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막 켜자 벨이 울렸고, 원수정의 전화였다. “고모…….”원유희가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유희야, 괜찮니? 김신걸이 널 잡았어? 너한테 전화 걸기도 겁났어.”“저 이미 집으로 돌아왔어요, 괜찮아요.”“그럼 됐다. 김신걸을 정말 예측할 수가 없구나. 널 잡으려고 저택으로 돌아오다니, 난 신걸이 평생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제성에서 김신걸이 갈 수 없는 곳이 있을까? 그가 김 씨 집안을 상대하는 것은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만큼 쉬운 것 아닌가…….“유희야 안심해, 고모가 반드시 널 구해낼 방법을 찾아낼 테니까!”“고모, 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어요…….”“네가 혼자 잘할 수 있다고 해도 고모도 방법을 생각해 둬야지, 네가 계속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니!”원수정은 전화를 마친 뒤 거실로 돌아왔고, 김영은 자리에 앉아 수심에 잠겨 있었다. “신걸이 아직도 유희를 지켜보고 있을 줄이야. 다 내 탓이야.”김영이 그녀에게 사과했다.“당신과 무슨 상관이있어요? 신걸의 뜻을 누가 바꿀 수 있겠어? 게다가 신걸은 당신 아들인데 그렇게 과분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 거에요.”원수정은 순간 다른 생각이 들었다.“내 생각에, 신걸에게 여자를 소개해 주면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여자?”“손씨 집안의 딸인 손예인 기억해요?”“지금 대 스타가 된 그 여자를 말하는 건가?” “맞아요, 몇 달 전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신걸의 소식을 나한테 물어봤어요. 그때 신걸은 확실히 아직 나타나지 않아서 모른다고 말했는데 그 여자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니까요! 손예인은 신걸에게 마음이 있는 게 분명해요!”“정말이야?”“아직도 내 직감을 못 믿어요?”원수정은 자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손예인은 유희보다 두 살 위인데 전에도 김 씨 집안 저택에 와서 신걸을 찾은 적이 있었어요, 아마 그때부터 마음이 생긴 것 같단 말이죠.”“그게 사실이면, 그것도 정말 괜찮은 생각이야.”김영이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오늘
원유희는 자신이 그녀를 여기에 멈추게 한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문을 열고 차에 올랐고, 그들은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원유희는 들어가자마자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매우 고급진 옷을 입고 있었고, 손예인은 하이힐과 명품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원유희를 보자, 플랫슈즈에 하얀 청바지, 헐렁한 반팔 티셔츠, 온몸을 합쳐도 2만 원도 되지 않았다.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조차도 지배인에게 한참 동안 주시당했고, 손예인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쫓겨났을 것이다.자리를 골라 앉자 원유희가 물었다.“여긴 왜 온 거야?”“당연히 밥 먹으러 왔지. 이곳은 프라이버시가 좋아서 나 같은 인기 스타에게 적합한 곳이야.”손예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녀의 말투와 억양에 개의치 않았고, 이 사람은 예전에도 이런 모습이었다. “주문하자!”손예인은 앞에 놓인 메뉴를 집어 들었다.“너 밥 안 먹었지! 같이 먹자.” 원유희는 방금 퇴근했기 때문에 밥을 먹지 않았고,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 먹을까 생각 중이었다. 이곳의 메뉴를 그녀는 볼 필요도 없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었다. “괜찮아.”원유희는 그녀가 할 말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저 식사를 하러 온 거였다니. 손예인은 별말 없이 여러 가지 메뉴를 고르고 와인 한 병도 같이 고른 뒤 메뉴판을 종업원에게 건넸다.종업원이 가자 손예인은 원유희의 얼굴을 주시했다.그녀가 김 씨 저택에서 원유희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고, 몇 년을 보지 않았어도 좋지 않은 감정은 배가 되었다. “언제 돌아온 거야?”손예인이 물었다.“보름 정도 됐어.”“나도 막 촬영을 끝내고 돌아와서 아무것도 몰라. 아직도 신걸 오빠랑 연락해?”원유희의 눈빛이 변했고, 손예인은 김신걸이 돌아온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게다가 그녀는 손예인이 이전부터 김신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손예인은 원유희 앞에 달려들며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는
