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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원유희는 아픈 적이 별로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아프지 않았다. 하물며 3일 동안 혼수상태였다니,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나름 자신은 건강한 몸이라고 생각했으나 귀국 후 악마같은 김신걸의 눈총을 받은 지 보름 만에 병이 이렇게 심각해졌다.

경악, 정신적 스트레스, 게다가 감기까지, 그녀가 절대 견딜 수 없는 일들에 연속 버티는 것이 이상했을 것이다…….

“일단 죽부터 드시죠!”

송욱은 하녀가 가져온 음식을 받았다.

하녀는 원유희의 베개를 높여 그녀를 편안하게 눕혔다.

송욱이 직접 먹여주는 걸 보고는 어리둥절했다.

송욱은 웃었다.

“괜찮아요, 회복될 때까지 돌봐주는 것도 저의 일입니다”

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죽이 오면 입을 벌렸다.

그녀는 온몸이 허하고 힘이 없었다. 눈도 아프고 입맛도 없지만, 그녀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참을 수 있었다…….

원유희는 죽을 먹고 베개에 기대었고, 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르륵 잠이 들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송욱은 그녀에게 링거를 맞히고 있었다.

“깨어났어요? 많이 좋아졌죠?”

“네, 폐를 끼쳤네요” 원유희가 말했다.

“괜찮아요. 이 두 팩 다 맞으시면 내일쯤이면 움직이실 수 있을거에요”

원유희는 송욱을 보았다. 그녀는 김신걸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인정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김신걸의 개인 의사로서 과연 아무 의심 없이 믿을 수 있을까? 당연히 안 된다. 그녀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았다.

“몸이 회복되면 나가서 좀 걸을 수 있을까요?”

원유희가 힘 없이 물었다.

송욱은 복잡한 기색으로 그녀를 힐끗 보았다.

“어전 밖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녀가 이렇게 물어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전에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그녀는 아주 똑똑히 알고 있었다.

잡혀와서 김신걸에게 맞았다. 이거지?

신걸을 화나게 하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미안하지만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없어요. 저는 당신의 건강만 책임집니다.” 송욱은 솔직히 말했다.

그녀는 김신걸 구역에서 아직 그렇게 큰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어떠한 사람도 자기편이없었다.

모든 것은 김신걸의 손바닥 위에 있었고, 아무도 감히 그의 권위에 토를 달지 못했다.

송욱은 비록 이 여자를 안타까워했지만, 커리어 단절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돕지는 않을 것이다.

원유희는 황급히 일어나 두 손으로 송욱의 손을 덥석 잡았다!

송욱은 깜짝 놀랐다.

“손 조심해요.”

손등에 바늘이 박혀 있었다!

원유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송 원장님, 제발! 저는 다른 뜻 없고, 도망치려는 것도 아니에요. 매일 여기에 있는 것이 괴로워요. 저는……. 우울증에 걸릴 것 같은 기분이에요. 당신은 의사고, 의사가 하는 일은 병을 치료하고 구하는 것이죠? 저를 우울하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맞죠?”

“그냥 김신걸에게 제가 우울하다고 말하면 돼요, 그리고…… 그리고 전 그 기회를 틈타 나가서 제 할 일을 할게요. 당신에게 이건 그저 사소한 일이잖아요, 피차 피곤한 일은 더더욱 아니고, 그렇죠?”

송욱은 생각했다. 그녀가 김신걸과 말만 할 뿐, 최종 결정권은 그녀에게 없었다. 게다가 그렇게 큰 일도 아니었다.

“제가 말해볼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원유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격에 겨워 말했다.

한밤중, 송욱이 원유희의 방을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검은 수트를 입고 로비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꼬고 있는 김신걸을 보았다. 농후한 분위기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때?”

김신걸의 오른쪽 팔꿈치는 팔걸이 가장자리를 누르고 있었고, 손에는 술잔을 들고 있었다. 목소리는 나지막하고 위압적이었다.

