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뒷산에 독장을 배치하고 향정과 함께 평녕으로 향했다.그러나 평녕에 거의 다 왔을 때쯤 시형을 만났다.시형은 사람을 데리고 산골짜기 입구에 주둔하고 있었으며, 평녕으로 향하지 않았다.“시 장군, 왜 아직도 이곳에 있는 것이오?” 낙청연은 말에서 내려 앞으로 다가가 불쾌한 어투로 물었다.시형은 낙청연 뒤의 군대를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낭자, 아주 대단하구먼. 정말 향정을 움직이다니.”“향정은 황상의 명만 듣는데, 어떻게 한 거요?”낙청연은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 “이건 자네가 물어볼 게 아닌 것 같은데? 자네의 일은 주인의 명을 받드는 거요.”시형은 낙청연이 화를 내자 그녀를 옆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명을 어기는 게 아니라, 낭자는 생각해봤소? 이번 전쟁이 끝나면 나와 향정은 다시 적이 되는 거요.”“태사를 위해 힘을 쓴다면, 장애물은 반드시 제거해야지 않겠소?”“하지만 이 전쟁이 끝나면, 향정도 나를 처리하려 애를 쓸 거요.”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 처리하자고? 그건 불가능하오. 향정이 죽으면 누가 병사를 이끌고 만족에 맞선단 말이오?”시형은 웃으며 말했다: “지금 말고, 만족 손에 죽으면 우리가 힘을 쓸 필요도 없잖소?”이 말을 듣자 낙청연은 그제야 깨달았다.“그래서 향정을 전선에 서게 하겠다는 말이오?”“이게 지금까지 평녕성에 가지 않은 이유요?”시형은 낙청연을 산골짜기 입구에 끌고 가며 말했다: “한번 보시오, 저기가 바로 평녕성이오. 얼마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소?”“이번에 만족은 그야말로 총동원했소. 이때 뒤쪽으로 습격하면 아주 당황할 거요!”멀리 바라보니 확실히 전화에 휩싸인 채 만족의 포위 공격을 받고 있는 평녕성이 보였다.낙청연은 눈을 찌푸리더니 시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 알아본 모양이오?”시형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무진은 위치가 특수하니 적의 공격을 대비해야 할 거 아니오.”보아하니 시형은 이미 평녕의 상황과 만족을 세력을 꿰뚫고 있는 것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지자 성벽에서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원군이다! 지원군이 왔다!”성벽에서 곧바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만족인은 심상치 않음을 느껴 곧바로 철수하라 명령을 내리고 도망쳤다.낙청연은 만족의 깃발이 점점 시야에서 사라지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역시 만족은 각 부족 자치가 아닌 이미 오래전에 통일했던 것이다.이렇게나 질서정연하고 명령을 잘 듣다니, 통일한 지 꽤 오래된 모양이다.만족이 도망쳤으니 더이상 쫓을 필요도 없었다.성벽 위의 수위는 그들을 보며 물었다: “무진군이십니까?”향정이 입을 열었다: “무진군 부총수 향정입니다. 지원의 뜻으로 왔으니 성문을 열어 함께 적을 물리칩시다!”성문은 곧바로 열렸다.낙청연은 향정을 따라 함께 성안으로 향했다.평녕성은 꽤 오래 버티고 있었던 터라 상황이 아주 심각할 것이다.들어오기 전부터 낙청연은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정작 성에 들어와 거리를 걷다 보니 눈 뜨고 볼 수 없이 처참했다.길거리 양쪽에는 모두 백성들이었으며, 그들의 눈에는 증오로 가득 차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그러자 앞에 갑자기 백성이 나타나더니 채소 바구니를 들고 그들 몸에 마구 던졌다.“왜 이렇게 늦게 오신 겁니까?!”“우리 집에는 이제 저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우리 아들은 이제 14살입니다, 적에 맞서 지원군을 잡혀갔다가 만족인 손에 죽었다고요!”“포기했으면 자생자멸하게 놔둘 것이지, 대체 왜 온 겁니까? 대체 왜?”원망 가득한 목소리에는 눈물과 분노가 가득했다.썩은 야채가 날리고 낙청연은 입을 열려 했지만 그들의 원망에 묻히고 말았다.향정은 낙청연 앞에 서서 썩은 야채와 계란을 막아줬다.시형은 백성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지원하러 왔는데도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오?”“난 가겠소!” 시형은 단호하게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낙청연은 즉시 시형을 불러세웠다: “시 장군!”시형은 이를 꽉 깨물며 참고 다시 걸음을 멈췄다.이때, 성에 주둔 중인 군대가 그제야 다가오며 백성들을
