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얘기해요.”김신걸은 목소리가 약간 낮고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 원유희의 얼굴은 의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태도 좀 좋으면 안 돼?’“사장님, 저 먼저 돌아갈게요." 엄혜정이 말했다."검사가 끝나면 연락할게요." 원유희는 그녀를 위로했다.“낯빛이 안 좋아 보여요, 잠 못 잤죠?”“제가 키우던 푸들이 없어져서 계속 찾았는데…….”"잃어버렸을 거예요."원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얼마나 됐어요?”"일주일 정도요.”원유희는 이러면 결과가 나쁠 것이라고 예상했다.원유희는 어떤 사람들은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엄혜정이 엄청 괴로울 것임을 대충 짐작이 갔다.“내 생각에 다른 사람이 데리고 가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귀여운 친구를 길가에 떠돌게 할 순 없잖아요.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걱정하지 마요.”엄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을 떠날 준비를 했다."혜정씨, 그렇지 않으면 요 며칠 내 아파트에서 사는 게 어때요?" “저…….”엄혜정은 솔직히 좀 마음이 흔들렸다. 육성현이 제성에 있기 때문에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민폐가 될까 봐 또 한편으로 걱정했다."잠깐만요." 원유희는 서랍에 가서 열쇠를 가져다주었다."택시를 타고 가면 찾기 쉬워요."엄혜정은 손바닥의 열쇠를 보고 눈시울이 촉촉해졌다.“……민폐가 되지 않을까요?”"괜찮아요, 난 거기 안 살아요. 일이 해결될 때까지 거기 살아요!"......감사합니다엄혜정은 원유희가 마치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자신의 불안함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회사를 나가자 그녀는 현기증이 났다. 지금 유일한 희망은 육성현의 유전자 검사 결과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너 뭐 하러 왔어?" 원유희는 소파에 앉아 가지 않는 김신걸을 바라보았다.‘쟤는 엄청 바쁜 거 아닌가? 천하의 김신걸이 왜 이렇게 한가해 보이지?’“유전자 검사 결과는 변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김신걸은 원유희의 문제를 무시하고 말
“당연히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 있겠지. 그리고 육씨 집안 옛날에 조폭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두운 쪽에 있는 사업을 다 돌렸어.”로얄 그룹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성공한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이렇게 되면 이 일은 더 복잡해진다. 그리고 이 육성현도 겉으로 본 것처럼 이렇게 무해하지 않을 것이다.“지금 육성현의 아내까지 되었으니 더 이상 끼어들지 않는 게 좋아.”김신걸은 여전히 이 말을 반복했고 원유희는 확실히 곤란함을 느꼈다.‘예전에는 혼인 신고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혼인 신고까지 해버렸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이혼을 강요할 수도 없고.’"육성현은 엄혜정을 위해 일부러 왔으니,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야."김신걸이 살짝 얘기해주면 원유희는 그의 뜻을 다 알 수 있었다. 로얄 그룹은 세인시의 최고 권력자인데 육성현과 맞서면 어떤 좋은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원유희는 자기 주제를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원유희는 아버지가 있었고 그들의 몸에는 육씨 집안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들을 상대할 명분이 없었다.그렇다고 엄혜정이 육성현에게 당하는 것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엄혜정이 육성현 앞에서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구태여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그리고 육 어르신이 이 일을 알고 있다면?”김신걸은 또 그녀에게 물었다."아니면, 그 사람이 주모자라면."원유희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과 아예 관계가 없게 되었고 엄혜정만 재수 없게 된다.“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가 입술을 깨물면 생각했다.‘한꺼번에 말을 다 할 수 없니? 내 마음을 들썩들썩하게 했잖아!”“만약 육원산이 주모자였다면 그는 틀림없이 사람들에게 육성현이 가짜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야. 