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야, 미안하다...”선희수는 마음이 저렸다.“미안하단 말은 필요 없어요. 저희는 서로에게 빚진 게 없으니까요.”안예지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한없이 덤덤한 표정이었다.이틀 뒤 안예지는 퇴원했고 안지성은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안예지는 회사에 한 번 가볼 셈이었지만 안지성이 그녀를 말렸다.안예지는 겨우 하루 쉬고 이튿날 바로 soul 주얼리로 향했다. 회사로 가는 길에 카페가 보였는데 정신이 좀 맑아지려고 커피 한 잔을 샀다.계산할 때가 되어서야 안예지는 자신이 현금을 챙기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 왠지 멋쩍었다.“죄송해요. 제가 지갑을 두고 왔네요. 일단 여기에 두고 돌아가서 지갑 가져올게요.”직원이 웃으며 대답했다.“저희 카페는 인터넷 뱅킹으로 결제 가능하세요.”“인터넷 뱅킹이요?”안예지는 당황했다. 그녀는 문득 송아영과 함께 쇼핑할 때 송아영이 휴대폰으로 결제한 사실을 떠올렸다.직원이 의아해했다.“모르세요? 지금 현금 쓰는 사람들 그렇게 많지 않아요. 대부분 휴대폰으로 결제하거든요. 본인 휴대폰이랑 계좌 연결하시면 결제할 수 있어요.”안예지는 입술을 짓씹었다.“제가... 그걸 안 해서요.”지금 인터넷 뱅킹이 유행하는 걸까? 그녀는 알지 못했다.한 직원이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봤다.‘세상에, 지금 인터넷 뱅킹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휴대폰을 쥔 안예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가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할 때 손 하나가 갑자기 그녀의 곁에서 튀어나왔다.“제가 대신 계산할게요. 얼마예요?”직원이 대답했다.“아메리카노 시키셔서 5,000원입니다.”안예지는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선 늘씬한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휴대폰으로 결제에 성공했다.곧이어 커피를 건네받은 그는 몸을 돌려 그것을 안예지에게 건넸다.“받으세요.”안예지는 당황했다. 눈앞의 남자는 병원 복도에서 휠체어에서 넘어진 어르신을 부축했었던 남자였다.안예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조각공예 외에도 금은 형판 공예, 보석 절단, 액세서리 세팅, 연마 등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물론 3D, JCAD 소프트웨어 기술도 익혀야 해요.”강성연은 장갑을 꼈다.“예지 씨는 보석 디자인에 재능이 있어요. 이런 건 해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예요.”만약 안예지가 사고를 당하지 않고 음악 학원 합격 자격도 포기했더라면 그녀는 아마 보석 디자인 전공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보석 디자인 전공 수업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안예지는 테이블 위 도구들을 바라봤다.“직접 가르쳐주시려고요?”“난 예지 씨를 잘 키워보려고요. 예지 씨가 모든 기술을 익히게 되면 다른 디자이너들 몇 명 더 뽑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혼자 할 수 있을 거고요.”안예지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열심히 배울게요.”*한 달 뒤, 겨울.강성연은 타지의 패션위크 행사에 초대되었다. 패션계 거물급 인사들 외에 유명한 연예인들도 있었다.강성연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은 사람은 반크와 남여진이었다.강성연은 과감한 스타일의 레트로 스타일을 시도했다. 웨이브가 들어가 분위기 있는 머리카락은 옆으로 넘겼고, 새빨갛고 아름다운 입술과 입체적인 이목구비가 기자들의 카메라를 완전히 압도했다.강성연은 금속 단추로 된 남성용 블랙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의 얇은 망사 블랙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허리선이 강조되어 몸매를 돋보이게 했고 어깨와 목 근처의 검은색 아플리케 디자인이 보일 듯 말 듯 했다. 그리고 검은색 레이스 장갑을 착용해 요염하면서도 멋졌다.그리고 그녀는 에메랄드 반지와 월계꽃 디자인의 목걸이를 착용했는데 독특하고 아름다워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패션계에서 유명한 부인이 남여진과 인사를 나눴다. 그녀는 강성연을 보며 말했다.“성연 씨가 착용한 주얼리 예쁘네요. 이런 스타일은 본 적 없는 것 같아요.”강성연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이건 soul 브랜드에서 새로 출시한 맞춤 제작 상품이에요.”부인은 깜짝 놀랐다.“성연 씨가 디자인한 건
