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93장

"됐다, 어차피 아비 말은 듣지도 않을 건데 뭐. 간다." 김덕배가 말을 마치고 집을 나섰다.

문이 닫힌 후에야 원유희가 방에서 나왔다.

"들었어? 아버지께서 너더러 여우래." 김명화가 농담하듯이 말했다.

"맞아요, 그러니까 저한테서 떨어져 있어요. 저 같은 여우가 그쪽을 꼬셔내지 못하게." 원유희가 기분 나빠하며 말했다.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어야 되는데?" 김명화가 말하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너무 애매한 거리라 생각하고 끊임없이 뒤로 물러섰다. 그러다 등이 벽에 부딪히는 순간 몸을 곧게 펴고 이내 손을 뻗어 다가오는 김명화의 가슴을 밀어내려 했다.

다만 가슴에 닿기도 전에 김명화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김명화가 몸을 숙이자 원유희가 놀라서 크게 소리쳤다. "김명화씨, 하지 마요!"

두 사람 얼굴 사이의 거리가 몇 센티미터밖에 안 남은 곳에서 김명화가 물었다. "이 거리면 충분해?"

앞으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원유희의 피부에 뽀뽀할 수 있는 거리였다.

원유희가 이쁜 얼굴을 한쪽으로 치우치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 돌아갈래요. 이거 놔요..."

원유희는 옆으로 벗어나와서 손을 힘껏 뺐다. 그러고는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또 미쳐있는 거죠?"

"너와 거리를 두려고."

원유희는 터무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누가 당신처럼 거리를 두는데?

“밥도 다 먹었으니, 저 이만 갈게요.”

"내가 데려다 줄게."

"됐어요." 원유희가 문을 열고 가버렸다.

문이 쾅 닫히자 김명화가 입꼬리를 더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뽀뽀할 걸.

괜히 마음만 싱숭생숭해져서는.

원유희는 이곳에 한두 번 온게 아니기 때문에 익숙한 편이었다.

그녀는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아파트 철문쪽으로 걸어갔다.

한 승용차의 차창이 내려지면서 김덕배가 머리를 내밀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가녀린 모습의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얼굴색이 엄청 험상궂었다.

"원유희!"

방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 의심했는데, 이렇게 기다려낼 줄이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