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영은 그들과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육예찬에게 다가갔다.“나 기다렸어?”육예찬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당신을 안 기다리면 누굴 기다리겠어.”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가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말했다.“촬영이 잘 진행됐나 보네.”송아영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었다.“그럼. 내가 누군데. 나 없이는 제대로 진행이 안 됐을 거야.”육예찬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저녁에 뭐 먹을래?”송아영은 다가가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치킨, 제육볶음, 갈비찜도 있었으면 좋겠고….”“왜 다 고기야?”“고기가 먹고 싶으니까!”그녀는 일부러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육예찬은 그녀의 아랫배를 힐끗 쳐다보더니 물었다.“설마 생긴 거야?”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생기긴 뭐가 생겨?”육예찬은 손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뭐겠어.”송아영은 그의 손을 찰싹 때리며 소리질렀다.“그런 거 아니거든!”그는 웃으며 송아영을 품에 안았다.“형수님도 임신했는데 우리도 뒤쳐지면 안 되잖아.”말문이 막힌 송아영이 억울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나 혼자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육예찬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러니까 당신 말은 내 노력이 부족했다는 거지?”송아영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새침하게 그를 밀치며 말했다.“집에 갈래!”육예찬은 쑥스러워서 도망치듯 앞에서 뛰는 그녀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던 그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텅 빈 복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발소리가 잦아든 뒤에야 계단 입구에 몸을 숨겼던 여자가 마스크를 고쳐 쓰며 다급히 현장을 빠져나갔다.낡은 월셋방, 남은서는 푹 꺼진 소파에서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었다. TV에 나온 명승희의 화려한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어서 리모컨을 집어 던졌다. 입맛이 사라졌다.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일어서서 문을 열었다. 밖
최민아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명승희는 요가복 차림에 금방 운동을 하고 나온 듯,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고 긴 머리도 깔끔하게 뒤로 묶은 모습이었다.“무슨 일인데?”명승희는 의아한 눈빛으로 최민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때, 최민아를 밀치고 나타난 남자 때문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문을 닫으려 했다.하지만 남자가 재빨리 문을 잡았고 최민아는 어색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죄송해요, 언니. 음…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최민아는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갔다.명승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여준우가 그녀를 살짝 밀치고 집 안으로 들어서더니 문을 잠갔다.“여준우 씨, 여기 우리 집이거든요? 지금 이러는 거 주거침입이에요!”명승희가 그를 밀치며 말했고 여준우는 여유롭게 두 걸음 물러서더니 팔을 뻗어 그녀를 자신과 문 사이에 가두어 버렸다.“그럼 신고해요.”그의 손끝이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그럼 나도 명승희 씨 신고할 테니까.”명승희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내가 뭐요?”여준우는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밀착시키며 말했다.“명승희 씨가 내 순결을 빼앗고 돈도 안 줬잖아요.”말을 마친 그는 손으로 그녀의 턱을 치켜올렸다.“같이 경찰서에 가면 과연 누가 더 창피할까요?”명승희는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녀가 그의 손을 차갑게 뿌리치며 물었다.“당신 정말 뻔뻔한 거 알아요?”여준우는 얄미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명승희는 한참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이번에는 여준우 씨가 제 발로 쳐들어왔는데 이 정도면 덮쳐달라고 유혹하는 거 아닌가요?”여준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다물었다.그녀의 손길이 그의 목젖에 닿았다.“한 번 있으면 두 번도 있는 거죠. 안 그래요?”여준우가 그녀의 팔목을 가로채며 으르렁거렸다.“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요?”그녀가 웃었다.“건장한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뭘 할 것 같아요?”여준우는 그녀를 안아 신
그녀는 몸을 살짝 뒤로 기대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신 여자가 되라고요? 그 수십 명 중의 하나가 되라는 건가요? 귀찮게 다른 여자들이랑 기 싸움도 해야겠네요. 여준우 씨, 당신이 황제예요? 무수히 많은 후궁을 거느리게요? 체력은 따라갈 수 있어요?”여준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당신은 유일한 여자가 되고 싶군요.”명승희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나는 혼자가 좋아요.”그가 다시 물었다.“그래서 할래요?”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싫어요.”여준우의 눈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몸을 일으키며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확실해요?”명승희는 코웃음 치며 자신 있게 대꾸했다.“싫다면 싫은 거죠. 몇 번을 물어봐도 답은 같아요.”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나를 찾아오게 될 거예요.”말을 마친 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문을 잠근 뒤, 명승희는 벽에 기댄 채, 거칠게 호흡했다. 조금 전까지 도도하게 굴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내가 그 정도야? 후궁 후보가 되라고? 웃기지도 않아.’한편, 백화점에 들어선 송아영은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누군가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예지야.”