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예찬은 그녀의 어깨를 그러안았다.“먼저 갔어.”“그렇다면 우리는......”송아영이 눈을 깜박거리자 육예찬은 그녀를 안으면서 웃었다.“당연히 집에 돌아가 결혼 이야기나 해야지.”송아영은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난 아주 로맨틱한 식을 올리고 싶어.”육예찬은 웃었다.“그다음에는?”송아영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화려한 마차도 있어야 해!”육예찬은 약속했다.송아영은 또 손가락을 꼽이면서 말했다.“결혼하면 날 괴롭히면 안 돼. 다퉈도 항상 양보해야 하고 다른 여자랑 눈도 마주치지 마.”그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언제 다른 여자랑 눈을 맞췄다고 그래?”송앙영은 멈칫하다가 그를 보며 말했다.“앞으로 말이야. 다들 남자는 결혼하면 마음이 바뀐다고 하잖아. 만약 내가 임신해서 살이 찌고 못생겨지면......”육예찬은 고개를 숙여 조잘거리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한참 후 그는 입술을 떼면서 말했다.“그래도 좋아. 이렇게 귀여운 딸을 내가 싫어할 리가 없잖아.”송아영은 이상함을 느꼈다.“귀여운 딸?”육예찬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웃자 송아영은 눈치채고 그를 때렸다.“누가 네 딸이라는 거야?”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딸처럼 예뻐해주잖아.”송아영은 깔깔 웃으면서 귓속말을 했다.“아빠.”“......”며칠 후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자 송씨 가문, 육씨 가문, 구씨 가문은 모두 결혼식을 위해 바삐 보내고 있었다. 당연히 반씨 가문도 분망했다.세 가문이 동시에 결혼식을 치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송아영은 탈의실에서 허리를 조르다가 하마터면 숨이 끊어질 뻔했다.“허리에 살 쪘어.”곁에서 화장하던 강성연은 그녀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오빠가 그동안 좋은 걸 많이 먹였나 봐.”“내가......윽, 살살, 살살 좀 해요.”숨을 크게 들이쉰 송아영은 드디어 드레스를 입고 거울을 비췄다.“왜 하필 허리에 살이 찌는 거야. 가슴에 살이 찌면 얼마나 좋을까?”강성연이 비웃자
송아영이 대답했다.“거의 됐을 거야. 메이크업도 끝났는걸.”연희정이 달려오며 물었다.“결혼식이 곧 시작되는데 성연이는?”“여기 있어요.”블랙 드레스를 입은 강성연이 탈의실에서 나왔다. 그녀의 드레스는 매우 독특했고 크게 퍼진 치마 외면은 그라데이션 된 망사로 되어 있었다.신랑 세 명은 마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부들도 걸어왔다.반지훈 역시 더블 단추가 달린 검은색 이브닝 턱시도를 입고 있었다. 그의 소매에 수놓은 금색 무늬는 강성연이 쓰고 있는 황금색 금관과 매우 어울렸다.반지훈은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강성연이 그 손을 잡자 반지훈은 그녀를 안고 마차에 오르며 말했다.“성연아, 정말 예뻐.”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당신도 멋있네요.”반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안더니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앞으로 난 당신거야.”마차 세 대는 천천히 일렬로 움직였으며 양쪽에는 빈객들로 북적였다.마차가 광장 밖에 멈춰 서자 세 커플은 마차에서 내려 성당 쪽으로 걸었다.직원이 폭죽을 터뜨리자 컬러풀한 장미 꽃잎이 하늘에 흩날렸다.강성연은 반지훈과 팔짱을 끼고 성당에 들어섰으며 그 뒤에는 김아린과 구천광, 육예찬과 송아영이 있었다.넓고 성스러운 성당 주위는 채색 유리와 벽화로 가득했다. 세 커플이 들어오자 성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빈객들은 모두 일어서면서 박수를 쳤다.목사는 무대에서 세 커플을 보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곧 성혼선언문 차례가 되었다.목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먼저 신랑분들에게 물어보겠습니다. 평생토록 지금 한 약속을 잘 지키며 신부를 한결같이 사랑하겠습니까?”“네.”“다음으로 신부들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앞으로 긴 일생 동안 지금 마음 변치 않고 신랑을 사랑하며 살겠습니까?”“네.”목사는 손을 들며 말했다.“신랑신부들은 그 일가친척과 친지를 모신 자리에서 일생 동안 고락을 함께 할 부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했습니다. 이에 저는 두 사람의 결혼이 이루어졌음을 엄숙히 선언합니다.”반지훈은 준
