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연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할 수 있죠?"그녀는 큰 결심을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해보겠습니다!"회의가 끝난 후, 안예지는 강성연에게 다가가 말했다."강 대표님."강성연은 그녀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어려운 프로젝트는 아닌 것 같아요."안예지는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고마워요.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다만...""웨딩 주얼리는 제가 아직 도전해 보지 못한 분야입니다.""제가 잘 가르쳐 줄게요. 필요한 시안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제가 아끼지 않고 드릴게요."강성연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놓고 말했다."믿을게요."안예지는 입술을 꼭 깨물고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강성연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자 강현이 소파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집무 책상에 앞에 앉으며 물었다."다시 돌아갈래?"그녀는 다시 잡지 회사로 돌아가겠냐는 뜻이다.강현은 고개를 저었다."재미없어. 어차피 좋은 인상도 아니야."강성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외국 어학연수 기회가 있는데 다녀올래?""어학연수?""그래."강성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학력은 절대적인 실력이 아니야. 제일 중요한 것은 실력을 닦는 거야. 네가 어느 정도로 자신을 혹독하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넌 아직 어리잖아. 25살 밖에 되지 않았어. 남자의 사업은 30부터 시작이야. 아직 늦지 않았어."강현은 잠시 고민을 하다 대답했다."나 어학연수 가고 싶어. 하지만 아버지와 할머니는...""내가 있잖아.""너를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지나간 길은 더 이상 묻지 않을게."강성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강씨 가문과의 악연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졌다. 강현이 떠날 때,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그리고, 누나..."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누나가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빨리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그
강성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강예림을 쳐다보며 말했다."잘못된 것이 있다면 네가 그 집에서 태어난 것부터가 잘못이야. 너는 너의 동생의 존재부터가 불행하다고 생각했지. 근데 그거 사실은 너의 할머니의 편심이야.""그런데 넌 그걸 바꿔보려고 노력이나 해봤어? 넌 조금도 노력하지 않았어. 할머니가 너를 재벌 가문에 시집보내겠다고 하는 그 말을 너는 언제든 벗어날 수 있었어. 그러나 너는 가문의 인정을 받으려고 그러지 않았잖아.""너는 재벌 가문의 며느리가 되면 모든 것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겠지. 근데 너의 그 무능함과 다른 사람만 탓하는 걸로 바뀔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을 원망해?"강예림은 땅에 주저앉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거짓말...""그래 거짓말. 나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고, 너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아. 네가 제일 잘 알 거야.""한 사람이 현실의 잔혹함을 알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그건 더 이상 구제불능밖에 되지 않아.""변화를 두려워하면 인정을 받을 수 없어. 그러고도 편한 삶을 살겠다고?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아. 꿈 깨. 4년이 지났어. 아직도 아름다운 동화 속에서 살고 있는 거야?"강예림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강성연의 입에서 나오는 현실은 유리 파편이 되어 그녀의 망상을 깨부수었다.강성연은 은행 카드를 현관 앞에 놓았다."이 카드 쓸지 말지는 네 마음이야. 나는 할 말 다 했어."그녀는 현관문을 나서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강현이 전해 달래. 네가 빨리 집에 돌아왔으면 좋겠다고."그 시각, soul 주얼리. 안예지는 사무실에서 열심히 지난 시즌의 자료를 참고했다. 하루 종일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책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물을 마시려고 컵을 든 순간, 그제야 물컵에 물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무실의 정수기에도 물이 없었다.아마, 밖으로 나가 물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그녀가 휴게실을 지나칠 때, 휴게실에서 여자 직원들이 수다를 떠는 것을
