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열린 욕실 문. 그 앞에 원유희가 앉아있다가 온몸을 덜덜 떨며 천천히 일어났다. 김신걸의 차가운 눈빛에 원유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내 집에서 왜 마음대로 문을 잠가? 누가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어?”원유희는 반박할 힘도 없어서 입을 꾹 다물었다. 남월만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김신걸의 소유물이며 아무렇게나 쓰고 버려도 괜찮은 노리개이다. “그…… 좀 무서워서.” 원유희가 고개를 숙였다.김신걸은 원유희의 손에 쥐어진 핸드폰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의 시선을 보고 그녀는 핸드폰을 꼭 쥐며 뒤로 숨겼다. 그녀는 김신걸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칠 줄 꿈에도 몰랐고,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내가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랬지!” 김신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욕실에 울려 펴졌고, 그가 원유희의 핸드폰을 빠르게 낚아챘다. 핸드폰이 김신걸의 손에 들어가자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이대로 들켜버리면 끝이야…….’김신걸이 핸드폰을 들여다보자 원유희가 다급하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저…… 내가 악몽을 꿔서 고모한테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네가 알면 화날까 봐 안 했어.”그녀는 조금 전,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통화기록을 삭제한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김신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붙이며 “그럼 한번 전화해 봐.”라고 말했다.원유희는 그가 주는 핸드폰을 빤히 보며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널 도망치도록 도와줬는데 내가 그 여자를 가만히 둘 것 같아?” “아니, 아니야! 내가 여권만 가져다 달라고 했어. 고모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고모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네가 싫다면 앞으로 절대 연락하지 않을게.”고모를 위해서라도 절대로 연락하면 안 되는데…….그러자 김신걸이 그녀의 얼굴을 움켜쥐고 억지로 핸드폰을 갖다 댔다.“내 인내심은 한계가 있어. 기억해.”“아…… 알겠어.” 원유희는 눈물을 꾹 참았다. 그 순간 ‘띠리링-’ 느닷없는 벨소리가 욕실에 메아리쳤다.원유희는 혹시 아이들에게 온 연락일까
원유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이것도 김신걸의 계획인가?’남자의 등장으로 하동우의 낯빛이 변했다.“이 남자 뭐야?”“유희, 이쪽은 네 새로운 손님? 어쩐지~ 오래 안 보이더라! 이 사람은 돈 얼마 줬어?”낯선 남자의 등장에 원유희는 어안이 벙벙했다.“저기요. 얘한테 얼마 줬어요? 뭐 얼마를 줬던 내가 두 배로 줄게.”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김신걸 쪽을 보았다. 그는 위층에서 술잔을 들고 이 상황을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유희야, 이 사람 말이 사실이야?” 허동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 설마 이 손님한테 거짓말 했어? 거짓말하고 손님 받은 거야? 저기요, 아저씨. 얘 여기서 일하는 아가씬데? 못 믿겠으면 저기 웨이터한테 물어 봐봐!”허동우는 놀란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저기 웨이터! 이 여자애 알지?” 낯선 남자가 웨이터에게 물었다.“네, 알죠. 여기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가씨입니다.”낯선 남자는 멈추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물었다. 모두들 입이라도 맞춘 듯 똑같은 소리를 했다.‘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김신걸의 계획에 일부였어…… 대단한 노력이네 김신걸.’원유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화장실 좀.”그녀는 수치스러움에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김신걸의 허락 없이는 이 클럽에서 나갈 수 없었다. 화장실에 들어가자 바로 뒤이어 하동우가 따라 들어왔다.그는 경멸의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너 이렇게 쉬운 여자였어? 더러워.”원유희는 대답할 가치를 못 느끼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나랑 연애할 때는 너 혼전순결이라고 손도 못 대게 했잖아! 근데 뭐? 술집 아가씨? 너 지금까지 이러고 산 거야?”“할 말 다 했지?” “아니? 아직 한참 남았어!”“뭐가 더 남았는데?”하동우는 원유희를 거세게 잡아 세면대 위에 눕혔다.“하동우!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거 안 놔?”“왜 나는 안 돼?” 하동우가 힘껏 그녀의 옷을 찢었다.그녀의 찢어진 옷 사이로 희고 부드러운 살갗이
