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티파니는 몸을 뒤척이며 눈을 떴다.한지욱이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자 윤티파니가 몸을 흠칫 떠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녀의 몸을 돌려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닦아 주었다."미안해요. 우리 조금씩 물러서면 안 될까요?"윤티파니는 천천히 눈을 뜨고 말했다."나 아니에요."한지욱은 처음부터 윤티파니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당신 더는 놓아주지 않겠어요."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집어 들고 나갔다. 문이 세게 닫히는 순간까지 윤티파니는 눈을 감고 있었다.호텔에서 나온 한지욱은 경호원이 걸어오는 전화를 받았다."도련님, 어제 그 세 남자, 신분 확인 끝났습니다. 사채업자들입니다.""사채업자?""네."통화를 마친 한지욱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유혜선이 자신을 떠난 그 몇 년 동안의 행적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점심시간이 되자 한지욱은 병원으로 향했다. 그를 발견한 유혜선은 창백한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지욱아, 왔어?"한지욱은 의자를 빼들고 침대 곁에 앉았다."몸은 좀 어때?""간호사가 그러는데, 나 곧 퇴원해도 된대."그녀는 조심스럽게 한지욱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지욱아, 아직도 내가 많이 미워?""네가 왜 미워?""내가 너한테 사실을 숨겨서..."유혜선은 고개를 숙였다."나는 네가 나를 떠날 가봐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한지욱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유혜선, 나한테 더 숨기는 일 없어?"그의 말에 유혜선은 물컵을 꽉 쥐었다."무슨... 일?"한지욱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유혜선을 빤히 쳐다보았다. 유혜선은 등골이 오싹해 났다."지욱아, 너 지금 나 의심하는 거야?""그 사람들 혹시 티파니 씨가 보낸 사람이라고 해서...""유혜선."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한지욱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차가웠다."윤티파니가 한 짓이라면 왜 사채업자들을 찾았을까?
"유혜선, 네가 만약 방금 전에 나한테 사실대로 말했다면 나는 다시 너를 믿었겠지. 그런데 너는 나를 한번 또 한 번 속였어. 이제 내가 너를 어떻게 믿니?"한지욱은 고개를 들어 병실 천장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심지어 윤티파니가 사람을 시켜 너를 때렸다고... 혜선아, 너 정말 많이 변했어."유혜선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주먹을 꽉 쥐었다."내가 변했다고..."그녀는 고개를 들어 한지욱을 바라보았다."내가 변했을까? 아니면 네가 변했을까?"한지욱은 대답하지 않았다.유혜선은 울부짖으며 말했다."내가 임신한 후부터 네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차가웠는지 알아? 나는 매일 정신 나간 사람처럼 있었어. 너를 잃을까 봐. 그런데 내가 어떻게 사실대로 말할 수 있겠니?""한지욱, 나 여자야. 여자의 직감은 틀린 적 없어. 네가 그 여자한테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그 순간부터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그녀의 말에 한지욱은 몸을 흠칫 떨었다.언제부터일까... 한지욱도 모른다. 그는 줄곧 유혜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유혜선은 그의 첫사랑이자 지금의 여자친구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사랑을 했고, 헤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그 감정을 잊지 못했다.윤티파니가 그의 아내가 된다는 말에 그는 견딜 수 없었다. 한지욱은 그녀를 싫어하기 때문이다.그녀와 유혜선은 비교될 수 없는 상대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유혜선이 제일 깨끗하고 완벽했다.그러나 언제부터일까, 윤티파니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유혜선은 그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주는 사람이었기에 항상 미안하고 소중했다. 그러나 윤티파니는 그에게 거부감만 주었다. 유혜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그를 보며 흐느꼈다."너는 그 여자를 미워하지 않아. 너는 내가 너를 속이고 유산했다는 사실이 싫은 거야. 결국 나에 대한 너의 사랑이 변했어. 내가 유산을 했다는 사실은 너에게 나를 떠날 수 있는 핑계밖에 되지 않아.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가 이제는
"너의 말이 맞아. 나는 너를 너무 완벽한 사람이라 생각했어. 윤티파니 씨가 너처럼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망설이지 않고 너를 선택했던 거야. 나는 내가 아직도 너를 사랑하는 줄 알았어. 지금까지 나는 내가 누굴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바보였던 거야. 너한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죄책감인지 아니면 그냥 예전의 우리가 만났던 그 추억이 그리웠던 건지 몰랐던거야."유혜선은 한참 후에야 쉰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너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아?""만약 지금이 잔혹한 진실이라면..."두 사람 모두 한동안 말이 없었다. 유혜선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그래. 우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돈은 내가 대신 갚을게."한지욱은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가려다 발걸음을 멈추었다."유혜선, 이건 내가 너한테 갚는 빚이야."그리고 그는 병실을 떠나갔다.유혜선은 한지욱이 사라진 자리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만약,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절대 속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의 시간도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찬바람에 커튼이 휘날리며 유혜선의 시선도 창밖으로 향했다.한지욱이 병원 밖을 나설 때,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한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저기! 자살하려나 봐!""어머, 어머!"자살이라는 단어에 한지욱의 몸이 굳어졌다. 그는 병원 입원실 쪽을 바라보았다. 불안한 예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다.사람들을 헤치고 제일 먼저 달려간 한지욱은 깜짝 놀랐다."유혜선!"유혜선은 차 위로 추락해 미소를 머금고 평온하게 잠이 든 것 같았다. 빨간 피가 끊임없이 지붕을 타고 흘러내렸다.*이틀 뒤, 안지성은 안예지를 데리고 연회장에 나타났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화이트 퍼를 걸친 안예지는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그녀는 안지성을 따라 인사를 나누었다. 안지성이 그녀를 처음 데리고 나오는 자리였기에 사람들은 동림 회사의 아가씨의 얼굴을 처음 보았다."안 회장님께서 오늘 파티에 따님이랑 함께 나타나셨네."
