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면 김신걸은 또 다시 그녀를 데리고 어전원으로 간다.이 사실을 알게된 윤설은 화장대에 있는 모든 화장품들을 밀어 넘어뜨려 깨뜨렸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원유희가 매일 어전원에서 지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심지어 김신걸과 같은 방을 쓴다고? 이게 무슨 일이지? 부부라도 된 건가?”윤설은 화가 잔뜩 났다.“아무래도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 같구나.”장미선이 말했다.“이렇게 계속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이러다간 김신걸의 약혼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겠구나!”“저도 알고 있어요!”윤설이 거울을 보며 말했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이상하리 만큼 보면 볼수록 더욱더 못 생겨 보였다.“이래 가지고 어떻게 김신걸을 유혹할수 있겠어? 김신걸이 내 얼굴을 본다면 밥맛이 떨어질 것이 분명해!”“물론 김신걸과 잠자리를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원유희가 이걸로 기고 만장하게 둘수는 없지!”장미선이 말했다.“너도 어전원에 네 방이 있지 않느냐? 너도 거기 가서 지내도록 하거라!”윤설은 자신이 원유희와 같이 어전원에서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원유희가 어떤 신분인데요. 제가 원유희와 싸워야 한다니 너무 모욕적이에요!”윤설은 충분히 원유희와 싸울수 있었지만, 하지만 그런다면 윤설의 신분의 가치를 낮추는 일이 아닌가?“딸아, 지금 그렇게 많이 따질 때가 아니잖니? 너 정말로 저 둘이 감정이 생길때까지 기다려야 기꺼이 너의 자존심을 내려 놓을꺼니? 잊지말거라, 행복은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란다. 원유희가 왜 김신걸의 특별한 관심을 받게 된것인지 생각해봐. 그건 원유희가 어떻게 남자를 유혹하는 줄 알기 때문이야. 남자들은 저렇게 부드러운 여자를 좋아하지.”장미선이 타이르 듯 윤설에게 말했다.행여나 김신걸을 잃을까 두려웠던 윤설은 옷을 차려입고는 어전원으로 향했다.하지만 뜻밖에도 윤설의 차가 문앞으로 도착하자 경호원이 윤설의 차를 막고 나섰다.화가 잔뜩 난 윤설은 차에서 내려 경호원을 향해 소리쳤다.“김신
성형외과 의사 기선우는 성형외과가 여전히 드래곤 그룹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감히 어떤 말도 할수가 없었다.그래서 윤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밤을 새면서 윤설의 얼굴의 흉터를 지워야만 했다.수술실 안, 마취를 한 윤설은 수술실 침대에 누워있었고 근처 성형외과 의사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그녀 얼굴의 흉터를 제거하고 있었다.마취에서 그녀가 깼을 때는 이미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다.의사가 말했다.“하룻밤 정도 좀 더 관찰을 해봐야 합니다.”“어떻게 됐나요?”“아주 성공적입니다. 거즈를 제거 하면 확인 하실수 있을 겁니다.”윤설은 안심한 듯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얼굴에 흉터가 생긴 이후로 김신걸은 더이상 윤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고 하던공연마저도 중단 됐다.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김신걸이었다. 김신걸과 함께라면 굳이 공연하러 갈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오직 김신걸만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고 모든 여자들이 그녀를 부러워 하는 것. 윤설은 오직 그것만을 바랬다.의사가 자리를 떠난 후 윤설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윤설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고 눈을 떠보니 낯선 여자가 서있었다. 쎄한 느낌을 받은 윤설은 그녀에게 물었다.“너 누구야?”라인은 침대 옆으로 걸어가 윤설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에게 이메일을 보낸 사람.”라인은 누군가가 자신을 비밀리에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항상 느껴왔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생각해내지 못했다.이제 와서 알고 보니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다.“왜 절 도와주신거죠?”윤설이 물었다. 그러고는 뭔가 생각난 듯 이어서 물었다.“혹시 당신도 원유희에게 원한이 있나요? 그렇지 않으면 왜 저랑 같은 편에 계신 거죠?”라인이 대답했다.“당신이 이렇게 똑똑한데 김신걸은 왜 밖에서 그딴 여자들을 만나는 걸까요? 너무 보는 눈이 없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도 원유희 싫어해요, 그 x이 제가 사랑하는 남자를 뺏어갔거든요.”윤설은 예상을 한듯이 말했다.