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난 모르오. 전란 시기 백성들의 원망을 신경 쓸 틈이 없다는 말로 얼버무리는 것도, 병력이 있는 상황에서 백성들을 전장에 내세우는 것도, 진 부장은 전사해도 되는데 왜 당신은 출전조차 하지 않는 것도 대체 왜인지 잘 모르겠소!”낙청연의 어투는 기세가 가득했으며 한 구절 한 구절이 주옥같았다.시형과 향정은 모두 낙청연의 기세에 깜짝 놀랐다.류 부장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시형과 향정 모두 깜짝 놀란 걸 보니 같은 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검을 빼 들었다.“어디서 감히 큰소리를 치는 것이오!”향정은 낙청연의 앞에 막아서더니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낙 낭자는 경도성에서 왔소.”“류 부장께서도 그러지 마시오.”이 말을 들은 류 부장은 깜짝 놀랐다. 경도에서 왔다니?류 부장은 안색이 어두웠지만 할 말이 없어 그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와 앉았다.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오. 평녕성이 지금까지 버틴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모든 사람이 죽으러 갈 순 없소. 한 명이라도 남아서 시간을 끌어야 지원이라도 기다릴 게 아니오?”향정은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 “진천리는 어디 있소?”류 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 장군은 며칠 전에 적군에게 잡혀갔소.”“지금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소.”낙청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진천리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니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진천리가 있었다면 백성들이 출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다음 류 부장은 지금까지의 전황과 평녕성의 상황을 알아보았다.그러나 구체적인 상황은 낙청연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진천리는 특별히 황상께 청하여 방어를 강화했으나, 전쟁하면서 보니 방어는 정말 한방이면 무너져버렸다.새로 만든 병기도 녹이 슬지 않으면 잘 써지지도 않았고, 적을 처치하기는커녕 상대도 못 했다.모든 군사 지출금을 누군가가 가져갔으니 이렇게 적을 막지도 못하는 방어 공사가 생겨난 것이다.심지어 군향까지 빼앗겼으니 지금까지 백성들은 평녕성의 식량으
사람들의 증오에 찬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아군을 죽이는 게 무슨 재간이라고! 양식이 없다면 왜 만족의 양식을 뺏지 않고 아군의 것을 빼앗는단 말이오?”“양식이 없어서 백성들의 양식을 빼앗다니! 적군이 쳐들어온다면 우리 백성들을 잡아 죽이겠소!”그들의 말에 낙청연은 경악했다.평녕성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백성들의 원한이 이렇게 깊은 걸 보면 절대 갑자기 쌓인 울분이 아닌 것 같았다.향정 또한 놀랐다.“식량을 빼앗다니?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모르는 척하지 마시오!”낙청연이 곧바로 말했다.“다들 일단 진정하십시오. 우리는 수도에서 폐하의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조정에서는 평녕성의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고 제가 보증할 수 있습니다.”“조정에서는 이곳의 주둔군이 백성들의 식량을 빼앗고 백성들을 징용해 전쟁에 내보내는 줄도 몰랐습니다.”“당신들의 불만을 저에게 얘기해주십시오. 제가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하지만 지금 당장 적들이 코앞까지 쳐들어왔습니다. 만족이 우리의 평안한 삶을 파괴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랍니다. 만약 당신들이 아군을 상대로 싸운다면 만족의 간계에 당하게 됩니다!”낙청연의 말에 백성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주저하기 시작했다.누군가 물었다.“정말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소?”“가능합니다!”낙청연은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알겠소. 그렇다면 먼저 진천리를 잡아 와서 죽이시오! 백성들을 징병하고 백성들의 식량을 빼앗으라는 명령을 내린 건 모두 진천리이니 말이오!”그 말에 낙청연의 안색이 돌변했다.진천리가 그랬다고?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가 그런 명령을 내렸을 리가 없다!“그가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직접 보았습니까?”낙청연은 믿을 수 없었다.“옳소! 다들 보았소! 명령을 내린 건 그였소!”낙청연의 미간이 잔뜩 좁혀졌다.이상한 일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백성들을 달래는 것이 급선무였다.“네. 알겠습니다. 만약 진짜 진천리가 그랬다면 조정에서는 절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하지
