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길 잃을 일 없겠지?” 유리창 밖으로 김신걸의 악마 같은 얼굴이 보였다.“안 돼…… 난 죽을 수 없어.”원유희는 유리창에 바짝 달라붙어 문틈 사이로 나오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려고 했다. “제발 풀어줘 난 이대로 죽으면 안 돼. 그냥 내가 네 눈앞에서 사라질게.”그녀의 말은 아무 소용없었다.김신걸의 눈빛은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할 것만 같았다.원유희는 숨쉬기 힘든 듯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만 흘렸다.“제발 그만, 이제 도망가지 않을게. 살려줘…….”말을 마친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흐린 시선이었지만 유리창 밖에 있던 긴 그림자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내가 죽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내 아이들. 내가 죽으면 애들은 어떡해.’“으악!” 원유희는 심연 같은 어둠에서 깨어났다. 겁에 질린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후드득 떨어졌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낯익은 천장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증기실에서 벗어났구나…….’원유희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얼굴을 더듬으며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온전한 모습의 자신을 보자 그녀는 안도감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죽지는 않았지만 죽을 뻔했던 순간이 머릿속에 스치자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원유희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까지 했다. ‘만약 내가 해산물 알레르기를 일으켰을 때 김신걸이 나를 그대로 방치했다면, 죽일 생각이 있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김신걸은 나를 죽일 생각이 없어. 아니, 적어도 이렇게 빨리 죽이지는 않을 거야.’사냥감을 잡을 때 목덜미를 물어 한 번에 죽이는 맹수가 있는가 반면에 흥미를 잃을 때까지 가지고 노는 맹수가 있다.김신걸을 후자에 속한다.그러나 이번에 증기실에 갇혀 산채로 익어 죽을 뻔했을 때, 그녀는 김신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살인 욕망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무서워…….’그녀는 여권과 신분증을 찾기 위해 침실을 다 뒤졌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김신걸이 가져갔을 것이다. 여권이 없으면 어떻게 이 나라를 떠날 수
예고 없이 열린 욕실 문. 그 앞에 원유희가 앉아있다가 온몸을 덜덜 떨며 천천히 일어났다. 김신걸의 차가운 눈빛에 원유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내 집에서 왜 마음대로 문을 잠가? 누가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어?”원유희는 반박할 힘도 없어서 입을 꾹 다물었다. 남월만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김신걸의 소유물이며 아무렇게나 쓰고 버려도 괜찮은 노리개이다. “그…… 좀 무서워서.” 원유희가 고개를 숙였다.김신걸은 원유희의 손에 쥐어진 핸드폰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의 시선을 보고 그녀는 핸드폰을 꼭 쥐며 뒤로 숨겼다. 그녀는 김신걸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칠 줄 꿈에도 몰랐고,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내가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랬지!” 김신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욕실에 울려 펴졌고, 그가 원유희의 핸드폰을 빠르게 낚아챘다. 핸드폰이 김신걸의 손에 들어가자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이대로 들켜버리면 끝이야…….’김신걸이 핸드폰을 들여다보자 원유희가 다급하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저…… 내가 악몽을 꿔서 고모한테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네가 알면 화날까 봐 안 했어.”그녀는 조금 전,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통화기록을 삭제한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김신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붙이며 “그럼 한번 전화해 봐.”라고 말했다.원유희는 그가 주는 핸드폰을 빤히 보며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널 도망치도록 도와줬는데 내가 그 여자를 가만히 둘 것 같아?” “아니, 아니야! 내가 여권만 가져다 달라고 했어. 고모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고모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네가 싫다면 앞으로 절대 연락하지 않을게.”고모를 위해서라도 절대로 연락하면 안 되는데…….그러자 김신걸이 그녀의 얼굴을 움켜쥐고 억지로 핸드폰을 갖다 댔다.“내 인내심은 한계가 있어. 기억해.”“아…… 알겠어.” 원유희는 눈물을 꾹 참았다. 그 순간 ‘띠리링-’ 느닷없는 벨소리가 욕실에 메아리쳤다.원유희는 혹시 아이들에게 온 연락일까
