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은 베란다로 걸어가 옆 가드레일에서 껴안은 두 사람을 보면서 커튼 뒤에 숨었다. 옆모습을 보고 그 사람이 원유희라는 것을 알았기에 윤설은 다급하게 숨었다.‘뭐 하는 거야? 쟤를 안고 있는 남자는 또 누구고?’윤설은 커튼을 살짝 열어 한쪽 눈으로 조심스레 봤다.원유희는 가드레일에 위험하게 앉아 있었다. 남자는 잠옷을 입고 있었고 윤설을 등지고 있었기에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원유희의 허리를 잡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자세는 아주 야릇했다.뒷모습만 봤을 때 윤설은 감히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소리를 들은 후 윤설의 모든 환상과 요행이 산산조각이 났다.커튼을 쥐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 경아함을 숨기지 못하는 눈빛으로 저쪽의 두 사람을 봤다.윤설은 더 이상 볼 수 없어 비틀거리며 뒷걸음을 쳤고 하이힐이 삐끗하더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이틀 밤이나 연속 같이 있었다고, 그럴 리가, 그저께 밤에……신걸 씨가 당한 밤이 아닌가? 고건은 다른 여자를 찾았다고 했는데 그 여자가 원유희였어? 세인시에 있지 않았어?’윤설은 방금 본 여자가 원유희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그럼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네. 그날 밤, 신걸 씨가 원유희를 데려오라고 시켰던 거야? 그러니까 멀리에 있는 원유희를 찾는 한이 있더라도 날 찾지 않는 거야!’윤설은 그다음 날에 원유희 앞에 가서 그녀를 자극했던 일이 생각났다.‘그때 날 엄청 웃었겠지? 날 무시했겠지?’이런 굴욕을 당하자 윤설은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고 눈에 점점 독기를 품기 시작했다.‘원유희, 죽어! 당장 죽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김신걸의 차를 타고 싶지 않은 원유희는 김신걸이 다른 일에 집중하는 틈을 타 아파트를 떠났다. 막 엘리베이터에 들어갈 때 원유희는 옆집에서 나오는 윤설을 발견하지 못했다.큰 충격을 받은 윤설은 뇌가 정지되어 사고 능력을 잃었다. 여러 가지 걱정을 다 던져버리고 옆집의 문을 두드렸다. 그와 동시에 아래층까지 가서
원유희가 건물을 나서자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의 롤스로이스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잠시 망설이다가 바로 그쪽으로 걸어갔다. 원유희는 악마 곁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버텨왔다는 것을 떠올리며 이 정도 비밀을 알았다는 이유로 절대 죽을 것 같지 않았다. 차 문이 열리자 안에 있던 남자가 보였고 앉아있었지만 무시할 수 없는 기럭지를 뽐내고 있었다. 차 안은 물론이고 차 밖에까지 남자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차 문 옆에 서 있는 원유희를 약간 긴장시켰다.원유희는 김신걸의 도통 헤아릴 수 없는 표정을 힐끗 보고 차에 올라탔고 가장 먼 곳을 골라 앉았다. 그리고 김신걸의 손에 쥐어진 휴대핸드폰을 포고 어리둥절해졌다.“내 폰을 가져다준 거야? 고마워…….”손을 뻗어 폰을 가지려는 찰나 폰은 못 가지고 김신걸에의해 손목이 잡혔다.“아!”김신걸은 원유희를 끌어가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얼굴이 뜨거워진 원유희는 일어나려고 버둥거렸지만 허리를 꽉 잡고 있는 손 때문에 벗어나기 어려웠다.“왜 그래?”“들었어? 만족해? 응?”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원유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분위기가 점점 위험해졌다.“내가……내가 일부러 들은 것도 아니고, 난 그냥 핸드폰 가지러 간 거야.”원유희는 낮은 목소리로 조심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어쩌면 김신걸의 눈에는 어떤 이유라도 궤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김신걸은 원유희의 턱을 쥐었고, 김신걸의 까만 눈동자는 자꾸만 흔들리는 원유희의 눈빛을 다 간파한 듯 입을 열었다.“착각하지 마, 그래야 더 집중해서 널 괴롭힐 수 있으니까 그런 거야.”원유희는 멍해져서 김신걸의 말을 이해하려 했다. 김신걸은 보는 사람을 공포에 떨 정도로 원유희를 괴롭히는 일에 집착한다. 더군다나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컨트롤하려고 미친 짓을 하는 김신걸을 생각하면 원유희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신걸은 원유희의 놀란 표정을 보고 더 짜증이 났다. “언제까지 있을래?”