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원식은 원유희가 배고플까 걱정되여 한 상 가득 차렸다.주방에서 나온 표원식은 쏘파에서 멍 때리고 있는 원유희를 보았다.‘계속 저 자세로 있은건가?’원유희는 고개를 들어 표원식을 쳐다보았다.“식사 하세요.”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식탁을 바라보았다.“이리로 오세요.”표원식은 원유희의 팔을 잡아당겨 의자에 앉혔다.“저 사실 배가 안 고파요.”원유희가 말했다.“조금이라도 먹어요.”표원식이 원유희한테 반찬을 집어주었다.“고마워요.”“저한테 그렇게 예의 차리실 필요 없어요.”표원식이 말했다원유희는 고개를 떨구고 묵묵히 밥을 먹었다.표원식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혹시 손지현 아세요? 손지현이 그러는데 요즘 유희 씨가 통 보이질 않는다고 걱정하더라구요. 언제 식사자리 한 번 잡자고 하던데요. 손지이 쏜대요.”“손지현 좋은 여자에요.”원유희가 말했다.전에 손지현을 살인자라고 오해한것에 대해 늘 죄책감을 느꼈다.“괜찮은 사람이죠. 속도 없이.”표원식이 웃으며 말했다.“저랑은 연이 아닌것 같아요.”원유희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자 표원식이 말했다.“저 이미 지현이랑 얘기 끝났어요. 앞으로 친구 하기로 했어요.”“저 때문인건가요?”원유희가 물었다.묘지에서 찾아낸걸 보면 원유희를 얼마나 아끼는지를 알수 있었다.원유희의 솔직함에 표원식은 안경틀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저한테 시간 좀 주세요.”“교장 선생님, 전 그럴 사람이 못 돼요.”원유희의 말은 진실이었다.원유희는 걸레와도 같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절대로 부담 갖지 마세요.”표원식이 다독이며 말했다.“그쪽이 없었다해도 저 그렇게 빨리 결혼 하지는 못할거에요. 아무나랑 찾아서 결혼하지는 않을테니까요. 일생의 난제이기도 하죠.”원유희는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일생이라……. 자신의 생의 끝이 보이는듯 싶었다.사람은 그래도 기대가 있는게 낳은듯 했다.이때 벨이 울렸다.누군가가 문 밖에 서있었다.집에 이모님이 없었기
표원식은 원유희가 끌려가는걸 눈 뜨고 지켜볼수밖에 없었다.‘어떻게 구해야 할까?’원유희는 막막한 표정이었다.롤스로이스는 민이령으로 향했다,원유희는 뻣뻣하게 서 있었다.이미 들이닥칠 불행을 맞이할 준비를 다 한 사람같았다.김신걸의 거대한 몸이 원유희의 그림자를 감쌌다.“누가 당신더러 거기 가있으래? 내가 안 갔으면 거기에서 밤 샐 생각이었어?”김신걸이 물었다.오는 내내 참다가 한번에 폭발해버린듯 했다.“그냥 밥만 먹으러…….”원유희가 시선을 피했다.“표원식이랑 밥 먹는거 내 동의 거쳤어?”김신걸이 원유희의 얼굴을 잡고 물었다.“날 건드리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는거야? 왜 말을 듣지 않는거야?”원유희의 볼이 터질것만 같았다.원유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집에 밥 있어? 나 밥 먹고 싶어.”“아까 먹지 않았어?”김신걸이 물었다.“이제부터 내가 먹을 차례야.”“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욕실문이 열렸다.김신걸은 원유희를 욕실로 밀어넣고는 문을 닫았다.폭력적인 소리였다.물이 뿜어져나오는 소리에 원유희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비명을 질렀다.어느새 몸 전체가 물에 젖었다.김신걸은 원유희의 머리를 잡고 키스를 했다.원유희는 반항할 힘도 없이 김신걸의 키스를 맞이했다.김신걸한테 이건 아무것고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별장으로 갔더니 별장에는 없고 표원식 집에 있었던거야? 내가 어떻게 해야 내 말을 들을건데?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왜 자꾸 날 자극하는건데?”이게 네가 원하는거라면 내가 그 소원 들어줄게.’김신걸은 원유희를 벽에 몰아붙였다. 피 비린내가 나는것 같았다.원유희는 김신걸에 의해 팔에 핏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핏물이 바닥에 떨어졌다.김신걸이 멈칫했다.‘내가 이런거야?’옷 안에 감겨진 붕대가 보였다. 하얀색 붕대는 이미 피로 빨갛게 물들어있었다.“너 다쳤어?”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팔만 내려다 보았다,김신걸은 원유희를 데리고 나가 원유희 팔에 감겨진 붕대를 풀었다. 상처가 드