육예찬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네가 잘못 들은 거야, 내가 말한 게 아니야.”“......”송아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정말?”육예찬은 고개를 끄덕인 후 그녀에게 케이크 한 조각을 먹여줬다.“맛있어?”송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맛있네.”그녀는 곧 하려던 말을 잊고 케이크를 먹었다.육예찬은 눈이 휘둥그레진 박시현과 도지석을 보며 빙긋 웃었고 두 사람은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다른 쪽, 김아린은 임신했기 때문에 물로 술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제인과 양우진이 찾아왔고 연예계에서 구천광과 친한 연예인과 감독들도 모두 참석했다.양우진은 강유이와 강시언을 보면서 웃었다.“ 아이고, 우리 꼬마 스타들이잖아.”강유이는 그를 기억하고 있어 인사를 하고는 말했다.“양우진 아저씨, 안녕하세요.”양우진은 마음이 말랑해져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이고, 정말 귀여워. 예전에 아기였는데 벌써 이렇게 컸네?”구천광은 고개를 돌려 곁에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또 유이한네 눈독을 들이는 거야? 유이가 성인이 된 후 고려해도 늦지 않아. 유성 엔터도 눈독 들이고 있거든.”“유성 엔터?”양우진은 입을 삐죽거렸다.“이렇게 좋은 연예인감을 유성에게 빼앗길 수는 없지.”“유성도 회사인 건가요?”양우진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영황 엔터처럼 연예인 기획사이지만 우리보다 안돼. 유이야, 성인이 되면 꼭 우리 기획사 좀 고려해 줘.”김아린은 양유진이 강유이에게 집착하는 걸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성연이 딸이 당신보다도 인기가 많은 것 같아.”구천광은 그녀의 허리를 안으면서 웃었다.“내가 어떻게 감히 유이랑 비교할 수 있겠어?”그는 살짝 불러온 김아린의 배를 보며 말했다.“우리 아이도 귀여운 딸이었으면 좋겠는걸.”김아린은 그를 바라보았다.“딸이 좋아?”“다 좋은데 딸이 더 얌전하잖아.”김아린은 배를 쓰다듬으며 웃었다.“요즘 발로 날 차는 걸 느낄 수 있어. 얌전한 아이는 아닌 것 같아.”“그러면 개구
박시현은 곁에서 육예찬을 도와줬고 도지석은 칵테일을 만들었다.강성연은 와인 한 잔을 들고 긴 의자에 앉아 먼 곳의 야경을 구경했다.손님 접대가 끝난 반지훈은 그녀의 곁에 앉았다.강성연은 그의 어깨에 기대더니 풀린 눈으로 웃었다.“만약 희영 씨랑 아빠가 있었다면, 다들 기뻐했겠죠?”반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안아주며 정수리에 뽀뽀했다.“응, 그랬을거야.”“지훈 씨, 나 너무 기뻐요.”그녀는 반지훈과 깍지를 끼며 말했다.“당신을 만나게 된 거 후회하지 않아요.”반지훈은 얼굴이 빨개진 강성연을 보며 웃었다.“당신 취했네.”강성연은 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내가요? 아직 안 취했어요.”반지훈은 낮게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래 아직 취하지 않았어.”강성연은 그를 쳐다보더니 손가락으로 그의 날카로운 콧등, 입술을 그렸다. 달빛이 너무 아름다워 그런지, 아니면 술에 취해 그런지 강성연은 다가가 그에게 키스했다.반지훈은 그녀의 목덜미를 잡으면서 키스를 했고 두 사람 모두 숨이 가빠질 때에야 입술을 뗐다.“계속 하면 참지 못할 거 같아.”반지훈은 그녀의 턱을 잡으며 말했다.강성연은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더니 그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방으로 돌아갈래요.”“방에 돌아가 뭐 할 건데?”“신혼 밤을 보내야죠.”반지훈은 그녀를 안고 밖으로 걸어갔다. 이때 육예찬이 물었다.“성연이는 괜찮아?”반지훈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취했어.”반지훈은 그녀를 안고 호텔 방에 들어갔다. 푹신한 침대에 눕는 순간 그녀는 반지훈의 넥타이를 풀더니 그의 손을 묶었다.이튿날 아침, 깨어난 강성연은 숙취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반지훈이 커튼을 열자 햇살이 침대에 비쳤다. 그녀는 손바닥으로 햇살을 막으면서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목이 너무 말랐다.다시 커튼을 닫은 반지훈은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깨어났어?”강성연은 가냘프게 대답했다.“목 말라요.”반지훈은 그녀에게 물 한컵을 건네고 웃었다.“왜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그
