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은 약간 긴장한 듯 애처 침착한 척을 하며 말했다.“당신 바쁜 거 아니까 결혼식은 잠시 미뤄도 돼. 먼저……혼인 신고부터 할까? 그럼 나도 본격적으로 세쌍둥이를 돌볼 수 있잖아.”김신걸은 시선을 떨구었다.“먼저 혼인 신고부터 하자고?”“응, 내가 날짜를 봤는데 이번 주 금요일이 좋대. 그럼 그날에…….”윤설은 슬쩍 떠보다가 김걸이 반응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넋을 잃고 있는 것 같았다“신걸 씨?”"듣고 있어." 김신걸의 표정에는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내가 뭐 얼른 혼인 신고하자고 강요하는 건 아닌데, 하도 소문이 많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착각하게 되더라고…….”윤설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착각?”“당신이……원유희를 좋아한다는 착각.”김신걸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리더니 얼굴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제대로 착각했어.”“그니까. 나도 그럴 리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지.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원유희는 말도 안 되지. 원유희는 원수정의 딸인데.”“그럼 그날에 혼인 신고하러 가자.”김신걸이 결정을 내렸다.윤설의 긴장된 마음이 진정되고 표정도 한결 자연스러워졌지만 기쁜 기색을 감출 순 없었다.“그래.”김신걸이 혼인 신고하는 것을 동의하면 윤설은 김신걸의 부인으로, 김씨 집안의 사모님으로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약혼녀가 아니었다.만반을 대책을 세운 후 윤설은 그때 가서 원유희를 끝장내려고 생각했다.“형?”윤설이 고개를 들자 주머니에 손을 꽂은 김명화가 다가와 인사하는 것을 보았다. 김신걸은 그를 힐끗 보고 말을 하지 않았다."명화 씨도 여기서 식사하나 봐요?”윤설이가 웃으며 물었다."친구가 밥을 먹기로 했어요.""여자친구?"김명화는 대답하지 않았고 윤설을 보며 물었다.“우리 형이랑 같이 식사해서 기분이 좋은가 봐요? 아니면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윤설은 김신걸을 한번 보고 부끄러운 듯 입을 열었다.“신걸 씨가 이번 주 금요일에 나랑 혼인 신고를 하겠대. 알잖아, 전에는 약혼만 했잖아.”
원유희는 순간 멍해졌다.‘혼인 신고한다고? 그럼 시간 얼마 안 남은 건데…….’며칠 전 윤설이 자신이랑 얘기한 말이 생각났다. ‘다 끝난다는 게 이거를 얘기한 거였어?’“이제 김신걸이 결혼해서 애가 생기면 너한테도 관심이 사라질 거야. 내가 말했지. 김신길이 결혼한다면 꼭 윤설이랑 결혼할 거라고. 그리고 왜 걔가 왜 널 놔주지 않은 건 너도 알잖아, 남자는 다 그래. 아랫도리 관리를 못 하거든.”원유희도 비록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김명화의 말을 들으니 그래도 마음이 불편해졌다.“그럼 당신도 그렇다는 얘기잖아요?”원유희는 원유희를 비웃었다.“질투하는 거야?”김명화는 웃는 듯 마는 듯하며 말했다.원유희는 눈총을 주려던 것을 억지로 참고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뒤돌아서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김명화는 그런 원유희를 붙잡았다.“저녁에 같이 밥이나 먹을까?”“아니요.”“내가 이렇게 좋은 소식을 알려줬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김명화는 원유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원유희는 김명화의 손을 뿌리치고 담담하게 말했다.“예전에는 아이를 가지고 협박하더니 지금은 아이를 가지고 거래를 하자는 거예요? 그리고 전 알려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이 말만 하고 원유희는 밖으로 가버렸다.“짜증 나네…….”김명화는 원유희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몸으로 원유희를 소파에 눌렀다.“아!”깜짝 놀란 원유희는 놀라서 발버둥을 치며 김명화를 밀쳤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말 좀 이쁘게 하면 안 되냐?”“네?”원유희는 어리둥절해졌다.이때 사무실의 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리고 고선덕은 들어오자마자 이런 야릿한 모습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원유희는 급히 김명화를 밀치고 일어섰는데 표정이 구겨지고 말았다.“오해하지 마요. 이 사람 지금 제정신이 아니에요.”이 말을 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원유희가 나간 후 김명화도 뒤따라 재무부에서 나갔다.