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이 원유희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를 챘는지 뒤쫓아갔다."김신걸을 쫓으러 간 건 아니겠지?" 원수정이 놀랐다. "그러다김신걸이 유희한테 손 대는 거 아니야?"윤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가볼게!"원수정도 가방을 들고 떠나려 했다.그러자 장미선이 그녀를 불렀다. "뭘 그렇게 급하게 가려 그래?윤정씨가 쫓아 나갔잖아?""너랑 여기에 있으니까 토하고 싶어서 그런다 왜!" 원수정이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나는 네가 모르는 엄청 많은 일들을 말해주고 싶은데, 궁금하지 않아?" 장미선이 물었다.이에 원수정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너의 그 입에서 무슨 좋은 소리가 나온다고?"장미선은 화를 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잠시 후에 원수정에게 그녀의 대단함을 보여줄 것이니까."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다시 말하지만 아이를 가지고 나를 자극하려는 수단은 통하지 않아. 아이들더러 너를 외할머니라고 부르는게 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고! 뭐, 낳고 싶지 않아? 내가 보기엔 너의 딸은 알을 낳을 수 없는 닭이랑 다름이 없는 년이야!" 원수정이 조롱했다.장미선 모녀에 대해서는 전혀 체면을 봐줄 필요가 없었다.장미선의 얼굴에 노기가 드러났다. "원수정, 너 같은 사람은 칼로 몸에 천 개의 구멍을 뚫어도 동정할 필요가 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강구의 그 교통사고 때 차가 네 몸에서 몇 번 더 굴러가게 했어야 되는데!"원수정이 장미선의 말속에서 수상함을 눈치 챘다. "그게 무슨 뜻이야? 똑똑히 말해!""아직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 교통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인위적인 거라고.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나고." 장미선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원수정이 듣더니 멍해졌다. "어떻게 너야? 경찰들이 아무것도 조사해내지 못한 거야? 네가 사람을 찾아 나를 죽이려 했다니!""어떻게 조사해내지 못했겠어? 당연히 조사해냈지. 내가 그런 거 맞아. 모든 사람이 다 내가 그랬다는 걸 알아. 네 딸도, 내 남편도 포함해서. 그런데 그게
원유희는 숨을 크게 쉬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왜 이렇게 잔인한 거야? 내가 애 엄마잖아!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원유희는 멘탈이 붕괴되면서 절망에 빠졌다. 당초에 모든 방법을 다하여 도망쳤는데도 여전히 이런 결과라니.김신걸은 도대체 인간성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자신이 온갖 비위를 맞추는 모습을 봐서라도 이렇게 무정해서는 안 되는거잖아!앞으로 아이들이 윤설의 손에서 길러지면서 더 이상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심지어 점차 자신이랑 낯설어질 것을 생각하니 원유희의 마음은 마치 칼에 베이는 것처럼 괴로웠다.안 돼! 절대 안 돼!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불에 뛰어들라 해도 다 좋아.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더라도 괜찮으니까, 반드시 아이들을 빼앗아 올 거야!원유희는 비통한 정서를 억누르고 몸을 돌려 되돌아가려 했다. 그러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여인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추었다.윤설이 손에 가방을 들고 하이힐을 신은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그녀 앞으로 걸어왔다. 우아하고 도도했다."쯧쯧쯧, 불쌍하기도 해라. 많이 속상하지?""너 많이 속 시원하지?" 원유희의 눈에 맺힌 눈물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물론이지. 네가 이렇게 슬퍼하는 걸 보니 얼마나 속이 시원한지 모르겠네! 처음에는 네가 아이를 낳고 생활이 호강해질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 보아하니 완전히 지옥에 떨어진 것 같구나?" 윤설이 비웃었다.원유희는 이를 악물고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원유희, 나한테 잘 보여. 나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세 쌍둥이에게 화를 낼 것이니까. 어제 오후, 유담이 펜을 들고 나의 피아노에 낙서를 해서 나에게 엄청 얻어맞았거든. 얼머나 불쌍하게 울던지." 윤설이 동정해하며 고개를 저었다.원유희는 가슴이 순간 쥐어뜯긴 것마냥 아파 났다. 세 쌍둥이가 오늘날까지 커오면서 그녀는 그들을 한 번도 때린 적이 없었는데.그러던 중 원유희가 갑자기 냉정해졌다. "거짓말하지 마. 김신걸이 아무리 독해도 네가 아이에게 그
