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원유희가 정말로 마음 먹고 한 판 붙으려 한다면 김신걸도 감히 그녀를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어쨌든 아이가 셋이나 있으니까.한편 사무실에 남겨진 원유희는 일을 하면서도 조금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머릿속은 그야말로 텅 비어 있었다.그녀가 정신을 차릴 때쯤은 이미 점심이 되었다.하지만 입맛이 없었던 그녀는 사무실을 아예 떠났다."원 사장님, 식사 하셨어요?" 오서진이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하지만 원유희는 못 들은 것처럼 곧장 앞을 지나갔다.오서진은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설마 허은비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건가?얼마 후, 원휴희는 차를 타고 묘지로 향했다.윤정과 원수정의 묘지 앞에서 무릎 꿇은 그녀는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그녀는 갑자기 살아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할 것 같았다.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유독 이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아무것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아이도 잘 키우지 못하고, 부모도 모두 죽고, 살인자는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이 지경에 내가 살아서 숨 쉬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아빠, 엄마... 나 이제 어떻게 살아야 돼?" 원유희는 흐느끼며 울었다."나 이젠 아무것도 없어! 그냥 몸뚱아리 하나만 남아있단 말이야. 나도 죽으면 더이상고통스럽지 않을가?”힘이 없을 정도로 울고난 유가연은 얼마 후 묘비 옆으로 쓰러졌다.그녀의 인생은 정말 말 그대로 절벽 끝까지 이르렀다.더이상 희망의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녀는 엄마, 아빠 곁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다. 사실 어린 나이의 그녀는 아직 아이이긴 하다.또래의 다른 친구들은 흔히들 엄마 아빠 품에서 애교를 부리곤 하는데, 그녀의 인생은 이미 형편없이 망가져있는 상태였다...."유희야? 얼른 일어나봐, 유희야..."한참이 지난 후, 원유희는 어렴풋이 눈을 떴다. 무기력한 그녀의 시선에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한 표원식이 보였다. "교장선생님...""너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야?
표원식은 원유희가 배고플까 걱정되여 한 상 가득 차렸다.주방에서 나온 표원식은 쏘파에서 멍 때리고 있는 원유희를 보았다.‘계속 저 자세로 있은건가?’원유희는 고개를 들어 표원식을 쳐다보았다.“식사 하세요.”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식탁을 바라보았다.“이리로 오세요.”표원식은 원유희의 팔을 잡아당겨 의자에 앉혔다.“저 사실 배가 안 고파요.”원유희가 말했다.“조금이라도 먹어요.”표원식이 원유희한테 반찬을 집어주었다.“고마워요.”“저한테 그렇게 예의 차리실 필요 없어요.”표원식이 말했다원유희는 고개를 떨구고 묵묵히 밥을 먹었다.표원식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혹시 손지현 아세요? 손지현이 그러는데 요즘 유희 씨가 통 보이질 않는다고 걱정하더라구요. 언제 식사자리 한 번 잡자고 하던데요. 손지이 쏜대요.”“손지현 좋은 여자에요.”원유희가 말했다.전에 손지현을 살인자라고 오해한것에 대해 늘 죄책감을 느꼈다.“괜찮은 사람이죠. 속도 없이.”표원식이 웃으며 말했다.“저랑은 연이 아닌것 같아요.”원유희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자 표원식이 말했다.“저 이미 지현이랑 얘기 끝났어요. 앞으로 친구 하기로 했어요.”“저 때문인건가요?”원유희가 물었다.묘지에서 찾아낸걸 보면 원유희를 얼마나 아끼는지를 알수 있었다.원유희의 솔직함에 표원식은 안경틀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저한테 시간 좀 주세요.”“교장 선생님, 전 그럴 사람이 못 돼요.”원유희의 말은 진실이었다.원유희는 걸레와도 같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절대로 부담 갖지 마세요.”표원식이 다독이며 말했다.“그쪽이 없었다해도 저 그렇게 빨리 결혼 하지는 못할거에요. 아무나랑 찾아서 결혼하지는 않을테니까요. 일생의 난제이기도 하죠.”원유희는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일생이라……. 자신의 생의 끝이 보이는듯 싶었다.사람은 그래도 기대가 있는게 낳은듯 했다.이때 벨이 울렸다.누군가가 문 밖에 서있었다.집에 이모님이 없었기