반지훈은 그녀를 돌려 안더니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난 당신 거야. 앞으로 매일 그래도 괜찮아.”강성연은 얼굴을 가렸다.“계속 놀릴 거예요?”반지훈이 그녀를 안고 일어서자 강성연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왜 그래요?”“샤워해야지.”강성연은 그의 가슴팍을 살짝 밀쳤다.“당신이 샤워하는데 왜 날 데려가요?”“어제 당신이 내 몸에 토해서 밤새 샤워했어. 근데 아직도 냄새나는 것 같아.”강성연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아까......”반지훈은 그녀를 욕실에 내려놓고 욕조에 물을 받았다.“어제 당신 실컷 날 유혹해 놓고 내 몸에 토했어.”강성연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상상처럼 그런 일이 발생한 게 아니었다.반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어떻게 보상해 줄 거야?”강성연은 눈을 깜빡이더니 까치발을 하고 반지훈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 곧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 샤워하러 간 강성연을 보면서 반지훈은 피식 웃었다.그들은 아홉시가 되었을 때에야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유이와 해신, 시언이는 일찍부터 깨어나 할아버지와 아침을 먹고 있었다.“엄마, 굿모닝.”유이는 랍스터를 먹으면서 환하게 웃었다.시언이는 강성연에게 죽 한 그릇을 떠줬다.“엄마, 어젯밤 술 많이 마셔 속이 쓰릴 거예요. 죽 좀 드세요.”살뜰히 자신을 챙기는 시언이를 보며 강성연은 가슴이 따뜻해졌다.“시언아, 고마워.”반지훈이 의자를 빼주자 강성연은 자리에 앉아 죽을 먹었다. 반씨 어르신은 유이에게 고기를 집어준 후 반지훈을 흘깃 보았다.“이제는 결혼식도 올렸겠다 이참에 회사 일도 좀 쉬어.”강성연은 의아한 얼굴로 반지훈을 바라보았다.“길게 휴가를 내려고.”“왜 갑자기 휴가를 내는 거예요?” “당신이랑 같이 놀 거야.”반지훈은 그녀에게 군만두를 집어주었다.강성연이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반씨 어르신은 웃으며 말했다.“지훈이는 예전에 너무 바빴고 네가 혼자 외국을 돌아다니는 게 마음에 놓이지 않는다고 했어. 결혼식도 끝났으니
“이 영화는......”말하고 있던 강성연은 갑자기 낯부끄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얼굴이 새빨개졌다!세상에! 내가 도대체 어떤 영화를 선택한 거야!“다른 영화로 바꿀게요.”반지훈은 과일 포크를 내려놓고 일어나려는 그녀를 품으로 잡아당겨 앉혔다.반지훈은 사과처럼 새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성연아, 이 영화로 나한테 뭘 암시하고 싶은 거야?”강성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반지훈은 그녀의 얼굴 가까이에 다가갔다.“정말?”그의 손바닥은 그녀의 허리에 멈춰있었다.“둘 밖에 없는데 나한테 하고 싶은 일 없어?”강성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원래부터 한껏 달아올랐던 강성연은 마치 사막에서 물을 찾은 사람처럼 그와 키스했다.반지훈은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하더니 낮게 웃었다.“성연이가 어제처럼 대해줬으면 좋겠어.”“어제 술 너무 많이 마셔서 기억나지 않아요.”“거짓말.”강성연은 얼굴을 붉히고 주동적으로 그에게 키스했고 그와 깍지를 낀 손을 풀고 가녀린 손가락으로 그의 목젖부터 아랫배까지 천천히 쓰다듬었다.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허리 쪽으로 내려가자 반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힘겨워했다.“성연아......”차가운 벨트가 그의 살갗을 스치고 내려갔으며 입안의 뜨거운 온도가 느껴졌다.항상 남다른 인내력을 자랑하던 반지훈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으며, 낮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익숙하지 않은 강성연은 콜록거렸고 사슴과 같은 눈망울에 눈물이 맺혔다.반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더니 손가락으로 그녀 입가에 남은 흔적을 닦아주며 말했다.“누가 가르쳐 준 거야?”그녀는 시선을 피했다.“예전에 당신도 그랬잖아요......”반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고 키스를 하더니 웃어 보였다.“오늘 또 날 괴롭히네.”“당신 정말 일을 포기하고 나랑 있을 거예요?”