원유희가 눈시울을 붉히며 그의 품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시 흘러내린 눈물을 힘껏 닦으며 원유희는 냉정해져야 한다고 속으로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를 제성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하여 장미선과 이혼하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었다. 그것 때문에 이미 그의 일생의 행복을 묶어버렸는데, 다시 앞장세웠다간 또 어떤 협박을 당할지 누구도 모른다."네가 무슨 수로? 그냥 아빠가 가서...""싫어요!" 원유희가 소리를 질렀다. "이 일은 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니 제가 해결해야 돼요. 누구도 저를 도울 수 없어요!"말을 마치고는 그녀는 몸을 돌려 달아났다."유희야!" 윤정이 쫓아가려고 했지만 머리가 엉망진창이 되고 이마가 피투성이까지 돼서 호텔에서 나온 원수정을 보더니 깜짝 놀라 그녀를 부추기러 다가갔다. "수정아! 너 왜 그래?""당신... 당신 마누라가 때렸어." 원수정이 그의 품에 안겼다. "유희는?"윤정은 가슴이 두쪽으로 갈라진 것만 같았다. 한쪽은 딸이 걱정되고 다른 한쪽은 원수정의 상처가 걱정되고.하지만 지금은 원수정의 상처가 더 급했다."일단 병원에 데려다 줄게." 윤정이 원수정을 부추기며 차에 오르려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쪽에서 장미선의 고함이 들려왔다."윤정씨, 거기 서!"윤정이 몸을 돌려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장미선을 보았다. 낭패해 보였지만 다치지는 않았다."어디 가려고? 잊지 마. 내가 당신 마누라야. 당신 지금 대놓고 제삼자랑 정을 나누는 거야?" 장미선이 노발대발했다.윤정의 목소리가 매우 차가웠다. "집에 가서 거울이나 봐봐, 창피한 줄도 모르고!" 말을 마치고 윤정은 차에 올라 차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기사더러 운전하라고 했다.장미선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자신이 가장 미워하는 원수정이 떠나는 모습을 노려보았다. 질투로 찬 두 눈에는 불이 뿜어져 나올 지경이였다."원수정, 이 천한 년! 감히 내 남자를 빼앗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을
원유희는 주택단지로 돌아온 후 6층으로 올라갔다.집이 텅 비어있었다.아이들의 물건은 아직 있는데 사람이 없으니 왠지 쓸쓸하기만 했다.원유희는 바닥에 던져진 장난감을 치우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윤설의 말들이 날카로운 칼로 변해 그녀의 가슴을 한 조각 한 조각 베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김신걸은 아이들의 생부로서 어떻게 윤설의 행동을 그 정도까지 묵인할 수 있는 거지? 그 여자를 그렇게도 사랑하는 건가?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김신걸을 인자하게 만들 수 있을까?아주 조금이라도..."이 집 계속 맡을 겁니까?"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원유희는 눈물을 닦고 고개를 돌려 이 집의 집주인을 쳐다보았다."내가 계속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안 되더군요. 집에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계속 맡을 거예요?"원유희는 비행기와 함께 바다에 빠진 핸드폰을 떠올리며 일어나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해요, 얼마 전에 일이 있어서 말할 겨를이 없었어요. 집은 안 맡겠습니다. 날짜가 초과되었나요?""딱 3일만 초과했어요. 관두죠 뭐.""고마워요, 그럼 저 바로 물건들을 뺄게요."원유희는 아이들의 물건을 모두 5층으로 옮겼다.가정부의 물건들은 그녀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물건들은 많지 않았다. 세 아이들을 최대한 심플하게 키웠으니까.그것도 그럴 것이 원유희에게는 돈이 많지 않아 아껴 쓸 수 밖에 없었다.평소에 옷을 살 때도 꼭 맞는 것을 살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항상 몇 사이즈 크게 샀었다.아이들이 너무 빨리 자라니까, 2년 정도 더 입히고 싶은 마음에.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어전원에 갔으니 옷 따위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김신걸은 돈이 많으니까.하지만 세 아이들의 물건들은 여전히 버리기 아까웠다.그래서 모두 차곡차곡 정리해 놓았다.정리가 끝난 후 그녀는 완전히 지쳐 쓰러졌다.사실 그녀도 어젯밤에야 퇴원해 돌아와서 하룻밤만 묵었을 뿐이다.그리고 오늘 윤정이 그녀에게 전화가 와서는 같이 밥을 먹으면서 아이들의 일을 상의하자고 한 거고.그녀