안예지가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오래 기다렸어?”“그렇게 오래 기다린 건 아니야.”송아영이 그녀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오랜 만에 휴가인데 쇼핑이나 좀 하자.”안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매장을 한 바퀴 둘러 본 뒤, 둘은 미식 코너로 가서 간식을 먹었다. 오랜 만에 나들이라 안예지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대학교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송아영도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그렇지?”안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불러줘서 고마워.”말을 마친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아빠가 통금시간을 정해 놓으셔서 회사랑 집만 오고 가서 힘들었거든. 새로 사귄 친구도 없고 심심해 죽겠어.”송아영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마워요.”여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안예지는 여자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뒤돌아선 순간, 여자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송아영은 30분을 줄을 서서 드디어 밀크티 두 잔을 샀다. 하지만 음료수를 들고 자리에 돌아왔을 때, 안예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음료수를 내려놓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안예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몇 번이나 통화를 시도해도 안예지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송아영은 꺼진 핸드폰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갑자기 전화는 왜 꺼놨지?’안예지는 말도 없이 떠날 사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그녀는 다급히 화장실 쪽으로 뛰어갔다.송아영은 2층 화장실과 3층 화장실을 다 뒤졌지만 안예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에 통화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될 리 없었다.송아영은 점점 조바심이 났다. 숨을 헐떡이며 백화점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안예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울먹이며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예찬 씨….”서류를 검토하던 육예찬은 울먹이는 송아영의 목소리에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래?”“예지가… 예지가 사라졌어. 내가… 같이 놀자고 불렀는데….”그녀가 흐느끼며 말했다.육예찬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대답했다.“송아영, 일단 침착해. 무슨 상황인지 말해봐.”그는 송아영과 통화하며 서류를 내려놓고 차키를 챙겼다.“백화점에서 어디 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내가 지금 갈게.”송아영은 조급한 마음으로 매장 앞 벤치에 앉아 육예찬을 기다렸다. 남자가 나타나자 그녀는 울며 다가가서 그에게 안겼다.육예찬은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위로하듯 말했다.“그만 울어. 내가 왔잖아. 나랑 같이 CCTV 확인하러 가자.”그녀는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육예찬은 백화점 매니저와 협상한 끝에 관리실로 가서 CCTV 영상을 돌렸다. 잠시 후, 마스크를 쓴 여자가 안예지에게 접근하는 화면이 포착되었고 안예지가 그 여자를 따라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육예찬이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
그녀가 계속 몸부림치자 한 남자가 그녀의 귀뺨을 때렸다.“그만 울어! 시끄러워 죽겠네! 자꾸 귀찮게 하면 혼날 줄 알아!”“제발… 제발 나 좀 놓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돈?”남자가 혀를 내밀어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얼마나 줄 수 있는데?”안예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대답했다.“얼마나 원하는데요?”남자가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돈은 필요 없고 재미를 원해.”“아… 안 돼요.”안예지는 절망의 눈물을 흘렸다.그리고 이때, 마스크를 착용한 여자가 카메라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뒤를 남은서가 따르고 있었다.“뭐가 그렇게 급해? 여차 처음 놀아봐? 아직 준비도 덜 됐단 말이야.”“뭐야? 생중계라도 하게? 이거 자극적인걸?”남자는 카메라를 보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마스크를 착용한 여자가 다가가더니 흐트러진 옷차림에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안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여자 동임 그룹 2세야. 당연히 현장을 기록해야지.”안예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내 신분을 알고 있었어?’남자들이 머뭇거렸고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장난해? 재벌 2세를 데려오면 어쩌자는 거야? 우리를 죽일 작정이야?”성범죄 전과자들이고 몇 년을 감옥에서 살다 나온 인간들이었지만 능력 없고 힘없는 여자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지 귀한 집 딸은 건드리지 않았다. 힘없는 평민들이야 당하고도 인터넷에 얼굴이 공개될까 봐 신고를 꺼렸지만 귀한 집 자식들은 달랐다.자본의 힘으로 그들을 죽이자고 달려든다면 아마 실형 몇 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마스크를 착용한 여자가 그들을 힐끗 보며 말했다.“뭘 그렇게 겁내? 사고가 나면 내가 책임져. 들켜도 안 회장은 송아영을 의심하겠지.”남은서는 약간 겁에 질린 눈으로 마스크녀를 바라보았다.‘이 여자 나보다 더 독하네. 얼마나 송아영이 싫었으면….’안예지는 마스크녀를 바라보다가 옆
