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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한지욱은 윤티파니가 떠올랐다. 그녀는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다. 사무실에서 자신과 유혜선을 목격한 적 있는데도 말이다.

한지욱은 그걸 열등감으로 여겼다. '더러운' 몸으로 시집갈 수 있는 자체만으로도 그녀에게는 감지덕지한 일이였기에... 하지만 이는 결코 열등감이 아니었다.

윤티파니는 단 한 번도 한지욱에게 부탁한 적 없었다. 이는 열등감보다는 냉정함에 가까웠다. 한지욱이 유혜선과 무슨 짓을 하던 언제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차가운 표정이었으니 말이다.

이때 한 부인이 전화 와서 무슨 말을 했는지 한지욱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바로 갈게요."

한지욱은 외투를 들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룻밤을 꼬박 새운 그는 아주 초췌해 보였다.

"지욱아, 너 갈 거야? 누구한테 가는데? 설마 윤티파니?"

유혜선의 말을 들은 한지욱은 정색하며 말했다.

"내가 그 정도로 철이 없지는 않아."

그는 머리도 돌리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유혜선은 침대에 누워서 점점 멀어지는 한지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한수찬은 갑자기 혈압이 높아진 관계로 뇌출혈이 와서 정신을 잃었다. 한 부인은 병실에서 통곡하고 있었다. 딸은 감옥에 가고 의붓아들은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데다가 남편까지 정신을 잃었으니 슬플 만도 했다.

한지욱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한 부인이 언성을 높였다.

"너 왜 이제야 오는 거니? 네 아버지가 죽든 살든 이젠 신경도 안 쓴다는 거야?"

한지욱이 침묵했다.

이때 의사가 병실로 들어오더니 수술을 추천했다. 안 그럼 죽을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사의 말을 듣고 난 한 부인은 자칫 기절할 뻔했다.

"개두술을 해야 한다고요?"

의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네, 출혈량이 너무 많은 관계로 최대한 빨리 수술해야 합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뇌신경을 압박할 것이고 급성 질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한 부인은 의사를 덥석 잡으며 말했다.

"안 돼요. 개두술은 위험한 거잖아요. 제 남편은 나이도 많은데 수술을 견디지 못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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