표원식은 원유희가 끌려가는걸 눈 뜨고 지켜볼수밖에 없었다.‘어떻게 구해야 할까?’원유희는 막막한 표정이었다.롤스로이스는 민이령으로 향했다,원유희는 뻣뻣하게 서 있었다.이미 들이닥칠 불행을 맞이할 준비를 다 한 사람같았다.김신걸의 거대한 몸이 원유희의 그림자를 감쌌다.“누가 당신더러 거기 가있으래? 내가 안 갔으면 거기에서 밤 샐 생각이었어?”김신걸이 물었다.오는 내내 참다가 한번에 폭발해버린듯 했다.“그냥 밥만 먹으러…….”원유희가 시선을 피했다.“표원식이랑 밥 먹는거 내 동의 거쳤어?”김신걸이 원유희의 얼굴을 잡고 물었다.“날 건드리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는거야? 왜 말을 듣지 않는거야?”원유희의 볼이 터질것만 같았다.원유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집에 밥 있어? 나 밥 먹고 싶어.”“아까 먹지 않았어?”김신걸이 물었다.“이제부터 내가 먹을 차례야.”“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욕실문이 열렸다.김신걸은 원유희를 욕실로 밀어넣고는 문을 닫았다.폭력적인 소리였다.물이 뿜어져나오는 소리에 원유희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비명을 질렀다.어느새 몸 전체가 물에 젖었다.김신걸은 원유희의 머리를 잡고 키스를 했다.원유희는 반항할 힘도 없이 김신걸의 키스를 맞이했다.김신걸한테 이건 아무것고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별장으로 갔더니 별장에는 없고 표원식 집에 있었던거야? 내가 어떻게 해야 내 말을 들을건데?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왜 자꾸 날 자극하는건데?”이게 네가 원하는거라면 내가 그 소원 들어줄게.’김신걸은 원유희를 벽에 몰아붙였다. 피 비린내가 나는것 같았다.원유희는 김신걸에 의해 팔에 핏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핏물이 바닥에 떨어졌다.김신걸이 멈칫했다.‘내가 이런거야?’옷 안에 감겨진 붕대가 보였다. 하얀색 붕대는 이미 피로 빨갛게 물들어있었다.“너 다쳤어?”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팔만 내려다 보았다,김신걸은 원유희를 데리고 나가 원유희 팔에 감겨진 붕대를 풀었다. 상처가 드
전화를 끊은 후, 원유희를 욕실로 들어가게 한 뒤 욕조에 물을 받고 다친 손을 그 위에 놓았다. 김신걸이 직접 씻겨주는 걸 원유희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분명히 자신이 원했던 순종적인 모습인데도,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무슨 생각 하고 있어?”“나 혼자 씻어도 돼?”김신걸이 턱을 잡으며 묻자, 원유희가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내가 모르는 상처가 또 있어?”김신걸의 시선이 그녀의 어깨에 있는 키스 자국에 떨어졌고, 거친 손가락이 배로 미끄러지자 원유희는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에 어깨를 움츠렸다.“왜 여기만 짙은 색깔이지?”김신걸이 온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목소리가 얼마나 차가웠는지 욕조의 물마저도 차갑다고 느껴질 정도였다.원유희는 사무실에서 김명화가 한 짓이라는 것 알고 있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긴장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이때, 초인종이 울리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끊었다.송욱이 달려올 줄은 예상치 못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무관심했다. 잠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잔잔한 물처럼 평온하게 송욱의 진료를 받았다.“물이 닿지 않게 하면 괜찮을 거예요. 소염제를 더 처방해 드릴게요.”송욱이 소염제를 처방해 준 뒤 떠났고, 소파에 앉은 김신걸의 깊고 위험한 검은 눈동자가 예리하게 그녀를 주시하며 얇은 입술 꼬리를 올렸다.“해명해!”원유희는 그가 방금 욕실에서 어깨의 붉은 자국을 본 것에 대해 추궁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몰라…….”“오늘 김명화와 표원식 둘 다 봤지? 누가 그랬어?”김신걸의 내면에는 여전히 포악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다른 남자가 그녀를 건드렸다는 걸 생각할수록 포악한 감정은 심해질 뿐이고, 억누를수록 더욱 참기 어려웠다.“네가 그랬잖아.”원유희가 말했다.“아침에 본 건?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김신걸이 음산한 목소리로 물었다.“점점 더 심해진 거겠지.”원유희는 얼굴을 떨군 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덮어 내려다보았다.“정말?”그녀가 고개