전화를 끊은 후, 원유희를 욕실로 들어가게 한 뒤 욕조에 물을 받고 다친 손을 그 위에 놓았다. 김신걸이 직접 씻겨주는 걸 원유희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분명히 자신이 원했던 순종적인 모습인데도,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무슨 생각 하고 있어?”“나 혼자 씻어도 돼?”김신걸이 턱을 잡으며 묻자, 원유희가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내가 모르는 상처가 또 있어?”김신걸의 시선이 그녀의 어깨에 있는 키스 자국에 떨어졌고, 거친 손가락이 배로 미끄러지자 원유희는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에 어깨를 움츠렸다.“왜 여기만 짙은 색깔이지?”김신걸이 온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목소리가 얼마나 차가웠는지 욕조의 물마저도 차갑다고 느껴질 정도였다.원유희는 사무실에서 김명화가 한 짓이라는 것 알고 있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긴장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이때, 초인종이 울리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끊었다.송욱이 달려올 줄은 예상치 못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무관심했다. 잠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잔잔한 물처럼 평온하게 송욱의 진료를 받았다.“물이 닿지 않게 하면 괜찮을 거예요. 소염제를 더 처방해 드릴게요.”송욱이 소염제를 처방해 준 뒤 떠났고, 소파에 앉은 김신걸의 깊고 위험한 검은 눈동자가 예리하게 그녀를 주시하며 얇은 입술 꼬리를 올렸다.“해명해!”원유희는 그가 방금 욕실에서 어깨의 붉은 자국을 본 것에 대해 추궁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몰라…….”“오늘 김명화와 표원식 둘 다 봤지? 누가 그랬어?”김신걸의 내면에는 여전히 포악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다른 남자가 그녀를 건드렸다는 걸 생각할수록 포악한 감정은 심해질 뿐이고, 억누를수록 더욱 참기 어려웠다.“네가 그랬잖아.”원유희가 말했다.“아침에 본 건?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김신걸이 음산한 목소리로 물었다.“점점 더 심해진 거겠지.”원유희는 얼굴을 떨군 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덮어 내려다보았다.“정말?”그녀가 고개
왜 토했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아침에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걸까?사무실로 돌아와 좌석에 앉은 그녀는 서랍에서 문구용 칼을 꺼내 팔뚝 피부에 그었다.“아!”원유희는 입술을 깨물고 아픔을 참았다. 이렇게 해야만 자신의 마음이 좀 편안해질 것만 같았다.그때, 책상 위의 휴대폰이 울렸다. 표원식에게서 온 전화였다.“여보세요…….”“괜찮아요?”“회사에 있어요. 괜찮으니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그렇게 끌려갔는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하지만 표원식은 자신이 밤에 잠을 설쳤다고는 말하지 않았다.“교장 선생님, 앞으로 제가 죽어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무슨 소리예요? 그런 불길한 말 함부로 하지 마요!”“어차피 사람들은 결국 죽어요.”“젊은 사람이 죽음 얘기를 하기는 이르지 않습니까.”“아침저녁으로 현실을 마주하면 너무 힘들고…….”원유희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지금 생각해야 할 건 아이의 성장, 아이의 귀여움이에요. 이건 다른 사람에게 없는 겁니다. 아이들도 당신이 행복하길 바랄 거예요.”“저도 알지만…….”원유희는 어떤 말을 들어도 힘이 나지 않았다.“저 일단 일 좀 볼게요.”“네,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세요.”원유희가 전화를 끊었다. 아버지도 분명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무슨 일 있으면 아버지에게 연락하라고.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한 적이 없었다. 그때 아버지가 실망하셨을까……?그렇지만 실망하는 게 김신걸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해를 입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점심때가 되자, 김신걸은 회사에 나타나 사무실로 들어갔다. 원유희는 그를 한 번 보고 아무런 반응 없이 계속 컴퓨터 앞에 멍하니 있었다.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집중을 할 수 없었다.마치 머리가 통제력을 잃은 것처럼…….김신걸이 책상 앞으로 다가가 옆에 놓인 휴대폰을 들었다. 그가 원유희에게 준 휴대폰이다.“이제 나한테 숨기지도 않는구나?”김신걸이 음산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와 표원식의 통화를 들은