원유희는 자리에 앉아 원망의 눈빛으로 김명화가 사라지는 것을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재무부의 사람들까지 원유희가 애를 낳았다는 소식을 알았기에 김풍 그룹의 사람들은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원유희가 김풍 그룹에 입사한 것은 김명화랑 관계가 없고 다 김신걸의 영향이라고 생각했다.회의는 거의 두 시간 후에 끝났다.김덕배는 회의실 문으로 걸어가는 김신걸을 보며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원유희랑 물었다.“원유희, 그저께 저녁 우리 명화의 아파트에 있었지?”원유희는 반 박자 늦게 눈치를 챘고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다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떠나려는 김신걸을 포함해 모두 걸음을 멈추었다. 김신걸은 비록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위협적인 분위기가 확연히 보였다.원유희는 김명화를 차갑게 바라보며 당황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이사님께서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 전 그날에 제집에 있었어요.”“숨기긴, 내가 테이블에 저녁 식사랑 와인 잔이 있는 거 봤는데 명화가 남자랑 마셨대. 그게 말이 돼? 그래서 내가 일부러 나가서 아파트 밑에서 기다렸는데 네가 아파트에서 나오더라고.”김덕배는 확신이 찬 말투로 말했다.이 말을 듣자 원유희의 표정은 한순간에 변했고 무의식적으로 김신걸 쪽을 바라봤다.설명하려던 찰나 김신걸은 문밖으로 나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원유희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고 다른 임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발대발하며 물었다.“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뭐 꼭 따지고 싶으면 CCTV이라도 확인해줄까?”“그만 해요.”김명화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김덕배는 물러서지 않았고 점점 더 터무니없는 말을 꺼냈다.“명화야, 둘이 사귀면 그냥 사귄다고 얘기해. 숨길 필요 없어. 아빠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이 아니야.”다른 임원들은 더 이상 들을 담이 없었고 급하게 나갔다.고선덕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원유희를 보며 말했다.“안 가?”정신을 차린 원유희는 넋을 잃은 채 고선덕을 따라 회의실을 떠나 부서로 갔다.“휴가 줘?”고선덕이 물었다.원유희는 시선을 들어
뒤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느껴 고개를 돌리자 김명화임을 확인하고 원유희의 표정은 갑자기 어두워졌다."무슨 표정이야? 내가 그랬어?" 김명화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저한테서 좀 멀리 떨어져 줄래요?”원유희는 이미 김명화랑 상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고 싶지 않았다. 머리가 너무나도 어지러웠다.김명화는 화가 난 원유희를 잡아 벽으로 밀었다.“왜……왜 그래요? 다른 사람 보면 어쩔려고요?”원유희는 손으로 김명화를 밀었지만 아무리 해도 밀어내지 못하자 소리를 쳤다.“놔달라고요!”“김신걸이 그렇게나 무서워? 그렇게 신경 쓰여?”원유희는 이런 김명화가 어이없었고 심호흡하고 대답했다.“김신걸을 신경 쓰지 않으면 뭐 당신을 신경 써야 하나요?”김명화는 흠칫했다. 원유희는 불쾌하다는 듯 김명화의 건방진 손을 뿌리치고 테이블로 다가가 가방을 들었다.“김신걸의 심기를 건드리면 저한테 이롭지 않다는 거 잘 알잖아요. 아이가 김신걸 손에 있다는 잘 알면서.”“네가 아이를 포기하면 돼.”“네?”원유희는 김명화가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다.“너 재혼하면 되잖아.”원유희는 김명화의 뜻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싫었다. 재혼하고 다시 아이를 낳으면 주의력을 돌릴 수도 있고 더이상 김신걸의 협박받을 필요도 없었다. 아니면 평생 이런 비극적인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원유희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할 수 없었다, 원유희는 차마 아이들을 버릴 수 없었다. 주의력을 돌리고 다른 아이를 낳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그저 자기의 모든 사랑을 세쌍둥이에게 주고 싶었다.더군다나 김신걸은 원유희가 재혼하여 아이를 낳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허락하더라도 그건 나중의 일이고 그런 날이 언제 올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원유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명화를 바라봤다.“당신은 모를 거예요.”이 말만 남기고 돌아섰다.표정이 어두워진 김명화는 옆의 의자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집에 돌아온 원유희는 소파에 앉아 넋을 잃었다. 원유희의 머릿속은 온통