김신걸이라는 남자와 맞서려 하다니, 그는 단지 그녀에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원유희는 길가에 서서 흐릿한 시야로 멍하니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마침 택시 한 대가 다가왔다. 승객 한 명이 내리자 원유희는 황급히 올라타 문을 닫고는 재빨리 기사에게 말했다. “경찰서로 가주세요!”기사가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원유희의 무릎 위에 놓인 손이 떨렸다. 그녀가 보호를 받으려면 제성을 떠날 수 없더라도 직접 경찰서에 가서 김신걸의 악행을 고발해야 한다!택시가 경찰서 입구에서 멈추자 원유희는 차에서 내려 안으로 돌진했다.이 시간에도 경찰서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는데, 모두 야근을 하며 밤을 새우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갑자기 들이닥친, 숲 속의 길 잃은 사슴 같은 그녀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원유희는 한 쪽 벽 앞에 있는 책상으로 걸어가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잠시 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한 쪽 벽 눈에 띄는 곳에 걸린 빨간 표창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에 띈 것은 '드래곤 그룹'이라는 다섯 글자였다.원유희가 들어온 지 몇 분 후에야 당직 경찰이 그녀를 발견했고, 다가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녀의 몸이 축축하고 얼굴 반쪽이 빨갛게 부어 있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폭행 당하셨나요?”“저게…… 뭐죠?” 원유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드래곤 그룹, 제성의 핵심이죠. 제성의 경찰차 전부가 드래곤 그룹에서 기부한 것입니다, 치안을 위해서요. 각 구역의 사무소에는 다 걸려있어요. 한 말씀 드리자면, 이런 거장은 저희가 봐도 존경스럽습니다!”치안. 원유희는 꽤나 존경심 어린 어조를 들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만약 그녀가 김신걸이 사람을 해치고 감금했다고 신고하면, 그녀를 정신병자로 보고 감옥에 가두지 않을까?“근데 여긴 어쩐 일이 십니까?”원유희는 덜덜 떨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일 아니예요”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당직 경찰관은 그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였으나 그저 실의에
원유희는 아픈 적이 별로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아프지 않았다. 하물며 3일 동안 혼수상태였다니,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녀는 나름 자신은 건강한 몸이라고 생각했으나 귀국 후 악마같은 김신걸의 눈총을 받은 지 보름 만에 병이 이렇게 심각해졌다.경악, 정신적 스트레스, 게다가 감기까지, 그녀가 절대 견딜 수 없는 일들에 연속 버티는 것이 이상했을 것이다…….“일단 죽부터 드시죠!” 송욱은 하녀가 가져온 음식을 받았다.하녀는 원유희의 베개를 높여 그녀를 편안하게 눕혔다.송욱이 직접 먹여주는 걸 보고는 어리둥절했다.송욱은 웃었다. “괜찮아요, 회복될 때까지 돌봐주는 것도 저의 일입니다”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죽이 오면 입을 벌렸다.그녀는 온몸이 허하고 힘이 없었다. 눈도 아프고 입맛도 없지만, 그녀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참을 수 있었다…….원유희는 죽을 먹고 베개에 기대었고, 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르륵 잠이 들었다.다시 깨어났을 때 송욱은 그녀에게 링거를 맞히고 있었다.“깨어났어요? 많이 좋아졌죠?”“네, 폐를 끼쳤네요” 원유희가 말했다.“괜찮아요. 이 두 팩 다 맞으시면 내일쯤이면 움직이실 수 있을거에요”원유희는 송욱을 보았다. 그녀는 김신걸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인정을 지니고 있었다.하지만 그녀 역시 김신걸의 개인 의사로서 과연 아무 의심 없이 믿을 수 있을까? 당연히 안 된다. 그녀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았다.“몸이 회복되면 나가서 좀 걸을 수 있을까요?” 원유희가 힘 없이 물었다.송욱은 복잡한 기색으로 그녀를 힐끗 보았다. “어전 밖을 말씀하시는 건가요?”그녀가 이렇게 물어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전에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그녀는 아주 똑똑히 알고 있었다.잡혀와서 김신걸에게 맞았다. 이거지?신걸을 화나게 하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미안하지만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없어요. 저는 당신의 건강만 책임집니다.” 송욱은 솔직히 말했다.그녀는 김신걸 구역에서 아직 그렇