“이... 이렇게 꾸몄는데 누가 알아보겠어요?”강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얼굴을 꽁꽁 감추고 모자도 쓰고 옷도 검은 옷을 입었는데 누가 그를 반지훈이라고 생각하겠는가?반지훈이 강성연의 턱을 쥐었다. 그는 강성연의 요염하고 정교한 얼굴을 봤다.“나 진짜 조금 전에 너한테 맞을 뻔했어.”강성연은 고개를 홱 돌렸다.반지훈은 그녀의 뺨과 목에 입을 맞췄고 강성연은 몸을 떨었다. 그녀는 손바닥으로 반지훈의 가슴팍을 밀어냈다.“여기 복도예요.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반지훈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그러면 방으로 돌아가자.”방으로 들어간 뒤 반지훈은 그녀를 안고 곧장 침실로 향했다. 반지훈은 강성연과 함께 침대위로 향했고 마치 굉장히 아름다운 꽃병을 바라보듯 그녀를 지긋이 바라봤다.그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낀 강성연은 손으로 그의 머리를 밀어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반지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강성연의 손목을 잡더니 그녀의 손등과 손끝에 입을 맞췄다.“오늘 밤 너무 아름다워서.”강성연은 키득거리며 웃더니 몸을 일으켜 그와 자리를 바꾸었다. 그녀는 반지훈의 몸 위로 올라타고는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만지작거렸다.“보석이 아름답다는 거예요?”반지훈은 태연한 얼굴로 사람이 아름답다고 했다.강성연은 허리띠를 풀어 그의 두 손을 묶었고 반지훈은 당황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나쁜 것만 배웠네.”“이렇게 먼 곳까지 따라오다니, 날 스토킹했어요?”강성연은 그를 내려다보면서 그의 단추를 풀었다.반지훈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스토킹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따라온 건데.”“그런데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요?”반지훈은 웃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어서 그랬지.”강성연은 그에게 딱 달라붙어 말했다.“경악이 아니라 서프라이즈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반지훈은 그렇다고 했다. 그가 침을 삼키면서 눈빛이 점점 더 그윽해지자 강성연은 그만뒀다. 그녀는 곧바로 그의 몸에서 내려와 도망쳤고, 반지훈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도
강성연은 말문이 막혔다.“당신 정말 가끔 개 같을 때가 있어요.”반지훈은 덤덤히 대답했다.“그건 너한테만 그래.”“성연아.”남여진이 때마침 패션계 거물급 인사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강성연은 웃으면서 그녀를 맞이했다.“할머니, 일찍 깨셨네요.”“나 같은 늙은이는 늦잠 자는 습관이 없어.”남여진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강성연에게 함께 온 사람을 소개했다. 그들도 패션계에서 유명한 사람들이었다.강성연은 공손하게 그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반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난 뒤 강성연을 향해 걸어갔다.업계 내 사람들은 당연히 반지훈을 알고 있었다. 그들도 반지훈의 출현이 의아한 듯 보였다.“반지훈 씨도 계셨네요.”“네. 제 아내랑 같이 왔어요.”반지훈도 정중하게 대답했다.한 부인이 웃으며 대답했다.“업계 내에서 반지훈 씨가 아내를 무척 아낀다는 소문이 있던데 지금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이렇게 아름다운 아내를 어떻게 아끼지 않을 수 있겠어요? 게다가 반지훈 씨 아내는 젊은 나이에 soul 브랜드를 창립했으니 능력도 좋으시잖아요.”“그건 반지훈 씨 덕분이겠죠.”강성연의 입꼬리에 걸렸던 미소가 살짝 굳었지만 티가 나지 않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 말에 사람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그 말을 한 사람은 좀 젊은 나이의 여자였는데 그녀 역시 자신이 말 실수를 했음을 인지한 건지 입을 틀어막았다.“아, 죄송해요, 강성연 씨. 제 말은 반지훈 씨가 잘 챙겨주시니까 그렇게 수고스럽지는 않겠다는 뜻이었어요.”강성연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가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 반지훈이 느긋하게 말을 이어받았다.“전 soul 브랜드 일은 도운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얘기해서 soul 브랜드가 우리 TG 산하에 있는 덕분에 제게 돈도 많이 벌어서 줬죠. 그리고 전 아내에게 2000억을 빚졌는데 아직 갚지도 않았어요. 지금 보면 제가 계속 제 아내 덕을 본 거
