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으로 가서 얘기하자 꾸나!” 낙청연은 아노를 데리고 방으로 갔다.그리고 종이 한 묶음을 아노에게 가져다주었다.아노가 다행히 글을 쓸 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어려웠을 것이다.낙청연은 인내심 있게 아노가 종이에 쓰는 글을 기다리고 있었다: 낙 승상은 도사를 불러 당신 어머니를 진압했습니다.낙청연은 글을 보고 얼굴빛이 확 바뀌었다. “뭐라고?”아노는 계속 서 써내려 갔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당신이 친정에 첫인사를 왔다 간후 얼마 되지 않아, 낙해평은 도사를 불러 진압했습니다. 구체적인 위치는 저도 잘 모릅니다.낙청연은 문득 생각났다. 그때 어머니의 관을 파헤쳤을 때, 그 안에 시신이 없었다.지금 생각하니, 어머니가 살아있는 게 아니라, 낙해평이 다른 곳으로 옮겨 진압한 것이었다.“너는 낙가에 오랫동안 있었는데, 나의 어머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이냐?”아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저는 잘 모릅니다. 낙해평은 저를 둘째 소저의 호위로 사 습니다. 가끔 둘째 소저가 뭘 하고 있는지는 물어도, 다른 일은 저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낙청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낙해평이 너를 낙월영 곁에 안배했으면, 그럼,전에 하완의 일은?”아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글을 썼다: 낙 승상은 하완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낙 승상이 저더러 약으로 하완을 통제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둘째 소재는 이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낙청연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 났다. 이 낙해평은 정말 대단하다.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딸까지 속이고 있었다.“아, 그리고 낙월영이 갖고 있는 그 향낭, 내 어머니의 유품 이야, 낙월영이 어디에 숨겼느냐?”낙청연은 생각했다. 향냥을 숨긴 곳을 알면 낙운희더러 훔쳐 오라고 할 수도 있는데.아노는 썼다: 향낭 안의 물건을 낙월영은 이미 꺼냈고, 향낭은 섭정왕에게 주었습니다. 꺼낸 물건을 어디에 숨겨놨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낙 승상은 그 물건으로 섭정왕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낙
“왕비 마마께서 왕야가 아시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욕망을 참을 수 없는 약을 만든다고 하셨습니다.”소유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미간을 잔뜩 구기며 말했다.부진환은 갑자기 손이 멈춤과 동시에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떨렸다.“무슨 약이라고?”소유는 고개를 숙였다.“욕망을 참을 수 없는 약이라고 했습니다!”“왕비 마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체 어떤 약인지는 저도 모릅니다!”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는 미간을 팍 구겼다.“알겠으니 이만 가보거라.”“네.”소유는 급히 물러났다.부진환은 안색이 흐려져 미간을 구겼다. 낙청연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부진환은 대체 어떤 욕망을 참을 수 없는 약인지 지켜볼 셈이었다!-낙청연은 이틀 내내 바삐 돌아쳤고 결과적으로 욕선혼(慾仙魂)을 만들어냈다.무색무취의 그것은 술이나 차에 완벽히 섞여 절대 발각되지 않을 수 있었다.그리고 의외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낙청연은 직접 해독약을 한 병 만들었다.약선혼의 배합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고 해독약 또한 여러 가지가 있었다. 약선혼을 쓴다면 해독약을 만들 새가 없을 것이다.약까지 만들었고 이제 남은 것은 시기였다.화창한 날씨에 낙청연은 또 정원에서 햇볕을 쬐었다. 그녀는 등 어멈에게 물었다.“최근 수도에 연회를 베푸는 사람이 없는 것 같구나.”등 어멈이 대답했다.“지금은 꽃이 피는 시기이니 많은 사람이 꽃구경을 위해 연회를 베풀 것입니다.”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연회는 안 된다. 날 초청하는 사람도 없으니 직접 찾아갈 이유가 없지 않으냐? 누군가 혼인을 올리거나 생신 연회를 베풀면 좋을 텐데.”등 어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엄씨 가문의 여식이 보기 드문 품종의 꽃을 태후 마마께 선물해 드렸다고 합니다. 며칠 뒤면 궁에서 꽃구경을 위한 연회를 베풀 것입니다.”