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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그날 저녁, 일을 마치고 그녀는 바로 새로 구한 원룸 아파트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겨우 침대에 누웠다.

그날 하룻밤, 그녀는 마침내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비록 새벽에 일어나 세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하긴 했지만.

이곳이 어전원에 있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고 안전했다.

성형외과에서 며칠을 일했는데, 원유희는 매우 안정적인 직장인처럼 보였다. 전혀 박해를 받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날 정오쯤, 그녀가 일을 마치고 화장실로 가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낯선 발신자 표시를 보고 원유희는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누군지 몰랐지만 무의식적으로 김신걸을 떠올렸다.

만약 그라면 그녀가 전화를받지 않은면 큰일날 것이다.

화면을 터치하고 받았다.

“여보세요?”

“유희야, 나야”김명화였다

원유희는 긴장을 풀렸다.

“응, 무슨 일 이야?”

“일 끝나고 마침 거기를 지나가는데, 같이 식사라도 할까?”

원유희는 곧 그날 밤 김신걸의 경고를 생각했고, 거절했다.

“아니, 내가 일이 좀 피곤해서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아”

“그렇구나. 그래, 쉬어. 다음에 보자.”

김명화는 화를 내거나 강요하지 않았다.

“그래.”

원유희는 그저 인사치례의 말이라고 생각햇다.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탕비실로 갔다.

안에 앉아 물을 마시고 핸드폰을 들고 배달음식을 뒤적거리는데 뭘 먹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병원에서는 숙식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월급이 꽤 높았다. 수습 기간은 300만원이 넘고, 정식 직원이 되면 500만원이었다. 그 기간 동안 실적에 따라 월급을 받는데, 예를 들어 손님을 소개하면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다. 기본급보다 훨씬 많았다.

원유희는 그녀의 처지만 아니였다면 이 일은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아주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생각하며 돌아가기 전까지 분유 값이라도 벌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야 내가 돌아가면 아이들이 부족함 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유희 씨.”

밖에서 한 여자 간호사가 손에 도시락을 들고 들어왔다. “유희 씨 거예요”

“저요?”

원유희가 주문 제작된 호텔 도시락 상자를 받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누가 나에게 도시락을 보냈지.

“어떤 남자가 프론트에 맡겨 놓은 거예요. 포르쉐를 운전하는 멋진 남자라고 하던데요! 아 혹시, 남자친구예요?”

원유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가 누군지 알았다. 김명화…….

간호사는 그녀가 말이 없자 더 묻지 않고 돌아섰다.

원유희는 그 도시락 보면서 매우 우울해했다.

그녀가 김명화와의 식사를 거절했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그녀에게 밥을 먹으라고 한 걸까?

원유희는 이를 당연시 여기지 않았지만, 마침 먹을 것이 없었을 때 맛있는 음식이 앞에 놓이자 따뜻함을 느꼈다. 배까지 꼬르륵 소리가 났다.

휴대전화에서 문자메시지 소리가 나더니 김명화가 해산물이 없으니 안심하고 먹으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원유희는 짧은 한 줄의 글자를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마음이 쓰라렸다.

김명화가 내가 해산물을 못 먹는 걸 기억하고 있다니…….

원유희는 답장했다.

“고맙지만 다음부턴 이렇게 폐 끼치기 싫어.”

김명화는 답장을 안 했다. 그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원유희는 상자를 꺼내서 열었는데 맛있어 보였다 해산물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이왕 이렇게 받은 거, 그녀는 성의를 봐서라도 안 먹을 수 없었다.

원유희는 만족스럽게 먹으며 생각했다. 모두 김씨 집안 사람들이고 둘 다 엄마가 없는데, 왜 이렇게 성격이 다를까?

김신걸은 완전히 악마의 환생이다!

다 먹을 때쯤.

“입맛에 잘 맞아?”

원유희는 고개를 들어 문틀에 기대어 있는 꼿꼿하고 기품 있는 모습을 보았다.

김명화는 안으로 들어가 맞은편 의자에 앉아 깨끗이 다 먹은 음식 상자를 보았다.

