 넣더니 끓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일분일초 흘러가고 강예림은 설사 그녀들이 이상함을 눈치챌까 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물이 끓은 다음 직원은 대표님 전용이라고 적혀 있는 찻잎을 텀블러에 넣고 따듯한 물을 부었다.강예림은 힘겹게 숨을 쉬며 식은땀을 닦았다. 그녀는 여자의 말대로 사람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라 자신을 위로하며 애써 버티고 있었다.이때 직원이 머리를 돌리며 말했다."이건 제가 할 테니 다른 일을 하러 가세요.""아, 네... 고마워요."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가던 강예림은 하필이면 강성연의 곁에 있던 지윤과 마주쳤다.지윤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황급하게 도망가는 듯한 뒷모습을 바라봤다. 직원은 강성연의 텀블러를 들고 와서 그녀에게 말했다."텀블러를 가지러 오셨죠? 제가 찻잎을 넣어 놨어요."지윤은 텀블러를 받아 들며 머리를 끄덕였다."고마워요."사무실.강성연이 서류를 훑어보고 있을 때, 지윤이 노크하고 들어왔다. 그녀는 텀블러를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강성연은 머리를 들며 미소를 지었다."수고했어요."강성연이 텀블러를 들어 올리려 할 때, 지윤이 돌연 말했다."저 방금 강예림 씨를 봤어요."강성연은 텀블러 뚜껑을 열다 말고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강예림을요?"지윤이 머리를 끄덕였다."탕비실 근처에서 뭘 하고 있던 모양인데 저를 보자마자 도망가더라고요."강성연은 텀블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CCTV를 확인하죠."soul 주얼리에서 도망 나온 강예림은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휴대전화를 꺼내 심유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가 연결
연희승은 또 팔짱을 끼며 말했다."요즘은 비서 하기도 쉽지 않네요. 회사 일에, 심부름까지 다 하면서도 월급이 깎이는 세월이니..."지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저 반 대표님한테 이를 거예요."연희승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안 돼요! 그냥 장난친 거였어요. 같이 일 한지 3년이나 됐는데 저희도 좀 편하게 지내면 안 돼요?"연희승의 시선은 또 지윤이 들고 있는 결과서와 텀블러로 향했다."그건 뭐예요?"지윤이 결과서를 건네며 물었다."직접 볼래요?"검사 결과서 내용을 확인하고 난 연희승은 안색이 확 변했다.사무실로 돌아온 지윤은 강성연에게 결과서를 건넸다. 그리고 회사 아래에서 연희승과 만난 얘기도 했다."혹시 결과서를 보여줬어요?"지윤은 머리를 끄덕이며 연희승에게서 받은 디저트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강성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무래도 지훈 씨가 화를 내겠죠?"지윤이 말했다."제가 보기에 화를 내야 할 사람은 대표님이세요."강성연은 결과서에 적힌 '과다 복용 시 쇼크로 인한 사망 가능'이라는 글자를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강예림은 허름한 폐가로 끌려왔다. 남자는 그녀를 가차 없이 바닥에 내던졌다."성 사장님, 2억은 내일 바로 돌려드릴게요!"부하는 성 사장에게 담배를 건네고 불까지 붙여줬다. 그는 크게 한 모금 들이키더니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확실해?"강예림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머리를 끄덕였다."네! 그럼요!"성 사장은 몸을 숙이더니 강예림을 향해 연기를 내뿜었다."하지만 난 기다릴 만한 인내심이 없어."강예림은 몸을 움츠린 채 얼굴에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렸다."그... 그게 무슨 뜻이에요?"성 사장은 손가락 두 개를 내밀며 말했다."내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위약금 4억을 물어내야 해."강예림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2... 2억이라고 약속했잖아요."성 사장은 손을 올려 강예림의 뺨을 때렸다."돈이 없으면 당장 돌아가서 일해!"머리가 빙빙 도는
강예림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 그녀는 돈을 빌리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전화를 끊자마자 물불 가리지 않고 길 건너편으로 달려갔다.이때 자동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와서 강예림과 부딪쳤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그녀는 몇 미터 밖으로 날아갔다. 신발 한 짝은 바닥에서 나뒹굴었고 휴대전화 액정은 산산조각 나버렸다.강예림은 바닥에 엎어진 채로 어딘가를 바라봤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움찔이더니 서서히 숨을 거뒀다. 뒤통수 쪽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한 남자가 강예림의 뒤로 오더니 장갑 낀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어 카드를 빼내 화단에 버리고는 길 건너편에 있던 차 안에 올라탔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심유연은 시선을 거두고 입꼬리를 쓱 올리며 말했다."가자."