반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키스했다.“일보다 당신이 더 중요해.”강성연은 그의 품에 얼굴을 묻더니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당신이 잘해주는 거에 익숙해지면 어떡해요?”반지훈은 그녀의 귓가에서 대고 웃었다.“내가 바라는 바야.”그는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우리 성연이 하고 싶은거 내가 다해줘서, 다른 사람은 당신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만들 거야.”그들은 영화가 언제 끝났는지 알지도 못했다. 강성연은 그가 가져다주는 쾌락에 몸을 맡겼고 땀에 흠뻑 젖은 채 서로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강성연은 정원에서 피고 있는 장미를 바라보았다. 마치 반지훈의 사랑처럼 격렬하고도 아름다웠다.“10년 전 그날 밤 당신을 만난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반지훈은 품속에 여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로 난 이미 충분해.”눈 깜짝할 사이에 방학은 끝나고 시언이도 S국에 돌아가야 했다.반지훈과 강성연은 시언이를 공항까지 배웅했다. 차에서 내린 후 희호는 캐리어를 들었다. 강성연은 시언이 앞에 서서 그의 옷깃을 정돈해 줬다.“며칠 있다 엄마랑 아빠가 널 보러 S국에 갈게.”시언이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저 먼저 갈게요.”강성연은 그를 안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몸 잘 챙기고.”시언이는 희호와 함께 공항으로 들어갔다.강성연은 그들이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반지훈의 어깨에 기댔다.“시언이가 S국에서 너무 힘들까 걱정돼요.”반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그러안았다.“우리 시언이를 너무 낮잡아보는 거야? 시언이가 할아버지랑 함께 있겠다고 한 거잖아, 나보다도 더 굳센 자식이야.”강성연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시언이도 큰 어르신처럼 될까요?”‘내 예쁜 아들이 큰 어르신처럼 차갑고 모진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반지훈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큰 어르신이 자란 시대와 지금은 완전히 달라. 또한 시언이는 어릴 적부터 당신
강성연은 시선을 내려뜨렸다.“그러면 한씨 집안의 꼬마 도련님은...”남여진은 한숨을 쉬었다.“시체도 못 찾았어. 한씨 집안의 유일한 핏줄인데 말이야. 한희운이 아직 젊기는 해도 가족을 잃었으니 1, 2년 사이에는 그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거야.”강성연은 입술을 짓씹었다.솔직히 강성연은 지금까지도 한태군이 사고를 당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너무 어린 아이였다. 한씨 노부인 스즈키 미아키의 이기심과 한씨 집안에 대한 그녀의 증오 때문에 한씨 집안 사람들은 아이를 잃었다. 그리고 나유 또한 ‘사명’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남여진과 몇 마디 나눈 뒤 강성연은 그녀를 배웅했다. 바로 그때, 이율이 강성연의 곁으로 다가왔다.“강 대표님, 티몬 그룹에서 화환을 보냈습니다.”“티몬 그룹?”강성연은 당황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론 티몬 그룹은 윤티파니 집안의 회사였다.soul주얼리는 지금까지 운영되면서 티몬 그룹과는 그 어떤 접점도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당시 강성연과 윤티파니와의 일 때문이었다.강성연은 직원이 옮겨온 화환 위에 티몬 그룹이 보냈다고 적힌 글을 보았다.이율은 그녀와 티몬 그룹 딸 사이에 원한이 있다는 걸 몰랐기에 웃으며 말했다.“티몬과 케이트는 주얼리 업계에서 꽤 유명한 브랜드인데 화환을 보내오다니 다른 주얼리 회사에서 부러워하겠어요.”강성연은 난처하게 웃어 보였다.“그럴지도 모르죠.”강성연은 곧 희승이 문밖에 서 있는 걸 보았다. 희승의 뒤에는 경호원이 큰 화환을 들고 왔다.“사모님.”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이렇게 큰 화환을 준다고요?”희승이 말했다.“사모님께서 개업하시는 날이니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대표님께서 그러셨습니다.”이율은 부러운 듯 말했다.“대표님께서 체면을 세워주신다니, 그렇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 없겠네요.”강성연은 이율의 머리를 톡톡 건드렸고 이율은 아픈 척하더니 웃으며 피했다.강성연은 희승을 보고 말했다.“지훈 씨는요?”희승은 밖을 바라봤다.밖에 멈춰 서 있는 롤스로이스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