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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여준우는 팔짱을 두른 채로 육예찬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육예찬 씨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봐요.”

육예찬은 몸을 돌려 그를 보았다.

“여준우 씨 곁에 여자들이 엄청 많다고 하던데, 만약 명승희랑은 그냥 가볍게 만나볼 생각이라면 다른 사람 찾길 바랄게요.”

여준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육예찬 씨는 결혼하지 않으셨나요? 왜 전 여자친구 일에 이렇게 신경 쓰는 거죠?”

육예찬은 눈살을 찌푸리며 정중하게 말했다.

“명승희는 내 친구예요. 친구 일인데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죠. 명승희는 당신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랑 달라요.”

여준우는 육예찬의 곁을 지나쳐 베란다에 섰다. 짙은 색의 정장이 햇빛을 받자 파란색 무늬가 은은하게 보였다. 그는 아래층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건 나랑 명승희 씨 일이에요. 명승희 씨도 나한테 관심이 있고요.”

육예찬은 여준우를 바라봤다.

“그건 여준우 씨가 속인 거잖아요.”

“전 속인 적 없어요.”

여준우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담백한 듯 그윽한 눈동자가 빛났다.

“오히려 저는 명승희 씨에게 솔직해요.”

솔직함과 기만은 성질이 달랐다.

여준우는 여자를 속일 필요가 없긴 했다. 그리고 그의 스타일도 그랬다. 그래서 육예찬은 기만이라고 따져 물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명승희도 그에게 마음이 있는 듯했다.

두 남자는 병실로 돌아갔고 송아영과 명승희는 무슨 얘기를 나눈 건지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여준우는 육예찬의 곁으로 다가가 짓궂게 말했다.

“육예찬 씨 전 여자친구랑 아내분 사이가 좋아 보이네요.”

“...”

여자들의 관계는 미묘했다. 처음에는 물과 불같은 사이였는데 지금은 아주 가까워 보였다.

명승희는 두 사람이 문 앞에 서 있자 미소를 거두었다. 고개를 돌린 송아영은 그들을 보았다.

“벌써 왔어?”

육예찬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다가가서 송아영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우리는 이만 돌아가자.”

명승희는 눈을 흘겼다.

“나 점심에 밥 먹고 싶거든. 두 사람 내 앞에서 애정행각 벌이지마.”

송아영은 육예찬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키득거렸다.

“명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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