그 두려움 없는 눈빛은 김신걸의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했다. 마치 그가 뭐라고 하든 덤덤하게 받아들일 것만 같았다.김신걸은 이렇게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보다, 무서워하는 걸 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녀의 입술에 다가갔다.“용서를 빌면 가만히 놔둘게.”하지만 원유희는 용서를 빌지 않았고, 입술을 벌릴 의지도 없이 멍한 눈빛이었다.“이래도 안하는지 보자…….”김신걸이 그녀의 작은 입술에 덥석 키스했다. 사실 그는 거짓말이라도 그녀가 용서를 빌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그리고 김신걸의 손이 미친 듯 날뛰었다.사무실 문 밖에는 경호원이 지키고 있어서 아무도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한 시간 후, 경호원의 몸에 있는 휴대폰이 진동했고 이어서 김신걸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먹을 것 좀 구해와.”“네.”휴대폰을 던진 김신걸은 원유희를 품에 안으며 순종적인 모습에 만족했다.“진작 입을 열어 용서를 빌었으면 얼마나 좋아.”그의 품에 엎드린 원유희는 말없이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곧 점심이 사무실이 배달되었고, 두 사람은 점심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김신걸은 침대에 누운 그녀에게 다시 뽀뽀를 하며 말했다.“저녁에 퇴근하고 데리러 올게.”그가 스탠드를 끄고 나갔지만, 원유희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 잠을 이루지 못했다.너무 괴로웠던 그녀는 참다못해 일어나 책상 서랍에 있는 칼을 찾아 새하얀 팔뚝에 다시 그었다. 아침에 그은 것보다 더 깊어서 피가 줄줄 흐르며 땅에 떨어졌다.급하게 칼날을 던지고 휴지를 뽑아 상처를 누르고 나서야 힘없이 땅에 앉았다.‘이렇게 하면 훨씬 편안해지고 아프지 않을 거야…….’낮잠을 자고 일어난 원유희가 깨어났을 때는 벌써 3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그녀가 잠에서 깰 때를 기다린 오서진이 여전히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대표님, 괜찮으세요? 얼굴에 핏기가 없어요.”그러자 원유희가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그래요?”“보좌관을 구할까요?”“아니요.”원유희
그랬을 리 없어, 아빠 회사인데…….그때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고, 원유희는 김신걸이 들어온 줄 알았다. 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인 것은 하이힐을 신고 거들먹거리며 들어오는 윤설이었다.어쨌든 흉터가 그렇게 빨리 나을 수는 없기에, 아직도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신걸이한테 죽은 줄 알았는데, 아직 회사에 있었어? 목숨도 참 질겨! 쉽게 죽어야 편한데 말이야.”윤설은 들어오자마자 독설을 내뱉더니 책상 앞 의자에 걸터앉아 선글라스를 벗고 원유희와 마주했다.“그런데 정말 상태가 안 좋아 보이네. 요즘 좀 살기 힘들지?”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들고 보안팀에 연락했다.“제 사무실로 좀 오세요.”그 모습을 본 윤설이 물었다.“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 도와주러 오라고 하는거야?”“너 겁도 참 없구나, 감히 내 앞에 나타나다니.”원유희가 답했다.“내가 못 올 이유가 있어? 신걸이가 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 너 따위가 뭐가 무섭겠냐고! 신걸이한테 네 손을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원유희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김신걸 때문에 윤설은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고 있다. 엄마와 아빠도 없는 마당에 혼자 이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김신걸에게도 압박을 당해 죽을 지경이다.윤설은 책상 위의 서류를 집어 들고 보더니 바닥에 던지며 도발적으로 원유희를 쳐다보았다. 마치 원유희가 어떻게 반응할 지 시험하는 것처럼.“화나지? 그래도 뭐 어쩌겠어? 화도 못 내겠지? 불쌍해라.”“김신걸이 왜 너랑 안 자는지 알아?”원유희가 묻자, 윤설의 눈빛이 마치 뭔가에 찔린 것처럼 변했다가 다시 거들떠보지도 않는 듯 바뀌었다.“뭐라고? 김신걸이 왜 나랑 안 자? 농담하지 마. 내가 외모든 매력이든 모든 면에서 너보다 뛰어난데! 김신걸이 매번 침대에서 얼마나 들러붙는 지 알아?”“민이령의 아파트에서 네가 김신걸한테 하는 말을 문밖에서 들었어.”원유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윤설을 바라보았다.“너……!”윤설
