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은 약간 긴장한 듯 애처 침착한 척을 하며 말했다.“당신 바쁜 거 아니까 결혼식은 잠시 미뤄도 돼. 먼저……혼인 신고부터 할까? 그럼 나도 본격적으로 세쌍둥이를 돌볼 수 있잖아.”김신걸은 시선을 떨구었다.“먼저 혼인 신고부터 하자고?”“응, 내가 날짜를 봤는데 이번 주 금요일이 좋대. 그럼 그날에…….”윤설은 슬쩍 떠보다가 김걸이 반응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넋을 잃고 있는 것 같았다“신걸 씨?”"듣고 있어." 김신걸의 표정에는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내가 뭐 얼른 혼인 신고하자고 강요하는 건 아닌데, 하도 소문이 많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착각하게 되더라고…….”윤설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착각?”“당신이……원유희를 좋아한다는 착각.”김신걸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리더니 얼굴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제대로 착각했어.”“그니까. 나도 그럴 리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지.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원유희는 말도 안 되지. 원유희는 원수정의 딸인데.”“그럼 그날에 혼인 신고하러 가자.”김신걸이 결정을 내렸다.윤설의 긴장된 마음이 진정되고 표정도 한결 자연스러워졌지만 기쁜 기색을 감출 순 없었다.“그래.”김신걸이 혼인 신고하는 것을 동의하면 윤설은 김신걸의 부인으로, 김씨 집안의 사모님으로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약혼녀가 아니었다.만반을 대책을 세운 후 윤설은 그때 가서 원유희를 끝장내려고 생각했다.“형?”윤설이 고개를 들자 주머니에 손을 꽂은 김명화가 다가와 인사하는 것을 보았다. 김신걸은 그를 힐끗 보고 말을 하지 않았다."명화 씨도 여기서 식사하나 봐요?”윤설이가 웃으며 물었다."친구가 밥을 먹기로 했어요.""여자친구?"김명화는 대답하지 않았고 윤설을 보며 물었다.“우리 형이랑 같이 식사해서 기분이 좋은가 봐요? 아니면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윤설은 김신걸을 한번 보고 부끄러운 듯 입을 열었다.“신걸 씨가 이번 주 금요일에 나랑 혼인 신고를 하겠대. 알잖아, 전에는 약혼만 했잖아.”
원유희는 순간 멍해졌다.‘혼인 신고한다고? 그럼 시간 얼마 안 남은 건데…….’며칠 전 윤설이 자신이랑 얘기한 말이 생각났다. ‘다 끝난다는 게 이거를 얘기한 거였어?’“이제 김신걸이 결혼해서 애가 생기면 너한테도 관심이 사라질 거야. 내가 말했지. 김신길이 결혼한다면 꼭 윤설이랑 결혼할 거라고. 그리고 왜 걔가 왜 널 놔주지 않은 건 너도 알잖아, 남자는 다 그래. 아랫도리 관리를 못 하거든.”원유희도 비록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김명화의 말을 들으니 그래도 마음이 불편해졌다.“그럼 당신도 그렇다는 얘기잖아요?”원유희는 원유희를 비웃었다.“질투하는 거야?”김명화는 웃는 듯 마는 듯하며 말했다.원유희는 눈총을 주려던 것을 억지로 참고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뒤돌아서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김명화는 그런 원유희를 붙잡았다.“저녁에 같이 밥이나 먹을까?”“아니요.”“내가 이렇게 좋은 소식을 알려줬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김명화는 원유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원유희는 김명화의 손을 뿌리치고 담담하게 말했다.“예전에는 아이를 가지고 협박하더니 지금은 아이를 가지고 거래를 하자는 거예요? 그리고 전 알려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이 말만 하고 원유희는 밖으로 가버렸다.“짜증 나네…….”김명화는 원유희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몸으로 원유희를 소파에 눌렀다.“아!”깜짝 놀란 원유희는 놀라서 발버둥을 치며 김명화를 밀쳤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말 좀 이쁘게 하면 안 되냐?”“네?”원유희는 어리둥절해졌다.이때 사무실의 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리고 고선덕은 들어오자마자 이런 야릿한 모습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원유희는 급히 김명화를 밀치고 일어섰는데 표정이 구겨지고 말았다.“오해하지 마요. 이 사람 지금 제정신이 아니에요.”이 말을 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원유희가 나간 후 김명화도 뒤따라 재무부에서 나갔다.