왜 토했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아침에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걸까?사무실로 돌아와 좌석에 앉은 그녀는 서랍에서 문구용 칼을 꺼내 팔뚝 피부에 그었다.“아!”원유희는 입술을 깨물고 아픔을 참았다. 이렇게 해야만 자신의 마음이 좀 편안해질 것만 같았다.그때, 책상 위의 휴대폰이 울렸다. 표원식에게서 온 전화였다.“여보세요…….”“괜찮아요?”“회사에 있어요. 괜찮으니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그렇게 끌려갔는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하지만 표원식은 자신이 밤에 잠을 설쳤다고는 말하지 않았다.“교장 선생님, 앞으로 제가 죽어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무슨 소리예요? 그런 불길한 말 함부로 하지 마요!”“어차피 사람들은 결국 죽어요.”“젊은 사람이 죽음 얘기를 하기는 이르지 않습니까.”“아침저녁으로 현실을 마주하면 너무 힘들고…….”원유희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지금 생각해야 할 건 아이의 성장, 아이의 귀여움이에요. 이건 다른 사람에게 없는 겁니다. 아이들도 당신이 행복하길 바랄 거예요.”“저도 알지만…….”원유희는 어떤 말을 들어도 힘이 나지 않았다.“저 일단 일 좀 볼게요.”“네,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세요.”원유희가 전화를 끊었다. 아버지도 분명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무슨 일 있으면 아버지에게 연락하라고.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한 적이 없었다. 그때 아버지가 실망하셨을까……?그렇지만 실망하는 게 김신걸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해를 입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점심때가 되자, 김신걸은 회사에 나타나 사무실로 들어갔다. 원유희는 그를 한 번 보고 아무런 반응 없이 계속 컴퓨터 앞에 멍하니 있었다.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집중을 할 수 없었다.마치 머리가 통제력을 잃은 것처럼…….김신걸이 책상 앞으로 다가가 옆에 놓인 휴대폰을 들었다. 그가 원유희에게 준 휴대폰이다.“이제 나한테 숨기지도 않는구나?”김신걸이 음산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와 표원식의 통화를 들은
그 두려움 없는 눈빛은 김신걸의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했다. 마치 그가 뭐라고 하든 덤덤하게 받아들일 것만 같았다.김신걸은 이렇게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보다, 무서워하는 걸 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녀의 입술에 다가갔다.“용서를 빌면 가만히 놔둘게.”하지만 원유희는 용서를 빌지 않았고, 입술을 벌릴 의지도 없이 멍한 눈빛이었다.“이래도 안하는지 보자…….”김신걸이 그녀의 작은 입술에 덥석 키스했다. 사실 그는 거짓말이라도 그녀가 용서를 빌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그리고 김신걸의 손이 미친 듯 날뛰었다.사무실 문 밖에는 경호원이 지키고 있어서 아무도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한 시간 후, 경호원의 몸에 있는 휴대폰이 진동했고 이어서 김신걸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먹을 것 좀 구해와.”“네.”휴대폰을 던진 김신걸은 원유희를 품에 안으며 순종적인 모습에 만족했다.“진작 입을 열어 용서를 빌었으면 얼마나 좋아.”그의 품에 엎드린 원유희는 말없이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곧 점심이 사무실이 배달되었고, 두 사람은 점심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김신걸은 침대에 누운 그녀에게 다시 뽀뽀를 하며 말했다.“저녁에 퇴근하고 데리러 올게.”그가 스탠드를 끄고 나갔지만, 원유희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 잠을 이루지 못했다.너무 괴로웠던 그녀는 참다못해 일어나 책상 서랍에 있는 칼을 찾아 새하얀 팔뚝에 다시 그었다. 아침에 그은 것보다 더 깊어서 피가 줄줄 흐르며 땅에 떨어졌다.급하게 칼날을 던지고 휴지를 뽑아 상처를 누르고 나서야 힘없이 땅에 앉았다.‘이렇게 하면 훨씬 편안해지고 아프지 않을 거야…….’낮잠을 자고 일어난 원유희가 깨어났을 때는 벌써 3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그녀가 잠에서 깰 때를 기다린 오서진이 여전히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대표님, 괜찮으세요? 얼굴에 핏기가 없어요.”그러자 원유희가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그래요?”“보좌관을 구할까요?”“아니요.”원유희
