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역시……나 지금 바로 갈게.”“알겠어요.”원유희는 전화를 끊고 짐 처리를 하고 있는 원수정을 보며 얘기했다.“엄마, 나 아직 못 가요.”“꼭 가야 해! 김신걸이랑 계속 같이 있다간 목숨까지 잃게 생겼어!”“이번은 김신걸 탓이 아니에요.”원수정은 손에 들고 있던 옷을 내려놓고 침대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걔가 날 여기에 보내지 않았다면 내가 교통사고가 났겠어? 내가 교통사고만 안 당해도 네가 헬기를 타면서 오고 갈 필요도 없었잖아? 헬기만 아니었다면 네가 왜 사고를 당하겠어? 이게 걔 탓이 아니고 누구 탓이겠어?”원유희는 할 말을 잃었다.이렇게 따져보면 확실히 김신걸의 탓이었다. 김신걸만 아니었어도 원유희와 원수정은 이 꼴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인생 속 대부분 불행은 다 김신걸이 갖다준 것이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 지금 반항하면 김신걸을 더 자극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병실 문은 노크도 없이 쾅 하고 열렸다. 생각하지 않아도 김신걸이 돌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고개를 들어 본 순간, 원유희는 긴장한 기색을 숨길 수가 없었다.원수정도 겁을 먹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말했다.“나 유희를 데리고 갈 테니까 앞으로 다신 유희를 찾지 마. 그리고……난 절대 유희가 너에게 괴롭힘을 당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야!”“확실해요?”김신걸의 포스는 어마어마했다.“……당연하지!”“나 오늘 목숨을 걸겠어! 네가 날 죽여도 좋고 어떻게 하든지 다 좋으니까 난 유희를 꼭 데려갈 거야!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너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것보단 차라리 죽는 게 낫지!”“엄마…….”원유희는 초조해지고 또 너무나도 놀라웠다. 원유희는 원수정의 이렇게 결단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하지만 두 사람의 목숨만 생각하면 안 된다. 세쌍둥이의 목숨도 같이 생각해야 했겠다…….“너는 어떻게 생각해? 죽고 싶어?”김신걸이 물었다. 목소리는 이런 기복도 없었지만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었고 병실의 분위를 얼어버리게 했다.
원유희는 그 ‘아무런 관계도 사람’의 표정을 볼 용기가 안 났다. 구태여 확인하지 않아도 김신걸의 표정이 이미 썩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김신걸에게 원유희는 자신의 개인 물품이었기에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그 둘 관계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원유희는 원수정의 노력을 보면서 한번 질러볼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김신걸이 진짜 사이코패스 짓을 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병실에 들러 온 윤정은 돌이킬 수 없는 이 상황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원수정 손에 쥐어진 칼을 보자마자 앞으로 가서 칼을 뺏었다.“수정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칼 내려.”그리곤 빼앗아 온 칼을 쓰레기통에 버렸다.억울한 원수정은 눈물을 흘렸다.“내가 뭘 잘못했는데? 난 그냥 유희를 데려가고 싶은 것뿐이라고…….”윤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원유희를 보고 걱정하기 시작했다.“유희야, 어때?”“전 괜찮아요…….”윤정은 무거운 표정을 짓고 김신걸을 바라보았다.“신걸아, 저 둘은 어디까지나 모녀사이야. 서로 다른 곳에 갈라서 사는 것도 엄청나게 괴로워했는데 지금 하나는 죽다 살아났고 하나는 금방 회복되었잖아, 시간을 좀 줘.”김신걸의 표정은 이런 얘기를 듣고도 좋아지지 않았다. “아저씨, 다른 거는 몰라도 이 일은 절대 안 돼요.”“그럼 어쩔래?”원유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 상황을 반드시 컨트롤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원유희도 이젠 더는 원수정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기에 김신걸의 표정이 아주 어둡고 무서울지라도 원유희는 말해야 했다.“먼저 제성으로 가 봐, 윤설이가 널 엄청나게 보고 싶어 할 것 같은데.”김신걸은 원유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위험한 기운을 뿜어냈다.원유희는 긴장하다 못해 이불 속의 손가락도 오그라들었고 공기 중에 무수한 칼이 자신을 베어놓는 것 같았다. 김신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화를 내며 갔다.‘윤설이 널 보고 싶어 하겠다는 또 무슨 소리야? 다른 사람들으면 다 내가 질투한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그래도 틀린 말은 아