원유희는 듣자마자 원수정이 스피커폰을 켜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아빠, 저는 괜찮아요. 송욱씨도 격렬한 운동만 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데에 지장이 없다고 했어요."원수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 이제서야 네가 그때 왜 죽어도 나랑 같이 안 산다고 했는지 알겠네. 아이들 때문이였지?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도 그 주택에 없는데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엄마, 제가 일을 다 처리한 후에 엄마한테로 갈게요." 원유희가 말했다."어떻게 처리할 건데?" 원수정이 그녀의 뜻을 알고 물었다."아직은 생각해내지 못했어요. 머리속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원유희의 목소리가 우울해 있었다.원수정과 윤정은 힘이 없어하는 원유희의 목소리를 들으며 걱정이 가득했다.윤정이 말했다. "유희야, 그래도 동네에서 살지 말고 아파트로 가. 병원에 있을 때 아빠가 너에게 말했잖아. 아파트는 이미 인테리어도 다 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들 수 있다고.”"나중에요. 저 지금 그냥 이 동네에서 살래요. 사람을 찾아 저에게 밥해 주게 할 생각도 하지 마시고요. 저 혼자서 저 자신을 잘 돌볼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마요. 그럼 저 마저 잘게요." 두 사람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원유희가 전화를 끊었다.원수정이 통화가 끊긴 핸드폰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봐, 이제 어떡해? 나랑 살려고 하지 않잖아. 얘가 말한 방법이 틀림없이 홀로 김신걸을 찾아가는 걸 거야. 난 유희가 그 사람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유희가 무조건 손해를 볼 거니까. 윤정씨, 나도 오늘 김신걸을 만나고 나서 알았어. 그 사람은 당신의 체면을 세워주지도 않거니와 아무도 안중에 넣지 않아.""신걸은 예전부터 고집이 엄청 셌어. 그가 결정한 일을 번복할수는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 윤정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럼 그때 왜 내가 제성으로 돌아오는 것에 동의한 거지? 내가 밖에서 죽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고?" 원수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윤정은 당연히 이유를 알
원유희가 잠깐 놀라더니 급히 물었다. "아이들을 봤어요?"김명화는 말 없이 잔을 들고 그녀에게 눈치를 주었다.원유희는 상황을 알고 싶은 마음에 컵을 들고 한 모금 마실 수밖에 없었다.그러자 김명화가 말했다. "낯선 남자의 집에 와서 아랑곳하지 않고 술을 마시다니. 밖에 나가면 마음이 놓이지 않게 할 여인이네..."원유희가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말할 겁니까, 말 겁니까?""봤어, 김신걸과 밥을 먹고 있었어. 그 장면이 괜찮아 보이더군. 화기애애하고." 김명화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그의 아이이기도 한데 박대하겠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가난뱅이 엄마랑 같이 있을 때보다도 더 좋아보였어.""저도 알아요..." 그가 말해 줄 필요 없이 원유희도 알고 있었다."점심에 협상했어?" 김명화가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요?""조금만 수소문하면 다 알 수 있어." 김명화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리고 너의 안색을 보면 협상에 실패했다는 것도 알 수 있고."원유희는 젓가락으로 그릇 안의 반찬을 찔끔찔끔 찔렀다. 오늘의 점심밥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말해 줄 수 있어?" 김명화가 물었다."저 유담의 양육권만 쟁취하려 했어요. 아들은... 김신걸에게 주고. 하지만 동의하지 않았어요." 원유희는 기운이 없는 듯 이마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그사람은 항상 그렇게 무자비했죠..."그것마저도 그녀의 살을 베어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녀는 한 아이도 가질 수 없으니까..."그럼 차라리 물러서서 다른 걸 원해. 아이를 다 주는 대신에 매달마다 양육비를 지불할 테니까 일주일에 두 번씩은 아이를 만나게 해달라고." 김명화가 말했다."뭐라고요..." 원유희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현실적으로 생각해 봐. 네가 김신걸과 아이를 다투는 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아.""하지만 김신걸은 저의 그 양육비를 거들떠보지도 않을걸요."원유희가 말했다.