원유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이것도 김신걸의 계획인가?’남자의 등장으로 하동우의 낯빛이 변했다.“이 남자 뭐야?”“유희, 이쪽은 네 새로운 손님? 어쩐지~ 오래 안 보이더라! 이 사람은 돈 얼마 줬어?”낯선 남자의 등장에 원유희는 어안이 벙벙했다.“저기요. 얘한테 얼마 줬어요? 뭐 얼마를 줬던 내가 두 배로 줄게.”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김신걸 쪽을 보았다. 그는 위층에서 술잔을 들고 이 상황을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유희야, 이 사람 말이 사실이야?” 허동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 설마 이 손님한테 거짓말 했어? 거짓말하고 손님 받은 거야? 저기요, 아저씨. 얘 여기서 일하는 아가씬데? 못 믿겠으면 저기 웨이터한테 물어 봐봐!”허동우는 놀란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저기 웨이터! 이 여자애 알지?” 낯선 남자가 웨이터에게 물었다.“네, 알죠. 여기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가씨입니다.”낯선 남자는 멈추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물었다. 모두들 입이라도 맞춘 듯 똑같은 소리를 했다.‘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김신걸의 계획에 일부였어…… 대단한 노력이네 김신걸.’원유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화장실 좀.”그녀는 수치스러움에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김신걸의 허락 없이는 이 클럽에서 나갈 수 없었다. 화장실에 들어가자 바로 뒤이어 하동우가 따라 들어왔다.그는 경멸의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너 이렇게 쉬운 여자였어? 더러워.”원유희는 대답할 가치를 못 느끼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나랑 연애할 때는 너 혼전순결이라고 손도 못 대게 했잖아! 근데 뭐? 술집 아가씨? 너 지금까지 이러고 산 거야?”“할 말 다 했지?” “아니? 아직 한참 남았어!”“뭐가 더 남았는데?”하동우는 원유희를 거세게 잡아 세면대 위에 눕혔다.“하동우!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거 안 놔?”“왜 나는 안 돼?” 하동우가 힘껏 그녀의 옷을 찢었다.그녀의 찢어진 옷 사이로 희고 부드러운 살갗이
김신걸이라는 남자와 맞서려 하다니, 그는 단지 그녀에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원유희는 길가에 서서 흐릿한 시야로 멍하니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마침 택시 한 대가 다가왔다. 승객 한 명이 내리자 원유희는 황급히 올라타 문을 닫고는 재빨리 기사에게 말했다. “경찰서로 가주세요!”기사가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원유희의 무릎 위에 놓인 손이 떨렸다. 그녀가 보호를 받으려면 제성을 떠날 수 없더라도 직접 경찰서에 가서 김신걸의 악행을 고발해야 한다!택시가 경찰서 입구에서 멈추자 원유희는 차에서 내려 안으로 돌진했다.이 시간에도 경찰서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는데, 모두 야근을 하며 밤을 새우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갑자기 들이닥친, 숲 속의 길 잃은 사슴 같은 그녀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원유희는 한 쪽 벽 앞에 있는 책상으로 걸어가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잠시 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한 쪽 벽 눈에 띄는 곳에 걸린 빨간 표창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에 띈 것은 '드래곤 그룹'이라는 다섯 글자였다.원유희가 들어온 지 몇 분 후에야 당직 경찰이 그녀를 발견했고, 다가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녀의 몸이 축축하고 얼굴 반쪽이 빨갛게 부어 있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폭행 당하셨나요?”“저게…… 뭐죠?” 원유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드래곤 그룹, 제성의 핵심이죠. 제성의 경찰차 전부가 드래곤 그룹에서 기부한 것입니다, 치안을 위해서요. 각 구역의 사무소에는 다 걸려있어요. 한 말씀 드리자면, 이런 거장은 저희가 봐도 존경스럽습니다!”치안. 원유희는 꽤나 존경심 어린 어조를 들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만약 그녀가 김신걸이 사람을 해치고 감금했다고 신고하면, 그녀를 정신병자로 보고 감옥에 가두지 않을까?“근데 여긴 어쩐 일이 십니까?”원유희는 덜덜 떨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일 아니예요”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당직 경찰관은 그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였으나 그저 실의에
