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후, 원유희를 욕실로 들어가게 한 뒤 욕조에 물을 받고 다친 손을 그 위에 놓았다. 김신걸이 직접 씻겨주는 걸 원유희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분명히 자신이 원했던 순종적인 모습인데도,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무슨 생각 하고 있어?”“나 혼자 씻어도 돼?”김신걸이 턱을 잡으며 묻자, 원유희가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내가 모르는 상처가 또 있어?”김신걸의 시선이 그녀의 어깨에 있는 키스 자국에 떨어졌고, 거친 손가락이 배로 미끄러지자 원유희는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에 어깨를 움츠렸다.“왜 여기만 짙은 색깔이지?”김신걸이 온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목소리가 얼마나 차가웠는지 욕조의 물마저도 차갑다고 느껴질 정도였다.원유희는 사무실에서 김명화가 한 짓이라는 것 알고 있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긴장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이때, 초인종이 울리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끊었다.송욱이 달려올 줄은 예상치 못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무관심했다. 잠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잔잔한 물처럼 평온하게 송욱의 진료를 받았다.“물이 닿지 않게 하면 괜찮을 거예요. 소염제를 더 처방해 드릴게요.”송욱이 소염제를 처방해 준 뒤 떠났고, 소파에 앉은 김신걸의 깊고 위험한 검은 눈동자가 예리하게 그녀를 주시하며 얇은 입술 꼬리를 올렸다.“해명해!”원유희는 그가 방금 욕실에서 어깨의 붉은 자국을 본 것에 대해 추궁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몰라…….”“오늘 김명화와 표원식 둘 다 봤지? 누가 그랬어?”김신걸의 내면에는 여전히 포악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다른 남자가 그녀를 건드렸다는 걸 생각할수록 포악한 감정은 심해질 뿐이고, 억누를수록 더욱 참기 어려웠다.“네가 그랬잖아.”원유희가 말했다.“아침에 본 건?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김신걸이 음산한 목소리로 물었다.“점점 더 심해진 거겠지.”원유희는 얼굴을 떨군 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덮어 내려다보았다.“정말?”그녀가 고개
왜 토했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아침에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걸까?사무실로 돌아와 좌석에 앉은 그녀는 서랍에서 문구용 칼을 꺼내 팔뚝 피부에 그었다.“아!”원유희는 입술을 깨물고 아픔을 참았다. 이렇게 해야만 자신의 마음이 좀 편안해질 것만 같았다.그때, 책상 위의 휴대폰이 울렸다. 표원식에게서 온 전화였다.“여보세요…….”“괜찮아요?”“회사에 있어요. 괜찮으니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그렇게 끌려갔는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하지만 표원식은 자신이 밤에 잠을 설쳤다고는 말하지 않았다.“교장 선생님, 앞으로 제가 죽어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무슨 소리예요? 그런 불길한 말 함부로 하지 마요!”“어차피 사람들은 결국 죽어요.”“젊은 사람이 죽음 얘기를 하기는 이르지 않습니까.”“아침저녁으로 현실을 마주하면 너무 힘들고…….”원유희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지금 생각해야 할 건 아이의 성장, 아이의 귀여움이에요. 이건 다른 사람에게 없는 겁니다. 아이들도 당신이 행복하길 바랄 거예요.”“저도 알지만…….”원유희는 어떤 말을 들어도 힘이 나지 않았다.“저 일단 일 좀 볼게요.”“네,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세요.”원유희가 전화를 끊었다. 아버지도 분명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무슨 일 있으면 아버지에게 연락하라고.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한 적이 없었다. 그때 아버지가 실망하셨을까……?그렇지만 실망하는 게 김신걸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해를 입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점심때가 되자, 김신걸은 회사에 나타나 사무실로 들어갔다. 원유희는 그를 한 번 보고 아무런 반응 없이 계속 컴퓨터 앞에 멍하니 있었다.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집중을 할 수 없었다.마치 머리가 통제력을 잃은 것처럼…….김신걸이 책상 앞으로 다가가 옆에 놓인 휴대폰을 들었다. 그가 원유희에게 준 휴대폰이다.“이제 나한테 숨기지도 않는구나?”김신걸이 음산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와 표원식의 통화를 들은