그렇다면 그가 왜 엄혜정을 쫓아냈는지는 말이 되지. 육 어르신은 엄혜정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육성현의 곁에 머물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들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하게 했다."원유희도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목숨도 안중에 없는데 어떻게 강아지 한 마리의 생명에 신경을 쓸 수 있겠는가?’"그건 당신 표현에 달려 있어요. 호텔의 주소를 보내줄게요.”육성현은 전화를 끊고 호텔 주소와 방 번호를 모두 보내며 엄혜정이 오기를 기다렸다.엄혜정은 감히 육성현을 기다리게 하지 못하고 호텔로 달려갔다.그녀는 핸드폰에서 가게와 통화한 기록을 떠올렸는데 그때 푸딩이는 틀림없이 잃어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데리러 가기로 한 날짜가 거의 다가오니까 가게 주인이 전화했는데 육성현이 전화를 받아 푸딩까지 뺏긴 것으로 추정된다.그곳에 도착한 후 엄혜정은 육성현의 부하 따라 스위트룸 문밖으로 갔고 부하는 엄혜정을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엄혜정이 들어가자 소파에 반쯤 누워 있고 다리를 꼬고 있는 남자를 보았고 그 소파는 남자의 기에 눌려 엄청나게 쪼글쪼글해진 것 같았다.그 순간, 엄혜정은 형요림의 그림자를 본 것 같았는데, 전혀 구속받지 않았다.육성현은 나른하게 누워 손에 술잔을 들고 있었는데 안경을 쓰지 않은 눈이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왔어요?”“푸딩이는요?”“겁도 없네요. 원유희가 당신을 구할 것 같아요 아님 김신걸이 당신이 구할 것 같아요?”육성현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고 뼈 때리는 질문을 했다.엄혜정은 급히 그의 앞으로 달려갔다.“대체 내 푸딩을 어디로 가져간 거예요? 아님……설마 이미…….”“그 조그마한 것이 악어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그 강아지는 육성현의 안중에 없었다.엄혜정은 그 말을 추측했다. ‘즉, 푸딩이는 괜찮았단 말인가?’“세인시에 있어요.”엄혜정은 멍하니 괴물 같은 김하준을 바라보았다.“경찰에 신고해서 날 잡아가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안 했네요?”육성현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자세히 보았다.“증거 없어서요? 내가 좀 알려줄까요?"“……당신 지금 육성현이니까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을 거예요. 미친X 취급만 받을 거예요.”원유희 사무실에서 그녀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얘기한 순간부터 엄혜정의
엄혜정은 푸딩이를 나 몰라라 할 순 없었기에 그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나……따라갈게요. 근데 뭐 좀 약속해주면 안 돼요?/”"말해봐요.""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마요."이것은 이미 가장 낮은 요구이다. 김하준의 세계는 살육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가 강제로 그녀를 그의 세계에 가두려면 변화해야 한다.육성현은 그녀를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눈빛은 사람을 극도로 공포에 떨게 했다."살인 말고도 다른 처리 방식이 있어요." 엄혜정은 애걸복걸했다."그래요."엄혜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정말요?"예전에 육성현이 김하준이었을 때 매우 폭력적이었기 때문에 그를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은 모두 죽었다."당연히 사실이죠, 언제 당신을 속인 적이 있었어요?”육성현은 몸을 숙이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고 이 순간에 집중했다.엄혜정은 반항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손은 침대 시트를 꽉 쥐었다. 이렇게 해야만 마음속의 공포를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예전에 엄혜정은 매일 두려워했다. 언젠가는 자신도 김하준의 손에 죽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더 무서웠다. 권력이 있는 육성현이 얼마나 미친 짓을 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침대 머리맡의 핸드폰이 울리자 엄혜정은 눈을 떴고 침대 위에는 그녀 혼자만 있었다.어젯밤에 그녀는 말하기 어려운 밤을 보냈다. 김하준은 침대우에서는 항상 미쳐있다고 봐야 했다.전화가 오는 것을 보고 엄혜정은 멈칫하고 받았다.“여보세요…….”말이 막 나왔는데, 엄혜정은 자기 목이 다 쉬었다는 것을 발견했다."왜 그래요? 감기에 걸렸어요?" 원유희는 그녀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조금요.”엄혜정은 기침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난 괜찮아요.""깨어났어요? 문 좀 열어줄래요? 열쇠를 난 문 못 열어요." "아파트에 있어요?"원유희는 이 말이 수상했다.“아파트에 안 갔어요? 설마……우리 삼촌이랑 같이 있는 건 아니겠죠?”엄혜정의 침묵은 원유희로 하여금 자신이 알아맞혔다는 것을