그랬을 리 없어, 아빠 회사인데…….그때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고, 원유희는 김신걸이 들어온 줄 알았다. 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인 것은 하이힐을 신고 거들먹거리며 들어오는 윤설이었다.어쨌든 흉터가 그렇게 빨리 나을 수는 없기에, 아직도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신걸이한테 죽은 줄 알았는데, 아직 회사에 있었어? 목숨도 참 질겨! 쉽게 죽어야 편한데 말이야.”윤설은 들어오자마자 독설을 내뱉더니 책상 앞 의자에 걸터앉아 선글라스를 벗고 원유희와 마주했다.“그런데 정말 상태가 안 좋아 보이네. 요즘 좀 살기 힘들지?”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들고 보안팀에 연락했다.“제 사무실로 좀 오세요.”그 모습을 본 윤설이 물었다.“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 도와주러 오라고 하는거야?”“너 겁도 참 없구나, 감히 내 앞에 나타나다니.”원유희가 답했다.“내가 못 올 이유가 있어? 신걸이가 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 너 따위가 뭐가 무섭겠냐고! 신걸이한테 네 손을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원유희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김신걸 때문에 윤설은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고 있다. 엄마와 아빠도 없는 마당에 혼자 이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김신걸에게도 압박을 당해 죽을 지경이다.윤설은 책상 위의 서류를 집어 들고 보더니 바닥에 던지며 도발적으로 원유희를 쳐다보았다. 마치 원유희가 어떻게 반응할 지 시험하는 것처럼.“화나지? 그래도 뭐 어쩌겠어? 화도 못 내겠지? 불쌍해라.”“김신걸이 왜 너랑 안 자는지 알아?”원유희가 묻자, 윤설의 눈빛이 마치 뭔가에 찔린 것처럼 변했다가 다시 거들떠보지도 않는 듯 바뀌었다.“뭐라고? 김신걸이 왜 나랑 안 자? 농담하지 마. 내가 외모든 매력이든 모든 면에서 너보다 뛰어난데! 김신걸이 매번 침대에서 얼마나 들러붙는 지 알아?”“민이령의 아파트에서 네가 김신걸한테 하는 말을 문밖에서 들었어.”원유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윤설을 바라보았다.“너……!”윤설
아이들이 올 줄 몰랐던 원유희는 다리로 달려드는 세 아이를 보고 약간 멍해졌다. 예전처럼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는 놀란 마음이 더 컸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있는 칼자국 흉터가 떠올라 차마 손도 내밀지 못하고 있었다.“엄마, 내가 데리러 왔어요, 퇴근해요!”“케이크 가져왔어요!”“엄마, 신나죠?!”그 물음에 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신나…….”세 아이는 엄마보다도 더 기뻐하며 다리에 엎드려 작은 엉덩이를 내밀고 깡충깡충 뛰었다.그때, 김신걸이 사무실로 들어왔다.“퇴근해도 돼?”원유희는 일어나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아이들의 손에는 작은 케이크가 있었다. 바로 세 아이들의 마음이었다. 아이들은 올 때마다 그녀에게 이렇게 디저트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이번에 먹는 케이크는 뭔가 씁쓸함이 느껴졌고, 삼킬 때마다 눈에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참고 또 참았다.갑자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순진한 아이들이, 자신의 우울한 기분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을 까 두려웠다.자신 같은 엄마와 함께 지내면 언제까지나 즐거울 수 없을텐데…….그리고 나중에 김신걸이 윤설과 결혼하면 그녀는 첩 같은 존재가 될 텐데, 다른 사람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손가락질이라도 하면…….“엄마? 엄마!”아이의 외침에 원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세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왜 그래?”“무슨 생각 하세요?”유담이가 물었다.“그냥…… 이 디저트가 너무 맛있어서 어디에서 샀을까 생각하고 있었어.”원유희가 적당한 이유를 찾아 둘러댔다.“엄마는 알 필요 없어요! 우리가 맨날 사줄 테니까!”조한이가 패기 있게 말했다.“맞아!”유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원유희는 그들의 작은 얼굴을 가볍게 만졌다. 말랑말랑하고 통통한 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아이들을 낳을 때는 이렇게 부담이 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옆에 있던 김신걸은 말이 없었지만 원유희가 멍하게 있을 때 그녀의 몸에서 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