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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1화

여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지훈은 웃음을 터뜨렸다.

“연기 잘하네. 그러면 페르시아만 프로젝트...”

“사람 짜증 나게 하네.”

여준우는 몸을 돌려 그를 보았다. 비에 젖은 차가운 얼굴에서 짜증이 보였다.

반지훈은 병실 안으로 들어간 뒤 의자를 당겨 앉았다.

“바람둥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준우가 여자 한 명 때문에 이 꼴이 되다니, 참 보기 드문 일이야.”’

여준우는 창가에 기대었다. 그의 마음은 이미 차게 식었다. 그는 차갑고 습한 빗물이 느껴지지 않았다.

“웃기지 않아? 나도 웃겨.”

그가 말했다.

“알게 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여자인데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는 내가 너무 웃겨. 얼굴도 그리 예쁜 건 아니고, 몸매는 괜찮지만 성격은 안 좋아. 똑똑해 보이지만 사실 바보 같고 순진해.”

반지훈은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다가 시선을 들어 그를 보았다. 반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준우의 시선은 여전히 창밖에 머물러 있었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다.

“내가 그녀를 신경 쓴 건 그녀의 레이나처럼 바보 같은 면에 끌려서였어. 처음에는 그저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여준우의 목소리가 뚝 그쳤다.

여준우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손가락으로 창문을 툭툭 두드렸다. 그의 눈가에서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빗방울인지, 아니면 눈물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반지훈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케니 가문의 딸이 죽었어. 알고 있어?”

여준우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는 시선을 내려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요 하고 평온한 모습이었다.

같은 시각, 케니 가문의 사람이 샌디에이고 저택에 도착했다. 양측 사람들은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맨디의 아버지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냉정하게 차를 마시는 여정희의 모습을 바라봤다.

“이게 무슨 뜻입니까?”

여정희는 찻잔을 들면서 미소 지었다.

“제 뜻은 아주 명확할 텐데요. 맨디 씨의 죽음은 저희 준우랑 무관합니다. 게다가 맨디 씨가 무슨 짓을 했는지, 누구에게 미움을 샀는지, 그게 우리 여씨 가문이랑 무슨 관련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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