“사장님, 저를 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별일 없다면 이만 끊을게요."“그래요, 나중에 일이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요.""그럴게요." 엄혜정은 전화를 끊고 침대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당신 따라갈게요. 사장님이랑 다 얘기했어요.”원유희는 틀림없이 육성현이 옆에 있어야 말하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눈치챘다.확실히 너무 많이 말해서 그가 알아차리게 할 수는 없었다.원유희는 열쇠를 떠올리며 엄혜정에게 달라고 묻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지만 그냥 이렇게 하기로 했다. 어차피 집에 예비 열쇠가 있었다.다만, 원유희가 방으로 돌아와 서랍을 열자 예비 열쇠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여기 뒀던 걸로 기억하는데……설마?" 원유희는 혼잣말했다.‘도둑?아니, 아무도 열쇠를 훔치기 위해 여기로 오지 않을 거야.’그러나 그녀는 안팎으로 다 찾았지만 열쇠를 찾지 못했다.열쇠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원유희는 전문가를 찾아 자물쇠를 바꾸고 다시 열쇠를 받았다.방에 들어서니 거실의 쓰레기통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원유희는 벽 쪽으로 가서 쓰레기통을 바로 세우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안전하기 때문에 이 아파트를 샀고 옆집에 김신걸이 살고 있었기에 원유희는 더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원유희는 아파트에서 나오자마자 윤설을 만났다.적대시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윤설을 보니 여기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윤설이 눈앞에 다가와 똑바로 서서 눈의 분노를 아무리 해도 억누를 수 없을 때 원유희는 물었다.“네가 내 열쇠를 훔쳤어?”"만약 내가 열쇠를 훔치지 않는다면, 또 어떻게 네가 이 지경까지 파렴치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겠니?"화가 너무 난 윤설은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매번 너와 신걸씨가 실종될 때마다 이곳에 왔겠지? 내가 모욕당하는 것을 보고 너는 분명히 득의양양했겠지? 원유희, 넌 죽어야 해!”그녀는 그들이 자신 몰래 한 일을 발견한 후 심리적으로 불
"만약 이렇게 된다면 네가 아이를 낳는 일은 더욱 어렵지 않니?"장미선은 임신하는 일에 집착했다. 그녀는 아이만 생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아이 얘기를 좀 그만 해요!”윤설은 화가 나서 일어섰고 목소리는 날카로웠다.“설아, 어떤 문제는 네가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원유희를 봐봐, 아이가 있지 않았더라면 걔가 어떻게 신걸을 그렇게 쉽게 만나겠어?”“신걸 씨가 단 한 번도 나랑 잠자리를 가지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임신해요!”윤설은 끝내 말해버렸다.장미선은 멍해졌다.“뭐라고? 한 번도 잠자리를 가지지 않았다고? 그럴 리가? 계속 같이 있었잖아! 그리고 어전원에 같이 살았고.”윤설은 이마에 손을 대고 기절할 것 같았다.“왜 너랑 잠자리를 가지지 않았대? 네가 싫다고 했어? 너 설마 혼전순결 뭐 그런 거 지키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너 미쳤어?”장미선은 초조해서 빙빙 돌았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남에게 양보하다니.’어쩐지 김신걸이 자꾸 원유희를 찾아갔더라니 장미선도 정상적인 남자보고 계속 참으라고 요구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았다.윤설은 장미선의 책망을 들으면서 이미 변명할 마음이 없었고, 마음이 피곤하고 원망스러웠다.‘내가 보수적이라고?’"그럼 다시 한번 방법을 생각해 봐, 신걸이가 너랑 잠자리를 가지게 만들어봐봐. 배란기를 잘 계산하면 한 번에 임신할 거야."그러나 윤설은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지금 머릿속에서 유일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원유희를 고통스럽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내 말 들었어?" 장미선은 조급해했다."엄마가 도와줄 거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설의 핸드폰이 울렸다."빨리 봐봐, 신걸이 전화야?" 장미선은 그녀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재촉했다.지난번에 그녀가 소란을 피운 후부터 김신걸을 화나게 하지 않기 위해 이틀도 지나지 않아 그녀는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신길에 그를 용서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어차피 그녀가 김신걸과 결혼할 수만 있다면 이것들은 모두 참을 수 있는 것이