원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들고 바쁘게 차에서 내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로얄 그룹에 능력 있는 비서가 없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 비서를 스카우트해가는 건 말이 안 되었다.“맞아, 기회를 줄 수 있어?”“엄 비서는 뭐라고 해요? 아니면 이렇게 해요, 혜정 씨보고 저한테 연락하라고 전해줘요. 혜정 씨도 원한다면 저는 어쩔 수 없이 양보해야죠.”말은 이렇게 했지만 원유희는 사실 속으로는 섭섭했다. ‘얼마나 힘들게 구한 비서인데!’원유희는 제성에 사는 엄혜정이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세인시에 갈 거라고 믿지 않았다. 원유희가 알고 있는 엄혜정은 그렇게 무모하고 충동적인 사람이 아니었다.통화를 마친 육성현은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 육성현은 지금 회사가 아니라 저택에 있었다. 방을 열고 육성현은 침실로 들어갔다. 원래 소파에 앉아 있던 엄혜정은 한껏 겁먹은 토끼처럼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육성현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봤다.육성현은 걸어가서 테이블에 놓인 혼인신고서를 훑어보았는데 그우에는 육성현의 서명만 있고 엄혜정의 것은 없었다."얼마나 기다리게 할 거예요?"너무나도 두려운 엄혜정은 애원하기 시작했다.“강요하지 마요, 지금 당신 신분으로는 나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내 집안과 걸맞은 집안의 아가씨랑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육성현은 다가가서 뒤에서 엄혜정을 안았다. 그리고 낮고 광기가 남긴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갖다줄게요. 그냥 한 말이 아니고요. 우리 결혼하면 내가 가진 재산의 절반이 다 당신 것이 되는데 그게 얼마인 줄 알아요? 셀 수 없는 액수라고요. 이봐봐, 지금 흥분을 못 참고 떨고 있잖아요.”엄혜정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옛날에 들었다면 아주 달콤하다고 느꼈을 법한 얘기가 지금은 너무 소름이 끼쳤고 악귀가 다가오는 것처럼 모골이 송연하게 했다.“자, 사인해.”육성현은 엄혜정을 자기 무릎에 앉히고 엄혜정의 손을 잡고 신고서에 사인하게 했다.엄혜정은 발버둥 치며 울었다.“싫어요, 싫다
오후에 육성현은 일하러 나갔고 엄혜정은 호화로운 집에 혼자 있었다.엄혜정은 사방을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전자 제품들을 사용할 수 없었고 일체 수상한 행동을 하면 안 되었다. 아니면 발견되는 대로 바로 금지당하게 된다.엄혜정은 저택을 돌아다니며 사실상 도망갈 기회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돌아다닐 때마다 자기를 감시하는 하녀를 볼 수 있었다. 뒷산으로 들어가 보니 도로 옆에는 바로 절벽이었고 아래는 강이었다. 엄혜정은 그곳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뛰어내리면 과연 도망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강물 위에 호시탐탐 자기를 노리고 있는 눈이 보였다. 집중해서 다시 보니 악어였다! 심지어 한 마리가 아니었고 1미터 간격으로 한 마리씩 있었는데……하나 같이 덩치가 좋았다.엄혜정은 놀라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하녀에게 물었다.“여기에 왜 악어가 이렇게나 많죠?”‘악어는 육식동물인데 위험하지 않은가?’“다 선생님이 키우고 계신 동물들입니다.”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뭐라고요?"이 하녀는 안지연, 바로 그 전에 문밖에 서서 엿들었던 그 사람이었다. 안지연은 놀란 엄혜정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엄혜정을 업신여겼다.“그렇게까지 놀랄 필요가 있어요? 겁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엄혜정은 구태여 논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엄혜정은 그 누구보다도 이 일의 무서움과 끔찍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키우는 악어라면 엄혜정은 그냥 있는 대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김하준이 키운 악어라면 말이 달라진다. 김하준은 절대로 보기 위해 악어를 키우지 않는다.“저 악어들은……평소에 보통 무엇을 먹죠?”“당연히 생고기를 먹죠. 전문적인 사육사가 와서 먹이를 줘요.”엄혜정은 자신이 오바하지 않았을까 하고 의심했다. 그리곤 더 이상 이곳에 머물지 않고 돌아서서 떠났다.“저기요, 밤에 혹시 선생님이랑 같이 자요?”안지연은 공격적인 말투로 물었다.“매일 선생님 방에 드나드는 것을 봤는데 혹시 선생님이랑 한 침대에서 자는 거 아니죠? 충고