곧이어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났다.반지훈은 손바닥에 외롭게 남은 과일 맛 사탕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점심때 강성연은 반크와 함께 볼링을 치러 갔다. 반크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그녀에 관한 소문을 알려줬다.강성연이 손에 들고 있던 볼링공을 굴려 보내자 첫 번째 줄의 볼링핀이 쓰러지면서 단 하나만 남았다.강성연은 의자 옆에 두었던 생수 뚜껑을 딴 뒤 반크에게 휴대폰을 건네달라고 하고는 잠금을 풀고 SNS를 확인했다.그녀를 겨냥한 댓글이 몇 개 있긴 했다. 마치 다른 사람들을 말싸움에 끌어들이려는 것 같기도 했다.“이 댓글들 아이디 주소 조사했어요?”반크가 대답했다.“서울시였어.”그는 잠깐 뜸을 들였다.“네가 아는 사람이야.”강성연은 천천히 물을 마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그녀와 반지훈의 일을 타당하게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그들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역시나 그녀는 얌전히 보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반크는 뭔가를 봤다.“반 대표 게시물 새로 업데이트했는데?”강성연은 반지훈이 방금 업데이트한 게시물을 보았다. 그와 해신이 게임하는 사진이었다.#아내가 돈 벌고 난 집에서 애를 보지. 악플러들은 이런 걸 아나 몰라.#강성연이 아이를 이용해 억지로 그와 결혼했고, 심지어 반지훈의 재력을 이용했다는 루머가 그 게시물 하나에 완전히 무너졌다. 구천광이 댓글을 썼다.#악플러들은 모르겠죠. 악플러들은 아마 반지훈 씨가 아내 일 시키고 본인은 편히 지낸다는 것만 알 걸요?#육예찬의 댓글은 이랬다.#정말 뻔뻔하네요.#희승도 댓글을 달았다.#제발 출근 좀 하세요!#여준우도 댓글을 썼다.#네 아내는 네가 이렇게 얄미운 걸 알고 있어?#반지훈이 답장을 했다.#다들 꺼져.#강성연은 어이가 없었다. 이상한 방법으로 악성 루머라는 게 밝혀졌지만 효과만큼은 대단했다.이틀 만에 인터넷 여론은 반지훈의 게시물 때문에 뜨겁게 달궈졌다. 그의 게시물 아래 댓글을 단 건 다들 영향력이 대단한 사람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
“어디 헬스장인데? 내가 찾아갈게.”강성연은 택시를 타고 김아린이 보내준 주소로 그녀를 만나러 갔다. 헬스장에 도착하니 김아린이 운동을 마치고 땀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그녀는 타월로 목의 땀을 닦았다.“너 바쁘지 않아? 갑자기 나는 왜 찾아왔대?”강성연은 문가에 기대었다.“일이 좀 있어서.”“나 대충 씻고 옷 좀 갈아입고 나올게.”김아린은 탈의실로 들어갔고 잠시 뒤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녀는 적당한 두께의 겉옷을 입고 있었다.비록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11월의 서울은 그다지 춥지 않았다.“나는 왜 찾아왔어?”강성연이 귓가에 대고 속삭이자 김아린은 깜짝 놀랐다.“나더러 가보라고?”“내 동생이랑 약속했거든. 걔한테 손 쓰지 않기로.”강성연은 어깨를 으쓱였다.“그런데 누군가는 좀 혼쭐을 내줘야지 않겠어? 그렇지 않으면 얌전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할 테니 말이야.”김아린은 허리띠를 한 뒤 눈썹을 치켜올렸다.“별거 아니네. 나한테 맡겨.”*바 안에서 귀청이 떨어질 듯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들은 술을 마시며 주사위를 굴리고 있었고 화려한 조명 아래 섹시한 차림의 여자들이 폴댄스를 추고 있었다.강예림은 바에 출근해서 메이드복을 입고 손님들과 술을 마시는 것으로 팁을 받았다.그녀의 옆에는 배가 나오고 금목걸이에 금반지를 한, 한눈에 봐도 졸부인 남자가 앉아있었다.그는 손으로 강예림의 허벅지를 쓰다듬었고 강예림은 얌전히 그의 품에 기대며 그에게 술을 따라줬다.“이 사장님, 다음번에 호텔 잡을 때 저 꼭 불러주세요.”이 대표는 강예림의 턱을 잡더니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네가 말만 잘 들으면 매일 와서 돈 써서 네 실적 올려줄게.”강예림은 발가락으로 그의 바지를 잡아당겼다.“말을 잘 들으라는 건 어떤 거예요?”이 대표는 그녀의 암시에 마음이 끌려 다른 사람이 건네준 술도 마다했다.“방탕하긴. 벌써 기대하는 거야?”강예림이 그의 귓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이자 이 대표는 곧바로 술잔을 내려놓더니 그녀를 끌어안고 떠났다.