원유희는 몸이 회복된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식탁 위의 해산물은 일찌감치 회수되어 정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바꾸었다.그리고 그녀가 어전원을 빠져나갔을 때 아무도 그녀를 막지 않았다.마치 어전원에서 아무런 규제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어전원의 보안이 삼엄하여 도망가려 해도 도망칠 수 없는 곳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김신걸에게서 풀려나야 비로서 그녀가 나갈 기회가 있었다…….어느 날 오후, 원유희는 나가서 혼자 택시를 불러 시내로 갔다.김신걸은 어전원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이곳이 그의 거점일 뿐 신출귀몰하게 나타나는것 같았다.그가 보이지 않아도, 원유희는 여전히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소름이 끼쳤다…….그녀는 혼자서 거리를 걸었다.제성에 온 지 보름이 넘었는데, 이렇게 편안히 공기를 마실 기회가 없었다.그녀는 하늘의 태양을 바라보았고, 햇살이 내리쬐자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일 것 같았다.언제 이곳을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원유희는 길가에 멈춰 서서 한 성형외과를 보았다.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들어가서 프론트 데스크로 갔다.“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프론트 직원이 물었다.“저…… 인터넷에서 채용 공고를 보고 문의드리려고 왔습니다.” 원유희가 말했다.“이력서는 제출하셨나요?”“책임자와 직접 이야기하고 싶어요.” 원유희는 말했다. 그녀의 이력서는 좀 복잡하지만, 면담한다면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죄송합니다. 이력서를 제출한 후 면접 통보를 받으셔야 해요.” 프론트 직원이 정중하게 말했다.원유희에게 이력서가 따위는 없었다.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학교를 떠나, 아이를 낳고 키웠다. 이력이라고 해봐야 아르바이트가 다였다.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일을 하며 아이를 돌봐야 했으니까. 성형외과 일자리를 찾은 것도 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 재수술을 받기 위함이었다.그렇지 않으면 김신걸에게 알려져 분
원유희는 시선을 떨구며 연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내가 듣기로는……. 형도 큰아버지 결혼기념일 잔치에 갔었다는데, 너한테 무슨 짓 안했지?” 김명화가 물었다. “……별 거 없었어, 나는 오래 있지 않고 떠났거든…….” 원유희는 김신걸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마치 화살에 놀란 새 처럼, 그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그녀를 두렵게 하고 질식시킬 수 있었다.“만약 형이 너를 귀찮게 한다면, 나에게 말해, 내가 너를 도울게.” 김명화가 말했다.원유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줄곧 그녀가 도움이 필요할 때, 김명화는 그녀를 도와주었다. 그렇기에 몇 년이 지났어도 그녀는 한 번에 그를 알아 볼 수 있었다. 지금 그녀가 김신걸에게서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을 때도, 또 다시 김명화를 만났다. 그는 그녀가 성형외과에 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심지어 더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에게 감동했다.인간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무의식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게 된다던데…….“김신걸은 왜 제성으로 돌아간거야?” 원유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잘 모르겠어, 김가쪽에도 아는 사람이 없어.” 김명화가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원유희는 마음이 가라앉았다. “너 그 사람이랑 연락한 적 있어?”“그가 김씨 집안과 인연을 끊은 뒤로는 연락이 없고, 내가 연락하고 싶어도 연줄이 없어” 김명화는 뭔가를 떠올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만약 네가 우리 형을 본다면, 반드시 피할 방법을 찾아야해.”“알아…….”원유희는 건성으로 대답했다.예전에 김명화는 가끔 김영의 집에 김신걸을 찾아갔는데, 둘 사이는 괜찮았다.김신걸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차갑고 냉정한지 알 수 있다.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사람이 능력이 좋다.악마는 무섭지 않다. 무서운 것은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악마다!두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길 건너편 검은 롤스로이스 한 대가 천천히 멈춰서 식당 쪽을 향하고 있었다.김신걸의 날카로운 시선은 검은 차창을