그 두려움 없는 눈빛은 김신걸의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했다. 마치 그가 뭐라고 하든 덤덤하게 받아들일 것만 같았다.김신걸은 이렇게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보다, 무서워하는 걸 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녀의 입술에 다가갔다.“용서를 빌면 가만히 놔둘게.”하지만 원유희는 용서를 빌지 않았고, 입술을 벌릴 의지도 없이 멍한 눈빛이었다.“이래도 안하는지 보자…….”김신걸이 그녀의 작은 입술에 덥석 키스했다. 사실 그는 거짓말이라도 그녀가 용서를 빌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그리고 김신걸의 손이 미친 듯 날뛰었다.사무실 문 밖에는 경호원이 지키고 있어서 아무도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한 시간 후, 경호원의 몸에 있는 휴대폰이 진동했고 이어서 김신걸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먹을 것 좀 구해와.”“네.”휴대폰을 던진 김신걸은 원유희를 품에 안으며 순종적인 모습에 만족했다.“진작 입을 열어 용서를 빌었으면 얼마나 좋아.”그의 품에 엎드린 원유희는 말없이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곧 점심이 사무실이 배달되었고, 두 사람은 점심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김신걸은 침대에 누운 그녀에게 다시 뽀뽀를 하며 말했다.“저녁에 퇴근하고 데리러 올게.”그가 스탠드를 끄고 나갔지만, 원유희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 잠을 이루지 못했다.너무 괴로웠던 그녀는 참다못해 일어나 책상 서랍에 있는 칼을 찾아 새하얀 팔뚝에 다시 그었다. 아침에 그은 것보다 더 깊어서 피가 줄줄 흐르며 땅에 떨어졌다.급하게 칼날을 던지고 휴지를 뽑아 상처를 누르고 나서야 힘없이 땅에 앉았다.‘이렇게 하면 훨씬 편안해지고 아프지 않을 거야…….’낮잠을 자고 일어난 원유희가 깨어났을 때는 벌써 3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그녀가 잠에서 깰 때를 기다린 오서진이 여전히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대표님, 괜찮으세요? 얼굴에 핏기가 없어요.”그러자 원유희가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그래요?”“보좌관을 구할까요?”“아니요.”원유희
그랬을 리 없어, 아빠 회사인데…….그때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고, 원유희는 김신걸이 들어온 줄 알았다. 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인 것은 하이힐을 신고 거들먹거리며 들어오는 윤설이었다.어쨌든 흉터가 그렇게 빨리 나을 수는 없기에, 아직도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신걸이한테 죽은 줄 알았는데, 아직 회사에 있었어? 목숨도 참 질겨! 쉽게 죽어야 편한데 말이야.”윤설은 들어오자마자 독설을 내뱉더니 책상 앞 의자에 걸터앉아 선글라스를 벗고 원유희와 마주했다.“그런데 정말 상태가 안 좋아 보이네. 요즘 좀 살기 힘들지?”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들고 보안팀에 연락했다.“제 사무실로 좀 오세요.”그 모습을 본 윤설이 물었다.“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 도와주러 오라고 하는거야?”“너 겁도 참 없구나, 감히 내 앞에 나타나다니.”원유희가 답했다.“내가 못 올 이유가 있어? 신걸이가 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 너 따위가 뭐가 무섭겠냐고! 신걸이한테 네 손을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원유희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김신걸 때문에 윤설은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고 있다. 엄마와 아빠도 없는 마당에 혼자 이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김신걸에게도 압박을 당해 죽을 지경이다.윤설은 책상 위의 서류를 집어 들고 보더니 바닥에 던지며 도발적으로 원유희를 쳐다보았다. 마치 원유희가 어떻게 반응할 지 시험하는 것처럼.“화나지? 그래도 뭐 어쩌겠어? 화도 못 내겠지? 불쌍해라.”“김신걸이 왜 너랑 안 자는지 알아?”원유희가 묻자, 윤설의 눈빛이 마치 뭔가에 찔린 것처럼 변했다가 다시 거들떠보지도 않는 듯 바뀌었다.“뭐라고? 김신걸이 왜 나랑 안 자? 농담하지 마. 내가 외모든 매력이든 모든 면에서 너보다 뛰어난데! 김신걸이 매번 침대에서 얼마나 들러붙는 지 알아?”“민이령의 아파트에서 네가 김신걸한테 하는 말을 문밖에서 들었어.”원유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윤설을 바라보았다.“너……!”윤설