원유희는 일어섰다..“팀장님 아직 퇴근하지 않으셨어요?”“유희 씨는 왜 아직 퇴근 안 했어요?”원유희는 아랫입술을 오므렸다.“……팀장님, 혹시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말해 봐봐.”“김신걸 지금 어딨어요? 저……찾아가 보고 싶은데.”이전의 핸드폰이 없어져도 원유희는 김신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무작정 마구 뛰어다닌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원유희는 이미 어선원 쪽에 연락을 해봤는데 김신걸은 없었다.‘설마 윤설과 함께 있는 건 아니겠지? 내일이면 혼인 신고하겠는데 뭐 한시라도 못 떨어져 있는 거야? 근데 설마 진짜라면? 아무래도 사이가 좋으니까…….’“몰라요?”고선덕이가 물었다.“저……연락해보지 않았는데 어전원에는 없다고 하더라고요.”고선덕은 침묵을 지키며 고민했다.원유희는 간절하게 부탁했다.“팀장님, 이번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저……오늘 저녁에 그 사람을 꼭 봐야 하거든요.”고선덕은 그녀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다.“내가 한번 해볼게.”고선덕은 고건에게 전화를 걸었다.“김 선생님 지금 어디에 계셔? 내가 볼 일이 있는데 연락이 안 돼서.”“전화를 안 받으면 아파트에 있겠지. 급한 일이야?”“아파트에 있다면 그럼 내일 다시 찾아가야겠다.”원유희는 ‘아파트’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눈에서 빛이 났다. 고선덕이 전화를 끊기도 전에 감사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달아났다.고선덕은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쉽지 않네.”원유희는 아파트로 달려갔다. 필경 그녀의 아파트도 여기에 있는지라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문에 들어서자 원유희는 내부의 아늑한 인테리어 스타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마음에 들 줄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원유희는 디테일까지 볼 여유가 없었고 서둘러 베란다로 갔다.문을 두드려봤자 김신걸이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 뻔했길래 원유희는 베란다를 통해 갈려고 생각했다.하지만 베란다에 도착하자마자 원유희는 지난번처럼 벽을 타서 갈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어쩌지? 어떻게
김신걸은 허리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려 경직된 얼굴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원유희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불쌍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김신걸을 쳐다보았다.“너 날 무서워하잖아. 근데 내가 좋다고?”“무서워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감정이 더 강하고 더 많아. 다른 사람한테서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야…….”원유희는 영혼까지 꿰뚫어 볼 정도로 예리한 눈과 마주 보았다.“널 좋아하는 마음은 다 마음속에 숨겨놓았으니까 넌 내가 널 두려워한다고만 생각했겠지…….”말을 마치고 앞으로 나아가서 두 손을 그의 넓은 어깨에 놓고 까치발을 들어 작은 입술로 김신걸의 얇은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부드럽고 설렐 수 있게.김신걸은 긴장해졌다. 손을 뻗어 원유희의 가녀린 허리를 꽉 안고 키스를 깊게 하더니 더 흥분해졌다.원유희를 안고 침대로 향했다. 검은 그림자가 원유희를 뒤덮더니 그녀의 덕을 잡고 말했다.“좋아하는 게 싫어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데.”원유희는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이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거 아니잖아. 김신걸, 날 밀어내지 마.”김신걸은 숨을 거칠게 쉬며 다시 그녀의 작은 입술을 탐했다. 원유희를 통째로 삼킬 것 같았다.“웁…….”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원유희는 두 손으로 그의 넓은 어깨를 안고 중얼거렸다.“좋아해…….”김신걸은 낮은 소리로 외쳤다.“이런 요물.”오늘 밤은 불면의 밤으로 되었다. 그들은 몸을 완전히 욕구에 맡겨 쉬지 않고 서로를 안았다.윤설은 아침에 일어나고 예쁘게 단장했다. 세쌍둥이를 보고 싶지 않은 윤설은 어전원에 갈 마음도 사라지고 본가에서 지냈다. 자신이 참지 못하고 세쌍둥이를 때릴까 봐 두려웠다. 김신걸의 진정한 부인이 되기 전에 윤설을 다 참을 거라고 다짐했다.윤정과 장미선은 모두 윤설과 김신걸이 오늘 혼인 신고하러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장미선은 엄청 기뻤지만 윤설은 아니었다.아침을 먹을 때 윤정은 윤설과 물었다.“너 잘 생각한 거 맞아? 혼인 신고하면 넌 신걸이의 부인이 되는 거야.”“그게 좋은
