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형님도 최근에 정상적이었습니다. 갑자기 아프거나,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도 없었고요.”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전과 같았다.고충에 당해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 것도 아니고 사악한 무언가의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모든 것이 정상이었다.하지만 그의 눈빛은 예전처럼 맑지 않았고 안개가 쓰인 듯 혼탁했다. 그리고 낙월영이 다칠 때마다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이성을 잃는다.정말 낙월영을 너무 신경 써서 그렇게 되는 걸까?“그 유골함이 언제 서방 안에 놓이게 됐는지 알고 있습니까?”낙청연이 궁금한 듯 물었다.부경리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형수님께서 낙월영을 죽이려 한 이튿날이었습니다. 당시 셋째 형님과 낙해평은 서방에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낙해평이 말하길 형수님의 어머니는 대제사장이고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천궐국에 왔다고 했습니다. 이튿날 셋째 형님은 외출해서 이 유골함을 가지고 왔습니다. 다른 건 저도 모르겠습니다.”그 말만으로도 낙청연은 아주 놀라웠다.대제사장이고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왔다니.낙청연은 순간 숨 쉬는 법을 잊었다.낙해평은 사부님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낙해평은 대체 부진환에게 무슨 얘기를 한 걸까?“네. 감사합니다.”낙청연은 다급히 처소로 돌아가 야행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승상부에 가볼 셈이었다.낙해평은 거짓말에 능한 사람이었기에 이번에는 반드시 그가 실토하게 할 생각이었다.낙청연은 물건을 준비한 뒤 무영과 함께 승상부로 향했다.깊은 밤, 승상부는 고즈넉했다. 부진환의 사람도 전부 떠난 상태라 정원 안에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곧장 낙해평의 처소로 향했다. 방안은 어두컴컴하고 촛불도 없었다.낙청연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큰일 났군!낙청연은 곧장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방문을 박차고 들어가니 허공에 붕 떠서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형체가 보였다.무영은 깜짝 놀라 앞으로 나섰고 대들보에 목을 매단 사람을 구했다.그
“선생님, 드디어 복수를 했으니 이제는 편히 잠드십시오.”...다음 날, 낙해평의 시체가 발견됐고 섭정왕부의 사람들은 곧바로 승상부로 향했다.부진환은 친히 낙해평의 시신을 거두었고 낙해평의 죽음을 알렸다. 그리고 시체를 확인한 뒤 낙 승상은 미안함 때문에 자결을 선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듣기 좋게 얘기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낙해평처럼 고명과 관록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가산을 전부 몰수당하고 두 달 동안 참회하며 조정 업무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벌을 받았다.사람들은 그가 나락까지 추락한 충격을 이겨내지 못해 자결을 선택했다고 추측했다.오직 낙청연만이 낙해평이 살해당했다는 걸 알았다.그리고 낙해평을 죽인 사람은 다름 아닌 부진환이었다.낙청연은 낙해평의 죽음에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진환이 왜 낙해평을 죽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낙해평이 어떤 비밀을 얘기해 부진환이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걸까?애석하게도 낙해평은 이미 죽어 그 비밀이 무엇인지 영원히 알 수 없게 됐다.낙해평의 죽음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낙월영이었다.그녀는 어젯밤 유골을 바람에 날려 보냈고 낙청연은 갑자기 낙월영 어머니의 얘기를 꺼냈다. 그 때문에 낙월영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의심, 당황, 여러 가지 감정이 휘몰아쳤고 날이 밝을 때쯤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그런데 눈을 떠보니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승상부가 철저히 사라진 것이다!낙월영은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었다.-낙해평이 땅에 묻히는 날 조문객은 많지 않았다. 낙월영이 제사를 주관했고 부진환이 그녀의 곁을 지켰다. 낙월영을 아주 아끼는 듯한 모습이었다.물론 낙청연은 가지 않았다.그녀는 오히려 기분이 너무 상쾌해 부설루에 갔다.낙청연은 1층에 앉아 음식을 시킨 뒤 무희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았고 그곳에서 위운하를 만났다.남자들 품속에 안겨 술을 따라주고, 웃음을 팔며 술을 마시고, 위운하는 부설루의 생활에 아주 익숙해진 듯했다.하지만 낙청연을 보는 순간 위운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