주치의는 당연히 송욱이었고 윤정이 누구인지 안 후 가벼운 말투로 알려줬으며 심각하게 얘기하진 않았다.원유희는 비록 심하게 다쳤지만 결론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기에 송욱은 큰 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세상의 부모 마음은 다 같았고 갑자기 나타난 부모도 결국엔 핏줄로 얽혀 있었다.김신걸은 헬기를 타고 바로 드래곤 그룹에 갔다. 사무실에 들어가 외투를 벗어 소파에 던졌다.테이블 쪽으로 가서 놓여 있는 자료를 보곤 자료를 들고 보기 시작했다.원유희의 외국 생활은 국내 생활이랑 다를 바 없었다. 피노키오에 있는 아이돌들도 별 특별한 점이 없었다. 뒤에 첨부된 세 장의 사진을 보고 김신걸은 “차라리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 낫다”고 평가했다.아무래도 그가 착각한 것 같다. 원유희는 그를 속일 수 없었고 그럴 담도 없었다.김신걸은 몸을 돌려 자료를 분쇄기에 던져 버렸다.강구에 간 이틀 동안 윤설은 김신걸을 연락하지 않았고 김신걸은 자신이 약혼녀를 홀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래서 폰을 들어 윤설에게 연락해서 같이 밥 먹기로 했다.롤스로이스는 대문 앞에 멈춰 섰고, 김신걸은 강렬한 포스로 차에 오르려고 할 때였다.옆에 있던 경호원이 물었다.“선생님, 자료 확인하셨나요?”“응.”이 말만 하고 김신걸은 차에 올라타 차 문을 닫아버렸다.경호원은 김신걸이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서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곧 김신걸은 아마도 자기만의 계획이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때 자신은 자료를 찾으면 찾을수록 너무 놀라웠다. 하지만 김신걸은 역시 제성의 보스다운 반응을 보여줬다.이틀 동안 윤설은 계속 세쌍둥이의 일을 위해 대책을 세웠다. 심지어 김신걸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즐겁게 약속 장소로 갔다.윤설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모습은 이런 고급 레스토랑과 아주 잘 어울렸다.“유희 찾았어? 내가 전문가들이랑 상담해봤는데, 아무래도 추락사고이다 보니까 살아 있을 희망이 아주 작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래도 받아들일 수밖에…….”말하면서 그녀의 눈시울이
‘원유희는 도대체 무슨 능력으로 이렇게까지 살아남은 거야?”“나 유희 보러 가도 돼? 너무 오래 걱정해서 그런지 직접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급해 하지 않아도 돼. 며칠 후면 돌아올 거야.”윤설은 원유희가 다시 돌아온다는 소리를 듣자 여러 가지 심각한 상황을 상상하게 되었다.어쨌거나 윤설은 이전에 원유희에게 아이가 세 명이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장미선은 늘 윤설에게 말했다. 윤정이 장미선과 재혼하게 된 이유도 전적으로 딸 때문이라고.‘그럼 만약 어느 날, 원유희가 정신이 나가서 김신걸에게 진실을 알려준다면 나는 파혼 당하게 되는 거야?’원유희는 한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낳았다.윤설은 너무 두려워 온몸을 떨고 있었고 포크를 쥘 힘도 없어 땅에 떨어뜨리게 되었다.웨이터는 다급히 와서 주워 주었다.“다시 갖다 드릴게요.”“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아파?”“요즘 바쁘다 보니 피곤했나 봐. 근데 괜찮아, 밥 먹으면 될 것 같아.”윤설은 미소를 지었다.“다 먹고 데려다줄게, 일찍 쉬어.”“요즘 엄마가 계속 혼자 집에 계시고 아빠는 언제 돌아올지 몰라서 혼자 있으면 엉뚱한 생각을 할까 봐 같이 있어 주고 있어.”윤설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얘기했다.“그래.”윤설은 일부러 김신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신걸 씨, 우리 아빠를 좀 설득해줄 수 있어? 난 진짜 부모님이 이혼하는 게 싫어. 아빠는 지금 그냥 그 여자한테 미혹 당했을 뿐이지 정말로 이혼하면 분명히 후회하실 거야.”"내가 해결할게."윤설은 웃었다.“그럼 좀 마음이 놓이네, 스트레스도 적어질 것 같아.”김신걸은 윤설을 집에 데려다주고 떠났다.윤설은 힘없이 거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그러나 윤설은 줄곧 악독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어떡하지? 원유희가 돌아오려고 하는데? 이렇게 빨리 와도 괜찮은 걸까?’하지만 윤설은 이미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짐작했고 원유희가 돌아오기 전에 아이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느꼈다. 멀리 떠나야만 자신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거라