“이제 괜찮아졌습니다. 이틀 후면 완전히 회복될 거예요. 다만…….”

잠시 말을 멈춘 송욱은 김신걸의 냉혹하고 사나운 눈빛을 마주하고는 다급히 말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고 약간 우울해하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물었더니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고,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뭐 더 다른 말은?”

“없었어요.”

송욱은 김신걸의 침묵을 보고 이어 말했다.

“그럼 먼저 병원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원유희는 낮에 잠을 많이 자서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베개에 기대어 멍 하니 있었다. 온 몸이 지쳐 있었다.

그녀가 공기 중의 불안한 기운을 감지했을 때 익숙하고 위험한 분위기가 그녀의 몸을 무의식적으로 긴장시켰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다…….

원유희는 몸을 돌렸을 때 갑자기 나타난 늘씬한 모습에 시선이 닿자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나가고 싶다?”

김신걸은 냉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원유희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두려움의 반응이었다.

김신걸이라는 위험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 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턱이 갑자기 베개 쪽으로 밀리면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읍!”

원유희는 얼굴을 찡그리고 몸을 떨며 위에 있는 악마와 마주했다.

김신걸은 차갑게 쏘아보았다.

“도망치려고? 응?”

“아니, 나는……. 그냥 건강 생각해서 기분 전환하러 나가려는 거지 다른 뜻은 없었어. 내 여권, 신분증 모두 당신한테 있어서 못 떠나잖아. 게다가…… 제성에 남아 있는 이상, 나도 계속 여기서 공짜로 먹고 잘 수는 없지. 어쨌든 일자리를 찾아야 해. 난 네 여자가 아니잖아…….”

원유희는 긴장하며 말했다.

“내 여자가 될 자격이 있어?”

김신걸은 그녀를 침대 가장 깊은 곳으로 몰아넣으려는 듯 노려보았다. 검은 눈동자는 그녀를 더욱 추긍했다. “남자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수단을 알아보는 거라면 기회가 몇 개 있긴 하지”

그 말과 함께 침대 이불을 들추었다.

“아!”

원유희는 잠옷 치마 밑에 있는 희고 예쁜 두 다리를 본능적으로 웅크렸다.

“하지마…….”

“아무도 손 대지 않았다며, 이 참에 확인해 보지!”

“안돼…… 안돼, 제발 이러지 마…….”

원유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뻗어 이불을 뺏었다.

김신걸의 눈빛은 날카로워져 그녀의 얼굴을 꼬집어 눌렀다.

“아!”

원유희는 무기력하게 침대에 쓰러졌다. 어깨와 다리가 들어나 감추려 할수록 더욱 유혹적이었다.

“싫어! 김신걸, 나 몸이 안 좋아, 아니…….”

그녀의 안색이 창백했다.

만약 김신걸이 자신이 거짓말한 것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그에게 죽을 것이다!

“난 널 편하게 해주려고 그런 건데?”

김신걸은 손에 잡히지 않는 작은 얼굴을 꼬집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원유희는 뺨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아픔을 느꼈다. 그와 맞서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두려움을 참으며 말했다.

“아니야, 나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어. 고열이 다시 반복되면 귀찮을 텐데…… 내가 빨리 죽는 걸 바라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그래서 지금 내 걱정을 그것도 니가 생각을 해주고 있다는거네.”

신걸은 싸늘하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원유희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감히 대꾸하지 못했다.

숨 막힐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에 그녀는 숨 쉴 때 도 숨을 죽여야 했다. 김신걸의 놓아주는 동작에도 그녀는 놀랬다.

김신걸은 일어나 침대 가장자리에 위압적으로 섰다.

“수작 부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느니만 못하게 하는 수가 있어!”

경고를 하고, 돌아서서 떠났다.

문 닫는 소리를 듣고서야 원유희는 비로소 참았던 숨을 헐떡이며 몸에 기운이 없어 침대에 기댔다.

김신걸의 말을 분석해보면, 지금 그녀의 처지가 죽는 것보다 못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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