“그렇지만... 아무도 왕비 마마를 초청하지 않았으니...’태후가 베푸는 연회였고 태후와 왕비의 관계를 생각해 봤을 때 태후는 아마 왕비를 초청하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낙청연은 신경 쓰지 않고 술을 마신 뒤 음식을 집었다.“최근 할 일이 없습니다.”“날씨도 풀려서 화창하고 꽃도 피었더군요.”부진환은 미간을 구겼다. 술을 마셨는데도 아무런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대꾸했다.“그래.”부진환은 또 한 번 식탁 위의 음식을 쳐다봤다. 설마 음식에 약을 넣은 것일까?부진환은 이번에 음식을 한 그릇, 한 그릇 비우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다급히 음식을 먹자 살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많이 배고프십니까?”부진환은 덤덤히 대꾸했다.“조금 배고프구나.”그녀는 부진환의 앞에 그릇을 놓아주었다.“그러면 많이 드세요.”부진환은 미간을 구겼다. 설마 이 요리에 약을 넣은 것일까?역시나, 부진환은 그 음식을 집어 먹었다.“궁에서 꽃구경을 위한 연회를 베푼다고 하던데 왕야는 거기에 가십니까?”낙청연이 본론을 꺼냈다.사실 그녀는 부진환이 이러한 연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가고 싶었다.낙청연이 가지 않는다면 낙월영에게 그녀를 해칠 기회를 줄 수 없지 않은가?그러나 태후가 주최한 연회이니 초청이 없다면 갈 수 없었다.부진환은 덤덤히 대꾸했다.“난 그런 것에 관심 없다.”역시나 부진환은 갈 생각이 없었다.낙청연은 다시 부진환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요즘 할 일도 없는 데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분 전환한다고 생각하면 되지요.”부진환은 술잔을 힐끗 보았다. 설마 손톱 안에 약을 숨겨두었다가 지금 약을 쓰려는 걸까?그는 술을 단숨에 마셨다.“할 일이 없긴, 난 할 일이 많다.”술을 마셨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낙청연은 대체 어디에 약을 탄 것일까?“태후 마마께서 주최한 연회이니 아마 엄씨 가문의 여식을 또 황후로 만들 셈일지도 모르지요. 만일에 대비하기 위해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다시 부진환에게 술을 따라줬다.부진환의 미간이 더욱더 좁혀졌다. 그는 또 한 번 술을 마셨지만 역시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낙청연은
이어진 이틀 내내 부진환은 외출하지 않고 왕부에서 정무를 처리했다.그렇게 낙청연에게 기회가 생겼다.이제 7일 뒤면 연회가 시작되니 반드시 그사이 부진환이 허락하게 만들어야 했다.그렇게 낙청연은 아주 적극적으로 부진환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부진환의 서방에 세, 네 번씩 들락날락했다. 오직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말이다.부진환은 그녀가 가져간 음식과 차에 관심이 아주 많은 듯했다. 매번 가져갈 때마다 아주 깔끔히 먹어 치웠고 낙청연은 의아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여전히 승낙하지 않았다.낙청연은 너무 이상해서 셋째 날에는 음식을 보내지 않았다.그런데 부진환이 먼저 그녀를 찾아왔고 낙청연 처소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같은 요리사가 한 음식인데 뭐가 다르다고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갑자기 머리가 나빠진 건지 아니면 어디 아픈지 의문이 들었다.그렇게 낙청연의 처소에서 음식을 먹은 뒤, 부진환은 다음 날 또 찾아왔고 낙청연은 지초에게 음식과 차를 전부 거두어가라고 했다.그렇게 부진환은 차 한 잔도 얻어 마시지 못했다.부진환은 인내심이 전부 닳았다. 낙청연에게 그렇게 많은 기회를 줬는데 왜 아직도 약을 타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었다.“차는?”부진환이 불쾌한 얼굴로 지초에게 물었고 지초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낙청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차를 우리지 않았습니다.”“차를 우리지 않았다고? 내가 왔는데 차 한 잔도 없는 것이냐?”부진환은 믿기 어려웠다. 그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기회를 틈타야 하지 않는가?낙청연 또한 인내심이 다 닳아 탁자를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야, 이제 그만하시지요. 매일 여기서 음식과 차를 얻어 마시지 않았습니까?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요. 제가 매일 받들어 모시니 아주 편하신가 봅니다!”“얼굴이 왜 그렇게 두껍습니까?”그 연회 때문에 낙청연은 부진환에게 며칠이나 매달렸다. 그런데 부진환은 전혀 승낙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그런데 이제는 그녀를 찾아와 차