진 어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낭자의 말에 따르겠습니다.”낙청연은 부설루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고 돌아갔다. 다른 곳에 간 적은 없지만 그 소식은 아주 빠르게 퍼졌다.낙해평은 그녀의 친아버지였다. 친아버지가 땅에 묻히는 날 딸인 그녀는 부설루에서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냈고 심지어 술을 마시며 경축했다. 그러니 좋지 않은 소문이 돌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낙청연은 신경 쓰지 않았다.밤이 되어 섭정왕부로 돌아오니 낙월영이 서글피 울고 부진환이 옆에서 그녀를 위로하는 모습이 보였다.낙청연은 신경 쓰지 않고 그들을 에돌아 처소로 돌아가려 했다.그런데 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세웠다.“멈추거라!”고개를 돌리니 부진환의 잔뜩 좁혀진 미간과 날카로운 눈빛이 보였다.“오늘 어딜 간 것이냐?”“부설루에 갔습니다.”낙청연은 덤덤히 대꾸했다.“오늘 네 아버지가 땅에 묻히는 날인지는 알고 있느냐?”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구기며 그녀를 보았다.그곳에 가지 않은 건 둘째 치고 부설루에 가서 유유자적하게 놀다 오다니, 아버지가 죽어서 기쁘다는 걸 동네방네 알리는 일이 아닌가?밖에서 좋지 않은 소문들이 돌고 있었다.그는 낙청연이 왜 굳이 트집 잡힐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알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안다고 해서 제가 꼭 가야 합니까? 낙해평에게 그럴 자격이 있습니까?”낙청연은 코웃음을 쳤다.그녀는 낙해평을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낙월영은 훌쩍이며 말했다.“언니, 아버지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싶지 않더라도 왕야의 체면을 생각하셔야지요. 오늘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아십니까? 언니, 언니는 혼자가 아닙니다. 언니가 무슨 일을 하든 사람들은 왕야를 떠올릴 것입니다.”낙청연은 차갑게 웃으며 낙월영을 보았다.“그렇게 왕야의 명성을 생각하면서 왜 낯짝 두껍게 왕부로 시집온 것이냐? 네 명성이 어떤지는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너조차도 왕야의 명성에 먹칠할까 걱정하지 않는데 내가 왜 그래야 하느냐?”낙월영이 무슨 자격으로 그녀의 앞에서 왕
낙월영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언니가 아버지를 해치신 거죠?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그리고 그날 밤 부쉈던 유골함은 대체 무엇입니까?”낙월영은 줄곧 그 일을 마음에 두었고 잠도 잘 자지 못했다. 의문과 추측 때문에 그녀는 미칠 것 같았다.낙청연은 차갑게 웃었다.“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으면서 왜 내게 묻는 것이냐?”낙월영은 크게 충격을 받았는지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역시, 언니가 아버지를 죽였군요!”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누군가 네 아버지를 해쳤다면 그것은 너일 것이다!”낙해평을 죽인 건 부진환이었다.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부진환이 이궁의난을 조사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낙해평을 죽였을 것이다.낙월영이 굳이 섭정왕부에 시집오려 하지 않았다면 낙해평은 부진환과 거래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죽지도 않았을 것이다.낙청연은 느긋하게 대꾸했다.“그 유골함은...”낙월영은 두 눈이 벌게서 낙청연을 죽어라 노려보았다.낙월영은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믿고 싶지 않아 확인해 보려는 것뿐이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냉소를 흘렸다.“그래. 그것은 내 어머니의 유골이 아니다. 네가 처음 유골함을 깼을 때부터 그 안에 있던 것은 네 어머니의 유골이었다!”차갑게 내뱉은 말에 낙월영은 철저히 무너졌다.낙월영은 유골함을 깼던 순간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녀는 자기 손으로 직접 어머니의 유골을...“아! 낙청연! 왜! 왜! 왜!”낙월영은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그녀는 너무 고통스러웠다.“너를 죽일 것이다!”낙월영은 완전히 미쳐버린 건지 낙청연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목을 조르려 했다.낙청연은 본능적으로 낙월영의 손을 잡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낙월영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손목에서 느껴지는 무력감과 고통에 낙청연은 충격을 받았다.부경리 또한 놀랐다. 낙청연은 이제 낙월영조차 이기지 못했다.정신을 차린 부경리는 낙월영을 붙잡아 낙청연에게서 떨어뜨려 놓았다.힘을 너무 많이 썼는지