낙청연이 대뜸 호통을 쳤다.“당신들이 죽지 않을 것이라 약속합니다.”“비록 이미 세상을 뜬 가족은 돌아올 수 없지만 당신들이 빼앗긴 식량과 손해 본 돈은 전부 이곳에 기재하십시오.”“전란이 끝나면 당신들에게 반드시 평안한 가정을 되돌려 주겠습니다!”“이번에 만족과 싸우게 되더라도 당신들이 전장에 나갈 리는 절대 없을 겁니다! 날이 저물면 이곳을 떠날 수 있게 장군에게 부탁해 당신들을 성 밖까지 호송하겠습니다.”이것은 낙청연이 지금 유일하게 떠올릴 수 있는 적당한 조치였다.백성들은 그녀의 말에 다시 멈췄다.“정말이오? 우리가 철수할 수 있게 호송해 줄 것이오? 설마 우리를 성 밖으로 보내 나가 죽으라는 건 아니겠지?”향정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다들 걱정하지 마시오. 나 향정은 절대 백성들을 방패 삼아 앞에 내세우지 않을 것이오.”“날이 저물면 이곳을 떠날 것이오. 그러니 다들 얼른 돌아가 물건을 정리하시오.”사람들은 결국 그의 말을 믿었고 짐을 정리하기 위해 곧바로 자리를 떴다.향정은 즉시 사람을 파견해 오늘 밤 그들을 성 밖으로 대피시킬 것이라고 집집이 소식을 알렸다.류 부장은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향 장군, 사람들을 데리고 백성들을 성 밖으로 호송한다면 만족이 이곳을 침범할 수...”낙청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흘겨봤다.“뭘 두려워하는 것이오? 시 장군도 있소.”류 부장은 반박할 말이 없어 분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낙청연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향 장군은 저녁에 사람들을 데리고 철수해 남쪽으로 갈 것이오. 최소 반나절이 걸릴 것이고 백성들까지 데리고 가면 시간이 더욱 많이 걸릴 수 있소. 그렇다면 필시 만족의 습격을 받을 것이오.”“만족이 우리를 피해 향 장군을 공격할까 걱정되오.”“그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은 천계하(淺溪河)오. 시 장군, 시 장군은 사람들을 데리고 천계하 근처에 매복하시오. 만약 적군이 있다면 절대 한 명도 놓쳐서는 아니 되오!”“그리고 천 명은 성안의 각 곳에 배치하여 수비하오.”향
“진천리가 잡혀갔으니 말이오.”“일단 기다려야겠소. 어쩌면 그를 구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오.”낙운희는 줄곧 이쪽에 있었다. 진천리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낙운희가 그를 구하러 갔을 것이다. 낙운희가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걸 보면 무사할 것이다.낙운희의 곁에는 철추가 있고, 철추의 실력이라면 만족에게서 진천리를 구해내는 것쯤은 문제없을 것이다.“구한다고? 이미 움직인 것이오?”향정은 곤혹스러웠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이곳에 오기 전 이미 이상함을 느껴서 미리 사람을 보냈소.”향정은 깜짝 놀랐다.“낙 낭자는 참으로 비범하군.”“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 변방으로 온 이유가 있었군.”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러한 중책을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낙 낭자, 나와 시형은 오늘 밤 떠날 것인데 일이 순조롭게 풀릴지 모르겠소. 만약 우리가 제때 돌아오지 못한다면 평녕성은 정말 빈 성이 될 것이오.”“류 부장은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아닌 것 같던데 낭자 혼자서 되겠소?”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감히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확신이 있다는 뜻이니 말이오.”“내가 있다면 만족인은 평녕성에 한 발짝도 다가설 수 없을 것이오.”향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우리 모두 순조롭길 바라오.”-저녁.백성들은 하나둘씩 짐을 챙겨 그곳에 모였다.그들은 전부 막연한 얼굴이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이었다.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평안을 기대했고 희망이 넘쳤다.총 7, 80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사람이 워낙 많아 시형은 반드시 큰 부대를 이끌어 그들을 호송해야 했다.그들은 낙청연에게 3,000여 명의 병사를 남겨줘 성을 지키게 했다.시형은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천계하에 매복하러 갔다.향정이 떠나자 성 전체가 빈 성이 되어버렸다.몸을 돌린 낙청연은 류 부장이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걸 보았다.“너희들은 남쪽의 전망대를 지키거라.”병사는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향 장군께서 저희에