안예지는 싱긋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0년이라는 생활을 버렸으니,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었다.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그녀에게 말을 걸면 긴장하기도 했다.안예지는 대충 핑계를 만들고 휴게실을 빠져나왔다. 직원들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수군거렸다."예지 씨. 다른 사람이랑 어울리는 걸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아?""나도 발견했어. 회사에 입사하고 업무 외에 다른 일은 절대 말하지 않는 것 같아. 점심시간에도 혼자 밥을 먹고 퇴근도 혼자 하잖아.""설마 아싸?"저녁.안예지는 회사에서 남은 자료를 집에 가져와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전화 통화를 하다 그녀를 발견하고 다급하게 수화기를 내려놓았다."예지, 퇴근했어? 힘들지?"안예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괜찮아요.""그래. 아빠는 네가 힘들가 봐 걱정돼서 그래. 힘들면 아빠 회사로 와. 아빠가 편한 자리 하나 마련해 줄게."안지성은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동안 네가 퇴근이 너무 늦어서 아빠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야."안예지는 손을 정며 말했다."우리 회사는 야근 규정이 없어요. 제가 원해서 하는 거예요."안지성은 고개를 끄덕거렸다."그래, 아빠 며칠 동안 출장을 다녀와야 할 것 같아. 그동안 무리하지 말고 밥 잘 챙겨 먹어. 알았지?"안지성은 바로 자신의 캐리어를 챙기고 밖으로 나섰다. 안예지는 안지성이 차에 올라타는 것을 보고 차가 멀어지는 것까지 확인했다.아버지의 차가 떠나고 바로 다른 차가 대문 앞에 멈춰섰다.차에서 내린 여자는 옷 차림이 고급진게 부잣집 사모님 같아 보였다.“저기, 혹시 이 집 어르신 댁에 계실가요?”"저희 아빠, 방금 출장 가셨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난..." 여자는 안예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운전을 하는 여자는 백미러로 안예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안예지는 다시 저택 안으로 들어섰고 아주머니는 벌
강성연은 안예지의 사무실 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안예지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누르며 두통을 참는 것 같았다.강성연을 발견한 안예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대표님?""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네요.""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요?"안예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떠오르지 않아서 미치겠어요. 시안을 하는데 다 마음에 들지 않아요."강성연은 휴지통에 있는 원고지를 보고 시간을 확인했다."나랑 잠깐 산책이라도 나갈래요?"안예지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다.강성연이 안예지를 데리고 온 곳은 꽃이 활짝 핀 거리다. 주위에는 한옥으로 가득해 시공간을 넘어온 느낌을 주었다.두 사람은 경진당이라는 가게 앞에 멈춰 섰다. 가계는 한옥으로 장식되었고 판매하는 제품은 값비싼 주얼리는 아니었다.안예지는 강성연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대표님, 여긴..."강성연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영감을 찾아주러 왔어요."강성연은 안예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고전 웨딩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요."경진당은 3층으로 된 한옥이다. 인테리어 곳곳에 옛 정취가 물씬 묻어났다.가지각색의 비녀와 주얼리로 가득 찼다. 진열장에도 아름다운 옥으로 된 주얼리와 팔찌들이 자리했다.안예지는 주위에 있는 주얼리를 하나하나 열심히 관찰했다. 주얼리는 모두 세심하게 가공되어 가게만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강성연이 말했다."이 가게에는 70년 전통이 있어요. 주얼리들이 너무 화려하지 않지만 너무 단조롭지도 않아요. 값비싼 명품은 아니어도 3대째 내려오는 전통 있는 가게에요.""주얼리들의 공예를 보시면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어떠한 보석이든 사장님의 손을 거치면 아름다운 공예품으로 탄생돼요."안예지는 이렇게 좋은 가게에 손님들이 너무 적은 것 같아 물었다."손님들이 너무 적네요.""맞아요."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경진당은 이제 인터넷 판매를 완활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입소문을 탄 가게는 아니지만 리뷰가 좋아요."그때,