부진환은 싸늘한 눈빛으로 경고했다.“낙청연이 언제 널 매수한 것이냐?”차가운 말은 마치 칼날처럼 예리했다.부경리가 설명하려고 하는데 낙청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매수한 적 없습니다. 7황자가 눈이 먼 것도 아니고.”의미심장한 말에 부진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낙청연은 그가 눈이 멀었다는 걸 돌려 말했다.부진환은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어올랐고 눈빛도 사납게 변했다. 그는 낙청연을 노려보았다.“네 무공을 없애버렸는데도 얌전하지 못하구나. 또 월영이를 다치게 한다면 널 죽일 것이다!”매서운 어투와 눈빛에 부경리는 겁을 먹었다.“셋째 형님...”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화가 난 얼굴로 부경리를 보았다.“너 또한 마찬가지다! 난 너에게 낙청연과 편을 먹으라 한 적이 없다!”부경리는 당황했다.곧이어 부진환은 낙월영을 데리고 떠났다.가는 길에 부진환은 호흡이 가빠졌다. 마음속에 불덩이가 끓어오르는 것 같은데 이성은 그에게 조금 전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부경리 또한 울컥했다.“참나, 누가 섭정왕부에 있고 싶어서 있나, 지금 당장 떠나겠습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길 뿐, 그를 말릴 수는 없었다.부경리는 그날 당장 왕부를 떠났다.지초는 옆에서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왕야께서는 왜 그러신답니까? 7황자께도 저러다니요. 낙월영이 뭐가 그리 좋다고.”방으로 돌아온 낙청연은 옷을 갈아입은 뒤 오랜만에 가면을 썼다.“왕비 마마, 이것은...”낙청연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경맥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야겠다.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처소 문을 전부 잠그고 치료해야 하니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고 하거라.”지초는 고개를 끄덕였다.“네.”-뒷문으로 나온 낙청연은 우선 부설루로 향했다. 부설루에서 저낙의 옷으로 갈아입은 뒤 그녀는 점포로 향했다.점포는 오랫동안 문을 닫은 상태였고 저 신산도 인기가 예전보다 못해 손님이 별로 없었다. 알고 싶은 건 전부 알게 됐기 때문이다.가끔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가 찾아오긴
낙청연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조심스럽게 문 뒤에 섰다. 비수를 꺼내 들었으나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손목이 덜덜 떨렸다.문밖의 사람은 인기척을 들었는지 곧바로 비수를 꺼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그 순간, 낙청연은 비수의 서늘한 빛을 보았고 긴장한 듯 숨을 죽였다.문밖의 사람이 몸을 반쯤 내밀자 낙청연은 비수를 꼭 쥐고 그를 기습하려 했다.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괴이한 광풍이 불었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사라졌다.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깜짝 놀란 낙청연은 방에서 나와 광풍이 그 사람을 데리고 이 저택에서 사라지는 걸 보았다.나뭇잎처럼 가벼워 보이는 그것은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바람이 멎자 달빛 아래 정원에 서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그 풍채 좋은 모습은 남들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바닥에 길게 늘어뜨린 긴 꼬리와 달빛을 받아 은은한 광택이 도는 비늘은 섬뜩했다.낙청연은 그에게 다가가지 않고 조용히 송천초의 방을 바라보는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가까워지고 싶지만 가까이할 수 없어 괴로운 얼굴이었다.송천초의 방은 불이 밝혀져 있지 않았지만 조금 전 누군가 그녀의 방 안에 들어가려 했을 것이다.낙청연은 걱정되어 가서 문을 두드렸다.문 뒤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송천초는 겁을 먹고 몸을 움찔 떨었다.안에서 소리를 들은 낙청연은 오랫동안 문이 열리지 않자 소리 내 말했다.“나다.”송천초는 그제야 문을 열었다.문을 연 순간 송천초는 정원에 서 있는 그것을 보았다.그러나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건 남자의 모습이 아니라 그의 꼬리였다.송천초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곧바로 문을 닫았다.낙청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아직도 많이 무서운 것이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팔을 잡았다.낙청연은 방 안의 불을 밝힌 뒤 송천초와 함께 침대맡에 앉았다.“자주 나타나는 것이냐?”낙청연은 질문을 던지며 바깥을 바라봤다. 흐릿하지만 여전히 정원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제가 위험할