아이들이 올 줄 몰랐던 원유희는 다리로 달려드는 세 아이를 보고 약간 멍해졌다. 예전처럼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는 놀란 마음이 더 컸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있는 칼자국 흉터가 떠올라 차마 손도 내밀지 못하고 있었다.“엄마, 내가 데리러 왔어요, 퇴근해요!”“케이크 가져왔어요!”“엄마, 신나죠?!”그 물음에 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신나…….”세 아이는 엄마보다도 더 기뻐하며 다리에 엎드려 작은 엉덩이를 내밀고 깡충깡충 뛰었다.그때, 김신걸이 사무실로 들어왔다.“퇴근해도 돼?”원유희는 일어나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아이들의 손에는 작은 케이크가 있었다. 바로 세 아이들의 마음이었다. 아이들은 올 때마다 그녀에게 이렇게 디저트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이번에 먹는 케이크는 뭔가 씁쓸함이 느껴졌고, 삼킬 때마다 눈에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참고 또 참았다.갑자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순진한 아이들이, 자신의 우울한 기분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을 까 두려웠다.자신 같은 엄마와 함께 지내면 언제까지나 즐거울 수 없을텐데…….그리고 나중에 김신걸이 윤설과 결혼하면 그녀는 첩 같은 존재가 될 텐데, 다른 사람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손가락질이라도 하면…….“엄마? 엄마!”아이의 외침에 원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세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왜 그래?”“무슨 생각 하세요?”유담이가 물었다.“그냥…… 이 디저트가 너무 맛있어서 어디에서 샀을까 생각하고 있었어.”원유희가 적당한 이유를 찾아 둘러댔다.“엄마는 알 필요 없어요! 우리가 맨날 사줄 테니까!”조한이가 패기 있게 말했다.“맞아!”유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원유희는 그들의 작은 얼굴을 가볍게 만졌다. 말랑말랑하고 통통한 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아이들을 낳을 때는 이렇게 부담이 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옆에 있던 김신걸은 말이 없었지만 원유희가 멍하게 있을 때 그녀의 몸에서 시선을
그러자 가늘고 긴 상처 두 개가 드러났고, 김신걸의 검은 눈동자가 약간 흔들리며 실눈을 뜨고 무서운 목소리로 물었다.“이거 뭐야?”상처 옆에는 아직도 피가 있었고 빨갛게 부어 있었다. 상처가 난 후 제대로 처리를 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그냥 실수로…….”“또 철사야?!”원유희는 손을 빼려고 했으나, 김신걸의 얼굴빛은 이미 어두워져 무섭게 차 문의 잠금 버튼을 누르고 앞의 운전기사에게 소리쳤다.“빨리 병원으로 가!”운전기사가 급히 시동을 걸고 떠났다.등을 맞대고 계단을 오르던 세 아이가 겨우 다 올라가 고개를 돌렸을 때, 차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아이들도 놔두고 병원에 갈 수는 없어.”원유희가 조급해하며 차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계속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 내릴 수가 없었다.“말해, 어떻게 된 거야?”이 상처가 인위적으로 생긴 거라는 걸 알아본 김신걸은 가능한 냉정함을 유지했다. 원유희는 입술을 오므리고 말없이 차창 밖만 멍하게 바라보았고, 김신걸이 힘껏 그녀의 어깨를 잡고 마주보며 말했다.“내가 묻잖아, 대답해!”“그게 그렇게 중요해?”원유희가 조용히 물었다. 그 눈빛은 김신걸을 가슴이 터질 정도로 답답하게 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만지며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가 허스키하게 다시 물었다.“네가 한 거야?”하지만 원유희는 계속 말이 없었다. 눈앞의 남자에게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도대체 뭘 알고 싶어하는 걸까? 이 상처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자신의 몸은 그의 것이니 파손되면 화가 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괴로웠고, 이렇게 해야만 마음이 편했다.병원에 도착한 원유희를 치료하던 송욱이 말했다.“상처 모양이 평평해요. 어제 치료했던 거랑 마찬가지로 칼에 베인거죠. 간격은 크지 않네요.”원유희는 시선을 떨군 채 말을 하지 않았고, 송욱이 소염제를 발라 줄 때도 반응이 없었다. 마치 그 팔이 자신과 관계가 없는 것처럼.김신걸은 송욱에게 눈짓을 하고는 몸을 돌려 나갔다.송욱도 김신걸의