안지연은 앞서가는 엄혜정을 보면서 보면 볼수록 화가 났다.‘그저 비서 주제에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런 럭셔리한 집에서 살 수 있는 건데? 게다가 내가 쟤를 모셔야 한다니? 쟤가 나보다 잘난 게 뭐가 있다고?’홀에 들어갔을 때 안지연은 기회를 노려 발을 뻗어 엄혜정을 넘어뜨리려고 했다.“아!”엄혜정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안지연은 엄혜정이 넘어지는 모습을 보며 비웃었다. 하지만 입꼬리가 아직 다 올라가기도 전에 옆에 인기척이 들려왔고 고개를 들어 보니 육성현이었다. 안지연은 깜짝 놀라 가슴에 묻을 정도로 머리를 한껏 숙이었다.안지연은 무척 당황했고 불안해졌다.‘조금 전 일을 다 보셨을까?’엄혜정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는데, 몸이 한순간에 가벼워지더니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느껴졌다. 하녀의 힘이 왜 이렇게 센지 의아해하고 있을 때 고개를 들어보니 안경을 끼고 있는 육성현이 보였다.엄혜정은 손을 빼서 그와 거리를 두려 했다.‘아까 어떻게 넘어졌더라? 옆에 하녀밖에 없었는데.’그러다가 자신을 대하는 안지연의 태도를 떠올리자 바로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육성현이 봤을까?’“다쳤어요?”엄혜정은 육성현을 힐끗 쳐다보았다. 진실한 감정을 숙이고 담담한 척을 하는 육성현이었지만 그 얼굴에서 보이는 잔인함 때문에 엄혜정은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뇨, 괜찮아요.”“걸어봐요, 좀 봐요.”육성현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억지로 안으로 데리고 갔다. 엄혜정을 소파에 앉히고 그녀의 손을 보았는데 손바닥이 약간 까진 거 보고 집사더러 구급상자를 가져오라고 했다.구급상자가 아직 가져오지 않았지만 육성현은 핏이 쭉- 빠진 슈트를 입은 채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엄혜정 손바닥에 있는 상처를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숙여 변태적으로 혀를 내밀어 피를 흘리고 있는 상처를 핥았다.“아…….”엄혜정은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싫어요…….”“아파요?”엄혜정은 겁을 먹어 입을 열지 못했다. 이때 구급상자가 도착했다. 육성현
침대에 누워있는 엄혜정은 도마 위의 생선처럼 떨고 있었다.“교통사고도 그렇고 양아치한테 괴롭힘 받은 것도……다 당신 작품이죠?”“눈치챘어?”육성현은 엄혜정의 입술에 키스했다. 떼고 싶어도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두 입술이 겹쳤다.“안 그러면 당신이 어떻게 넘어오겠어요? 근데 어떻게 자기 남편도 알아 못 보고 정말 너무 화났잖아요. 그러면 안 되죠…….”“아!”엄혜정은 놀라서 육성현을 밀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하준 오빠…….”“여보라고 불러요, 예전처럼.”육성현은 숨을 거칠게 쉬며 요구했다.엄혜정은 겁에 질려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앞으로 부르면 되죠. 암튼 오늘 밤은 잊을 수 없는 밤이 될 거예요…….”육성현은 이 말을 하고 미친 듯이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엄혜정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음 날이 되었다. 옆에는 누구도 없었고 홀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엄혜정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고 눈물이 천천히 눈가에서 흘러내렸다.“깼어요?”육성현은 손에 먹을 것을 들고 들어왔다. 엄혜정은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두려움과 무서움이 뒤섞인 복잡한 눈빛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육성현은 침대 옆에 앉았고 숟가락으로 손에 쥐어있던 그릇의 죽을 가볍게 저었다. “어제 온 밤 고생했는데 배고프죠? 얼른 뭐 좀 먹어요.”육성현은 숟가락을 엄혜정 입술 앞에 갖다 놓고 먹여주려고 했지만 엄혜정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육성현이 먹여주는 밥을 먹기 싫었다. 손을 들어 힘껏 숟가락을 밀어냈고 탁- 하고 숟가락이 땅에 떨어졌다.육성현은 바닥에 있는 숟가락을 보고 표정이 어두워졌다.“날 찾아내고 또 나랑 결혼해서 괴롭히려는 거 잘 알아요. 맞아요, 경찰이랑 짜고 쳐서 당신을 잡았어요, 나한테 복수하려고 하겠죠! 그럼 그냥 날 죽여요!”“죽이라고요?”육성현은 고개를 돌렸다. 얼굴에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그 안경은 육성현 눈에 있는 살기와 냉기를 숨길 수 없었다.”“내가 왜 당신을 죽이겠어요? 안타깝게도 내가 아무리 잘해 줘도 계속 내 마음을 모르네요.
