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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그 두려움 없는 눈빛은 김신걸의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했다. 마치 그가 뭐라고 하든 덤덤하게 받아들일 것만 같았다.

김신걸은 이렇게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보다, 무서워하는 걸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입술에 다가갔다.

“용서를 빌면 가만히 놔둘게.”

하지만 원유희는 용서를 빌지 않았고, 입술을 벌릴 의지도 없이 멍한 눈빛이었다.

“이래도 안하는지 보자…….”

김신걸이 그녀의 작은 입술에 덥석 키스했다. 사실 그는 거짓말이라도 그녀가 용서를 빌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김신걸의 손이 미친 듯 날뛰었다.

사무실 문 밖에는 경호원이 지키고 있어서 아무도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한 시간 후, 경호원의 몸에 있는 휴대폰이 진동했고 이어서 김신걸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먹을 것 좀 구해와.”

“네.”

휴대폰을 던진 김신걸은 원유희를 품에 안으며 순종적인 모습에 만족했다.

“진작 입을 열어 용서를 빌었으면 얼마나 좋아.”

그의 품에 엎드린 원유희는 말없이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

곧 점심이 사무실이 배달되었고, 두 사람은 점심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김신걸은 침대에 누운 그녀에게 다시 뽀뽀를 하며 말했다.

“저녁에 퇴근하고 데리러 올게.”

그가 스탠드를 끄고 나갔지만, 원유희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너무 괴로웠던 그녀는 참다못해 일어나 책상 서랍에 있는 칼을 찾아 새하얀 팔뚝에 다시 그었다. 아침에 그은 것보다 더 깊어서 피가 줄줄 흐르며 땅에 떨어졌다.

급하게 칼날을 던지고 휴지를 뽑아 상처를 누르고 나서야 힘없이 땅에 앉았다.

‘이렇게 하면 훨씬 편안해지고 아프지 않을 거야…….’

낮잠을 자고 일어난 원유희가 깨어났을 때는 벌써 3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그녀가 잠에서 깰 때를 기다린 오서진이 여전히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얼굴에 핏기가 없어요.”

그러자 원유희가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그래요?”

“보좌관을 구할까요?”

“아니요.”

원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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