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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여준우가 피식 비웃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외투를 힐끗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깨끗하게 씻고 나와요.”

그가 욕실 밖으로 나갔다.

순간 탁하고 맥이 풀린 명승희가 겨우 욕실 벽에 몸을 기댔다. 그녀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이게 다 그날 밤, 뭐에 씌우기라도 한 듯이 그를 받아들였던 탓이다. 결국 그녀가 다 자초한 것이었다.

이게 바로 ‘나쁜 여자’의 말로란 말인가.

샤워를 마친 그녀가 욕실 밖을 나왔다. 그녀는 거실 불을 켜지 않은 채 벽을 더듬으며 객방으로 향했다. 그때 순간 눈앞이 번쩍였다. 눈부신 샹들리에 불빛에 그녀는 눈을 찌푸렸다.

등 뒤에서 여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여자가 되기로 했으면 어디에서 자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겠죠.”

명승희가 여준우의 옆에 누웠다. 그녀가 막 등을 돌리려고 하던 그때 남자가 말했다.

“날 안아요.”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몸을 돌려 그의 가까이로 다가가 내키지 않는 팔을 억지로 뻗어 그를 안았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라도 편해지겠지.

여준우가 팔을 뻗어 테이블 스탠드를 끈 후 그녀에게 팔베개를 해주었다. 방안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명승희는 길고도 고요한 밤을 버텨내다가 어느새 스르륵 잠이 들었다.

다음날.

명승희의 활동을 가로막던 제재는 곧바로 철회되었다. 소식을 들은 최민아가 몹시 들떠서 그녀한테 축하 인사를 건네주러 다가왔다. 하지만 기뻐 보이기는커녕 어딘가 풀이 죽어있는 그녀를 확인하고 의아해했다.

“왜 그러세요? 여준우 씨가 언니에 대한 제재를 거두어들였잖아요?”

명승희는 화장대에 앞에 앉아 눈 밑에 생긴 다크서클을 화장으로 가리고 있었다.

“이제 난 그냥 도마 위에 오른 물고기처럼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난도질당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기쁘겠니?”

대가로 그 남자의 애인이 되다니. 만약 그녀의 부모가 이 일을 알게 되면 아주 기가 막혀 뒤로 넘어갈 것이다.

그녀는 여준우가 자신한테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그녀의 몸을, 생에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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