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방안의 인테리어로 김명화의 침실이라는 것을 짐작했다.정말이지, 그녀는 그의 방에 있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나갈 수도 없고...원유희는 조용히 방문을 살짝 열고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김명화의 집으로 쳐들어온 사람이 다름이 아닌 김덕배였다."내가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아?" 김덕배는 들어오자마자 아들에게 물었다."못 봤을 거예요."김덕배는 김명화의 말이 사실인지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있는 일은 따로 있었으니까. "지금 드래곤 그룹 내에서 다들 김신걸에게 애가 있다고 떠들썩하더군. 김신걸에게 언제 애가 생겼어? 윤설이 임신했어? 이렇게 큰일이 터졌는데 왜 나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원유희가 속으로 생각했다.그 일 때문에 온 거였네."저도 방금 알았어요. 김신걸에게 확실히 세 쌍둥이가 있어요. 아들 둘, 딸 하나. 두 살 남짓한 아이들이죠. 하지만 애 엄마는 윤설이 아니라 원유희에요." 김명화가 소파에 앉았다."뭐라고? 뭐라고? 원유희?" 김덕배는 충격을 받았다. "원유희는 또 언제 김신걸과 함께 붙어 먹은거야? 시간을 계산해 보면 2, 3년 전에 원유희는 외국에 있었지? 김신걸이 설마 원유희를 외국에 숨겨뒀어? ""뜻밖이죠? 하지만 아이들의 일은 김신걸도 몰랐대요.""참 폭탄보다 더 놀랍네. 나 지금도 머리가 윙윙거려. 원유희 그 여인, 딱 봐도 여우 같은 게 쉽지가 않아!"방 안의 원유희의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내가 여우라고? 그리고 뭐가 쉽지 않다고? 애 셋을 낳은 것뿐인데. 비록 수적으로 이기긴 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그게 아버지랑 무슨 상관인데요?" 김명화는 짜증을 참지 못했다."왜 나랑 상관없어? 너랑 더 상관이 있어! 김신걸은 원래도 야심이 많았는데 지금 후계자도 생겼으니 야심이 10배로 늘어나는 거 아니야?" 김덕배는 미래에 중점을 두고 문제를 고려했다. "김씨 그룹 전체가 틀림없이 그에게 차지될 거야!"김명화는 듣고도 아무런
"됐다, 어차피 아비 말은 듣지도 않을 건데 뭐. 간다." 김덕배가 말을 마치고 집을 나섰다.문이 닫힌 후에야 원유희가 방에서 나왔다."들었어? 아버지께서 너더러 여우래." 김명화가 농담하듯이 말했다."맞아요, 그러니까 저한테서 떨어져 있어요. 저 같은 여우가 그쪽을 꼬셔내지 못하게." 원유희가 기분 나빠하며 말했다."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어야 되는데?" 김명화가 말하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원유희는 김명화가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너무 애매한 거리라 생각하고 끊임없이 뒤로 물러섰다. 그러다 등이 벽에 부딪히는 순간 몸을 곧게 펴고 이내 손을 뻗어 다가오는 김명화의 가슴을 밀어내려 했다.다만 가슴에 닿기도 전에 김명화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김명화가 몸을 숙이자 원유희가 놀라서 크게 소리쳤다. "김명화씨, 하지 마요!"두 사람 얼굴 사이의 거리가 몇 센티미터밖에 안 남은 곳에서 김명화가 물었다. "이 거리면 충분해?"앞으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원유희의 피부에 뽀뽀할 수 있는 거리였다.원유희가 이쁜 얼굴을 한쪽으로 치우치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 돌아갈래요. 이거 놔요..."원유희는 옆으로 벗어나와서 손을 힘껏 뺐다. 그러고는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또 미쳐있는 거죠?""너와 거리를 두려고."원유희는 터무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누가 당신처럼 거리를 두는데?“밥도 다 먹었으니, 저 이만 갈게요.”"내가 데려다 줄게.""됐어요." 원유희가 문을 열고 가버렸다.문이 쾅 닫히자 김명화가 입꼬리를 더듬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뽀뽀할 걸.괜히 마음만 싱숭생숭해져서는.원유희는 이곳에 한두 번 온게 아니기 때문에 익숙한 편이었다.그녀는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아파트 철문쪽으로 걸어갔다.한 승용차의 차창이 내려지면서 김덕배가 머리를 내밀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가녀린 모습의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얼굴색이 엄청 험상궂었다."원유희!"방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 의심했는데, 이렇게 기다려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