“보니까 입맛은 안 변한 거 같네.”

원유희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얼른 정리해서 포장백에 담아 한쪽에 놓고 휴지로 입가를 닦으며 물었다.

“어떻게 온 거야?”

“환영 안 해? 걱정 마, 내가 사장을 찾는다고 했지, 널 찾는다고 말하지 않았어.”

김명화는 문 쪽을 바라보며 정색을 하고 물었다.

“문 닫을까?”

원유희의 웃음을 자아냈다.

“문을 닫고 있으면 의심 받을 것 아냐”

김명화는 그녀의 얼굴에 청아하고 날렵한 미소를 보고 마음이 약간 움직였지만, 아주 잘 감추었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가 탕비실을 지나갔는데, 성형외과 사장 하지형이었다.

안에 있는 사람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니가 여기 왜 있어?”

김명화는 일어났다.

“들어와서 물 한 잔 얻어먹는데 무슨 문제가 있어? 이 쪽은 사장님이야?”

원유희는 즉시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허리를 굽혔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하지형은 원유희를 보고 두 사람이 어떤 상황인지 대충 알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김명화에게 말했다.

“마침 너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심각한 일이야?”

김명화가 물었다.

“성형외과 사장이 바뀐다는데 심각하냐고? 사무실에 가서 기다릴게.”

하지형이 돌아섰다.

김명화는 원유희에게 말했다.

“나 가볼게.”

“응 가봐.”

그 두 사람이 떠난 후, 원유희는 탕비실에서 넋을 잃고 서 있었다.

‘성형외과 사장이 바뀐다고?’

‘아니지? 여기 온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이제 막 적응했는데, 설마 또 직장을 옮겨야 한다고?’

‘만약 인원 감축을 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여기에 남아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가능 할 수도 있으니까?’

‘그녀는 낙하산으로 병원에 들어왔다! 성형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다!’

‘됐어, 가만히 있다가 상황을 봐서 잘리지 않기를 기대해야자…….’

출근 시간이 되었는데도 김명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원유희는 자신의 위치로 출근했다.

오후에 직장 동료들, 심지어 의사들 사이에서 성형외과 사장 교체에 대한 이야기가 들렸다.

“인수가 아니라 그냥 병원을 샀다고 들었어. 상대방이 엄청난 부자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사? 무슨 신도 아니고 ? 너무 무서운데?”

원유희도 놀랐다. 매입하는 것과 인수의 차이를 잘 알고 있었다.

매입하는 게 인수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든다!

매입하는 것의 유일한 장점은 인수하는 것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정상적인 경영인들은 매입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

“만일 이것이 강매라면? 우리 퍼펙트 성형외과는 제성에서 손꼽히는 병원이잖아. 얼마나 많은 스타들이 우리 병원에오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있길래? 이건 병원 매입이 목적이 아니라 뿌리를 뽑으려는 거야!”

“그러니까, 돈만 있는 게 아니라 권력도 있다는 걸 알려주려는 거야?”

“제성에 있는 어떤 거물일지도 몰라. 원유희 씨, 그렇지?” 간호사 중 한 명이 그녀에게 물었다.

이들과 똑같이 간호사복을 입은 원유희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겠죠…….”

그녀가 제성을 떠난 지 몇 년이 지났기 때문에, 문외한처럼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성형외과가 강매되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지형이 김명화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원유희는 사장님이 바뀌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하루 만에 성형외과 사장이 바뀌었다.

의사가 경영진의 리더에 대해 뭐라하든, 그 밑에 있는 의사 간호사들이 뭐라하든 말이다.

인원 감축과 변동 인원도 없었고, 머릿수만 채운 원유희도 남아 있었다.

사장 하지형만 사라졌다.

사장이 바뀐 후 며칠 동안 그들은 새 사장의 그림자조차 본 적 없었다.

하지만 아랫 사람들은 다 괜찮았다. 정리해고만 하지 않으면 돼었다. 일이야 얼마든지 시켜도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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