원유희는 아픈 적이 별로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아프지 않았다. 하물며 3일 동안 혼수상태였다니,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녀는 나름 자신은 건강한 몸이라고 생각했으나 귀국 후 악마같은 김신걸의 눈총을 받은 지 보름 만에 병이 이렇게 심각해졌다.경악, 정신적 스트레스, 게다가 감기까지, 그녀가 절대 견딜 수 없는 일들에 연속 버티는 것이 이상했을 것이다…….“일단 죽부터 드시죠!” 송욱은 하녀가 가져온 음식을 받았다.하녀는 원유희의 베개를 높여 그녀를 편안하게 눕혔다.송욱이 직접 먹여주는 걸 보고는 어리둥절했다.송욱은 웃었다. “괜찮아요, 회복될 때까지 돌봐주는 것도 저의 일입니다”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죽이 오면 입을 벌렸다.그녀는 온몸이 허하고 힘이 없었다. 눈도 아프고 입맛도 없지만, 그녀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참을 수 있었다…….원유희는 죽을 먹고 베개에 기대었고, 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르륵 잠이 들었다.다시 깨어났을 때 송욱은 그녀에게 링거를 맞히고 있었다.“깨어났어요? 많이 좋아졌죠?”“네, 폐를 끼쳤네요” 원유희가 말했다.“괜찮아요. 이 두 팩 다 맞으시면 내일쯤이면 움직이실 수 있을거에요”원유희는 송욱을 보았다. 그녀는 김신걸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인정을 지니고 있었다.하지만 그녀 역시 김신걸의 개인 의사로서 과연 아무 의심 없이 믿을 수 있을까? 당연히 안 된다. 그녀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았다.“몸이 회복되면 나가서 좀 걸을 수 있을까요?” 원유희가 힘 없이 물었다.송욱은 복잡한 기색으로 그녀를 힐끗 보았다. “어전 밖을 말씀하시는 건가요?”그녀가 이렇게 물어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전에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그녀는 아주 똑똑히 알고 있었다.잡혀와서 김신걸에게 맞았다. 이거지?신걸을 화나게 하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미안하지만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없어요. 저는 당신의 건강만 책임집니다.” 송욱은 솔직히 말했다.그녀는 김신걸 구역에서 아직 그렇
원유희는 몸이 회복된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식탁 위의 해산물은 일찌감치 회수되어 정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바꾸었다.그리고 그녀가 어전원을 빠져나갔을 때 아무도 그녀를 막지 않았다.마치 어전원에서 아무런 규제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어전원의 보안이 삼엄하여 도망가려 해도 도망칠 수 없는 곳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김신걸에게서 풀려나야 비로서 그녀가 나갈 기회가 있었다…….어느 날 오후, 원유희는 나가서 혼자 택시를 불러 시내로 갔다.김신걸은 어전원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이곳이 그의 거점일 뿐 신출귀몰하게 나타나는것 같았다.그가 보이지 않아도, 원유희는 여전히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소름이 끼쳤다…….그녀는 혼자서 거리를 걸었다.제성에 온 지 보름이 넘었는데, 이렇게 편안히 공기를 마실 기회가 없었다.그녀는 하늘의 태양을 바라보았고, 햇살이 내리쬐자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일 것 같았다.언제 이곳을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원유희는 길가에 멈춰 서서 한 성형외과를 보았다.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들어가서 프론트 데스크로 갔다.“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프론트 직원이 물었다.“저…… 인터넷에서 채용 공고를 보고 문의드리려고 왔습니다.” 원유희가 말했다.“이력서는 제출하셨나요?”“책임자와 직접 이야기하고 싶어요.” 원유희는 말했다. 그녀의 이력서는 좀 복잡하지만, 면담한다면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죄송합니다. 이력서를 제출한 후 면접 통보를 받으셔야 해요.” 프론트 직원이 정중하게 말했다.원유희에게 이력서가 따위는 없었다.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학교를 떠나, 아이를 낳고 키웠다. 이력이라고 해봐야 아르바이트가 다였다.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일을 하며 아이를 돌봐야 했으니까. 성형외과 일자리를 찾은 것도 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 재수술을 받기 위함이었다.그렇지 않으면 김신걸에게 알려져 분