매 제품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품에 이르렀다. 귀걸이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았고 팔찌, 목걸이 하나하나에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았다.강성연은 벽에 전시된 은제품 팔찌에 시선을 빼앗겼다. 팔찌에는 봉황 한 마리가 살아 있는 듯했다. 조각 디자인도 그녀가 직접 접해 보았지만, 그녀라 해도 이렇게 생생한 조각을 그려낼 수 없었다. "이 팔찌는 저희 사부님의 조각 공예입니다. 저의 사부님의 조각 공예 제품도 아주 많습니다."그는 벽장에 있는 다른 진열대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푸른색 다이아몬드와 빨간색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반지가 수두룩했다."이건 반지인가요?"안예지는 그중 한 제품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렇게 예쁘고 창의적인 반지는 처음이었다.반지는 금으로 밧줄을 꾀어 만든 것 같았고, 주위에 작은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반지의 제일 주요 핵심은 바로 푸른색 다이아몬드였다.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반지입니다. 저희 사부님의 공예입니다.""액세서리도 공예품이 될 수 있군요.""사부님께서 공예품에 관심을 가지셔서 공예 액세서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공예 주얼리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어 열심히 작품을 만들고 계십니다.""공예 액세서리" 항상 존재했지만 그 범위가 매우 적어 100년의 역사를 걸쳐 공예 액세서리라고 불렸다.진정한 골동품은 진귀했지만 역사의 시간이 없었더라면 절대 형용할 수 없는 것이다.경진당의 사장님은 이미 70년 전부터 한옥과 액세서러리를 연구하고 계승해왔다. 이것이 바로 강성연이 안예지와 함께 이곳에 오고 싶었던 이유다.강성연은 안예지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안예지는 결국 그 반지를 구매했다. 두 사람이 경진당에서 나올 때, 안예지가 손에 쥐어진 상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대표님, 저 이제 알 것 같아요.""영감이 왔으면 됐어요. 작품을 기대할게요."강성연이 환하게 웃자 안예지도 함께 웃었다.순간, 강성연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미간을 찌푸렸다. 안예지도 그녀의 시
"할아버지, 90점 이상 맞으면 게임기 돌려준다고 약속하셨잖아요."강유이는 할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게임기를 돌려달라고 했다.반씨 어르신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말했다. 강유이는 게임을 놀기 시작하더니 성적이 80점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그래, 이 할아버지가 동의했지. 그런데 조건이 뭐더냐. 매 과목마다 90점 이상을 맞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강유이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뚱한 표정으로 턱을 받쳤다. '매 과목마다 90점 이상은 너무 어려워."할아버지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할아버지는 강유이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너는, 너의 오빠와 아버지가 잘못 키웠어. 성적이 조금 올랐다고 그새를 못 참고 나한테 달려와 게임기를 내놓으라고 해."강유이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러면... 딱 1시간만 놀게 해주세요."반씨 어르신은 강유이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그럼 딱 1시간만이야.""네!""딱 1시간만 놀게요!""그래, 이 할아버지 너를 마지막으로 한 번 믿으마. 1시간을 초과하면 게임기를 바로 밖으로 내던질 거야."강유이는 바로 서재로 달려가 서랍을 뒤졌다."아가씨, 뭘 찾으세요?""게임기요! 할아버지가 놀아도 된다고 했어요!"서랍 제일 아래층에서 게임기를 발견한 김유이는 게임기를 들고 환호를 했다.김 집사는 유이가 언제부터 게임기에 홀딱 빠졌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강유이가 서랍을 닫으려고 할 때, 꼬깃꼬깃하게 접혀진 신문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녀의 주의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한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이라는 글씨가 그녀의 주의를 불러일으켰다.강유이는 접힌 신문을 펴 기사를 읽어보았다.그리고 서재에서 달려 나오는 길에 할아버지와 부딪쳤지만 사과도 하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유이야, 대체 뭐가 그리 급하다고."서재 바닥에 게임기도 떨어져 있었다.어르신이 서재로 들어가 확인해 보자 서랍에는 이미 펴진 신문과 물건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반지훈이 집으로 돌아오