원유희는 자리에 앉아 원망의 눈빛으로 김명화가 사라지는 것을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재무부의 사람들까지 원유희가 애를 낳았다는 소식을 알았기에 김풍 그룹의 사람들은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원유희가 김풍 그룹에 입사한 것은 김명화랑 관계가 없고 다 김신걸의 영향이라고 생각했다.회의는 거의 두 시간 후에 끝났다.김덕배는 회의실 문으로 걸어가는 김신걸을 보며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원유희랑 물었다.“원유희, 그저께 저녁 우리 명화의 아파트에 있었지?”원유희는 반 박자 늦게 눈치를 챘고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다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떠나려는 김신걸을 포함해 모두 걸음을 멈추었다. 김신걸은 비록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위협적인 분위기가 확연히 보였다.원유희는 김명화를 차갑게 바라보며 당황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이사님께서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 전 그날에 제집에 있었어요.”“숨기긴, 내가 테이블에 저녁 식사랑 와인 잔이 있는 거 봤는데 명화가 남자랑 마셨대. 그게 말이 돼? 그래서 내가 일부러 나가서 아파트 밑에서 기다렸는데 네가 아파트에서 나오더라고.”김덕배는 확신이 찬 말투로 말했다.이 말을 듣자 원유희의 표정은 한순간에 변했고 무의식적으로 김신걸 쪽을 바라봤다.설명하려던 찰나 김신걸은 문밖으로 나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원유희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고 다른 임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발대발하며 물었다.“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뭐 꼭 따지고 싶으면 CCTV이라도 확인해줄까?”“그만 해요.”김명화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김덕배는 물러서지 않았고 점점 더 터무니없는 말을 꺼냈다.“명화야, 둘이 사귀면 그냥 사귄다고 얘기해. 숨길 필요 없어. 아빠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이 아니야.”다른 임원들은 더 이상 들을 담이 없었고 급하게 나갔다.고선덕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원유희를 보며 말했다.“안 가?”정신을 차린 원유희는 넋을 잃은 채 고선덕을 따라 회의실을 떠나 부서로 갔다.“휴가 줘?”고선덕이 물었다.원유희는 시선을 들어
뒤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느껴 고개를 돌리자 김명화임을 확인하고 원유희의 표정은 갑자기 어두워졌다."무슨 표정이야? 내가 그랬어?" 김명화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저한테서 좀 멀리 떨어져 줄래요?”원유희는 이미 김명화랑 상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고 싶지 않았다. 머리가 너무나도 어지러웠다.김명화는 화가 난 원유희를 잡아 벽으로 밀었다.“왜……왜 그래요? 다른 사람 보면 어쩔려고요?”원유희는 손으로 김명화를 밀었지만 아무리 해도 밀어내지 못하자 소리를 쳤다.“놔달라고요!”“김신걸이 그렇게나 무서워? 그렇게 신경 쓰여?”원유희는 이런 김명화가 어이없었고 심호흡하고 대답했다.“김신걸을 신경 쓰지 않으면 뭐 당신을 신경 써야 하나요?”김명화는 흠칫했다. 원유희는 불쾌하다는 듯 김명화의 건방진 손을 뿌리치고 테이블로 다가가 가방을 들었다.“김신걸의 심기를 건드리면 저한테 이롭지 않다는 거 잘 알잖아요. 아이가 김신걸 손에 있다는 잘 알면서.”“네가 아이를 포기하면 돼.”“네?”원유희는 김명화가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다.“너 재혼하면 되잖아.”원유희는 김명화의 뜻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싫었다. 재혼하고 다시 아이를 낳으면 주의력을 돌릴 수도 있고 더이상 김신걸의 협박받을 필요도 없었다. 아니면 평생 이런 비극적인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원유희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할 수 없었다, 원유희는 차마 아이들을 버릴 수 없었다. 주의력을 돌리고 다른 아이를 낳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그저 자기의 모든 사랑을 세쌍둥이에게 주고 싶었다.더군다나 김신걸은 원유희가 재혼하여 아이를 낳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허락하더라도 그건 나중의 일이고 그런 날이 언제 올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원유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명화를 바라봤다.“당신은 모를 거예요.”이 말만 남기고 돌아섰다.표정이 어두워진 김명화는 옆의 의자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집에 돌아온 원유희는 소파에 앉아 넋을 잃었다. 원유희의 머릿속은 온통
