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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Author: 단밤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02-02 15:51:00
원유희는 시선을 떨구며 연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가 듣기로는……. 형도 큰아버지 결혼기념일 잔치에 갔었다는데, 너한테 무슨 짓 안했지?”

김명화가 물었다.

“……별 거 없었어, 나는 오래 있지 않고 떠났거든…….”

원유희는 김신걸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화살에 놀란 새 처럼, 그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그녀를 두렵게 하고 질식시킬 수 있었다.

“만약 형이 너를 귀찮게 한다면, 나에게 말해, 내가 너를 도울게.”

김명화가 말했다.

원유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줄곧 그녀가 도움이 필요할 때, 김명화는 그녀를 도와주었다. 그렇기에 몇 년이 지났어도 그녀는 한 번에 그를 알아 볼 수 있었다.

지금 그녀가 김신걸에게서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을 때도, 또 다시 김명화를 만났다. 그는 그녀가 성형외과에 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심지어 더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에게 감동했다.

인간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무의식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게 된다던데…….

“김신걸은 왜 제성으로 돌아간거야?”

원유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

“잘 모르겠어, 김가쪽에도 아는 사람이 없어.”

김명화가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원유희는 마음이 가라앉았다.

“너 그 사람이랑 연락한 적 있어?”

“그가 김씨 집안과 인연을 끊은 뒤로는 연락이 없고, 내가 연락하고 싶어도 연줄이 없어” 김명화는 뭔가를 떠올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만약 네가 우리 형을 본다면, 반드시 피할 방법을 찾아야해.”

“알아…….”

원유희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예전에 김명화는 가끔 김영의 집에 김신걸을 찾아갔는데, 둘 사이는 괜찮았다.

김신걸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차갑고 냉정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사람이 능력이 좋다.

악마는 무섭지 않다. 무서운 것은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악마다!

두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길 건너편 검은 롤스로이스 한 대가 천천히 멈춰서 식당 쪽을 향하고 있었다.

김신걸의 날카로운 시선은 검은 차창을 뚫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 두 사람에게 차갑게 다가왔다.

원유희는 먹다가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돌려 바깥 거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거리는 붐볐고,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럼 아까 그 감시당하는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은 어디에서 온 걸까…….

“왜그래?” 김명화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데려다 줄게” 김명화가 말했다.

“아니야, 나 혼자 가는 게 편해.”

“지금 혼자 살아?” 김명화가 물었다.

“응, 세 들어 살아.”

김명화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지금 남자친구가 없는건가?

“먼저 가볼게.” 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김명화는 종종걸음으로 가는 가녀린 모습을 보았다. 눈빛은 온화했다. 그녀는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았다. 멀어지는 그림자까지도 그대로였다…….

교통수단으로 원유희는 가장 싼 지하철을 선택했다.

그래도 어전원에 바로 갈 수 없어 그녀는 지하철에서 내려 걸었다.

한 시간을 걸어서야 어전원 대문 앞에 이르렀다.

만약 가능하다면, 영원히 다다르지 않기를…….

문 밖에 서 있는 검은 롤스로이스를 보았을 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이 굳어졌다.

저건 김신걸의 자동차…….

어전원 곳곳의 나무와 관목숲은 밤하늘에 어슴푸레한 것이 마치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휘두르는 악마 같았다.

원유희는 긴장하여 침을 삼키고 억지로 계단을 올라 로비로 들어갔다.

그 깊고 예리한 어두운 그림자에 시선이 닿자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어디 갔어?” 김신걸은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열었다.

“어디 안 갔어…… 오늘은 직장을 구했어. 성형외과에서 일해…….”

원유희는 숨기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김신걸은 조사할 필요도 없이 알 수 있다.

김신걸은 냉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앞에서 말해.”

원유희는 김신걸로부터 뼛속까지 파고드는 공포를 느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다.

망설이다가 1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멈춰 섰다.

“……진짜야, 못 믿겠으면 가서 찾아봐.”

“그게 다야?” 신걸의 검은 눈이 보이지 않았다.

원유희는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가 알아볼까?” 김신걸의 목소리가 음침하다.

“아니야” 원유희가 다급하게 말했다.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 오늘 성형외과에서 김명화를 만났어. 또 한 명의 여자가 있었는데 여자친구였나 봐, 잘 모르겠어. 그리고……. 김명화와 함께 저녁을 먹고 바로 돌아왔어.”

“남자를 그렇게 급하게 꼬셔? 몇 명 찾아줄까?”

“아니야, 당신이 오해했어. 그냥 밥만 먹고 아무것도 없어!”

원유희는 자신을 변명했다.

“내 기억으로 걔는 예전부터 여색을 좋아했어. 너 걔한테 넘어간거 아니야?” 김신걸이 냉소했다.

원유희가 시선을 떨궜다.