장미선은 밖에 나가서 여러 번이나 보고 거실로 돌아와 말했다.“설아, 신걸은 왜 아직도 안 온대? 이렇게 큰일을 까먹은 건 아니겠지? 신걸이는 그렇게 책임 없는 사람이 아니잖아. 전화 걸어 확인해봐 봐.”윤설은 시간을 보았다. 아직 5분이 남았다.“좀 더 기다려보죠. 신걸씨가 8시라면 꼭 8시에 올 거예요.”하지만 8시 1분이 되었지만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윤설은 계속 시간을 보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장미선과 윤정이 다 윤설을 보고 있었기에 전화가 통하지 않자 윤설은 창피함을 느꼈다. 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바쁜가 봐요.”윤설이 말했다.“너희 오늘 혼인 신고하는 날인데 무슨 일이 이것보다 더 중요해?”장미선은 몹시 언짢았다.윤설은 생각하다가 어전원쪽에 연락했고 해림은 어젯밤 김신걸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그 말을 듣자 윤설의 표정이 바로 변했다.“왜 그래?”윤설이 전화를 끊자 장미선은 바로 물어봤다.윤설은 말을 하지 않고 계속 고건에게 전화를 걸었다."신걸 씨 회사에 출근했어요?”“아직이요.”윤설은 전화를 끊고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장미선은 입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연락이 안 돼?”“다른 일이 있어서 좀 늦는가 봐요. 괜찮아요, 구청에 가서 기다리죠. 뭐.”윤설은 일어서서 가방을 들고 나갔다.장미선과 윤정도 따라갔다.“설아, 너 혼자 가려고?”장미선은 마땅치 않아 했다.‘어떻게 혼인 신고하러 가는데 신부 혼자 보낼 수가 있어?”“저 신걸 씨를 믿어요. 분명히 무슨 일이 있어서 늦었을 거예요. 시간 맞춰 주청에 도착할 거예요.”이 말을 하곤 윤설은 차에 올라 차가 떠났다.장미선은 수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신걸도 참,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 왜 난 예감이 안 좋지?”“혼인 신고를 너무 급하게 해서 그래.”장미선은 이 말을 듣자마자 화가 났다.“더 늦추라고? 누구 좋아하라고? 당신이 막내딸을
윤설은 지금 자존심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았고 다른 사람이 자기 얼굴에 침 뱉은 것처럼 기분이 더러웠다. 윤설은 처음으로 이런 낭패를 보았다.지나가는 남녀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훌륭한 외모를 가진 윤설이었지만 지금 자신의 추한 꼴은 윤설 혼자만 알고 있었다.휴대폰이 울리자 윤설은 급하게 폰을 확인했지만 김신걸에게서 걸려 온 전화가 아니라 장미선의 전화였다.윤설은 갑자기 억울해지더니 지쳐있는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엄마…….”“혼인 신고……아직이야?”장미선은 윤설의 소리를 듣자마자 일이 어그러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신걸 씨가 전화도 안 받고 구청에 오지도 않고, 어디에 있는 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원유희한테도 전화를 걸었는데 걔도 전화를 안 받아요. 원유희 분명히 오늘에 나랑 신걸 씨가 혼인 신고하러 간다는 소식 듣고 수를 써서 신걸 씨를 붙잡았을 거예요. 아니면 신걸 씨가 이럴 리가 없죠.”“또 원유희야!”장미선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동시에 윤설을 위로했다.“너무 조급해하지 마, 엄마가 방법을 생각할게. 너 아직 구청이야?”"네.""너 거기서 기다려, 내가 원유희를 찾아가서 그년 얼굴을 찢어버릴 테야.”장미선은 분개하여 전화를 끊었다.‘내 딸을 이렇게 괴롭혀? 내가 만만해 보여?’잠에서 깨어난 원수정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마자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장미선이었다.“야, 장미선, 넌 또 왜 미친개처럼 아침부터 남의 집 와서 행패야?”장미선은 원수정을 보자마자 메이드를 상대하지 않고 원수정 앞으로 달려갔다.“원유희는? 어딨어? 넌 알지? 빨리 말해!”원수정은 어이가 없었다.“왜 유희를 찾아? 웃기고 있네! 정말. 내가 왜 너랑 얘기해야 하는데?”“내가 너희 둘 악독한 계획을 모를 줄 알아? 일부러 신걸이를 붙잡아서 신걸이랑 설이가 혼인 신고하러 가는 거를 막으려고 이러는 거지. 나 똑똑히 말해줄게. 그런 일은 없을 거니까 꿈도 꾸지 마. 오늘에 혼인 신고 못하면 내일에 하면 되고 내일 안 되면 모레 하면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