원유희는 시선을 떨구며 연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내가 듣기로는……. 형도 큰아버지 결혼기념일 잔치에 갔었다는데, 너한테 무슨 짓 안했지?” 김명화가 물었다. “……별 거 없었어, 나는 오래 있지 않고 떠났거든…….” 원유희는 김신걸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마치 화살에 놀란 새 처럼, 그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그녀를 두렵게 하고 질식시킬 수 있었다.“만약 형이 너를 귀찮게 한다면, 나에게 말해, 내가 너를 도울게.” 김명화가 말했다.원유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줄곧 그녀가 도움이 필요할 때, 김명화는 그녀를 도와주었다. 그렇기에 몇 년이 지났어도 그녀는 한 번에 그를 알아 볼 수 있었다. 지금 그녀가 김신걸에게서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을 때도, 또 다시 김명화를 만났다. 그는 그녀가 성형외과에 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심지어 더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에게 감동했다.인간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무의식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게 된다던데…….“김신걸은 왜 제성으로 돌아간거야?” 원유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잘 모르겠어, 김가쪽에도 아는 사람이 없어.” 김명화가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원유희는 마음이 가라앉았다. “너 그 사람이랑 연락한 적 있어?”“그가 김씨 집안과 인연을 끊은 뒤로는 연락이 없고, 내가 연락하고 싶어도 연줄이 없어” 김명화는 뭔가를 떠올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만약 네가 우리 형을 본다면, 반드시 피할 방법을 찾아야해.”“알아…….”원유희는 건성으로 대답했다.예전에 김명화는 가끔 김영의 집에 김신걸을 찾아갔는데, 둘 사이는 괜찮았다.김신걸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차갑고 냉정한지 알 수 있다.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사람이 능력이 좋다.악마는 무섭지 않다. 무서운 것은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악마다!두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길 건너편 검은 롤스로이스 한 대가 천천히 멈춰서 식당 쪽을 향하고 있었다.김신걸의 날카로운 시선은 검은 차창을
그날 저녁, 일을 마치고 그녀는 바로 새로 구한 원룸 아파트로 들어갔다.문을 잠그고, 겨우 침대에 누웠다.그날 하룻밤, 그녀는 마침내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비록 새벽에 일어나 세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하긴 했지만.이곳이 어전원에 있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고 안전했다.성형외과에서 며칠을 일했는데, 원유희는 매우 안정적인 직장인처럼 보였다. 전혀 박해를 받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이날 정오쯤, 그녀가 일을 마치고 화장실로 가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낯선 발신자 표시를 보고 원유희는 어리둥절했다.그녀는 누군지 몰랐지만 무의식적으로 김신걸을 떠올렸다.만약 그라면 그녀가 전화를받지 않은면 큰일날 것이다.화면을 터치하고 받았다.“여보세요?”“유희야, 나야”김명화였다원유희는 긴장을 풀렸다. “응, 무슨 일 이야?”“일 끝나고 마침 거기를 지나가는데, 같이 식사라도 할까?”원유희는 곧 그날 밤 김신걸의 경고를 생각했고, 거절했다. “아니, 내가 일이 좀 피곤해서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아”“그렇구나. 그래, 쉬어. 다음에 보자.” 김명화는 화를 내거나 강요하지 않았다.“그래.” 원유희는 그저 인사치례의 말이라고 생각햇다.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탕비실로 갔다.안에 앉아 물을 마시고 핸드폰을 들고 배달음식을 뒤적거리는데 뭘 먹어야 좋을지 모르겠다.병원에서는 숙식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월급이 꽤 높았다. 수습 기간은 300만원이 넘고, 정식 직원이 되면 500만원이었다. 그 기간 동안 실적에 따라 월급을 받는데, 예를 들어 손님을 소개하면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다. 기본급보다 훨씬 많았다.원유희는 그녀의 처지만 아니였다면 이 일은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아주 좋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아이들을 생각하며 돌아가기 전까지 분유 값이라도 벌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야 내가 돌아가면 아이들이 부족함 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원유희 씨.” 밖에서 한 여자 간호사가 손에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