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04화

구의범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안예지는 아주 긴장되었다. 남자와 별로 얘기를 나눠본 적 없는 그녀는 무슨 화제를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이 순간만큼은 용감한 이율이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안예지는 심호흡하며 다른 화제를 찾았다.

"아직 안 가셨어요?"

"지금 가려고요."

구의범이 머리 숙여 시계를 힐끗 봤다.

"먼저 내려갈게요."

안예지는 어떻게 말할지 몰라 그저 머리를 끄덕였다.

"네."

"예지 씨도 내려갈 거죠?"

"아... 네."

안예지는 자꾸만 꼬이는 자신의 혀를 뽑아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구의범의 앞으로 가서 걸었다.

구의범은 안예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여자는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저번에 운전자가 시비를 걸 때는 그렇게 당당하던 사람이 말이다.

구의범과 안예지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고 두 사람은 양쪽에 섰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고 사람이 들락날락하면서 안예지는 점점 더 구석으로 밀렸다. 그녀의 옆에 있던 남자는 자꾸만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느끼한 차림의 남자의 몸에는 술 냄새가 났다.

안예지는 일부러 피하기도 했는데 남자는 자꾸 알게 모르게 자신의 손을 그녀의 골반에 스쳤다.

구의범은 안예지의 안색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의 곁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한눈에 알아봤다.

구의범은 손을 뻗어 안예지를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녀와 자리를 맞바꿨다. 덕분에 그녀는 구의범 뒤에 숨어 있을 수 있었다.

남자는 어색한 표정으로 눈을 피했고 안예지는 머리를 숙였다.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손목에는 아직도 구의범의 따듯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안예지는 구의범을 따라가며 말했다.

"아까는 고마웠어요."

구의범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안예지는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는 이만 먼저 돌아갈게요."

안예지는 급하게 손을 흔들고 밖으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