그녀가 손예인을 기다리고 있을 때, 종업원이 그녀에게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손님, 계산하시겠습니까?”“어……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화장실에 갔는데 아직 안 돌아왔어요.”원유희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함께 온 손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손님은 이미 가셨습니다.”“뭐라고요?”원유희는 그제야 손예인에게 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속이 안 좋다는 것은 다 도망가려는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얼마죠?”“총 225만 1500원입니다. 잔돈을 제외하면 225만 원입니다.” “…….”휴대전화를 만지던 원유희의 손이 굳어졌고, 눈동자는 테이블 위의 맛있는 음식으로 향했다.“이렇게 비싸다니…….” “술이 값도 계산하셔야 합니다 .”종업원이 말했다.“저는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종업원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원유희는 이것이 돈을 지불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200만 원이 넘는 돈을 한 끼 먹는데 사용하다니, 그녀는 속으로 울고 있었다. “만약에…… 제가 돈을 내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원유희는 심호흡을 하고 얼굴을 한쪽으로 기울이며 팔을 들고 작은 손을 늘어뜨렸다.“그렇다면 잡아가세요!”“…….”종업원이 넋을 잃었고,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원유희는 이제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200만 원이면 그녀는 아이의 분유와 기저귀를 얼마나 많이 살 수 있는지부터 생각이 났고, 게다가 영희 이모 혼자서 세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월급을 인상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냥 잡혀가는 편이 나았고, 그래야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 것만 같았다.“손님, 이러시면 매우 곤란합니다. 계산을 못 하시면 이런 고급스러운 곳에 와서 소비하지 않는 게 가장 적합한 듯한데요, 안 그러면 이렇게 창피를 당하게 되죠.”종업원은 자신도 모르게 비꼬는 태도를 보였고, 원유희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였다.특히나 종업원이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자 다른
“무전취식?”김신걸의 담담한 말투와 검은 눈은 헤아릴 수 없다.“그렇습니다! 온몸에 싸구려 옷을 입고 저희 레스토랑에 와서 무전취식을 하다니, 매우 이상한 사람입니다! 하긴, 저희 레스토랑의 음식은 제성에서 손에 꼽히니 가난한 사람들이 한 끼를 먹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지요!”지배인이 말하자, 김신걸은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안으로 걸어갔다.“김 선생님, 룸은 이쪽에 있습니다…….”지배인이 다급하게 말을 건넸지만 그는 듣지 못한 듯 긴 다리로 걸음을 옮겼다.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한 손은 의자를 당긴 뒤 앉아 차가운 눈으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원유희는 입술을 오므리고 얼굴을 약간 기울이며 시선을 피했다.지배인은 눈치가 매우 빨랐고, 그렇지 않으면 지배인의 직위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채자 안색이 매우 어수선해졌다, 설마…… 두 사람이 아는 사이는 아니겠지? 하지만 이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은…….“얼마지?”김신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아닙니다! 이 분은 돈이 부족하지도 않고, 무전취식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아가씨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옷을 입고 계시고 제 눈이 어둡고 안목이 천박했습니다!”지배인은 쩔쩔매며 말을 했다.김 선생님이 어떤 신분인가? 그의 앞에서 자신은 한낮 개미 새끼에 불과했다.원유희는 순식간에 다른 얼굴로 바뀐 지배인을 보며, 속으로 그가 안목이 천박한 것이 아니고 자신이 비싼 옷을 입은 것은 더더욱 아닌, 존재감이 강한 김신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지배인은 김신걸이 말이 없자 급히 눈짓으로 종업원에게 테이블의 식기를 치우라고 하며 물었다.“김 선생님, 오늘은 어떤 음식으로 준비를 해드릴까요?”“늘 먹던 대로.”“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지배인은 허리를 급격히 굽혔고,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자 비로소 허리를 곧게 펴고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여기서 식사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오히려 재수가 있는 건지 없는 건