말을 마친 그녀는 안예지를 밀어 바닥에 쓰러뜨렸다.“뭘 망설여? 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영상만 찍으면 되니까.”안예지는 겁에 질린 채, 머리만 흔들었다. 남자들이 점점 접근해 오자 그녀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성예주는 옆에서 그걸 지켜보며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처연하고 오싹한 웃음소리였다. 남은서는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미친 여자랑 손을 잡은 것 같았다.쾅!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쳐들어왔다. 성예주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한 남자가 그녀를 발로 차서 쓰러뜨렸다.안예지를 덮치려던 남자들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이내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에 의해 바닥에 널브러졌다. 남은서는 혼란을 틈타 도망쳤다.“예지야!”송아영이 다급히 달려왔다. 초라한 몰골을 한 친구를 보자 그녀는 다급히 달려가서 안예지를 안았다. 경호원 한 명이 겉옷을 벗어 송아영에게 건넸고 송아영은 그것으로 안예지의 몸을 감쌌다.육예찬이 안으로 들어오자 범죄자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다 저 미친 여자가 시킨 짓이에요!”고개를 돌린 송아영은 흉한 몰골의 성예주를 보고 경악했다.“성예주?”성예주는 처절한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나야! 여기까지 쫓아올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는 내가 너희들을 두려워할 것 같아?”“미친 년이!”송아영이 욕설을 퍼부었다.성예주는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았다.“그냥 나를 죽여! 다시 감옥으로 돌려보내도 죽지 않는 한, 나와서 또 똑 같은 방식으로 복수할 거야! 하하하!”송아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경호원이 음침한 표정의 육예찬에게 다가갔다.“도련님, 이 미친 여자는 어떻게 처리할까요?”육예찬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정상은 아닌 것 같으니 정신병원으로 끌고 가서 진단서 끊어. 정말 정신질환이라면 죽을 때까지 병원에 가둬야지.”경호원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성예주
결국 송예주는 교외에 있는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다.안예지는 병원에서 3일간 쉬다가 퇴원했다. 안지성이 직접 퇴원절차를 밟았고 안예지는 병실 밖 복도에서 기다렸다.고개를 돌리자 한 노인이 휠체어에서 넘어지려는 모습이 보였다. 간호사는 마침 다른 곳을 보고 있어서 안예지는 일어서서 노인을 부축하려 했다. 그런데 한 남자가 나타나서 노인을 부축해 다시 휠체어에 태웠다.노인은 남자의 손을 잡으며 인사했다.“고마워, 청년.”“별말씀을요.”남자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간호사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상황을 설명했고 간호사는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간호사가 노인의 휠체어를 끌고 어디론가 떠났고 남자는 그제야 엘리베이터에 탔다.“예지야, 집에 가자.”안지성의 부름에 안예지는 고개를 돌리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네.”며칠 뒤, 로얄 엔터테인먼트.“그거 들었어? 명승희가 윗분 심기를 건드렸나 봐. 요즘 TV에도 안 나오고 광고도 취소됐어.”“뭐라고?”누군가는 화들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설마. 아버지가 우리 엔터테인먼트 대표인데 누가 명승희를 상대로 그런 짓을 벌이겠어?”“Y국 재단의 여준….”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명승희가 최민아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가십거리를 즐기던 연예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딴청을 피웠다.최민아는 조심스럽게 명승희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언니, 뭔가 오해가 생긴 거 아니에요?”명승희는 굳은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고 뒤돌아섰다.그녀는 차를 끌고 미친 듯이 질주해서 여준우가 묵고 있는 호텔로 갔다.객실 앞에 도착한 그녀는 다급히 초인종을 눌렀다.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자 그녀는 짜증스럽게 문을 걷어찼다. 고개를 돌리자 경호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나오는 여준우가 보였다.그는 낯선 여자의 어깨를 끌어안고 있었는데 여자가 뭐라고 말했는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명승희를 발견했지만 그는 딱히 표정변화가 없었다.여자는 여준우의 앞에 서 있는 명승희를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당신 누구세요?”명승
그제야 정신을 차린 보디가드가 여자를 돌아보았다.“죄송합니다. 아가씨,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여자의 얼굴이 괴이하게 이그러졌다. 자신이 방금 그 Y 국 젊은 갑부를 어떻게 꼬셨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돌아가야만 한다고?그리고 방금 지나간 그 여자는 또 누군데?그 시각 명승희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녀가 막 차 문을 열려고 하던 그때, 웬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홱 잡아채더니 자신의 품에 가뒀다. 그녀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차 문에 밀쳐세우더니 미세하게 벌어진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그녀는 발버둥 쳤다. 그로 인해 거칠게 입술이 틀어막혀 곧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가 손을 들어 그녀의 웃옷 단추를 잡아뜯었다. 싸늘한 냉기가 몸을 뒤덮자 순간 그녀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미쳤어요? 여준우 씨…”여준우가 그녀의 턱을 잡아채더니 다시 키스를 퍼부었다. 그때 주차장 안으로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명승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녀의 어깨가 떨려왔다.“여기서 이러지 말아…”여준우가 그녀를 기둥 뒤 사각지대로 끌어당겼다. 그곳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는 띄지 않을 구석이었다.그녀한테는 일분일초가 고통이었고 수모였다. 등 뒤에 있는 기둥이 그녀의 공포와 두려움을 막아주는 방패막처럼 느껴졌다.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 지옥에 내던져진 것만 같았다.두 사람 모두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공인이었지만 스캔들이 터졌을 때 망신을 당하게 되는 건 여준우가 아니라 그녀였다. 이런 일이 공개되었을 때 논쟁 대장이 되는 건 항상 여자 쪽이었으니까.그의 귓가에서 그녀의 흐느낌 소리가 들려왔다. 여준우는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바늘로 자신의 심장을 콕콕 찌르는 것만 같았다. 결국 저도 모르게 점점 행동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그녀가 울 기력조차 없게 되었을 때, 여준우는 그녀를 안아들고 방으로 올라갔다. 그녀의 몸에는 그의 정장 외투가 둘러져 있었다. 외투에 가려져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