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정말 드라마 투자자랑 사귀는 거 아니에요? 최근에 이상한 이야기가 하도 많이 들려와서요.”유진희는 병상 옆 의자에 앉아 사과를 깎으며 남편에게 물었다.명지용이 짧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그게 무슨 별일이라고. 승희 깨어나면 물어보면 되겠네.”유진희는 잘 깎은 사과를 남편의 입가에 가져가며 대답했다.“궁금하잖아요. 당신이 한번 알아봐요. 그 남자 유부남은 아닌지, 가족은 몇이나 있고 연애는 몇 번이나 해봤는지. 두 사람이 정말 진지하게 만난다면 승희한테도 좋은 일이죠. 안 그래요?”명지용은 아내가 깎아준 사과를 맛있게 먹으며 미소를 지었다.“당신 말이 맞아. 내가 한번 알아보지.”유진희는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넣으려다가 뭔가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명승희가 질린다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정말 못 말리네요. 딸 앞에서 애정행각을 벌이고 싶어요?”명지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승희 좀 괜찮아?”“죽을 정도는 아니네요.”천천히 몸을 일으킨 명승희가 창밖을 바라보며 물었다.“저 얼마나 잤어요?”유진희가 사과를 내려놓으며 대답했다.“네 시간 정도. 너는 아픈 몸으로 촬영에 나가면 어떡하니. 열이 나면 집에서 쉬어야지.”잠시 머뭇거리던 유진희가 조심스럽게 또 물었다.“승희야, 너 병원으로 데려온 그 사람… 너희 혹시….”“사귀는 사이 아니고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명승희는 단호하게 유진희의 말을 잘랐다.유진희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어떻게 아무 사이가 아닌데 촬영장에서 그런 말들이 나와?”“연예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 치고 스캔들 하나 없는 사람 있어요? 그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다 믿으실 거예요?”다시 침대에 누운 명승희는 그들을 등지고 돌아누우며 말했다.“이상한 기대하지 마세요. 그 사람 나 같은 여자랑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니까.”유진희와 명지용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명지용이 침대로 다가서며 물었다.“어
육예찬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송아영의 손을 잡았다.“외할아버지 뵈러 S국에 갔다 와야겠네.”송아영은 그의 옆으로 다가와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당신 외할아버지 무서운 분이셔?”육예찬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다가 다시 정색하며 말했다.“말을 안 들으면 무서운 성격 나오실지도 모르지.”연희정이 옆에서 혀를 차며 말했다.“아영이 긴장하게 왜 그래?”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송아영을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좋은 분이셔. 절대 너한테 무섭게 대하지 않을 거야. 물론 저 녀석은 잔소리 좀 들어야겠지만.”송아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밤중이 되어서야 명승희는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머릿속에 여준우와 키스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정말 강렬해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키스였다.‘역시 선수였어.’그녀는 짜증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시선이 진열장에 놓인 바이올린 모형에 닿았다. 그건 그녀가 과거 육예찬을 위해 만든 모형이었다. 버리기 아까워서 줄곧 그 자리에 뒀었다.한참이나 그것을 바라보던 명승희는 일어서서 모형을 집어 들어 서랍에 넣었다.며칠 뒤, 촬영장에 도착한 그녀는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명승희는 모자를 꾹 눌러쓰고 고개를 숙였고 최민아는 카메라를 막아섰다.“명승희 씨, Y국 황태자 여준우 씨와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입니까?”“촬영장에서 두 분이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였다던데 사실인가요?”온갖 질문들이 명승희에게 쏟아졌다. 앞을 가로막고 선 기자들 때문에 전진이 어려워진 그녀는 선글라스를 벗고 기자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그런 일 없습니다. 저와 여준우 씨는 그냥 친구 사이이고 사귀는 사이 아닙니다. 다들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추측성 기사는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하지만 두 분이 같이 탈의실에서 나오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있습니다. 단둘이 탈의실에서 뭐 했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기자들이 아주 사