“그대가 와서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밤은 힘들었을 겁니다.”낙청연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송천초의 손을 잡아줬다.-낙청연은 며칠 동안 송천초와 함께 지냈고 진소한은 거의 오지 않았다.낙청연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쓰일 새로운 처방을 썼다. 그녀에게는 상처를 천천히 치료할 시간이 없었고 최대한 빨리 나아야 했다. 지금처럼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면 아무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송천초는 그녀의 처방에 따라 약을 달인 뒤 그것을 가져왔다.“참 본인한테 모질게 구시는군요. 이렇게 위험한 처방을 쓰시다니요? 자칫하면 정말 평생 힘을 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송천초는 그녀에게 약을 건네주기 싫었다.결국 낙청연은 억지로 그녀에게서 약을 가져온 뒤 단숨에 삼켰다.“나 같은 상황에서 무공을 못 쓴다면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위험한 방법이 아니라면 언제 나을지 어떻게 알겠느냐?”낙청연은 정원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하다가 갑자기 피를 토했다.“보십시오! 약이 너무 강해 몸이 버티질 못합니다!”송천초는 다급히 손수건을 건넸고 낙청연은 그것으로 피를 닦은 뒤 계속했다.“죽지만 않으면 된다.”무공이 없어 언제든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는 몸이 다치는 게 나았다.송천초는 마음 아픈 얼굴로 그녀의 곁을 지켰다.그녀는 중얼거리며 말했다.“왕야도 참, 그대가 몇 번이나 구해줬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모질 수 있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대를 죽이려 하는데 그대의 무공을 없앴다니요!”그건 그냥 죽으라는 얘기였다!낙청연이 너무 마음이 급해서일까, 약효가 너무 강해 저녁 이후로 낙청연은 아무것도 들지 못했다.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된 느낌이었다.송천초는 몇 번이나 그녀를 설득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어쩔 수 없이 약을 달여주었다.저녁이 되고 낙청연은 약을 또 한 그릇 먹었다.바로 그때, 뒷문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송천초가 가서 문을 열어 보니 지초가 그곳에 있었다.“왜 그러느냐? 무슨 일 있느
“저 신산은 유람을 떠났습니다. 이곳에 있지 않으니 왕야께서는 이만 돌아가세요.”송천초가 거절했다.그곳에 가보니 부진환이 취한 얼굴로 손에 술을 들고 있었다.그는 문가에 기대어 선 채 문을 잡고 취기 오른 얼굴로 물었다.“언제 유람을 떠난 것이오? 난 왜 몰랐지?”“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고 혼자 떠났습니다.”송천초는 문을 닫고 싶었지만 닫을 수 없어 짜증 섞인 어조로 말했다.“그런가.”부진환은 실망한 어조로 천천히 벽에 기대어 앉았고 송천초는 그 기회를 틈타 문을 닫고서는 나무 막대기로 문을 막았다.정원에 돌아오자 낙청연이 물었다.“자주 찾아왔느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꽤 자주 왔습니다. 평소에는 멀쩡한 상태로 와서는 그대가 없다는 걸 알고는 그냥 갔습니다. 정말 그대를 친우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저런 사람은 가깝게 둘수록 위험하니 신경 쓰지 마세요.”송천초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예전에 낙청연이 다쳤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무공을 없앤 건 정말 너무한 일이었고 절대 참을 수 없었다!낙청연은 심경이 복잡했고 더는 그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오늘 밤은 달빛이 환했다. 지붕 위로 올라간 낙청연은 나침반을 꺼내 하늘과 땅의 기운을 흡수했다.이것은 가장 초보적인 수련 방법이었다. 현재 낙청연은 이런 방법으로 다친 경맥을 회복할 수밖에 없었다.곧 자시가 되었고 처마 밑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낙청연은 정신을 차렸다.밖에 사람이 있는 듯했다.그녀는 지붕 위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고 돌계단 위에 앉아있는 부진환을 보았다.그는 고주망태가 되어 문 앞에 널브러져 있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평소 위엄 넘치고 도도하던 섭정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잠시 고민하던 낙청연은 송천초를 불러와 부진환을 끌고 들어갔다.그 과정에 부진환은 정신을 차렸고 벽을 짚고 스스로 안으로 들어왔다.“유람을 떠났다고 하지 않았소?”부진환은 취한 상태라 비틀거리며 걸었다.“방금 돌아왔습니다.”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