"그래."안예지는 잔을 내려놓고 몸을 돌렸다.그녀는 치마를 들고 긴 복도를 지나 사방을 둘러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정원이 있었고, 정원의 주위에는 오색찬란한 네온사인이 밝게 비추고 있었다.그리고 천천히 정원을 향하고 벤치에 앉아 외투를 꼭 감싸고 차가운 손을 비비며 입김을 불었다.문득 주위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나는 방향을 찾아갔다. 사람들이 모여 뭔가를 구경하는 것 같았다.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다가가보니 금테 안경을 쓴 남자가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자 주위에서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노래 제목이 뭐예요?"주위에 있던 한 사람이 물었다. 남자가 대답하기도 전에 안예지가 대답했다."새벽."남자는 안예지를 보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들어 보셨나요?"안예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학교에서 배웠어요.""음악을 전공하셨군요.""피아노 전공은 아니지만 조금은 알고 있어요.""네..."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예지를 보며 말했다."저도 아가씨가 연주하는 곡을 듣고 싶어요."안예지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저는 잘하지 못해요.""괜찮아요. 저도 심심풀이로 한거니까."주위 사람들도 남자와 함께 안예지의 등을 떠밀었다. 안예지는 하는 수없이 피아노 앞에 앉아 검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건반에 손을 올렸다.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연주를 마친 안예지는 그제야 주위의 박수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찮은 재주입니다.""아니요, 너무 잘하시는데요?"남자는 피아노에 기대 안예지를 바라보았다."연주가 슬픈 걸 보니, 가슴속에 맺힌 이야기가 많은 것 같네요."그때, 누군가가 다가와 남자를 불렀다."여훈아, 가자!"진여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안예지를 내려다보았다."저 먼저 갈게요. 기회가 되면 또 만나요."진여훈은 두 남자를 따라 떠났고, 안예지는 피아노 옆에 서서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한 사람이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옆에 섰다
바닥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 안예지는 발목이 욱신거릴 정도로 아팠다. 구의범은 빠르게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팔을 붙잡았다."무리하지 말아요."그녀가 팔을 빼내려고 하자 구의범은 바로 그녀를 안아들었다."어떻..."구의범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예지 씨처럼 바보 같은 여자는 처음이에요."구의범은 그녀를 안아든 채 연회장 휴게실로 향했다.안예지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얌전히 그의 품에 안긴 채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연회장 휴게실에 도착하자 구의범은 소파에 안예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그녀의 손바닥을 살피며 눈살을 찌푸렸다."손 좀 펴봐요."안예지는 말을 잘 듣는 아이처럼 손을 폈다. 스친 곳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구의범은 종업원에게 구급상자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잠시 후, 구급상자를 들고 나타난 종업원이 구의범에게 건네자 그는 바로 안예지의 곁에 다가가 앉았다.안예지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혼자 할 수 있어요.""왼손으로 편하게 약을 바를 수 있어요?"구의범은 그녀의 손을 잡고 약을 발랐다. 안예지는 다친 곳이 아픈 듯 몸을 움찔거리며 손을 빼내려고 했으나 구의범은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쥐었다."움직이지 마요."안예지는 움직이지 않고 구의범이 그녀의 손에 약을 바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운 건 아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는 처음인 것 같다.그의 속눈썹은 셀 수 있을 정도로 풍성했고, 그의 샴푸 향을 느낄 수 있었다. 안예지가 그에게 조금 더 다가가려 할 때 구의범이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손을 빼냈다."됐어요."안예지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고마워요.""내가 왜 좋아요?"구의범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깜짝 놀란 안예지가 손에 붙인 거즈를 만지며 말했다."왜요? 그 반대로 행동 하시려고요?"구의범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바로 무표정을 하며 말했다."저를 너무 쉽게 믿는 거 아니에요? 제가 안예지 씨를 속일 가
"예지야."안지성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찾아다녔다. 휴게실 문 앞에 있는 안예지를 발견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여기 있었구나.""아빠."안예지는 다친 손을 뒤로 감추었다."친... 친구를 만나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어요.""그래, 다음엔 꼭 아빠한테 말하고. 아니면 아빠가 많이 걱정하잖아.""죄송해요. 다음에 꼭 조심할게요."안예지는 안지성을 걱정시켰다는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안지성은 더 캐묻지 않았고, 두 사람은 연회가 끝난 후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안지성이 방에 돌아간 후, 안예지는 자신의 손에 붙어있는 거즈를 보며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느꼈다.안예지는 사랑에 빠진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대표님 여자친구 병원에서 투신자살했다며? 무서워.""결혼식장에서 불륜녀와 뛰쳐나간 그 대표님?""맞아. 지금 포털사이트에서 윤티파니가 그 여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어휴, 윤씨 가문의 아가씨만 불쌍하게 됐어. 남편 될 사람한테 버림받고 그 여자를 죽게 만들었다는 소문까지 돌고있으니."직원들은 안예지의 곁을 지나가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직원들의 말을 들은 안예지는 깜짝 놀랐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율이 안예지를 발견하고 다가갔다."예지 씨, 여기서 뭐해요?"이율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안예지가 말했다."아니요. 잠시 다른 생각 하고 있었어요."이율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렸다."아이고, 오늘 강 대표님 회사에 돌아오시는 날이에요. 열심히 해야죠!"안예지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강성연은 점심이 되어서야 회사에 도착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이율이 건네는 스케줄표를 확인했다."나 없는 동안 아무 일도 없었지?"이율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네, 큰 이슈는 없었습니다.""안예지 씨는 좀 어때?"이율은 미간을 찌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안예지 씨, 대인기피증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부끄러움이 많다고 말을 해야 하나? 그리고 숨은