여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저녁에 한잔하시죠.”명승희는 오늘 야간 촬영을 진행하고 밤 열한 시가 되어서야 촬영장을 나올 수 있었다. 그녀는 오늘 처음으로 연기자도 체력노동이라는 것을 체감했다.최민아가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최민아가 떠난 뒤, 명승희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명승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발신자를 확인했다.“여준우?”서로 연락하지 말자던 여준우였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저쪽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게 들리자 명승희는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언성을 높였다.“여보세요!”“명승희 씨죠?”이어서 그의 경호원이 전화를 받았다.“밤 늦게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어디세요? 우리 도련님께서 술이 좀 취했는데 여기서 나가려고 하지를 않네요. 가게 문 닫을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연락드렸습니다.”명승희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넘겼다.“그 사람이 술 취했는데 왜 나한테 연락하죠?”경호원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도련님께서 꼭 명승희 씨한테 전화해야 한다고 우기셔서요.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명승희는 잠시 주저하다가 혀를 차며 물었다.“지금 어딘데요?”경호원이 대답했다.“화평구 서든 클럽입니다.”명승희는 차를 운전해 화평구로 갔다. 술집에 도착해 보니 손님들이 거의 다 빠져나간 뒤였다.그녀는 핸드백을 챙기고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여준우는 창가 쪽에 앉아 이마를 짚고 있었다.그의 경호원과 술집 매니저까지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명승희는 가방을 의자에 던졌고 여준우는 인상을 쓰며 고개를 들었다.경호원이 그녀에게 다가가서 귓가에 대고 말했다.“드디어 오셨네요. 제발 우리 도련님 좀 말려주세요.”“내가 어떻게 말려요? 안 가고 버티면 억지로 끌고 나가야죠. 그것도 힘들면 그냥 길가에 버리든가. 지나가던 여자가 저 얼굴이 마음에 든다고 데려갈지 누가 알아요?”다행히 명승희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술집 종업원
그는 몸을 일으키고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허리를 뒷좌석에 기댔다.호텔에 도착하자 명승희는 여준우를 부축해서 침실까지 들어갔다. 침대에 눕히려는데 남자가 갑자기 무게중심을 그녀에게 쏟더니 두 사람은 같이 침대에 쓰러졌다.여자의 입술이 그의 코끝에 스쳤다. 놀란 명승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여준우는 뜨거운 숨결을 그녀의 얼굴에 뱉었다. 명승희는 눈을 감고 있는 남자를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가 몸을 일으키려는데 남자의 손이 그녀를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명승희는 화들짝 놀라며 그를 노려보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여준우가 천천히 눈을 뜨더니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 취했어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명승희가 다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는 양팔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껴안고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취한 것 같은데 정신은 말짱한 것 같고….’그가 입을 열었다.“명승희 씨, 난 가끔 당신이 너무 짜증나요.”“뭐라고요?”명승희가 어이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짜증나?’여준우는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더니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네. 정말 짜증 나요. 어딜 가든 당신이 있잖아요. 전생에 내가 당신한테 큰 빚을 졌나 봐요. 이런 기분 정말 싫거든요.”“많이 취했네. 여준우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나 알아요?”명승희는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취해서 지껄이는 이상한 말에 어쩐지 가슴이 뛰었다.“꿈에 당신을 만났어요.”여준우는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으며 계속해서 말했다.“당신이 글쎄 꿈에 나왔더라고요.”당황한 명승희가 그의 시선을 피하며 바둥거렸다.“그래서요?”여준우는 그녀의 입술을 빤히 쳐다보더니 그대로 입을 맞춰버렸다. 명승희의 눈빛이 흔들렸다. 알싸한 알코올냄새가 그녀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밀쳐내려 했지만 남자가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짓눌렀다.명승희는 아찔한 키스에 정신을 놓은 상태였다. 