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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김신걸이라는 남자와 맞서려 하다니, 그는 단지 그녀에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원유희는 길가에 서서 흐릿한 시야로 멍하니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마침 택시 한 대가 다가왔다. 승객 한 명이 내리자 원유희는 황급히 올라타 문을 닫고는 재빨리 기사에게 말했다. “경찰서로 가주세요!”

기사가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

원유희의 무릎 위에 놓인 손이 떨렸다. 그녀가 보호를 받으려면 제성을 떠날 수 없더라도 직접 경찰서에 가서 김신걸의 악행을 고발해야 한다!

택시가 경찰서 입구에서 멈추자 원유희는 차에서 내려 안으로 돌진했다.

이 시간에도 경찰서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는데, 모두 야근을 하며 밤을 새우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갑자기 들이닥친, 숲 속의 길 잃은 사슴 같은 그녀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원유희는 한 쪽 벽 앞에 있는 책상으로 걸어가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잠시 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한 쪽 벽 눈에 띄는 곳에 걸린 빨간 표창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띈 것은 '드래곤 그룹'이라는 다섯 글자였다.

원유희가 들어온 지 몇 분 후에야 당직 경찰이 그녀를 발견했고, 다가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녀의 몸이 축축하고 얼굴 반쪽이 빨갛게 부어 있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폭행 당하셨나요?”

“저게…… 뭐죠?” 원유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드래곤 그룹, 제성의 핵심이죠. 제성의 경찰차 전부가 드래곤 그룹에서 기부한 것입니다, 치안을 위해서요. 각 구역의 사무소에는 다 걸려있어요. 한 말씀 드리자면, 이런 거장은 저희가 봐도 존경스럽습니다!”

치안.

원유희는 꽤나 존경심 어린 어조를 들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만약 그녀가 김신걸이 사람을 해치고 감금했다고 신고하면, 그녀를 정신병자로 보고 감옥에 가두지 않을까?

“근데 여긴 어쩐 일이 십니까?”

원유희는 덜덜 떨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일 아니예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당직 경찰관은 그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였으나 그저 실의에 빠진 것으로 여겼다.

원유희는 고개를 숙인 채 계단을 내려오다가 눈물을 하나 둘 떨어트렸다.

몸에 있는 힘이 바람 빠진 고무공처럼 빠져버렸다. 마음 속에 큰 구멍이 생겨 그 안으로 두려움, 고통, 무력함이 들어와 온 몸을 괴롭혔다.

도망갈 수 없다. 도와줄 사람도 없다.

김신걸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여 그녀를 죽여도 '아니에요'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원유희는 고개를 들었다. 뿌연 시야 사이로 길가에 정차된 검은 롤스로이스를 보고는 두려움에 떨며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매만졌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뒤에 경찰서가, 앞에 위험이 도사리는데, 원유희는 무슨 선택해야 할까?

롤스로이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썬팅이 진해 안을 볼 수 없지만, 김신걸은 분명히 안에 있다.

원유희는 시선의 압박을 느끼며 몇 초 동안 망설이다 두려움을 뒤로 하고 차로 향했다.

경호원이 차에서 내려 문을 열었다.

검은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는 나른한 자태와 냉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독사가 바라보는 것처럼 등골이 서늘했다.

원유희는 입술을 깨물고 차에 올랐다.

차 문이 닫히고 경찰서 입구를 벗어났다.

“나는 너가 안 나올 줄 알았어!”

김신걸은 그녀의 얼굴을 덥석 꼬집고 무자비하게 좌석에 밀어 부쳤다. 커다란 등치가 훅 들어오자, 엄청난 위압감을 주었다!

“음…….”

원유희는 아파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어? 근데 왜, 소용없어?”

“아니…… 아니야, 난…… 네가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걸 보고 놀란 거야, 그냥 여기서 도움을 구하려 한 거지, 다른 뜻은 없었어…….”

“아무도 널 보호할 수 없어, 제성에서는 모든게 내 마음대로야!” 김신걸의 검은 눈은 음험하였고,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는 엄청난 압도감을 가지고 있었다.

원유희는 움츠러들었다.

“아…… 알았어.”

김신걸은 손을 빼고 제자리에 앉았다. 분위기는 싸늘했다.

차 문 옆에 붙어 있던 원유희는 차창 밖으로 시선을 떨어뜨린 채 내내 눈물을 글썽이며 밀폐된 차 안의 무거운 분위기를 견뎠다.

……

어전원으로 돌아오자 거의 한밤중이 되었다.

원유희는 욕실에서 젖은 옷을 벗고 따뜻한 물로 씻기 위해 샤워장에 들어갔다. 뽀얀 피부에는 핑크빛이 돌았다.

백옥 같은 피부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원유희의 정신상태는 피폐했지만, 일부러 강한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에게는 세 아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꼭 버텨서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야 했다…….

원유희는 자신이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신걸의 명령을 어길 수 없고, 그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먼저 안정을 취하고, 다시 기회를 찾아 도망가야 한다.

손으로 평평한 아랫배를 만졌다. 그곳엔 제왕절개로 인한 긴 칼 자국이 있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작은 병원을 찾았고, 인턴에게 수술을 받았다. 결국 절개 위치가 어긋나 제왕절개가 아니라 마치 싸움 도중 누군가에게 찔린 상처처럼 보였다.

그러니 혹시 보여지더라도 이걸 핑계로 말하면 된다.

당장 원유희는 병원으로 가서 재수술을 받고 싶었으나, 언제 김신걸이 그녀의 신체를 검사할지 두려웠다…….

너무 위험해…….

원유희는 침대에 누운 후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날 하녀가 방에 가보니, 그녀의 열이 멈추지 않는 것을 발견하였다.

송욱은 연락을 받고 어전원으로 환자를 치료하러 갔는데, 또 그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믿기지 않은 상황들 이였다.

어전원에 여자가 들어온 적 있었나? 그래서 지난번에 해림이 병원에 따라갔던 건가?

김신걸은 마음이 독하고 손이 맵고 냉담하기 때문에, 그에게 예외가 생겼다니 정말 놀라웠다.

원유희에게 링거를 맞히고 방을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던 해림이 물었다.

“어때요?”

“체온은 잠시 내려갔지만 불안정해서 좀 더 지켜봐야 해요” 송욱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어전원에 여자가 있는 건 처음 보네요.” 송욱이 말했다.

해림은 자신도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누구한테 뺨을 맞은 건가요?” 송욱이 묻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해림도 의아했다.

그는 확실히 모른다.

송욱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 생각했다.

어전원에 갑자기 소녀 같은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났다. 나이는 분명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 같다!

중요한 건 며칠 사이에, 한 번은 병원 응급실로 보내졌고, 다른 한 번은 긴급 진료에, 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있었고 분명 남자가 때린 것 같았다.

이것이 간단한 문제라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틀린 말이다.

하지만 이건 김신걸의 일이라 감히 알아보려 할 수 없어 그저 시키는 대로 했다.

3일째 되던 날, 원유희는 눈을 떴다. 머리가 무거웠다.

“어떠세요?”

원유희는 얼굴을 돌려 송욱을 보았다. “많이 나아요…….”

목소리가 쉬어 눈살을 찌푸렸다.

송욱이 물을 가져와서 빨대를 물렸다.

원유희는 물을 두 모금 마시고 힘없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제가 얼마나 잤나요?” 원유희가 물었다.

“3일 동안 의식을 잃었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원유희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활기 없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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