바 매니저는 당황했다. 그는 돌연 고개를 돌려 v29 좌석에 앉은 강예림과 이 대표를 보았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이 대표는 기회를 틈타 도망치려 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경찰이 그를 가리켰다.“어딜 가려고!”두 명의 경찰이 재빨리 이 대표를 바닥에 제압했다. 이 대표는 억울한 듯 말했다.“전 아니에요... 전 아닙니다. 전 거래한 적 없습니다!”앉아있던 강예림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경찰은 영상을 보았는데 영상 속 남자의 체형이 이 대표와 똑같았다.“영상 속 남자는 틀림없이 당신인데 발뺌하는 겁니까? 수갑 채워.”이 대표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이 대표가 큰 소리로 외쳤다.“저 여자가 절 유혹한 겁니다. 저 여자가 먼저 하자고 그랬어요. 제가 아니에요!”강예림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그런데 바로 그때 증인이 나왔다. 영상을 찍은 청소부 아줌마가 강예림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바로 이 여자예요. 이 여자가 저 남자랑 같이 화장실에 들어갔어요. 제가 봤어요.”강예림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서 경멸과 혐오, 심지어 조롱을 느꼈다. 도망칠 곳이 없던 그녀는 그렇게 적나라하게 사람들의 앞에 서야 했다.경찰은 결국 두 사람을 데려갔다. 김아린의 차는 바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경찰차가 하나둘 떠나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조수석에 앉아있는 강성연을 바라봤다.“어때?”강성연은 웃었다.“대단하네. 역시 구천광의 여자다워.”“이 정도는 껌이지.”김아린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보름 정도 갇히고 벌금 내면 좀 얌전해지겠지?”강성연은 이마를 짚었다.“누가 알겠어? 그랬으면 좋겠다.”김아린은 강성연을 블루 오션으로 데려다준 뒤 떠났다. 강성연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팔짱을 두른 채로 소파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반지훈을 보았다. 오랫동안 기다린 건지 표정이 침울했다.세상에!그녀는 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가 있다는 걸 깜빡했다.“여보.”강성연은 얼른 그에게 달려가 그를 안았지만 반지훈은 진짜 화가 났는지 꿈
강성연은 작게 중얼거렸다.“아니에요?”반지훈은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웃었다.“성연이는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강성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반지훈이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의 눈동자에 웃음기가 짙었다.“그러면 내일부터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네.”위층에서 강성연의 항의하는 목소리가 들렸다.“반지훈 씨, 또 나 놀린 거죠!”다음 날, soul 주얼리.“대표님 요즘 또 휴가에요?”“s국 지사에서 돌아오고 나서 반년 동안 바빴으니 좀 쉬어야죠.”안예지는 홀로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때마침 세 명의 여자 직원이 얘기를 나누는 걸 들었다. 다른 자리에도 대부분 두 명이나 두 명 이상이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고 있어 그녀가 유독 조용해 보였다.예전에는 그녀에게 먼저 다가왔던 여자 직원들도 안예지를 보고는 그저 인사만 살짝 하고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안예지는 시선을 내려뜨렸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이 그녀가 모르는 얘기를 하는 걸 듣고 있었다. 예를 들면 휴대폰 게임이라든지, 인터넷 쇼핑이라든지, 재밌는 드라마 같은 것들 말이다.하지만 유명한 아이돌이나 배우의 얘기를 안예지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그녀는 아빠가 사준 스마트폰으로 서투르게 검색했다.“안예지 씨.”가까이 다가온 이율 때문에 안예지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재빨리 휴대폰을 거두고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무슨 일이에요?”“미리 말해주려고요. 이따 식사 다하시고 저랑 같이 원자재 사러 가요.”이율은 그녀에게 천천히 먹고 나오라며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안예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점심을 다 먹고 나가보니 이율은 이미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구매 리스트를 꺼내며 말했다.“사실 구매는 대표님 일이긴 하지만 지금 안예지 씨도 정식으로 디자이너가 됐으니 원료 구매하는 법도 알아야 해서요.”안예지는 이율이 들고 있던 리스트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는 좋아요.”이율은 직접 운전해서 안예지를 데리고 여러 공급업체로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