강성연은 강예림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계속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해서 지윤에게 강예림의 행방을 조사 해보라고 했다. 조사의 결과는 병원 영안실이었다.강성연은 지윤과 함께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와 경찰이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그녀는 후다닥 달려가 물었다."방금 영안실로 실려 온 사람 이름이 혹시 강예림인가요?"경찰은 주민등록증을 힐끗 보더니 물었다."강예림 씨와는 어떤 사이죠?"강성연이 답했다."사촌 언니예요."경찰이 머리를 끄덕였다."마침 가족을 찾고 있었는데 잘됐네요. 휴대전화는 깨져 있고 카드는 뽑혀 있어서 연락할 수가 없더라고요."강성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경찰이 답했다."뺑소니 사고가 일어났어요. 사각지대라 발견이 늦었고,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어요."경찰은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강성연은 텅 빈 복도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있었다.곧이어 반지훈과 연희승이 도착했고 강성연이 복도 의자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달려왔다."성연아."강성연은 멍한 표정으로 머리를 들며 말했다."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강성연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예림이가 다 죽은 마당에 그런 말을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강역이 기분 나쁘다는 것을 눈치채고 하정화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강성연은 하정화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강역에게 말했다."장례 비용은 제가 낼게요. 그리고 사고 원인만 알아내면 원하시는 결과도 알 수 있을 거예요."TG그룹.연희승은 반지훈의 곁에 서서 말했다."강예림 씨가 일하던 곳을 찾아냈어요. 성 사장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인데 사채도 동시에 한다고 해요. 그리고 특별 손님을 상대로 더러운 장사도 하는데, 사채를 쓴 여자를 목표로 협박해 직원으로 끌어다 쓰는 모양이에요."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뒤 봐주는 사람은 누구지?"연희승은 자료를 힐끗 보며 답했다."고객 리스트에 건설그룹의 소현식이 있어요. 소현식은 3년 전 HS 기업과 장사를 한 적 있는데 최근에는 연락을 안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지욱 씨는 아마 알고 있을 거예요."반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 앞을 지날 때, 갑자기 걸어 나온 여자가 반지훈이랑 부딪쳤다. 한마디 하려고 했던 연희승은 여자의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랐다.심유연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반지훈이 지나가기를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목적을 달성한 그녀는 속으로 아주 기뻤지만 겉으로는 놀란 척하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진짜 죄송해요. 밖에 사람이 있는 줄 몰랐어요."반지훈은 심유연을 힐끗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면접 자료를 본 적 있었기에 심유연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확실히 연희승의 말 대로 이상하게 찝찝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반지훈은 심유연의 아우라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정장 재킷 단추를 풀며 말없이 지나쳐 버렸다. 연희승은 예의상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이고는 반지훈을 따라갔다.반지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장 재킷을 벗어 던졌다. 왜냐하면 역겨운 향수 냄새가 묻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근처에 있던 쓰레기차 안에 정장 재킷을 버렸다.연희승은 명
심유연의 명패에는 '기획팀 심유연'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정장 재킷 하나가 들려 있었는데, 이는 반지훈이 오늘 입고 나간 것이었다.강성연은 눈썹을 찡긋하며 미소를 지었다."무슨 일이죠?"심유연은 정장 재킷을 내밀며 말했다."대표님이 재킷을 두고 가셨어요. 사모님이 대신 전해주시면 안 될까요?"강성연은 재킷을 힐끗 보고는 다시 심유연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는 직접 재킷을 받아 들지 않고 지윤에게 시켰다. 그리고 별말 없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닫히고 시선이 차단되는 순간 심유연은 웃기 시작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문에 반사된 자신의 얼굴을 만족스럽게 바라봤다.반지훈의 사무실에 들어가보자 그는 확실히 재킷을 입지 않고 연희승과 함께 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연희승이 먼저 강성연을 발견하고 인사했다."사모님?"지윤이 들고 있는 재킷을 보고 연희승은 멈칫하며 말했다."그 재킷은..."