만족 대군의 급습에 사람들은 모두 경계하기 시작했다.적군은 순식간에 성 앞까지 쳐들어왔고 전투는 일촉즉발이었다. 만족인들은 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활을 쏴라!”낙청연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수히 많은 화살이 일제히 쏟아졌다.낙청연은 활을 당겼지만 만족의 우두머리를 찾지 못했다. 몇몇이 명령을 내리고 있었지만 통솔자는 아닌 듯했다.모르겠다. 일단 죽이고 보자!낙청연은 방향을 조준했고 날카로운 화살이 활을 벗어나며 ‘슉’하는 소리와 함께 적의 몸을 관통했다.화살이 하나씩 쏘아질 때마다 사람이 한 명씩 죽었다.낙청연은 백발백중이었다. 그녀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연이어 만족의 우두머리 몇 명을 죽였고 그로 인해 만족 내부에 잠깐 소란이 일었다.곧 적들이 그녀를 발견했다.“여봐라. 저 여자를 죽여라!”만족인은 명령에 따라 즉시 일제히 낙청연이 있는 성루를 공격했다. 개미 떼처럼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성벽을 타기 시작했고 철제 발톱이 앞에 있는 벽에 박혀 들어갔다.류 부장은 멀지 않은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냉소를 흘렸다. 그는 식견이 없는 여인이 죽음을 자초한다고 생각했다.병사들은 성벽을 타고 올라온 만족인을 막고 있었다.“낙 낭자, 먼저 내려가서 피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만족인들은 당신을 공격하러 온 겁니다.”낙청연은 한 번에 화살 세 개를 활에 올려놓더니 단숨에 세 명을 쏴 죽였다.“적이 코앞에 있는데 숨는 법이 어딨느냐?”“난 상관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라!”적은 많았고 많은 만족이 성루를 공격하며 서로 싸워 온통 피로 범벅이 되었다.낙청연은 눈빛이 싸늘해진 채로 성벽 위로 뛰어 올라가 가장 눈에 띄는 표적이 되었다.긴 검을 한 번 휘두르자 벽을 올라타던 적들이 우수수 떨어졌다.살기등등한 모습이었다.“화살을 쏴라!”만족이 명령을 내렸다.수많은 사람이 활을 들어 올려 성벽 위의 그녀를 향해 쏘았다.전방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살기에 낙청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내력을 손바닥에 집중한 뒤 몸을 날려 뛰어올랐고 단숨에 화살
‘쿵’하는 소리와 함께 귓가에서 폭발 소리가 들리면서 자갈이 끝없이 터져나갔다.흙먼지 속에서 일어난 낙청연의 뺨에는 자갈에 베인 핏자국이 있었다.그녀는 몸을 일으킨 뒤 투석차의 지속적인 공격을 지켜봤다. 성루 곳곳이 강렬한 공격을 받아 시체가 날아오르며 핏방울이 여기저기 흩날렸다.그렇게 순식간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그들은 원래도 만족을 상대하기에는 숫자가 적었다. 그런데 투석차의 위력까지 더해졌으니 성이 함락당하는 건 조만간이었다.류 부장은 곧바로 앞으로 나서면서 소리를 질렀다.“다들 피해라!”“이 투석차는 위력이 엄청나다. 우리의 성벽은 반각도 버티지 못한다!”“우리는 만족을 이길 수 없다!”“이렇게 된 바에 차라리 신속히 성안으로 숨어 지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류 부장의 말에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다.“성안으로 숨는다고? 차라리 투항한다고 하지!”낙청연은 매섭게 쏘아붙였다.류 부장은 화를 내며 윽박질렀다.“여인인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오. 당신이 적군을 화나게 만드는 바람에 그들이 투석차를 동원했잖소!”“오늘 밤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건 전부 당신 때문이오!”“내가 보기엔 당신을 산 채로 잡아 만족에게 보낸다면 우리 평녕성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소!”귓가에서 울려 퍼지는 그의 말에 낙청연의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어두운 밤하늘 아래, 그녀의 눈동자에 살기가 일었다.손에 든 장검이 사정없이 단숨에 휘둘러졌다.류 부장의 목을 베니 사방으로 선혈이 튀었다.“군심을 흔드는 자는 죽음뿐이다!”낙청연의 두 눈동자가 사납게 번뜩이면서 이글이글 불타올랐다.“부상병은 당장 성루에서 철수하고 나머지 병사들은 내 명령에 따라 투석차를 탈취한다!”“우리의 물건이 적의 손에 떨어졌으니 빼앗아 와야 한다!”낙청연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검을 들고 날아올라 성루 아래로 몸을 던졌다.낙청연이 살기등등한 채로 착지하자 그녀의 몸에서 막강한 내력이 뿜어져 나와 주위의 적들이 날아갔고 성루 위의 병사들은 크게 놀랐다.여인이지만 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