"정말요??" 강유이의 사슴 같은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뚝 하고 떨어졌다.반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빠가 너한테 거짓말을 왜 하겠어.""그럼 저 앞으로 태군 오빠 만날 수 있어요?"아이의 물음에 반지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딸이 벌써 다른 남자를 찾는다는 사실에 반지훈은 짜증이 났다.그는 강유이의 코를 잡아당기며 말했다."벌써부터 게임이나 하고, 학교에서 게임만 할래?"반지훈의 말에 강유이는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저한테 남은 건 게임밖에 없어요."반지훈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오빠가 다른 반으로 갔어도 다른 친구들도 있잖아.""반 친구들은 저를 싫어해요."강유이의 말에 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감히 이토록 사랑스러운 유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니!반지훈은 심호흡을 하고 물었다."우리 유이를 왜 싫어해?"강유이는 작은 팔로 팔짱을 끼고 말했다."남자애들이 나만 좋아한다고 여자애들이 나랑 친구하지 않겠대요."아이의 말에 반지훈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블루 오션"우리 유이 반에서 왕따야?"강성연은 화장대에 앉아 귀걸이를 내려놓고 반지훈을 돌아 보았다.반지훈은 침대에 기대 신문을 보고 있었다. 검은색 실크 잠옷을 입은 반지훈은 매력넘쳐 보였다."난 우리 딸이 너무 예쁘게 태어난 거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아."강성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예쁨에는 죄가 없죠, 우리 유이는 죄가 없네요."반지훈은 신문을 덮고 말했다."그래, 예쁨에는 죄가 없지. 하지만 우리 딸을 마음에 두는 새끼들은 죄가 있어."강성연은 몸을 일으켜 반지훈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우리 아들들도 너무 잘생겨서 나중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울릴지 모르겠어요."반지훈은 강성연의 손을 꼭 잡고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아들은 괜찮아. 유이가 걱정이지. 우리 유이가 쓰레기 같은 남자를 만나면 어떡하지?"그의 말에 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그걸 걱정하고 있었어요?""당신은 걱정 안돼?"반지훈은 강성연의 얼굴을
안씨 가문.안예지는 가디건을 걸치고 서재에서 시안을 그리고 있었다.밖에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지만 조금도 방해되지 않았다.그때, 1층 전화기에서 벨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안예지는 바로 일층으로 내려갔다.이 시간에 전화를 걸 사람은 아버지밖에 없다는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활짝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아빠..."전화를 받은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병원.안예지는 김수혜와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 응급실 앞에 있는 여자의 얼굴을 본 김수혜는 깜짝 놀랐다.여자는 고개를 돌려 안예지를 바라보았다. '저 여자는 바로 지난번에 아버지를 만나러 온...'그 여자가 웃으며 안예지에게 다가오자 김수혜가 안예지의 앞을 막아섰다."선희수 씨, 아가씨한테서 떨어지세요."안예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수혜를 쳐다보았다.선희수의 곁에 있던 경호원이 그녀를 막으려고 했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 아직도 회장님의 곁에서 일하고 있어? 혹시 회장님이 당신 친아들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김수혜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때, 의사가 수술실에서 황급히 달려나와 말했다."피가 필요합니다. 혈액형 B형이신 분 계신가요?""저요."안예지가 앞으로 나섰다.그러자 의사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환자와 무슨 사이...""딸입니다."의사는 바로 고개를 끄덕거렸다."따라오세요.""잠시만요." 그때, 선희수가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그녀를 돌아보자 그녀는 자신의 셔츠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제 피를 사용하세요. 저도 B형이에요."안예지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선희수는 의사를 따라 나섰다. 선희수는 떠나기 전 안예지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야."안예지는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3시간 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안지성이 수술실 밖으로 나왔을 때, 시간은 벌써 새벽 5시 반이 되었다.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아 그는 잠에서 깨어나질 못했다.안예지가 그의 침대 곁에 엎드려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