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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전화를 끊은 후, 원유희를 욕실로 들어가게 한 뒤 욕조에 물을 받고 다친 손을 그 위에 놓았다. 김신걸이 직접 씻겨주는 걸 원유희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분명히 자신이 원했던 순종적인 모습인데도,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 하고 있어?”

“나 혼자 씻어도 돼?”

김신걸이 턱을 잡으며 묻자, 원유희가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모르는 상처가 또 있어?”

김신걸의 시선이 그녀의 어깨에 있는 키스 자국에 떨어졌고, 거친 손가락이 배로 미끄러지자 원유희는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에 어깨를 움츠렸다.

“왜 여기만 짙은 색깔이지?”

김신걸이 온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목소리가 얼마나 차가웠는지 욕조의 물마저도 차갑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원유희는 사무실에서 김명화가 한 짓이라는 것 알고 있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긴장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초인종이 울리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끊었다.

송욱이 달려올 줄은 예상치 못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무관심했다. 잠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잔잔한 물처럼 평온하게 송욱의 진료를 받았다.

“물이 닿지 않게 하면 괜찮을 거예요. 소염제를 더 처방해 드릴게요.”

송욱이 소염제를 처방해 준 뒤 떠났고, 소파에 앉은 김신걸의 깊고 위험한 검은 눈동자가 예리하게 그녀를 주시하며 얇은 입술 꼬리를 올렸다.

“해명해!”

원유희는 그가 방금 욕실에서 어깨의 붉은 자국을 본 것에 대해 추궁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몰라…….”

“오늘 김명화와 표원식 둘 다 봤지? 누가 그랬어?”

김신걸의 내면에는 여전히 포악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다른 남자가 그녀를 건드렸다는 걸 생각할수록 포악한 감정은 심해질 뿐이고, 억누를수록 더욱 참기 어려웠다.

“네가 그랬잖아.”

원유희가 말했다.

“아침에 본 건?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김신걸이 음산한 목소리로 물었다.

“점점 더 심해진 거겠지.”

원유희는 얼굴을 떨군 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덮어 내려다보았다.

“정말?”

그녀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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