낙청연이 연회에 참석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생각하고 있을 때 소유가 부진환이 연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낙청연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곧장 낙운희에게 연락했고 욕선혼을 낙운희에게 건넸다.“낙월영에게 내가 연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하거라.”낙운희는 약을 받아 든 뒤 곧장 떠났다.그 소식이 낙월영의 귀에 들어가자마자 낙월영은 움직임을 보였다.그녀는 가장 먼저 엄평소를 만나러 갔다.엄평소는 최근 들어 낙정을 보호하기 위해 부진환의 사람들에게 쥐처럼 쫓기면서 시달리고 있었다.낙청연은 현재 중상을 입었고 여기저기 숨어 지내느라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그로 인해 엄평소는 몹시 분개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협력해 이번 연회에서 부진환에게 반격하고 낙청연을 패가망신시킬 셈이었다.-연회가 곧 시작될 때였다.이번에 궁에서 열리는 연회에 대해 낙청연은 미리 알아보았다. 주인공은 엄수심, 엄내심의 친동생이었다.엄내심은 아주 큰 소동을 벌였으니 당연히 황후가 될 수 없다.하지만 엄씨 가문에는 다른 여식이 있었다. 비록 엄내심은 첩의 소생이지만 온화하고 현숙하며 황후가 만족스러워하는 사람이었다. 엄수심은 엄 태후 마음속의 두 번째 선택지였다.이번 연회를 빌어 엄수심이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게 할 셈이었다.이번 연회에 참석하게 되는 여인들은 전부 복장에 꽃 양식이 들어가야 했다. 어떤 꽃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이번 연회의 주제에 어울리면 그만이었다.그래서 옷은 이번 연회에서 주목할 점이었다.낙청연 또한 제대로 고를 셈이었고 그래서 특별히 운예각을 찾았다.평소 운예각은 한적했다. 그들의 옷은 세상에 단 한 벌뿐이라 가격이 몹시 비쌌고 평소에는 사는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이번 연회로 인해 수도의 많은 여인이 그곳에 모여 꽃구경이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옷을 고르고 있어 평소보다 떠들썩했다.낙청연이 도착하자 일꾼은 열정적으로 그녀를 2층으로 모셨다.장궤가 직접 그녀를 접대했다.“왕비 마마께서도 이번 연회에 입고 갈 옷을 고르고 있으십
위운하는 재촉하며 말했다.“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시오! 사지 않을 거면 당장 떠나시오!”그렇게 운예각의 모든 손님이 쫓겨났고 운예각은 낙월영 일행이 독차지했다.낙청연이 다시 운예각에 도착했을 때 장궤는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왕비 마마. 저희가 팔던 옷이 전부 다 팔렸습니다.”“내가 사려고 한 그 옷은?”“그 옷도 팔렸습니다.”“팔렸다고? 내가 먼저 사겠다고 하지 않았소? 당신들처럼 장사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소?”“정말 송구합니다, 왕비 마마.”장궤가 사과했다.낙청연은 씩씩거리면서 떠났다.그 소식을 전해 들은 낙월영은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 눈앞의 화려한 옷을 바라보며 낙월영은 싱긋 웃었다.“낙청연, 곧 죽을 사람이 이렇게 좋은 옷을 입을 필요는 없지.”-밤이 되었다.저녁을 먹은 뒤 지초가 부랴부랴 돌아왔다.“왕비 마마, 낙월영 아씨가 홍풍주루에서 경매를 하고 있답니다. 오늘 운예각에서 사들인 옷을 전부 고가에 팔고 있다고 합니다.”낙청연은 피식 웃었다.“돈을 벌 방법을 잘 알고 있군.”지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곧 연회이니 많은 사람이 고가에 옷을 사들일 겁니다. 정말 너무합니다! 일부러 옷을 사들여 우리가 사지 못하게 만든 다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고가에 팔다니요!”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걱정하지 말거라. 그 경매는 파투 날 것이다.”“그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면 수도에 누군가는 벌써 했겠지.”“운예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아느냐?”그 말에 지초는 흥분하며 말했다.“그럼 다시 보겠습니다!”지초는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한 시진 뒤, 지초는 들뜬 얼굴로 부리나케 달려왔다.“왕비 마마의 말씀이 옳았습니다!”“운예각의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는 관청에 신고했습니다! 관청의 사람이 홍풍주루에 갔고 운예각은 낙월영이 파는 옷이 천면길에서 파는 짝퉁이라고 했습니다!”“낙월영은 하마터면 관청에 끌려가 옥에 갇힐 뻔했습니다. 낙 승상이 나서서 겨우 해결됐지요. 하지만 그 옷들은 고가에