‘아빠는 이혼하고 싶은 이혼하지 못하고 있어서 많이 곤란하시겠다…….’“엄마,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요?”“뭘?”원수정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아빠로서 딸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아니야? 20년이나 늦은 부성애인데.”“사실 전 그것까진 생각 못했어요. 아빠가 누구인지만 알면 됐어요.”“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생각하지는 않을 거야. 장미선은 자기 남편에게 또 다른 애가 있다는 것을 안 셈이고 윤설은 또 지 엄마처럼 각박한데 걔네들이 널 달가워하겠어? 김신걸을 믿고 나대기만 하지.”원유희는 침묵했다. 그녀는 원수정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더군다나 원수정은 아직 자신의 교통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 진실을 모른다. 만약 알게 된다면 얼마나 분노할지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능했다.‘하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장미선 모녀는 우리를 죽여버리려고 안간힘을 쓰겠지.”다만 원유희는 결코 순순히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아빠가 이혼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세요?”원수정의 눈빛이 흔들렸다.“이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아직 아빠를 못 잊으셨죠? 아니면 엄마 성격에 진작에 아빠를 쫓아냈을 거잖아요.”“넌 네 엄마가 그렇게 억지를 부리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여? 근데 장미선을 화나게 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해주지.”“엄마, 아빠를 이용하지 마요, 엄마가 교통사고 나기 전에 아빠가 그 아줌마랑 이혼하겠다고 얘기한 거 알아요?”원수정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은 그릇과 부딪히면서 찰랑하는 맑은 소리를 냈다.“그리고? 이혼했어?”“그 아줌마가 동의하지 않았고 윤설까지 아빠를 협박해서 지금 엄청 난처한 상황에 빠졌어요.”“그떄도 윤설을 위해서 우리를 버렸잖아!”이 일만 생각하면 원수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다.“네 아버지는 평생 그 딸내미한테 발목이 잡혔구나.”“아빠가 이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빈털터리로 나오겠다고 얘기했어요. 그리고…….”“뭐라고?”원수정의 어조가 높아졌다.병실 문이 열리자 통화를 끝낸 윤정이 들어왔다.
“여보세요?”“이모, 저 유희에요.”“네? 사모님? 진짜 사모님 맞아요?”이모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모의 반응을 듣자 원유희는 당연히 수상하다는 것을 느꼈다.막 물어보려고 하자마자 세쌍둥이의 흥분이 가득한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엄마 맞아?”“나도 들어볼래!”이모는 스피커를 켰고 원유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맞아, 엄마 보고 싶었지?”“네!”세쌍둥이는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너무 보고 싶어서 담도 못 닸어요!”“엄마, 저번에 나쁜 아둠마가 우리랑 엄마가 탄 헬기가 바다에 빠졌다고 하던데 딘짜예요?”상우가 묻자 다른 두 아이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원수정은 황급히 해명했다.“아니야, 사실이면 엄마가 지금 어떻게 너희들이랑 통화하고 있겠어?”“그럼 페이스톡해요!”“앗…….”원유희는 통화로 부족하고 페이스톡까지 해야 하는지를 예상 못했다. 지금도 속이기 이렇게 어려운데, 더 크면 더 어려워지겠지?“엄마 지금 페이스톡을 할 수 없어, 상사가 보면 엄마는 야근해야 해.”“엄마, 디금 6시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퇴근 안 했어요?”“6시에 퇴근하는 거 맞아, 그럼 이러는 게 어때? 8시쯤에 엄마가 페이스톡을 보낼게.”“좋아요!”원유희는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급히 전화를 끊어버렸다. 들어온 송욱은 마침 당황스러운 원유희가 전화를 던져버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오늘 검사 하나 해야 해요. 몸은 어때요?”“검사할 게 너무 많네요,이젠 별로 아픈 것 같지도 않아요.”송욱은 웃으며 얘기했다.“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저희는 김 선생님의 뜻대로 해야 해서요. 선생님이 원 아가씨를 엄청 아끼세요.”“그거 알아요? 김신걸은 지금 뭐 나를 엄청 신경쓰는 척해도 좀 지나면 고민도 안 하고 날 바다에 던져 물고기 먹이로 만들걸요?”송욱은 말을 하지 않았다.“이 모든 게 다 걔 탓인데 피해자가 가해자를 감사해하는 법이 어딨어요?”원수정은 반갑지 않다는 눈빛으