김신걸은 조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가 많이 피곤해서 자고 있으니 떠들지 마, 알겠어?”“알겠어요!”세 아이는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였다.김신걸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밥을 먹은 후 아이들이 스스로 놀게끔 하였다. 원유희가 잠에서 깼을 때 이미 10시가 되어갔다.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있다가 일어섰다.피곤함 때문인지 그녀는 무기력해 보였다.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커튼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영원히 깨어나지 않기를 바랬다.‘꿈 속에서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하겠지?’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일인 자신에게 오지않을 것 같았다. 필경 그는 가혹한 운명을 타고났으니……행복이란 그녀에게는 손 닿을 수 없는 것이였다.원유희는 느슨한 실크 소매를 걷어 올려 이미 거즈를 뜯은 상처를 드러냈다.상처는 딱지가 앉았고 붉게 물들었다.손으로 만져보니 울퉁불퉁한 촉감이였다.자신이 요 몇일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모른다. 아마 워킹데드도 그녀 보다는 나을 것이다.그래서 딱지 붙은 흉터가 눈에 거슬려 미치도록 뜯고 싶었다.손톱에 힘을 주어 딱지를 뜯으니 피가 흘려 나오기 시작했다.핏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더니 피가 이불 위에 떨어졌다.뚝뚝-“뭐 하는 짓이야!”김신걸은 소리치면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분홍빛 손끝에 붉은 피가 물들어 가늘한 손가락을 따라 손바닥을 지나 손목까지 내려갔다.이불, 팔 등에 온통 피투성이라 보기만 해도 몸서리쳤다. 김신걸의 안색이 어두워지고 호흡이 거칠며 온몸이 극도로 긴장되었다.원유희의 손목을 잡은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다른 한 손으로 송욱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마친 후, 해림에게 구급상자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하녀가 들어오더니 침대의 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고는 빠르게 구급상자를 열었다.김신걸은 침대에 앉아 무서운 얼굴로 소염제를 들고 상처 주위와 피가 묻은 곳을 닦아 주었다.원유희는 눈을 깜빡이지 않고 자신의 팔을 보고 있었다.하나도 안 아픈 것 같았다.김신걸은 화가 극에 달하여
“두 바늘 꿰매야겠어요.”송욱이가 말했다.어떤 상처들은 너무 깊어 꿰매지 않으면 아물기 힘들다.꿰맬 때 마취제를 맞았으나 원유희는 늘 무감각한 표정이었다.옆에 서 있는 김신걸은 그녀를 쭉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마취제를 놓지 말아야 했었다!감히 그와 이렇게 맞서다니!그는 원래 서재에 있었는데 침실 바깥 거실로 나와 회사 서류를 보고 일을 처리했다.원유희가 깨어나는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인기척이 없어졌다.만약 그가 제때에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녀는 팔을 영영 잃었을 것이다.이 생각을 하자 김신걸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였다.“됐어요.”송욱은 상처를 꿰맨 후 다시 거즈로 묶었다.“다시는 이러시면 안됩니다. 팔에 장애가 남으면 안 좋잖아요.”그가 스스로 중시했으면 좋겠다.하지만 원유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먼저 나가거라.”김신걸이 말했다.송욱은 물건을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김신걸은 침대에 앉아 그녀의 턱을 일으켜 얼굴을 마주 보았다.“날 봐봐, 송욱이가 한 말을 들었어?”“들었어, 하지만 사람은 언젠간 죽을 것인데, 장애가 있든 말든 뭐가 중요해?”원유희의 논리는 완전히 비정상적이다.김신걸은 숨을 거칠게 쉬며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아이들 앞에서 이런 짓을 해? 이제는 신경 안써? 아이들이 놀라잖아!”“애들이 무서워 하는 건 너야.”원유희가 말했다.김신걸은 벌떡 일어섰다. 두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뭔가 생각난 듯 벌떡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어머니의 사건은 아직 조사 중인데, 이 사건과 연관된 사람은 그 누구도 가만히 두지 않을거야, 윤설도 마찬가지야.”원유희는 그를 보고 마음이 아파났다.“김신걸, 우리 엄마가 죽으면 넌 기뻐하겠지? 어쨌든 너의 부모님의 관계를 망친 내연이니까? 넌 왜 미워하는 사람을 대신하여 사건을 조사하려고 해? 아, 아니, 넌 단지 윤설의 혐의을 씻어내고 싶을 뿐이지. 그녀가 그렇게 신경 쓰이면 왜 나를 귀찮게 해? 내가