“나도 내 분수는 알아”

“김가네 남자와 거리를 둬!”

김신걸이 침착하게 위압했다.

“알았어…….”

원유희는 순종했다. 두려움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어 말했다.

“성형외과 근처에 방을 얻어 살 수 있을까? 퇴근하고 너무 늦게 돌아와서 지하철을 타고 어전원까지 한 시간 걸어야 해. 괜찮을까?”

텅 빈 로비는 죽은 듯 고요했고, 강한 압박감이 감돌았다.

원유희는 숨쉬기도 힘들었다. 그녀는 김신걸이 동의하지 않을 까봐 덧붙였습니다.

“제성 전체가 네 것이야. 내가 여기 살지 않더라도, 여기 사는 것과 다르지 않아…….”

말을 마치자, 김신걸의 긴 다리가 움직이며 일어나 내려왔다. 기세가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 같았다.

원유희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두려움이 극에 달아 두 다리에 힘이 빠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통제된 것 같았다.

눈앞의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내려앉으며 짙은 공포와함께.

이내 턱을 꽉 조이고 강한 손가락에 쥐어졌다.

김신걸은 차갑고 매서운 얼굴을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해.”

동의를 받은 원유희는 눈빛이 떨렸다. 김신걸의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검은 눈동자에서 움츠리고 두려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전제 조건은, 하라는 대로 따르는 거.”

“알았어…….”

원유희가 대답했다. 김신걸의 오랜 시선에 뒤로 물러서며 김신걸의 '추궁'에서 벗어났다.

“나 먼저 방으로 갈게.”

말을 마치자 조심스레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김신걸은 몸을 옆으로 돌렸다. 검은 눈이 날카롭고 무서웠다.

맹수는 멀어지는 사냥감이 통제에서 벗어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2년 전에 그녀를 도망치게 했으니 이번에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방으로 돌아온 원유희는 침대 끝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김신걸을 떠나지 않는 한 방심할 수 없다.

그녀는 매사 살얼음을 밟는듯 자신을 억제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끝없는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다음날, 원유희는 일을 하면서 인터넷으로 집을 구했다.

적당한 집을 찾아 점심 시간에 가보았다.

원룸 아파트인데, 3평 정도에 70만원이었다. 좀 비싸긴 했지만, 서둘러 어전원을 나서려는 원유희에게는 그렇게 많은 선택지와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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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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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래?”김영이 다가가지 부자 관계가 끊긴 뒤 다시는 김 씨 집안에서 볼 수 없었던 김신걸을 보게 되었다.“신걸?”경호원은 집 안으로 곧장 들어갔고, 동작이 너무 거칠고 기세가 너무 강해서 문 옆의 원수정을 거의 칠 뻔했다.하지만 다행히 김영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신걸, 이게 지금 뭐 하는 짓 이냐?”김영이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고, 김신걸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을 한 채 그들을 무시하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고택의 인테리어는 여전했지만 그가 찾고자 하는 사냥감은 보이지 않았다.다시 주방으로 들어서자, 식탁에는 푸짐한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지만 그릇과 젓가락은 두 개뿐이었다. 고택을 뒤지던 경호원이 다가오며 말했다.“김 선생님, 없습니다.”김신걸은 차갑고 매서운 눈을 가늘게 떴고, 휴대폰을 꺼내 살펴보더니 입가에는 피에 굶주린 듯한 곡선이 그려졌다.훤칠한 키와 기세등등한 모습을 한 그는 몸을 돌리며 떠나려 했다.“가자!”김신걸은 차에 탔고, 롤스로이스는 그 길로 저택을 떠났다. 원수정과 김영은 주방으로 돌아왔고, 원유희는 물론 식탁 위의 그릇과 젓가락까지 모두 사라져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원유희는 뒷산 오솔길을 따라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고, 손에 든 수저를 숲으로 던져 증거를 없애버렸다. 심장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가 이상함을 감지하자마자 바로 뒷문으로 도망쳤고, 식탁 위에 그녀가 왔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나왔던 것이다. “악!”길이 울퉁불퉁한 탓에 원유희는 넘어졌고, 산비탈에서 뒹굴다 길가로 떨어졌다.그 순간 자가용 한 대가 지나갔고 그녀는 그 차를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앞을 가로막았다. 운전기사가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브레이크를 밟았고, 원유희는 차 문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정말 죄송하지만 저 좀 태워주실 수 있나요?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요! 차비는 낼게요!”운전기사는 그녀의 말쑥한 생김새를 보고는 속에서 보호본능이 생기며 대답했다.“괜찮습니다,

    Last Updated :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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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   제1609화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 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   제1608화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 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   제1607화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 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   제1606화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 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   제1605화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 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   제1604화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 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   제1603화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 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   제1602화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 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   제1601화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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