여준우가 몸을 뒤집더니 몸 위로 올라탔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명승희는 힘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고 있었다.“나 곧 서른이야. 지극히 정상적인 일 아닌가?”말을 마친 그녀는 벤에 올라탔다.최민아가 따뜻한 물을 가져왔고 명승희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약을 삼켰다.“저기… 승희 언니. 앞으로 원나잇은 좀 자제해 주세요. 그러다가 기자들한테 찍히기라도 하면 이미지는 바로 추락할 거예요.”명승희는 물병을 내려놓으며 피식 웃었다.“원나잇 상대가 일류 재력가라서 괜찮아. 내가 손해 본 것도 아니고.”최민아의 표정이 사정없이 구겨졌다.일주일 내내 명승희와 여준우는 서로 연락 한번 주고받지 않았다.오늘은 그녀가 맡은 촬영이 끝나는 날이었다. 촬영을 무사히 마친 명승희는 촬영장 스텝들과 작별인사를 했다.그녀는 스텝들이 선물한 꽃다발을 들고 자신의 벤으로 다가갔다. 최민아가 문을 열어주었고 차 안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자 화들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명승희는 꽃으로 얼굴을 가리고 최민아에게 물었다.“저 사람이 왜… 악!”짧은 비명과 함께 남자가 명승희를 끌고 차에 태웠다. 명승희는 순식간에 남자에게 안겨 버렸고 여준우는 최민아에게 문을 닫으라고 눈짓했다.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던 최민아는 저도 모르게 그의 말대로 문을 닫아버렸다.명승희는 고개를 푹 숙이고 꽃에만 시선을 집중한 채 심드렁하게 물었다.“나한테 볼일이 남았어요?”여준우는 억지로 그녀의 턱을 치켜올려 시선을 마주하고 말했다.“내 연락처를 차단했던데요.”명승희는 시선을 피하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전에 여준우 씨가 나를 차단했을 때 난 이유를 따진 적 없었던 것 같은데요.”“그날은….”“취한 여준우 씨를 내가 덮친 거죠.”그의 품에 안긴 명승희가 손을 그의 어깨에 올리며 말했다.“설마 나한테 수고비를 요구할 생각은 아니죠? 나 돈 없어요.”여준우는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당당하고 대범한 말투에 저게 진심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명승희는 그의 날카로운 시선에 하마터면 표정관리를 못할 뻔했다. 그녀는
송아영은 그들과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육예찬에게 다가갔다.“나 기다렸어?”육예찬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당신을 안 기다리면 누굴 기다리겠어.”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가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말했다.“촬영이 잘 진행됐나 보네.”송아영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었다.“그럼. 내가 누군데. 나 없이는 제대로 진행이 안 됐을 거야.”육예찬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저녁에 뭐 먹을래?”송아영은 다가가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치킨, 제육볶음, 갈비찜도 있었으면 좋겠고….”“왜 다 고기야?”“고기가 먹고 싶으니까!”그녀는 일부러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육예찬은 그녀의 아랫배를 힐끗 쳐다보더니 물었다.“설마 생긴 거야?”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생기긴 뭐가 생겨?”육예찬은 손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뭐겠어.”송아영은 그의 손을 찰싹 때리며 소리질렀다.“그런 거 아니거든!”그는 웃으며 송아영을 품에 안았다.“형수님도 임신했는데 우리도 뒤쳐지면 안 되잖아.”말문이 막힌 송아영이 억울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나 혼자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육예찬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러니까 당신 말은 내 노력이 부족했다는 거지?”송아영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새침하게 그를 밀치며 말했다.“집에 갈래!”육예찬은 쑥스러워서 도망치듯 앞에서 뛰는 그녀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던 그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텅 빈 복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발소리가 잦아든 뒤에야 계단 입구에 몸을 숨겼던 여자가 마스크를 고쳐 쓰며 다급히 현장을 빠져나갔다.낡은 월셋방, 남은서는 푹 꺼진 소파에서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었다. TV에 나온 명승희의 화려한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어서 리모컨을 집어 던졌다. 입맛이 사라졌다.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일어서서 문을 열었다. 밖