"정확히 말해봐,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페설은 기세등등했다."너랑 아빠가 나한테 뭘 숨겼지?"예자칭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아니야.원유희에게 속지 마라......""그래, 그럼 내가 친자확인을 할게." 피설은 문밖으로 나갔다.엽가경은 한번 하면 숨길 수 없고, 또 모든 사람이 다 알 수 있도록 소란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급하게 말했다."네, 당신은 페이웨의 친딸이 아닙니다!"페설은 그녀를 돌아보며 믿을 수 없었다."그럼 나는 누구의 딸입니까?""저...저는 모욕을 당했어요. 그때 아버지와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밖에서 접대하고 술에 취해서 길에서 누군가에게 받은 적이 있는데..."페설은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그녀는 어느 부랑자의 딸인지 알 수 없다!"아설아, 나도 무고하다. 나는 이러고 싶지 않아. 지난번에 네가 병원에 입원했는데 네 아버지가 혈액형이 틀렸다는 것을 발견하고 찾아간 거야.내가 너무 부주의했어.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이 일을 아는 사람이 또 있습니까?"라고 피설이 물었다."아니야, 난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 너희 아버지만 알고 있었어. 나는 이런 일이 너의 결혼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할 거야."라고 예가경이 말했다.피설은 무슨 생각을 하고 놀라서 말했다."아버지의 교통사고는 네가 시키지 않았겠지?""그럴 리가!" 예가경은 부인했다."자동차 사고는 나와 관계가 없다.""나는 그 동안 아버지가 너와 이혼하겠다고 고집했던 것을 기억한다."라고 피설이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라는 딸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나에게 이혼을 언급하는 것이다. 나도 매우 화가 난다. 그는 심지어 상소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정말 그를 죽이고 싶지 않다!"라고 예가경이 말했다."신걸은 알아봤잖아?정말 나라면 벌써 알아냈을 거야."피설이 생각해도교통사고는 뜻밖이어서 하늘까지도 그녀를 도와 숨기고 있다.그녀는 그녀가 어느 부랑자의 아이인지 절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을
원유희는 실소하며 고개를 저었다.‘하나 같이 말은 잘하네.’“너희들이랑 너희 엄마에게 밥 주는 일은 하나도 힘들지 않아. 외할머니는 지금 힘이 엄청 세!”작은 입이 이렇게 달았다.원수정은 그들의 작은 머리를 어루만졌고 볼수록 귀엽고 기뻐했다.자신이 힘들어 죽더라도 그들 셋을 위해서라면 백번이라도 더 할 수 있었다.다섯 사람이 식탁 앞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엄마, 외할머니, 저희 할아버지 보러 가도 돼요?”유담이가 물었다."며칠 동안 외할아버지 보러 가지 않았어요!" 조한이가 말했다.“다음에는 우리끼리 가도 돼요!”"그래, 이따가 외할머니 엄마랑 같이 가자.".오전에 원유희 그들은 함께 병원에 갔다. 간병인에게 몇 가지 상황을 물었는데, 매일 똑같아서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가 간병인이 한마디 덧붙였다“어젯밤에 그 피아노 여신이 왔었어요.”"혼자요?" 원유희가 물었다."네, 갈 때도 눈시울이 빨개서 울었을 거예요." 간병인이 말했다.원수정과 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윤설이 이러는 것도 이해가 갔다. 딸이 아빠를 걱정하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사실 보통 효심이 있는 사람은 나빠봤자 엄청 나쁘지는 않을 텐데, 쟤는 왜 저렇대? 하긴 너한테 신걸이를 뺏길까 봐 저러는 거겠지. 근데 이게 어떻게 다 네 탓이겠니?”원유희는 윤정의 침대 옆을 에워싸고 있는 세 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뺏는다고요? 전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뺏어도 남의 남자는 안 뺏어요. 휴, 쟤보고 마음대로 하라고 해요. 전 귀찮아서 더 이상 뭐하고 싶지 않아요.”“하긴, 우리 딸이 뭐 다른 사람이랑 남자를 뺏어야 해? 저절로 좋다고 쫓아오는 남자들도 하도 많아서 고르기 힘든데.”원유희는 원수정의 얘기를 듣고 빵 터졌다."너 여기 있지 말고 회사에 가서 네 일 좀 봐."원수정 원수정은 사람을 쫓아냈다."아이는 어전원으로 돌려보내요. 엄마 혼자서는 바빠서 다 못 해요.”"그래. 아무래도 병원이 깨끗하지 않으니 돌아가는 게 좋겠어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