세 아이는 쪼그리고 앉아 송욱이 차를 몰고 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유담이가 말했다.“형이 주사 맞기 싫어해요!”조한을 말한 것이었다.“난 하나도 안 무서워! 난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어! 이미 다 나았어!”전에 부딪힌 이마에 붙은 딱지가 저절로 벗겨지고 흉터의 색이 옅어졌다. 역시 아이들의 회복력은 빨랐다.“주사를 안 맞아도 돼요.”상우가 말해줬다.“주사를 놓으려는 것이 아니야.”해림이는 웃으면서 말했다.상우가 물었다.“누가 주사를 맞아요?”“아무도 주사를 안 맞아, 그냥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보러 온 거야. 보아하니 필요한 사람이 없네.”이 말을 들은 세 아이는 수풀을 뚫고 나왔다.원유희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수갑에 찬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움직여 봤다. 하지만 수갑의 연결 부분이 짧아 왼손이 오른손 팔에 닿지 않아 더 이상 자해할 수 없었다.그녀가 수갑을 보면서 멍하니 있을 때, 김신걸은 먹을 것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수갑이 채워져 있어 혼자 먹을 수 없어 김신걸은 침대에 앉아 직접 먹여 주었다.원유희는 눈앞의 음식을 보며 입을 벌리고 음식을 입에 넣었다.이 모습을 본 김신걸은 얼굴빛이 밝아졌다.그는 한입씩 천천히 먹여 주엇다. “우웩…….”원유희는 삼키자마자 바로 내뱉었다.“웩!”음식을 김신걸의 다리에다 토해 버렸다.김신걸은 자신을 볼 겨를도 없이 천천히 쓰러지는 원유희를 안았다. 원유희는 방금 먹은 음식을 모두 김신걸의 가슴에 토해버리고 힘 없이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왜 그래?”김신걸은 그의 얼굴을 보니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어 사람이 매우 허약해 보였다.“빨리 송욱을 불러와!”길에서 전화를 받은 송욱은 차를 돌려 어전원으로 향했다.도착했을 때 침대는 이미 깨끗하게 청소되었다.원유희는 몸에 힘이 없어 반쯤 기대어 있었고 얼굴빛은 전보다 더 나빠졌다.“방금 먹은 것을 모두 토했어!”김신걸의 텐션이 매우 낮아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할 것 같았다.송욱은 원유희가 손에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면 알 수 있지, 뭐.”김신걸은 손등으로 원유희의 얼굴을 살살 문질렀다.“애 생기면 낳으면 되지.”병원에 도착하자 송욱은 채혈하고 초음파검사를 했다. 초음파 영상에서 이미 발육하고 있는 태아가 보였다.“임신하셨네요, 한 4주 정도 되어가요.”누워있던 원유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4주나 됐다고?’그동안 원유희는 아무것도 몰랐고 느끼지도 못했다. 심지어 마지막으로 언제 생리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부모님이 연이어 사고 나다 보니 그 일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왜 임신한 거지?’맑은 하늘의 날벼락이란 바로 이런 상황을 얘기하는 듯싶었다. 원유희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다.“다만 유희 아가씨가 몸 상태가 비교적 좋지 않아서 반드시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송욱이 말했다.“알았어.”김신걸은 이 아이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아주 흥분했다. 예전에 세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그는 원유희의 곁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가 배 속에서 출산할 때까지 옆에서 아이가 자라나는 것을 쭉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뭔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송욱과 물었다.“다둥이야?”송욱은 이런 김신걸이 너무 낯설었다. 다둥이면 당연히 얘기할 게 뻔한데 왜 굳이 묻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의사로서 대답할 의무를 다했다.“아니에요.”김신걸은 몸을 낮추고 원유희의 손을 꼭 잡았다. 문을 나설 때 손의 수갑을 이미 풀어주었다.“이 아이, 나 포기 안 해.”원유희는 너무 놀란 나머지 바로 침대에서 내려 송욱의 손을 잡았다.“당장 임신 중절 수술시켜주세요. 저 안 낳을 거예요. 김신걸의 아이는 절대 안 낳을 거라고요!”송욱은 표정이 굳은 김신걸을 보며 어쩔 바를 몰랐다.“제발요, 수술시켜주세요. 지금 바로요, 네? 저 사람 아이는 안 낳고 싶단 말이에요.......”원유희는 울면서 애원했다.김신걸은 앞으로 나가 그녀를 껴안았다.“셋도 다 낳았는데 하나 더 낳는 쯤이야 뭐. 착하지?"“아니..