최민아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명승희는 요가복 차림에 금방 운동을 하고 나온 듯,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고 긴 머리도 깔끔하게 뒤로 묶은 모습이었다.“무슨 일인데?”명승희는 의아한 눈빛으로 최민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때, 최민아를 밀치고 나타난 남자 때문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문을 닫으려 했다.하지만 남자가 재빨리 문을 잡았고 최민아는 어색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죄송해요, 언니. 음…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최민아는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갔다.명승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여준우가 그녀를 살짝 밀치고 집 안으로 들어서더니 문을 잠갔다.“여준우 씨, 여기 우리 집이거든요? 지금 이러는 거 주거침입이에요!”명승희가 그를 밀치며 말했고 여준우는 여유롭게 두 걸음 물러서더니 팔을 뻗어 그녀를 자신과 문 사이에 가두어 버렸다.“그럼 신고해요.”그의 손끝이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그럼 나도 명승희 씨 신고할 테니까.”명승희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내가 뭐요?”여준우는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밀착시키며 말했다.“명승희 씨가 내 순결을 빼앗고 돈도 안 줬잖아요.”말을 마친 그는 손으로 그녀의 턱을 치켜올렸다.“같이 경찰서에 가면 과연 누가 더 창피할까요?”명승희는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녀가 그의 손을 차갑게 뿌리치며 물었다.“당신 정말 뻔뻔한 거 알아요?”여준우는 얄미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명승희는 한참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이번에는 여준우 씨가 제 발로 쳐들어왔는데 이 정도면 덮쳐달라고 유혹하는 거 아닌가요?”여준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다물었다.그녀의 손길이 그의 목젖에 닿았다.“한 번 있으면 두 번도 있는 거죠. 안 그래요?”여준우가 그녀의 팔목을 가로채며 으르렁거렸다.“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요?”그녀가 웃었다.“건장한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뭘 할 것 같아요?”여준우는 그녀를 안아 신
그녀는 몸을 살짝 뒤로 기대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신 여자가 되라고요? 그 수십 명 중의 하나가 되라는 건가요? 귀찮게 다른 여자들이랑 기 싸움도 해야겠네요. 여준우 씨, 당신이 황제예요? 무수히 많은 후궁을 거느리게요? 체력은 따라갈 수 있어요?”여준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당신은 유일한 여자가 되고 싶군요.”명승희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나는 혼자가 좋아요.”그가 다시 물었다.“그래서 할래요?”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싫어요.”여준우의 눈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몸을 일으키며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확실해요?”명승희는 코웃음 치며 자신 있게 대꾸했다.“싫다면 싫은 거죠. 몇 번을 물어봐도 답은 같아요.”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나를 찾아오게 될 거예요.”말을 마친 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문을 잠근 뒤, 명승희는 벽에 기댄 채, 거칠게 호흡했다. 조금 전까지 도도하게 굴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내가 그 정도야? 후궁 후보가 되라고? 웃기지도 않아.’한편, 백화점에 들어선 송아영은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누군가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예지야.”안예지가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오래 기다렸어?”“그렇게 오래 기다린 건 아니야.”송아영이 그녀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오랜 만에 휴가인데 쇼핑이나 좀 하자.”안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매장을 한 바퀴 둘러 본 뒤, 둘은 미식 코너로 가서 간식을 먹었다. 오랜 만에 나들이라 안예지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대학교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송아영도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그렇지?”안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불러줘서 고마워.”말을 마친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아빠가 통금시간을 정해 놓으셔서 회사랑 집만 오고 가서 힘들었거든. 새로 사귄 친구도 없고 심심해 죽겠어.”송아영은 이해한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