그날 저녁, 일을 마치고 그녀는 바로 새로 구한 원룸 아파트로 들어갔다.문을 잠그고, 겨우 침대에 누웠다.그날 하룻밤, 그녀는 마침내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비록 새벽에 일어나 세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하긴 했지만.이곳이 어전원에 있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고 안전했다.성형외과에서 며칠을 일했는데, 원유희는 매우 안정적인 직장인처럼 보였다. 전혀 박해를 받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이날 정오쯤, 그녀가 일을 마치고 화장실로 가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낯선 발신자 표시를 보고 원유희는 어리둥절했다.그녀는 누군지 몰랐지만 무의식적으로 김신걸을 떠올렸다.만약 그라면 그녀가 전화를받지 않은면 큰일날 것이다.화면을 터치하고 받았다.“여보세요?”“유희야, 나야”김명화였다원유희는 긴장을 풀렸다. “응, 무슨 일 이야?”“일 끝나고 마침 거기를 지나가는데, 같이 식사라도 할까?”원유희는 곧 그날 밤 김신걸의 경고를 생각했고, 거절했다. “아니, 내가 일이 좀 피곤해서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아”“그렇구나. 그래, 쉬어. 다음에 보자.” 김명화는 화를 내거나 강요하지 않았다.“그래.” 원유희는 그저 인사치례의 말이라고 생각햇다.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탕비실로 갔다.안에 앉아 물을 마시고 핸드폰을 들고 배달음식을 뒤적거리는데 뭘 먹어야 좋을지 모르겠다.병원에서는 숙식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월급이 꽤 높았다. 수습 기간은 300만원이 넘고, 정식 직원이 되면 500만원이었다. 그 기간 동안 실적에 따라 월급을 받는데, 예를 들어 손님을 소개하면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다. 기본급보다 훨씬 많았다.원유희는 그녀의 처지만 아니였다면 이 일은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아주 좋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아이들을 생각하며 돌아가기 전까지 분유 값이라도 벌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야 내가 돌아가면 아이들이 부족함 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원유희 씨.” 밖에서 한 여자 간호사가 손에 도시
저녁에 손님이 예약하면, 그들은 초과 근무를 해야 했다.원유희는 6시에 자신이 가져온 빵으로 허기를 달래려 할 때 휴대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전화를 보고 받았다. “야근하고 있어.”“그래서 맛있는 거 가져다 주려고.”원유희는 탕비실로 들어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김명화를 보았다.그녀는 들어갔다. “이런 거 하지 말라니까?”“선물만 주는 것도 안 되나?” 김명화는 그녀가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느다란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몸이 부딪힌 원유희는 몸이 굳어 어쩔 줄 몰라하며 의자에 앉았다.눈 앞에 놓은 맛있는 1인분의 음식을 보았다.“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 원유희가 물었다.김명화는 온화한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받아줘. 간단하잖아.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어, 몇 년 전 네가 원가에 있었던 것처럼. 너만 좋다면 그냥 둘째 오빠라고 생가해.” 둘째 오빠…… 원유희는 시선을 거두었다. 애초에 그녀가 김신걸을 ‘오빠’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 둘째 오빠…… 그녀는 감히 그렇게 부를 용기가 없었다…….그녀와 김명화는 계속 만나지 말아야 했는데…….“빨리 안 먹으면 식는다? 이건 내 성의를 무시하는 거야.” 김명화는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웃집 오빠처럼. 원유희는 머리를 매만졌다. “내가 어린애도 아닌데 왜 머리를 만져.”김명화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래, 안 만질게, 먹어!”원유희가 귀엽게 밥먹는 모습을 보면서 스물한 살에 그녀는 김명화의 눈에 어린애처럼 보였다.“참, 하 사장님은 괜찮아?” 원유희가 생각나서 물었다.“성형외과를 자기 자식처럼 키우다가 강매 당했어. 문제는 상대방이 얼굴도 안 보이고 돈만 보냈으니 마음이 편치 않을 거야.”“건물주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원유희는 김신걸만큼 대단한 캐릭터인지 궁금했다.대단하지 않다면 김명화의 힘으로 도울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그녀는 누군가가 김신걸을 제압하기를 원했다…….“드래곤 그룹의 실세라고 하니 나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