지윤은 연희승에게 재킷을 던져줬고, 연희승은 멍한 표정으로 받아 들었다. 반지훈은 싱긋 웃으며 물었다."왜 내가 버린 물건을 주워 왔어?"강성연이 어깨를 으쓱했다."주운 거 아니에요."그녀는 소파로 가서 앉아 찻잔을 들며 말했다."심유연이라는 여자가 전해달라고 하던데요."반지훈의 눈빛은 순간 어두워졌다. 연희승은 깜짝 놀라며 설명했다."그 여자 아까 대표님이랑 부딪혔거든요. 그래서 대표님이 재킷을 버렸어요. 혹시 여자 향수 냄새 때문에 사모님이 오해하실까 봐요..."'그 여자가 재킷을 주워 사모님한테 줬다고?'강성연은 눈을 깜빡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지훈은 지윤과 연희승을 내보내고 강성연의 앞에서 섰다."너 방금 긴장했지?"강성연은 몸을 뒤로 기대며 피식 웃었다."제가 뭘요?"반지훈은 강성연의 턱을 잡고 그녀의 입술을 만지며 말했다."나한테 다른 여자 생겼을까 봐 긴장한거 아니야?"강성연은 그의 넥타이를 만지작대며 말했다."이 정도 신뢰감도 없으면 그동안 불안해서 어떻게 살았겠어요. 전혀
"참, 예림이 일은 어떻게 됐어요?"강성연은 자신이 찾아온 목적을 잊지 않고 물었다. 반지훈은 테이블 앞으로 가더니 서류를 꺼내며 답했다."강예림이 일했던 곳, 접대했던 고객, 그리고 상사까지 다 여기에 있어."강성연은 서류를 찬찬히 훑어봤다. 역시 그녀의 예상대로 강예림은 깨끗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90%의 가능성으로 알면서도 일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강예림의 성격으로 진짜 하기 싫었다면 그녀를 찾아왔을 것이기 때문이다.반지훈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내가 한지욱한테 물어봤는데 그 사채업자가 한지욱 씨의 첫사랑이랑도 아는 사이더라고."강성연은 서류를 훑어보며 말했다."불법 사채에 직원 착취라니... 이런 회사가 어떻게 아직도 조사받지 않았죠?"반지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내가 지금 조사하면 되지."...성 사장의 회사 아래에는 경찰차로 가득했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저마다 멈춰 서서 구경했다. 곧이어 한 무리의 사람이 무장 경찰의 감시하에 끌려 나왔다.성 사장은 경찰한테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변명했다."저는 진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여자 직원들도 본인이 원해서 온 거라니까요.""들어가요."경찰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경찰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현장 조사를 끝낸 경찰은 용의자들을 데리고 경찰서로 떠났다.취조실 안에서 성 사장은 수갑을 찬 채로 취조를 받았다. 강예림 얘기가 나오자 그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말했다."강예림요? 계약 해지를 하고 싶다고 하길래 저는 그냥 위약금을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아직 돈을 받지도 못했어요. 저희 같은 사채업자는 범죄자가 아니잖아요. 제가 사람을 죽였어요? 방화를 했어요?"경찰은 책상을 힘껏 내리치며 말했다."당신은 이미 범죄를 저질렀어요. 여성을 이용해 그런 거래를 했을 뿐만 아니라 사기 계약으로 여성 직원을 착취, 협박한 건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나요?"성 사장은 안색이 변하며 자세를 바로 했다."아... 아니 당신들 증거도 없잖아요!"경찰은 자료
강성연은 성 사장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성 사장은 급한 마음에 흥분하기는 했지만 눈을 피하지 않을 걸 봐서 사실대로 말하고는 있는 듯했다.취조실에서 나온 경찰은 반지훈에게 말했다."대표님, 뺑소니 사고는 사채업자의 소행이 아닌 것 같습니다."반지훈은 경찰과 몇 마디 주고받더니, 경찰은 취조실에서 성 사장을 데리고 나왔다. 이때 강성연이 돌연 말했다."잠깐만요."경찰과 성 사장은 동시에 그녀를 바라봤다."그날 강예림과 만났을 때, 다른 얘기를 들은 적 있나요?"성 사장은 경찰을 힐끗 보며 대답했다."저희는 위약금 얘기밖에 나누지 않았어요.""그럼 SIM 카드는 왜 뽑았어요?"강성연이 떠보듯이 물었다.인내심이 바닥난 성 사장은 한숨을 쉬며 답했다."제가 무슨 카드를 뽑았다고 그래요? 어차피 경찰에 신고 못 할 걸 다 아는데.""알겠어요."경찰이 성 사장을 데리고 나간 후, 반지훈이 그녀의 곁으로 와서 손을 잡으며 말했다."카드 얘기는 왜 했어?"강성연은 머리를 돌리며 말했다."아무리 큰 교통사고라고 해도 SIM 카드가 날아가지는 않잖아요. 만약 사고 전에 카드가 있었다면 아무래도..."'누군가가 사고 후에 카드를 뽑았겠지. 경찰이 연락처를 볼 수 없도록.'강성연은 말하다 말고 생각에 잠겼다.성 사장이 말한 대로 만약 강예림이 돈을 갚겠다고 약속했다면 한 번 거절 당했다고 해도 다시 강성연을 찾아오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차에 약을 탄 걸 봐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작정인 것 같은데, 그러면 과연 어떻게 돈을 빌리겠는가?이는 강예림이 따로 돈을 빌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기에 강예림도 마음 놓고 차에 약을 탈 수 있었을 것이다.강성연은 머리를 돌려 반지훈의 손을 잡았다."저 예림이의 통화 기록을 보고 싶어요."반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알겠어. 희승이한테 부탁할게."...심유연은 집주인과 함께 강예림이 살던 곳으로 왔다. 집 안의 어지러운 꼴을 보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집주인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