“당신이 그녀의 몸에 손을 댈 때마다 그렇게 스스로 학대할 거예요. 심리상담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말을 마친 송욱은 김신걸을 물끄러미 보았고, 김신걸은 초조함에 감정을 자제하기 어려워했다.“그래서 자기를 풀어달라고 일부러 나한테 보여주는 거야?”“일부러 꾸민 거라면 몸까지 그렇게 야위었을 리가 없어요. 더 늦으면 어렵습니다.”송욱의 말에 김신걸은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심리상담을 실시해!”“네.”원유희는 방으로 끌려가자마자 문패에 걸린 ‘심리상담’ 네 글자를 보았다. 자리에 앉은 그녀가 정신과 의사에게 물었다.“제 심리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전문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구요. 혈육 간의 정, 사랑, 우정 모두 감정 문제에 해당하죠. 아니면 다른 마음 속 고민을 얘기해도 좋아요. 나를 의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대나무숲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마음이 좀 편할 겁니다.”“저는 김신걸을 떠나고 싶어요. 저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을 죽이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어요? 아이를 데리고 제성을 떠나고 싶은데, 해줄 수 있어요?”원유희는 연거푸 세 가지 문제를 말했고, 정신과 의사는 어리둥절해졌다.“그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다른 마음가짐으로 직면해야죠.”“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말씀하세요.”“오랫동안 갇혀 있으면, 괴롭겠죠?”“한 사람을 오랫동안 가두면, 일단…….”“저는 그냥 묻는 거예요. 그런 상황을 정상인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구요.”원유희가 그의 말을 끊으며 계속 말했다.“공감할 수 없으시죠? 그건 선생님이 갇힌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 갇힌 사람에게 심리 상담을 하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이죠.”그 말을 들은 정신과 의사가 멍하니 있을 때, 원유희는 일어서서 떠났다. 그리고는 밖에 있던 송욱과 김신걸을 무시하고 그
“네가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되잖아.”원유희가 담담하게 말했지만, 김신걸은 짐승처럼 다가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건드리는 것뿐만 아니라 오늘부터 매일 함께 잘 거야. 나한테 새로운 상처를 들키지 않는 게 좋을걸?”하지만 원유희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이미 위협 같은 건 느끼고 있지 않았다. 기껏해야 가두고 있는 것뿐 아닌가? 어차피 자신의 목숨이 어떻게 되든 개의치 않는 그녀였다.그리고 원유희는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차창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한 번 해 봐…….”이런 반응과 말투는, 김신걸의 분노를 폭발하게 했지만 그는 간신히 참았다.“유희야, 나한테 반항해서 좋을 게 뭐가 있어? 너는 어차피 나를 이길 수 없어.”그러자 원유희가 창 밖의 시선을 거두고 그를 바라보았다.“나를 죽여주면 고맙겠어.”김신걸의 안색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검은 눈동자가 음흉하게 변하고 팔걸이를 잡은 손등에 핏줄이 드러났다.하지만 원유희는 그가 전혀 두렵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목숨이 아무 상관도 없는 것처럼.화가 극에 달한 김신걸은 오히려 차분해져 의자에 기대었다.“오늘 어전원에서 자.”원유희는 다시 창 밖을 바라보며 무관심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의 명령하는 말투에 여전히 가슴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차가 어전원에 도착하자, 김신걸은 원유희의 손을 잡고 내렸다. 그녀는 몇 번 발버둥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 장면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마치 애정 가득한 장면같았다. 하지만 원유희는 바늘에 찔리는 듯 자신의 손을 잡은 김신걸의 손을 견딜 수 없었다.세 아이들은 부모님이 돌아오는 걸 보고 매우 기뻐했고, 해림이 그들에게 다가와 말했다.“부모님이 돌아오시면 먹는다며 계속 밥을 안 먹고 있었어요.”김신걸은 원유희의 가녀린 허리를 잡고 식탁으로 향했다. 그 모습은 마치 납치를 하는 것 같았다.“잘 됐군, 같이 먹으면 되겠네.”세 아이들은 깡충깡충 뛰며 식탁으로 갔고, 원유희도 어쩔 수 없이 밥을 먹는 척했다. 아이들과는 여전히 잘 어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