손예인이 차갑게 웃었다.눈치는 있네, 빨리 자리에서 꺼져서 나랑 신걸 오빠와의 재회를 방해하지 말라고! “내가 가라고 했어?”김신걸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원유희는 일어서려던 몸을 다시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레스토랑 밖에 있는 좌석은 모두 2인용이었고, 원유희가 가지 않는다면 가야 할 사람은 손예인이다. 손예인은 아무리 체면을 차리지 못하더라도 억지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밤은 내가 원유희랑 약속을 했는데 방금 일이 있어서 잠시 나갔다가 와서 다시 돈을 내려 했어. 근데 이렇게 오빠를 만난 거고.”사실, 그녀는 돌아와서 원유희가 어떻게 망신을 당했는지 보려고 한 것이었다.“그럼 오빠, 난 이만 갈게, 우리는 다음에 보자.”“그래.”그가 손예인을 붙잡지 않자 돌아섰을 때 그녀의 얼굴 표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하지만 떠나기 전, 그녀는 밥값을 지불했고 원유희는 돈을 지불한 것을 알아차리자 김신걸에게 빚진 것이 더 이상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그녀는 이미 배불리 먹었지만 김신걸이 그녀를 보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감히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마치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듯했고, 김신걸이 밥을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원유희는 은근히 김신걸을 관찰했는데, 그의 볼록 솟은 이마와 곧은 콧날부터 얇은 입술까지 선이 뚜렷하여 차갑고 딱딱한 아름다움에 속하며, 날카로운 무기처럼 사람을 기를 꺾는다.여기에 강한 카리스마까지 더해지면서 숨이 막힐 정도로 압박감이 강했으며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설령 그가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한다 해도 언제든 위험은 도사리고 있었다. 손예인은 이런 남자를 좋아한다. 팔자가 상팔자여서 그런가?하지만 이런 일은 그녀와 상관없었고, 그녀는 이 남자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 검은 롤스로이스에 앉은 원유희는 호사스러움과 압박감에 긴장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차창 밖 동선이 자신의 아파트로 가는 것을 보고 억누르던 긴장감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아!”원유희가 방심하던 찰나에 그녀는 김신걸 옆 좌
사실 그녀가 앞트임을 한 것은 맞았고, 예전엔 눈이 크지 않아 카메라 안에서의 눈매가 선명하게 나오지 않아 영향을 줬다. 원유희의 말은 그야말로 그녀의 마음 한구석을 찔렀다. “노선생님한테 돈 봉투를 줬지? 이 일이 폭로되면 파장이 더 커질 것 같은데.”원유희가 말했다.“너!”손예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능력이 있으면 어디 한 번 의사한테 내 일을 폭로 해봐, 지금 난 반드시 널 이 성형외과에서 해고하게 할 거니까! 난 스타라는 직업을 잃어도 우리 집에는 돈이 차고 넘치거든!”그녀는 말을 마친 뒤 화를 내며 방을 나섰고, 원유희는 미간을 찌푸렸다.“당신들 반드시 원유희를 해고해야 할 거예요!”손예인이 밖에서 소란을 피웠고, 담당 책임자가 오자 간호사들도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무슨 일이죠?”“원유희라는 직원 말버릇이 왜 그러죠? 당장 그 사람을 해고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을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 손예인이 계속해서 소란을 피웠다.“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책임자가 잠자코 있는 원유희를 한 번 보더니 다시 물었다.“말버릇이 안 좋다고 말했는데,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손예인이 비아냥거렸다.“원유희, 당장 사과해!”책임자가 시비를 가리지 않고 말했고, 손예인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저 사람을 당장 자르라니까? 하기 싫다 이거야? 내가 당신들 성형외과에 불리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한 번 보여줘?”다른 사람들의 얼굴빛이 굳어졌다.퍼펙트 성형외과는 서비스도 좋고 품질도 좋기로 소문나 있는데, 직원이 세 번 이상 경고를 당하면 간호사는 바로 잘리거나 의사는 임금을 낮추는 등 매우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손예인은 유명 스타인데, 이렇게 되면 문제는 더욱 커지게 된다! 책임자는 직원을 직접 해고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고, 수습 기간도 지나지 않은 직원 때문에 성형외과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없었다.“인사부로 가죠.”원유희는