아이들이 올 줄 몰랐던 원유희는 다리로 달려드는 세 아이를 보고 약간 멍해졌다. 예전처럼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는 놀란 마음이 더 컸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있는 칼자국 흉터가 떠올라 차마 손도 내밀지 못하고 있었다.“엄마, 내가 데리러 왔어요, 퇴근해요!”“케이크 가져왔어요!”“엄마, 신나죠?!”그 물음에 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신나…….”세 아이는 엄마보다도 더 기뻐하며 다리에 엎드려 작은 엉덩이를 내밀고 깡충깡충 뛰었다.그때, 김신걸이 사무실로 들어왔다.“퇴근해도 돼?”원유희는 일어나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아이들의 손에는 작은 케이크가 있었다. 바로 세 아이들의 마음이었다. 아이들은 올 때마다 그녀에게 이렇게 디저트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이번에 먹는 케이크는 뭔가 씁쓸함이 느껴졌고, 삼킬 때마다 눈에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참고 또 참았다.갑자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순진한 아이들이, 자신의 우울한 기분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을 까 두려웠다.자신 같은 엄마와 함께 지내면 언제까지나 즐거울 수 없을텐데…….그리고 나중에 김신걸이 윤설과 결혼하면 그녀는 첩 같은 존재가 될 텐데, 다른 사람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손가락질이라도 하면…….“엄마? 엄마!”아이의 외침에 원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세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왜 그래?”“무슨 생각 하세요?”유담이가 물었다.“그냥…… 이 디저트가 너무 맛있어서 어디에서 샀을까 생각하고 있었어.”원유희가 적당한 이유를 찾아 둘러댔다.“엄마는 알 필요 없어요! 우리가 맨날 사줄 테니까!”조한이가 패기 있게 말했다.“맞아!”유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원유희는 그들의 작은 얼굴을 가볍게 만졌다. 말랑말랑하고 통통한 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아이들을 낳을 때는 이렇게 부담이 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옆에 있던 김신걸은 말이 없었지만 원유희가 멍하게 있을 때 그녀의 몸에서 시선을
그러자 가늘고 긴 상처 두 개가 드러났고, 김신걸의 검은 눈동자가 약간 흔들리며 실눈을 뜨고 무서운 목소리로 물었다.“이거 뭐야?”상처 옆에는 아직도 피가 있었고 빨갛게 부어 있었다. 상처가 난 후 제대로 처리를 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그냥 실수로…….”“또 철사야?!”원유희는 손을 빼려고 했으나, 김신걸의 얼굴빛은 이미 어두워져 무섭게 차 문의 잠금 버튼을 누르고 앞의 운전기사에게 소리쳤다.“빨리 병원으로 가!”운전기사가 급히 시동을 걸고 떠났다.등을 맞대고 계단을 오르던 세 아이가 겨우 다 올라가 고개를 돌렸을 때, 차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아이들도 놔두고 병원에 갈 수는 없어.”원유희가 조급해하며 차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계속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 내릴 수가 없었다.“말해, 어떻게 된 거야?”이 상처가 인위적으로 생긴 거라는 걸 알아본 김신걸은 가능한 냉정함을 유지했다. 원유희는 입술을 오므리고 말없이 차창 밖만 멍하게 바라보았고, 김신걸이 힘껏 그녀의 어깨를 잡고 마주보며 말했다.“내가 묻잖아, 대답해!”“그게 그렇게 중요해?”원유희가 조용히 물었다. 그 눈빛은 김신걸을 가슴이 터질 정도로 답답하게 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만지며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가 허스키하게 다시 물었다.“네가 한 거야?”하지만 원유희는 계속 말이 없었다. 눈앞의 남자에게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도대체 뭘 알고 싶어하는 걸까? 이 상처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자신의 몸은 그의 것이니 파손되면 화가 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괴로웠고, 이렇게 해야만 마음이 편했다.병원에 도착한 원유희를 치료하던 송욱이 말했다.“상처 모양이 평평해요. 어제 치료했던 거랑 마찬가지로 칼에 베인거죠. 간격은 크지 않네요.”원유희는 시선을 떨군 채 말을 하지 않았고, 송욱이 소염제를 발라 줄 때도 반응이 없었다. 마치 그 팔이 자신과 관계가 없는 것처럼.김신걸은 송욱에게 눈짓을 하고는 몸을 돌려 나갔다.송욱도 김신걸의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