원유희는 하마터면 영영 아이들과 이별할 뻔했다.“진짜 엄마다!”흥분한 조한이는 큰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엄마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유담이는 코를 훌쩍였다.“다 그 나쁜 아줌마가 마음대로 얘기한 거야.”조한이는 손을 몇 번 휘두르기도 했다.원유희는 웃다가 갈비뼈 부위가 아파 나서 배를 잡고 웃음을 참았다.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아서 힘만 쓰면 아파 났다.“엄마, 언제 돌아와요? 너무 보고 싶어요. 엄마한테 안기고 싶어요.”유담이는 작은 입을 삐죽거렸다.원유희는 빵빵한 작은 입이 전체 화면에 나오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다가가 뽀뽀했다.이렇게 하면 뽀뽀하는 것 같았다.“며칠 후에 돌아갈 거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돼.”원유희는 부드럽게 얘기했다.“또 기다려야 해요? 엄마 일 안 하면 안 돼요? 데가 엄마를 먹여 살릴게요!”조한이가 이렇게 말하자 상우도 덧붙여 말했다.“저 돈을 엄청 벌 테니까 엄마 일하러 가디 말고 저희랑 계속 놀아요.”비록 어린 아이의 철부지 얘기였지만 원유희는 그래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들의 달콤한 목소리를 들으니 온몸의 상처가 다 치유된 것 같았다.그들이야말로 하늘이 그녀에게 준 선물이다.원유희는 세 아이와 한 시간 남짓 이야기한 후에야 종료 버튼을 눌렀다. 마음이 아직도 답답하고 섭섭했다. 그들을 안고 자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고 잘 때도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원유희는 며칠만 있으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또 부상이 심해서 아직 움직일 수 없다는 송욱의 말이 생각났다.‘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침대 머리맡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원유희는 멍해졌다.‘누굴까? 설마 김신걸?’‘그럴 리가, 오늘 막 제성으로 갔는데 윤설이랑 함께 있느라고 바쁠 텐데 날 찾을 시간이 어딨다고?’폰을 보니 저장하지 않은 번호였다. 폰을 바꾸는 바람에 연락처가 다 날아갔지만 원유희는 이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표원식의 번호였다.세쌍둥이랑 통화할 때 헬기 사고
“이모가 미처 얘기하지 못한 것 같은데. 윤설이 어떻게 알았는지 집으로 쳐들어와서 아이들이랑 마주쳤어. 아마도 다 안 것 같아.”원유희는 멍해졌고, 머릿속은 혼란스러웠으며, 심지어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급해 하지 마, 윤설은 김신걸이랑 얘기 못 할 거야. 자기 자리가 위협받을까 봐.”표원식은 원유희를 위로해주었다.완목희는 한숨을 내쉬었고 손을 이마에 대니 식은땀으로 이마가 차가웠다.“근데 윤설이 알면 틀림없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아이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까요?안되겠어요, 얼른 제성으로 돌아가야겠어요.”“유희야, 먼저 몸조리부터 해. 아이들을 이미 내 집으로 데리고 왔으니까 학교 오고 갈 때에도 윤설은 아이들에게 접근할 수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이 말을 듣자 원유희의 마음은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선생님, 정말로 감사해요, 그리고 죄송해요……제가 그런 짓을 했는데도 절 기꺼이 도와주시니, 정말 볼 면목이 없네요.”“네가 협박받았다는 걸 다 알아. 밥 먹는 날, 김신걸이 널 강제로 데리고 갔지?”원유희는 입술을 깨물고 망설이다가 말했다.“……네.”표원식은 언젠가 자신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변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선생님, 정말 감사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안 돼요. 꼭 더 좋은 여자를 만날 거예요.”원유희는 표원식의 도움으로 그와 또 다른 약속을 하고 싶지 않았다.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것은 정말로 끔찍했다.“알아, 강요하진 않을 거야.”표원식의 목소리는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엄청나게 어두워졌다.“무슨 일이 있으면 꼭 저를 알려줘야 해요. 더 이상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요.”“그래.”전화를 끊은 원유희는 침대에 누워 조용히 무드 등을 보며 넋을 잃었다.원유희의 좋은 기분은 표원식의 전화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걱정되고 불안해지고 두려웠다…….‘이렇게 빨리 윤설에게 들킨다고?’윤설은 틀림없이 김신걸에게 말하지 않았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