원유희는 일어섰다..“팀장님 아직 퇴근하지 않으셨어요?”“유희 씨는 왜 아직 퇴근 안 했어요?”원유희는 아랫입술을 오므렸다.“……팀장님, 혹시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말해 봐봐.”“김신걸 지금 어딨어요? 저……찾아가 보고 싶은데.”이전의 핸드폰이 없어져도 원유희는 김신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무작정 마구 뛰어다닌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원유희는 이미 어선원 쪽에 연락을 해봤는데 김신걸은 없었다.‘설마 윤설과 함께 있는 건 아니겠지? 내일이면 혼인 신고하겠는데 뭐 한시라도 못 떨어져 있는 거야? 근데 설마 진짜라면? 아무래도 사이가 좋으니까…….’“몰라요?”고선덕이가 물었다.“저……연락해보지 않았는데 어전원에는 없다고 하더라고요.”고선덕은 침묵을 지키며 고민했다.원유희는 간절하게 부탁했다.“팀장님, 이번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저……오늘 저녁에 그 사람을 꼭 봐야 하거든요.”고선덕은 그녀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다.“내가 한번 해볼게.”고선덕은 고건에게 전화를 걸었다.“김 선생님 지금 어디에 계셔? 내가 볼 일이 있는데 연락이 안 돼서.”“전화를 안 받으면 아파트에 있겠지. 급한 일이야?”“아파트에 있다면 그럼 내일 다시 찾아가야겠다.”원유희는 ‘아파트’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눈에서 빛이 났다. 고선덕이 전화를 끊기도 전에 감사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달아났다.고선덕은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쉽지 않네.”원유희는 아파트로 달려갔다. 필경 그녀의 아파트도 여기에 있는지라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문에 들어서자 원유희는 내부의 아늑한 인테리어 스타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마음에 들 줄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원유희는 디테일까지 볼 여유가 없었고 서둘러 베란다로 갔다.문을 두드려봤자 김신걸이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 뻔했길래 원유희는 베란다를 통해 갈려고 생각했다.하지만 베란다에 도착하자마자 원유희는 지난번처럼 벽을 타서 갈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어쩌지? 어떻게
김신걸은 허리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려 경직된 얼굴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원유희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불쌍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김신걸을 쳐다보았다.“너 날 무서워하잖아. 근데 내가 좋다고?”“무서워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감정이 더 강하고 더 많아. 다른 사람한테서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야…….”원유희는 영혼까지 꿰뚫어 볼 정도로 예리한 눈과 마주 보았다.“널 좋아하는 마음은 다 마음속에 숨겨놓았으니까 넌 내가 널 두려워한다고만 생각했겠지…….”말을 마치고 앞으로 나아가서 두 손을 그의 넓은 어깨에 놓고 까치발을 들어 작은 입술로 김신걸의 얇은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부드럽고 설렐 수 있게.김신걸은 긴장해졌다. 손을 뻗어 원유희의 가녀린 허리를 꽉 안고 키스를 깊게 하더니 더 흥분해졌다.원유희를 안고 침대로 향했다. 검은 그림자가 원유희를 뒤덮더니 그녀의 덕을 잡고 말했다.“좋아하는 게 싫어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데.”원유희는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이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거 아니잖아. 김신걸, 날 밀어내지 마.”김신걸은 숨을 거칠게 쉬며 다시 그녀의 작은 입술을 탐했다. 원유희를 통째로 삼킬 것 같았다.“웁…….”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원유희는 두 손으로 그의 넓은 어깨를 안고 중얼거렸다.“좋아해…….”김신걸은 낮은 소리로 외쳤다.“이런 요물.”오늘 밤은 불면의 밤으로 되었다. 그들은 몸을 완전히 욕구에 맡겨 쉬지 않고 서로를 안았다.윤설은 아침에 일어나고 예쁘게 단장했다. 세쌍둥이를 보고 싶지 않은 윤설은 어전원에 갈 마음도 사라지고 본가에서 지냈다. 자신이 참지 못하고 세쌍둥이를 때릴까 봐 두려웠다. 김신걸의 진정한 부인이 되기 전에 윤설을 다 참을 거라고 다짐했다.윤정과 장미선은 모두 윤설과 김신걸이 오늘 혼인 신고하러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장미선은 엄청 기뻤지만 윤설은 아니었다.아침을 먹을 때 윤정은 윤설과 물었다.“너 잘 생각한 거 맞아? 혼인 신고하면 넌 신걸이의 부인이 되는 거야.”“그게 좋은
