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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3화

안예지는 잠깐 뜸을 들였다. 내려뜨려진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몰라요. 난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의범 씨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잖아요. 난 감정에 있어서 경험이 없어요. 하지만 남녀가 키스를 하는 건 사귀는 사이일 때 하는 친밀한 행위라는 건 알아요. 그런데 우리는 아니잖아요. 어쩌면 난 의범 씨에게 아무것도 아니겠죠.”

구의범은 화가 나서 헛웃음이 났다. 그는 안예지의 앞에 꼿꼿하게 섰다.

“내가 예지 씨를 가지고 놀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닌가요?”

안예지는 눈시울이 빨갰다. 억울한 토끼 같았다.

“당연하죠.”

구의범은 벽을 짚으며 그녀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내가 예지 씨를 가지고 놀 생각이었다면 예지 씨랑 키스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냥 잤겠죠.”

안예지는 겁을 먹은 건지 꼼짝하지 못했다. 그녀는 멍하니 구의범을 바라볼 뿐이었다. 구의범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거 알아요? 남자들은 여자를 가지고 놀 생각이라면 마음을 너무 많이 쓰지 않아요. 그저 욕망을 풀려고 할 뿐이죠. 남자들은 욕망과 감정을 분리할 수 있어요. 내가 남자들을 너무 좋게 생각하지 말라고 한 적 있죠. 특히 저 같은 남자 말이에요.”

구의범은 손을 거두어들인 뒤 몸을 돌렸다.

“예지 씨 아버지는 예지 씨를 잘 보호해 줬어요. 밖의 화려한 세상을 본 적이 없고 각양각색의 인간들이 가면을 쓰고 스스로를 감춘다는 걸 모르죠. 예지 씨는 날 믿는다고 했지만 날 알지는 못해요.”

“난 예지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내 명성이 얼마나 나쁜지 예지 씨도 들어봤을 거예요. 난 내 아버지가 여러 여자들이랑 만나면서 외도한 영향을 받아서 17살 때부터 밤 생활을 시작했어요. 여자를 옷 바꾸듯 바꿨죠. 저희 할아버지가 절 훈련 캠프에 보내서 훈련을 받게 한 뒤에야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내가 여자들의 감정을 가지고 놀았던 건 사실이에요.”

그는 고개를 돌려 놀란 표정의 안예지를 바라봤다.

“난 한성연 씨에게 된통 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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