“원유희, 감히 내 뒤에서 수작을 부리면 하루도 살지 못하게 될 걸 알고 있어야 할 거야.” 원유희는 두피가 저리고 한기가 몸에 스며들어왔다.“알아, 하지만 내 말은 사실이야. 손예인이 성형외과에서 가서 나를 난처하게 만들고 책임자에게 날 해고하라고 강요해서 그런 거야, 네가 직접 가서 물어봐도 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는 자신이 한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겁에 질린 말투와 약한 자세가 마치 수년 동안 박해당한 피해자처럼 보였고, 김신걸이야말로 악랄한 가해자였다. 그녀는 불안이 엄습했고, 휴대폰 벨이 다시 울렸을 때 깜짝 놀라서 휴대폰을 떨어트릴 뻔했다.휴대폰을 보자, 낯선 번호가 찍혀 있었다.“여보세요?”“저는 퍼펙트 성형외과 인사부 직원입니다. 원유희 씨, 당신에게 여러 번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더군요. 왜 출근을 안 하신 거죠?”원유희는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을 했다, 월급을 정산하러 갔을 때 이미 상황을 다 알고 있던 것 아니었나? “알겠습니다, 오후에 갈게요.” 전화를 끊자, 원유희는 그제야 김신걸의 전화를 받기 전에 여러 통의 전화가 인사부에서 걸려온 것을 발견했다. 점심을 먹고 성형외과로 출근하고 나서야 그녀가 없는 사이에 약간의 소동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를 해고했던 그 책임자는 제명되었고 상사가 재배치 된것이 라고 하는데, 이유인즉슨 이유 없이 직원을 해고하고 직원을 무시하며 오히려 생떼를 부리는 손님의 비위를 맞춰줬다는 것이다. 매우 타당한 이유였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일의 정황은 원유희만이 알고 있었고, 이는 김신걸의 권력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원유희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와 일을 하면서 임시 신분증을 받기 위해 기다렸다.그녀가 안심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영희 이모의 전화가 왔다. 그녀는 일할 때 음소거 상태로 해놔야 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 전화를 보지 못했고, 점심시간에 휴대폰을 꺼내어 보았을 때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시간을 계산해 보니, 영희 이
원유희가 눈물을 머금은 눈을 치켜떴다.“생리통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그녀가 배를 움켜쥐고 있는 걸 본 안가희가 물었다.“심각해? 병가 내고 병원 가보는 게 어때?”그러자 뒤에 있던 장인영이 입을 삐죽거렸다.“어이가 없네. 생리통 때문에 휴가를 다 내고. 나도 생리 때마다 아프지만 단 한 번도 휴가 낸 적이 없었잖아요?”“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안가희가 목소리를 낮추며 눈살을 찌푸렸다.“내 말이 틀렸어요? 여자라면 다들 생리통쯤은 가지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걸로 일일이 병가 내고 그럼 되겠어요?”“딱 봐도 심각해 보이잖아요.”“어차피 죽는 것도 아니잖아요?”장인영의 적반하장에 안가희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장인영은 전 팀장과 워낙 사이가 좋았던 동료였고, 전 팀장은 원유희 때문에 해고된 거나 마찬가지니 그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원유희가 벽을 짚고 힘겹게 일어섰다.“괜찮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화장실을 나섰다.물론 생리통이라고 말한 건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 그렇다고 진짜 이유를 말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성형외과 전체는 김신걸의 주관이나 마찬가지, 병가든 월차든 내면 바로 그가 알게 될 것이다.마치 그녀가 해고된 지 12시간도 되지 않아 득달같이 전화를 걸어왔던 것처럼 말이다.김신걸의 감시하에서 신분증이며 여권을 가지고 있다 한들 제성을 떠나기는 쉽지 않을 터.하지만 딸이 아프다니 모든 걸 버리고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설령 다시 김신걸에게 잡힌다 해도 말이다.원유희는 최대한 아무 일도 없다는 표정으로 일을 했지만 속은 타들어갔다.30분 정도가 지나고 결국 초조한 마음을 못 이긴 원유희는 화장실로 들어가 영희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발신음이 울리는 1분 1초가 고통스럽게 느껴지던 그때, 드디어 영희 이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모님, 애는 좀 어때요?”“방금 병원에 도착했어요.” 영희 이모가 숨을 헐떡였다.원유희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축 처진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