“더 놀라운 일이 있어!”장미선은 거의 숨을 쉴 수가 없었다.“원유희한테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거에요?”“큰일이야!”윤설은 기뻐하며 물었다.“정신이 나가서 죽었죠?”“죽긴 뭐가 죽어? 임신했어!”장미선은 이런 타이밍에 장난하는 윤설이 납득 가지 않았다.“뭐라고요?”윤설은 벌떡 일어섰다.“누가 임신했다고요? 원유희가요? 그럴 리가요? 잘못 안 게 아니에요? 의사 선생님이 그때 원유희가 더 이상 임신하기 힘들다고 얘기했잖아요!”“내가 진작에 얘기했잖아, 설마가 사람을 잡는 법이야! 역시, 임신해버렸어!”장미선은 초조하게 물었다.“너 지금 어떡해? 쟤 또 임신했어. 근데 너랑 김신걸은 계속 이 상태고, 나 정말 걱정돼 미치겠어!”“신걸 씨가 놔둘 것 같아요? 임신해도 쓸모없어요!”윤설은 지금 머리가 어질어질해졌고 휘청이더니 바로 의자에 주저앉았다.“그럴 리가요...... 확실한 거 맞아요?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메이드가 연락이 왔어. 신걸이가 지금 원유희를 원수정 별장에 보내 안정을 취하도록 하고 있어. 심지어 어전원의 메이드도 보냈는데 이 아이를 지우려고 했다면 왜 이렇게 살뜰하게 챙겨주겠어? 신걸이가 이 아이를 아끼는 거 보면, 원유희랑 바로 결혼하는 거 아니겠지?”장미선은 추측하면 할수록 안색이 좋지 않았다.“안 돼요! 절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윤설은 갑자기 뭐가 떠오른 듯, 장미선이랑 물었다.“그 메이드는 별장에 갔대요?”“아니, 신걸이 무슨 생각인지, 두 명만 골라서 보냈더라고.”“그럼 엄청나게 아끼는 것도 아니네요?”윤설은 원유희를 중하게 여기는 김신걸이 보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그렇다고 생각했다.“암튼, 아이를 낳으려는 거는 확실하잖아?”장미선은 노파심에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했다.“세쌍둥이랑 또 다른 상황이야. 이 아이는 김신걸 곁에 있을 때 임신한 아이잖아, 김신걸이 얼마나 이뻐하겠어! 그때가 되면 넌 더더욱 나락으로 가는 거야! 자식이 귀하단 얘기가 그냥 해본 소리인 것 같아?”윤
윤설은 얼굴이 회복되자 드래곤 그룹으로 급히 갔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김신걸이 사무실에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고건이랑 물었다.“신걸 씨는요?”“일이 있어서 안 왔어요."“어제 무를 때도 이렇게 얘기했잖아요. 고 비서, 이렇게 성의 없이 대답할 거예요?”윤설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요.”고건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정말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못 오신 거예요.”"무슨 일이에요?"“그건 저도 잘 몰라요.”윤설은 마음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원유희가 임신한 바람에 얘 곁을 지키느라 못 온 거면서, 바쁜 척은?’질투와 분노로 가득 찬 마음 때문에 윤설은 점점 이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유희가 괴롭게 죽도록 빌고 또 빌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긴 다리가 보이더니 출근한 김신걸임을 발견했다.기쁜 윤설은 우아함을 잃지 않고 달려갔다.“신걸 씨, 왔어? 세상에 이런 우연이, 나도 금방 왔어.”윤설은 자신과 김신걸 사이의 인연은 원유희가 비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김신걸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짧게 대답했다.“응.”윤설은 김신걸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고, 밖에 있는 고건은 공적인 일이 있어도 먼저 미룰 수밖에 없었다.사무실에 들어가자 마 윤설은 김신걸이랑 얘기했다.“신걸 씨, 내 얼굴 좀 봐봐. 흉터 하나도 남지 않았어. 역시 퍼펙트 성형외과 다른긴 다른가 봐.”김신걸은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고 손목시계 시간을 보았다."일이 바빠서 너랑 함께 있을 시간이 없어."‘근데 원유희랑 같이 있을 시간은 많은가 봐?’하지만 윤설은 속으로만 이런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원유희가 임신한 사실을 모르는 척, 심지어 지난번 어전원에 들어가지 못한 일도 애초에 없었던 것으로 간주했다.“점심 같이 밥 먹으러 가지 않을래? 우리 오랫동안 함께 밥을 먹지 않았어.”윤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쌍한 척을 했다.김신걸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짐작할 수 없는 분위기를 뿜으며 손가락으로 테이블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