장미선은 밖에 나가서 여러 번이나 보고 거실로 돌아와 말했다.“설아, 신걸은 왜 아직도 안 온대? 이렇게 큰일을 까먹은 건 아니겠지? 신걸이는 그렇게 책임 없는 사람이 아니잖아. 전화 걸어 확인해봐 봐.”윤설은 시간을 보았다. 아직 5분이 남았다.“좀 더 기다려보죠. 신걸씨가 8시라면 꼭 8시에 올 거예요.”하지만 8시 1분이 되었지만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윤설은 계속 시간을 보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장미선과 윤정이 다 윤설을 보고 있었기에 전화가 통하지 않자 윤설은 창피함을 느꼈다. 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바쁜가 봐요.”윤설이 말했다.“너희 오늘 혼인 신고하는 날인데 무슨 일이 이것보다 더 중요해?”장미선은 몹시 언짢았다.윤설은 생각하다가 어전원쪽에 연락했고 해림은 어젯밤 김신걸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그 말을 듣자 윤설의 표정이 바로 변했다.“왜 그래?”윤설이 전화를 끊자 장미선은 바로 물어봤다.윤설은 말을 하지 않고 계속 고건에게 전화를 걸었다."신걸 씨 회사에 출근했어요?”“아직이요.”윤설은 전화를 끊고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장미선은 입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연락이 안 돼?”“다른 일이 있어서 좀 늦는가 봐요. 괜찮아요, 구청에 가서 기다리죠. 뭐.”윤설은 일어서서 가방을 들고 나갔다.장미선과 윤정도 따라갔다.“설아, 너 혼자 가려고?”장미선은 마땅치 않아 했다.‘어떻게 혼인 신고하러 가는데 신부 혼자 보낼 수가 있어?”“저 신걸 씨를 믿어요. 분명히 무슨 일이 있어서 늦었을 거예요. 시간 맞춰 주청에 도착할 거예요.”이 말을 하곤 윤설은 차에 올라 차가 떠났다.장미선은 수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신걸도 참,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 왜 난 예감이 안 좋지?”“혼인 신고를 너무 급하게 해서 그래.”장미선은 이 말을 듣자마자 화가 났다.“더 늦추라고? 누구 좋아하라고? 당신이 막내딸을
윤설은 지금 자존심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았고 다른 사람이 자기 얼굴에 침 뱉은 것처럼 기분이 더러웠다. 윤설은 처음으로 이런 낭패를 보았다.지나가는 남녀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훌륭한 외모를 가진 윤설이었지만 지금 자신의 추한 꼴은 윤설 혼자만 알고 있었다.휴대폰이 울리자 윤설은 급하게 폰을 확인했지만 김신걸에게서 걸려 온 전화가 아니라 장미선의 전화였다.윤설은 갑자기 억울해지더니 지쳐있는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엄마…….”“혼인 신고……아직이야?”장미선은 윤설의 소리를 듣자마자 일이 어그러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신걸 씨가 전화도 안 받고 구청에 오지도 않고, 어디에 있는 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원유희한테도 전화를 걸었는데 걔도 전화를 안 받아요. 원유희 분명히 오늘에 나랑 신걸 씨가 혼인 신고하러 간다는 소식 듣고 수를 써서 신걸 씨를 붙잡았을 거예요. 아니면 신걸 씨가 이럴 리가 없죠.”“또 원유희야!”장미선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동시에 윤설을 위로했다.“너무 조급해하지 마, 엄마가 방법을 생각할게. 너 아직 구청이야?”"네.""너 거기서 기다려, 내가 원유희를 찾아가서 그년 얼굴을 찢어버릴 테야.”장미선은 분개하여 전화를 끊었다.‘내 딸을 이렇게 괴롭혀? 내가 만만해 보여?’잠에서 깨어난 원수정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마자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장미선이었다.“야, 장미선, 넌 또 왜 미친개처럼 아침부터 남의 집 와서 행패야?”장미선은 원수정을 보자마자 메이드를 상대하지 않고 원수정 앞으로 달려갔다.“원유희는? 어딨어? 넌 알지? 빨리 말해!”원수정은 어이가 없었다.“왜 유희를 찾아? 웃기고 있네! 정말. 내가 왜 너랑 얘기해야 하는데?”“내가 너희 둘 악독한 계획을 모를 줄 알아? 일부러 신걸이를 붙잡아서 신걸이랑 설이가 혼인 신고하러 가는 거를 막으려고 이러는 거지. 나 똑똑히 말해줄게. 그런 일은 없을 거니까 꿈도 꾸지 마. 오늘에 혼인 신고 못하면 내일에 하면 되고 내일 안 되면 모레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