엄혜정은 딱히 대답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그럼 5년 전과 지금이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태도 뭐가 달라요?”염정은 의뢰하고 생각했다. 5년 전에 알게 된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육성현은 아무 여자나 찾는 그런 남자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염정은의 예상과 크게 달랐다.“아쉽지만 계속 절 잘해줬어요. 뭐 달라진 것 없고요.”염정은은 화가 나서 몸을 돌려 가버렸다. 집사가 물었다.“지금 가시려고요?”염정은 집사를 보며 물었다.“어젯밤 여기에 있었죠? 아님 며칠 전부터 쭉 있었어요? 육성현 씨도 그저 그렇군요. 돌아가서 두 집안의 혼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겠어요.”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떠났다. 하지만 정은 그곳에 서서 다른 생각을 했다.염정은은 자신과 육성현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으며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그럼 김하준이 자신을 너무 잘 숨긴다는 것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자신도 한때 그의 연기력에 속아 넘어갔다. 생김새를 제외하면 전혀 같은 사람이 아니었고 심지어 담배까지 끊었다. 키스할 때 담배 냄새는 더더욱 없고 귀티만 느껴졌다.그는 도대체 어떻게 자신을 철저히 다른 남자로 위장하고 냄새까지 변했을까?엄혜정은 머리가 혼란스러워 비틀거리며 걸어 나갔다.“아가씨, 괜찮으세요?"엄혜정은 머리를 마구 흔들기만 하고 나갔다. 밖에 나가서도 그녀의 머릿속은 계속 어지러웠다. 만약 육성현이 자신을 김하준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면 엄혜정은 그냥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 마 육성현은 직접 인정했다.엄혜정은 심지어 가소롭게도 귀신과 같은 쪽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너무 우스웠다. 엄혜정이 정신을 차리자 악어가 있는 강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끔찍한 곳에서 돌아서려고 했는데 자기도 모르게 계속 다가갔고 그 오솔길을 따라 절벽가까지 걸어갔다.아래의 강은 매우 조용했고 먼 곳에서 비춰내리는 해빛때문에 주위의 나뭇가지가 다 황금색으로 변했다. 아무리 봐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경
위가 뒤틀린 느낌이 들더니 엄혜정은 그 자리에서 토했다.“웁……웁!”“아가씨, 괜찮으세요? 아가씨…….”엄혜정은 하녀를 힘껏 밀치고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몇 걸음도 걷지 못하고 땅에 쓰러졌다.엄혜정은 침대에서 천천히 깨어났고 침대 옆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을 때 속눈썹까지 다 떨렸다.“의사가 와서 검사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렇대요. 어젯밤에 내가 너무 심했어요?”육성현이 부드럽게 물었다.엄혜정은 육성현이 자기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바삐 힘껏 뿌리치고 일어섰다.“궁굼해서 그러는데요, 안지연 씨 어디에 갔어요?”“누구요?”"어제 나를 걸어 넘어뜨린 그 하녀요."“꺼지라고 했죠. 감히 당신을 다치게 하더니. 내가 당신을 얼마나 아끼는데.”육성현은 변태적인 집착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그 사람을 해고한 거에요 아니면 강에 던져 악어에게 먹였어요?”엄혜정은 목이 멘 상태로 이 말을 꺼냈다. “아니라고하지 마요. 절벽에서 그 사람의 머리 끈을 발견했어요. 그 사람이 할 일 없어 그곳에 갈 가능성은 없잖아요? 아님 집 주소라도 알려줘요,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어요.”육성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좀 더 쉬어야겠어요.”“당신……당신이 너무 무서워요. 나갈래요, 갈래요!”엄혜정은 이불을 뿌리쳤지만 육성현에게 끌려갔다. 육성현은 엄혜정을 침대에 눕혔고 힘이 어찌나 센지 엄혜정은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당신이 누구인지 잊지 마요, 부인." 육성현의 손에 있는 혼인 신고서가 보였고 엄혜정은 눈물을 흘렸다.엄혜정은 지난번에 어쩔 수 없이 서명한 혼인 신고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난 당신 와이프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요.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마음이 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놔요!”멘탈이 붕괴한 엄혜정은 울부짖었다.“김하준, 이 괴물아!”“그럼 앞으로 매일 매일 나 같은 괴물이랑 같이 자고 같이 살아야 하겠네요?”육성현은 엄혜정의 손을 위로 올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