이율은 갑자기 안예지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설마, 집안 규율이 그렇게 엄격한 건 아니겠지?'혹시 밖에 있는 사람들이랑 만나지 못하게 해서 줄곧 집밖에 나가지 않았나? 옛날 대갓집 규수들처럼?'안예지는 카톡도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 이율이 하나하나 가르쳐 주었다. "헉! 대표님! 저 실수한 것 같아요!"강성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실수?""그러니까... 저는 안예지 씨가 예쁘게 생겼는데 남자친구가 없는 것이 너무 안쓰러워서 구씨 가문의 도련님이랑 이어주려고 했는데... 예지 씨도 거절 하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구씨 가문의 어느 도련님?"이율은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구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요!"이율은 며칠 동안 있은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구의범이 구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고 안예지한테 조심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구의범이 마침 들어버린 것이다.그러나 안예지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순진한 안예지가 구의범 같은 나쁜 남자에게 빠질까 걱정되는 이율이였다.강성연은 그녀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소개팅 주선도 할 줄 알아?""저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이율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저 진짜 그 남자가 구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인 줄 몰랐어요!""사실 구의범 씨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소문이 다 사실은 아니니까.""어쩌면 예지 씨가 너한테 고마워할지도 모르겠네?"이율은 잠시 고민을 하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 생각엔... 이미 망한 것 같아요."윤씨 가문."그 여자 투신자살에 대체 우리 티파니랑 무슨 상관이야!"강현숙은 신문을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몹쓸 여자가 투신자살한 것도 모자라 죄를 모두 티파니한테 뒤집어 씌웠어!’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었다.강현숙은 윤진을 보며 말했다."처음부터 이 결혼 주선하지 말아야 했어요. 재수가 없으려니."윤진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만해. 인터넷에서 떠들어 대는 입을 우리가 어떻게 막아!""이
한지욱은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인터넷에 도는 말도 안 되는 루머는 제가 곧 처리하겠습니다. 티파니 씨한테 조금도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습니다."강현숙의 표정이 잠시 굳어지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네가 아니어도 내 딸은 결백해.""믿는 사람이 없습니다."한지욱의 말에 강현숙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자네 지금 무슨 뜻이야!"한지욱은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유혜선은 죽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이 티파니 씨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혜선은 저에게 자신이 유산 한 이유가 티파니 씨 때문이라고 했습니다.""거짓말!"강현숙은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세게 쳤다."한지욱, 너 오늘 여기에 온 목적이 뭐야! 내 딸은 그런 짓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야! 함부로 내 딸한테 뒤집어 씌우지 마!""진실이 어떠하든, 남들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들은 결과만 보고 싶어 합니다. 사모님도 티파니 씨가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시죠?"강현숙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만약, 저와 티파니 씨가 정략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티파니 씨도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혜선이도 죽지 않았을 겁니다.""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해결을 해야 합니다. 티파니 씨가 앞으로 다른 가문의 남자와 결혼을 하려고 해도 이번 사건으로 먼저 혼인을 하려는 가문은 없을 겁니다."강현숙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말을 하지 않던 윤진이 한지욱을 쳐다보았다."지금 협박하는 건가?""아버님,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저는 두 분과 협상을 하러 온 것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기회를 한 번만 더 주세요.""그건 티파니가 결정할 일이야.""만약 티파니 씨가 동의하면 허락하시는 겁니까?"윤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지욱이 윤씨 가문을 떠난 후, 강현숙은 윤진의 등을 주먹으로 가볍게 내리쳤다."당신 정말 미쳤어요? 한지욱이 우리 딸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잖아요."그러나 윤진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티파니가 몰상식한 행동을 하게 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