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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윤설은 약간 긴장한 듯 애처 침착한 척을 하며 말했다.

“당신 바쁜 거 아니까 결혼식은 잠시 미뤄도 돼. 먼저……혼인 신고부터 할까? 그럼 나도 본격적으로 세쌍둥이를 돌볼 수 있잖아.”

김신걸은 시선을 떨구었다.

“먼저 혼인 신고부터 하자고?”

“응, 내가 날짜를 봤는데 이번 주 금요일이 좋대. 그럼 그날에…….”

윤설은 슬쩍 떠보다가 김걸이 반응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넋을 잃고 있는 것 같았다

“신걸 씨?”

"듣고 있어."

김신걸의 표정에는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뭐 얼른 혼인 신고하자고 강요하는 건 아닌데, 하도 소문이 많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착각하게 되더라고…….”

윤설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착각?”

“당신이……원유희를 좋아한다는 착각.”

김신걸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리더니 얼굴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제대로 착각했어.”

“그니까. 나도 그럴 리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지.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원유희는 말도 안 되지. 원유희는 원수정의 딸인데.”

“그럼 그날에 혼인 신고하러 가자.”

김신걸이 결정을 내렸다.

윤설의 긴장된 마음이 진정되고 표정도 한결 자연스러워졌지만 기쁜 기색을 감출 순 없었다.

“그래.”

김신걸이 혼인 신고하는 것을 동의하면 윤설은 김신걸의 부인으로, 김씨 집안의 사모님으로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약혼녀가 아니었다.

만반을 대책을 세운 후 윤설은 그때 가서 원유희를 끝장내려고 생각했다.

“형?”

윤설이 고개를 들자 주머니에 손을 꽂은 김명화가 다가와 인사하는 것을 보았다. 김신걸은 그를 힐끗 보고 말을 하지 않았다.

"명화 씨도 여기서 식사하나 봐요?”

윤설이가 웃으며 물었다.

"친구가 밥을 먹기로 했어요."

"여자친구?"

김명화는 대답하지 않았고 윤설을 보며 물었다.

“우리 형이랑 같이 식사해서 기분이 좋은가 봐요? 아니면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윤설은 김신걸을 한번 보고 부끄러운 듯 입을 열었다.

“신걸 씨가 이번 주 금요일에 나랑 혼인 신고를 하겠대. 알잖아, 전에는 약혼만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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