궁중 어화원.화창한 날, 연회가 시작됐다.연회를 주최한 태후의 곁에는 엄수심이 앉아있었다. 엄수심은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정도로 성대하게 꾸몄다.오늘 일부 명문 가문의 자제들도 연회에 참석하다 보니 어화원 내부에 미남 미녀들이 꽃구경하는 장관이 펼쳐졌다.낙청연과 부진환은 동행했고 그들의 옆에는 부운주가 있었다. 부운주 또한 초청받았기 때문이다.부진환은 부운주와 함께 가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운주를 억지로 왕부에 가둬둘 수도 없었다.그래서 현재 부진환은 낙청연과 부운주 중간에서 걷고 있었다. 그는 곁눈질로 낙청연의 꾸민 모습을 보고는 만족스레 말했다.“내가 안목이 높구나. 그 담화운상은 다른 한 벌보다 훨씬 더 보기 좋다.”낙청연은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보았다.다른 한 벌은 부운주가 선물로 준 것이었다.낙월영이 운예각의 옷을 다 사들였다는 걸 알게 된 부운주는 큰 공을 들여 그녀에게 운예각의 옷을 마련해줬다.그는 부진환이 운예각을 사들였다는 것을 전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운예각은 낙청연을 위해 옷 한 벌 만들 수도 있었다. 또 낙청연은 이미 만들어진 옷 중에서 아무 옷이나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다.부진환은 그중에서 담화운상을 낙청연에게 골라주었다.낙청연이 이 옷을 입지 않더라도 부운주가 선물로 준 것을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부진환이 왜 저렇게 즐거워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낙청연이 화원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몰렸다.낙청연의 얼굴이 예뻐졌다는 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직접 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를 쳐다보며 작게 의논했다.“낙청연이 참 많이 바뀌었네요.”“예전에는 그렇게 못생겼었는데 얼굴을 바꾼 것 같군요.”“그러게요. 정말 너무 예쁘게 변했군요. 섭정왕도 예전과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습니까?”“역시, 남자들은 다들 예쁜 걸 좋아하네요.”어화원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에게 향했고 정자 안, 태후의 옆에 앉은 엄수심은 빛을 잃었다.태후 또한 그곳으로 시
그런데 낙청연을 보는 순간, 낙월영의 미간이 찡그려졌다.낙청연이 운예각의 옷을 입고 왔다고?낙월영은 미간을 좁혔다.낙청연은 곁에 있는 사람이 팔을 내린 걸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낙월영에게 단단히 붙박여있었다.낙청연은 싸늘해진 눈빛으로 단호히 걸음을 옮기더니 돌로 만들어진 의자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낙월영은 출현과 동시에 화원에서 가장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옷이 참 곱네요.”“저 옷을 입으니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정자에 앉아있던 태후는 탁자 위에 찻잔을 무겁게 내려놓았다.“꽃보다 아름답다고?”“낙월영은 자기를 황후라고 생각하는 것인가?”엄수심이 다급히 태후를 위로했다.“태후 마마, 화 푸세요.”“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리에 있는데 낙월영 소저의 체면을 봐주시지요.”태후는 어쩔 수 없이 참았다.다른 한편, 낙월영은 부진환의 앞에 앉았고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다른 쪽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부진환은 낙월영에게 이렇게 입으면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오늘 그녀는 부진환에게 커다란 선물을 줄 셈이었다.그녀를 이용했으니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계양에서 있었던 일은 각자 원하는 것이 있어 부진환과 협력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부진환에게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낙청연은 낙월영이라는 커다란 골칫거리를 해결해야 그저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라 부진환과 협력할 수 있었다.바로 그때, 부운주가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곁에 앉았다.“이런 곳은 참으로 재미없지 않습니까?”낙청연은 웃었다.“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오늘은 꽃구경하러 온 것이 아닙니까?”부운주도 웃었다.“그렇지요. 꽃이 사람보다 훨씬 더 보기 좋습니다. 굳이 한 사람만 바라볼 필요가 없지요.”낙청연은 살짝 당황했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줄